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단 하나의 이유.


바로 콜롬비아 친구들과의 연락을 계속하기 위하여.


원래 내 네이버 블로그를 알려줬으나, 망할 네이버가 콜롬비아에서 빠르게 열릴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시작한 페이스북.


그래서 그런지 내 타임라인은 온갖 스페인어로 도배가 되어가고 있고, 그것에 일조하는 한 사람.


나에게 처음으로,


"아. 어쩌면 내 얼굴은 남미에서 먹히는 얼굴일지도 몰라..."


라는 헛된 희망을 갖게 해준 안나마리아를 이 날 만나러 갔다.





리카르도가 내 전화번호를 페이스북에 올렸고 그것을 본 안나마리아가 전화를 했다.


"유우우운~~~~"으로 시작하는 스파니쉬 특유의 발음으로 시작한 대화는.


뭐라고 했는지 서로 잘 못 알아들었지만 12시에 공항에서 보자는 말만큼은 정확히 인지했다.





어차피 우리는 뉴아이패드 TAX BACK을 위하여 공항에 들렀어야 했으므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질렀다. (공항까지 가는 택시는 추가요금 3000페소가 더 붙는다.)


그렇게 도착한 공항의 관세국(DIAN).


우리는 뉴아이패드의 영수증과 실물등을 보여주며 "김미더 세금"을 외쳤으나.


그들은 영어를 하지 못한다.


공항에 있는 관세국인데. 외국인에게 TAX BACK을 해주는 공무원인데 영어를 못한다.


대충 안된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는거 같았다. 우리는 패닉에 빠졌다.


그때 옆에 계시던 일본계 멕시코인이 우리를 도와줬다. 결과는.



fail.


TAX BACK 적용 리스트에 분명 영어로 Electronic Appliance라고 적혀있었다. 근데 왜 안돼?


옆에는 스페인어로 ElectronicDomestico라고 적혀있다. 그게 뭔데?


알고보니 ElectronicDomestico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 


다시 말해서 집안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다리미, 청소기 등등)만 TAX BACK이 된단다...


뭐여... 그럼 영어번역은 누가 저따위로 해놓은거야....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리나라나 콜롬비아나 공무원느님께서 안된다고 하면 안된다는거다.


그렇게 우리는 미국 뉴욕보다 10만원, 한국 서울보다 8만원 비싸게 뉴아이패드를 구입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서 1시간정도 기다리니 안나마리아가 나타났다.


괜찮아. 얘네는 라틴이니까. 이 정도 늦을 줄 알고 우리도 스케쥴을 세웠으니까요.


안나 마리아는 공항에서 일하는게 아니고 그 근처에서 일한단다.


인터넷 매거진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고 있단다.


오랜만에 만난 안나 마리아는 엄청나게 홀쭉해져 있었다.


들어보니, 몸 어디가 안 좋아서 12키로가 빠졌단다.... 게다가 앞으로 10키로인가를 더 빼야 된단다.


안나 마리아는 살이 빠지니 미인이었다.


환한 웃음도 그대로였고, 가끔 짓는 이상한 표정도 그대로였다.





안나 마리아가 우리에게 대접한 음식이다.


콜롬비아의 유명한 체인점. CREPE&WAFFLES에서 먹었다.


나랑 진희는 빵 안에 잡다한게 들어있는거고, 안나마리아는 다이어트중이라 무슨 풀때기랑 오징어만 먹어댔다.





점심시간에 잠시 나온거라 오랫동안 얘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나 마리아를 만나서 다행이었다.


항상, 누군가를 만나는건 귀찮은 일이다. 특히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과의 약속은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동안 변했을 상대방의 모습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기억 속에 남은 아름다운 기억들에 그가 부흥할 수 있을까.


라는 온갖 잡념만 가득해진다.


하지만 안나마리아는 내 기대에 부흥했고, 좋은 추억 하나만 더 남기고 갔다.





그렇게 스피디하게 멘붕에 빠지고 스피디하게 안나 마리아를 만나고는,


오뎃의 집으로 갔다.


몇일 전 오뎃에게 진희가 케익 만드는 걸 보고 싶다고 했더니 오뎃이 이날 오라고 해서였다.


갔더니 오랜만에 보는 반죽할머니가 계셨다.


아마도 나를 기억하시겠지. 콜롬비아에서는 보기 드문 원숭이 인간이니까.





오뎃의 케익은 여전히 이뻤고, 여전히 잘 팔렸고, 여전히 달았다.


우리가 구경한다고 저 좁은 작업장에 의자를 저렇게 갖다 놔줬다.


아. 부담 스럽다.





방해만 하는 거 같아서 우리는 잠시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집 앞의 쓰레기통이 누군가의 발길질로 인해 없어진 것만 빼면.


1년 전과 모든 게 동일한. 오뎃의 집앞이다.





잠시 후 리카르도가 왔다.


근데 리카르도는 인도네시아와의 무역건으로 인해 회의가 있어서 어디론가 가봐야 한단다.


저기 왼쪽에 보이는 친구가 동업자란다.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같이 가잖아. 그냥 예의상 한번 건네 본거였는데,


우리는 덮썩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당황했을까.... 자기 회의하러 가는데 스페인어도 못 알아듣는 원숭이 두마리가 같이 간다니...





마지막에 회의장까지 같이 들어가자길래, 뭔가 아니다 싶어서 그냥 주변 구경이나 한다 그랬다.


그랬더니 리카르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럴래? 대신 멀리 가지마."라고 하면서 우리를 보내줬다.


우리는 가까운 커피숍에 가서 사진에 있는 음료 두개를 마셨다.


노란건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홍시 맛이 나는 음료수다. 좀 맛났다.





그렇게 대략 2시간? 3시간정도 기다리니 리카르도가 나왔다.


자기 여자친구가 쇼핑몰로 오기로 했다면서 우리를 쇼핑몰로 인도했다.


그리고는 쇼핑몰 가장 윗층에서. 또 다른 미팅을 시작했다.


1분, 아니 5분 정도면 끝날테니 한바퀴 돌고 있어. 라고 하길래 2시간 예상했다.


그리고는 적중했다.


우리는 2시간동안 리카르도의 미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총 5시간정도 리카르도를 기다린 끝의 우리 모습.


상당히 초췌해져있으며, 꽤나 피곤했고, 집에 가고 싶었다.





리카르도의 새 여친. 디안나 이다.


난 개인적으로 전 여친인 리나가 더 마음에 든다.


리카르도에겐 비밀임.





금요일밤의 조나로사는 환락가 그 자체였다.


나와 진희는 매우 피곤했다.


나는 얘네가 술집으로 끌고 갈까봐 걱정을 했고, 진희는 얘네가 춤추러 가자 그럴까봐 걱정을 했다.





다행히 얘네가 데리고 간 곳은.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저번에 먹었던 모듬고기튀김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엄청난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먹었다.


사진기만 꺼내면 자꾸 사진 찍어주겠다고 해서, 음식 사진은 못 찍었다. 이해 바람.





우리는 조나로사(우리나라 홍대 같은곳)로 이동해서 그 곳에 있는 아틀란티스라는 쇼핑몰로 향했다.


가장 윗층에 있는 크레페&와플에 가다가 원숭이가 보이자,


디안나가 너무 좋아하며 우리보고 찍으라고 강요했다.


이게 누굴 진짜 원숭이로 아나.





그렇게 후식을 먹으러 가다가 발견한 인형 뽑기 기계.


진희는 콜롬비아에 와서 인형뽑기 기계를 본 적이 없다면서 나에게 이 기계를 수출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난 대박 아이템이라 생각했으나,


벌써 얘네도 다 있었다. 근데 길거리가 위험한 관계로 건물 안에 있어서 우리가 못 봤을 뿐이었다.





이 몸은 왕년에 인형뽑기 쩔었다고 자랑했으나,


인형을 너무 잘 뽑아 오락실 주인에게 쫓겨난 경험이 있다는 디안나에게 완패했다.





크레페&와플에서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다가 사진 찍으라고 해서 찍은 사진.





정말 엄청난 양의 아이스크림이다.


가뜩이나 배 부른데 이거 다 먹느라고 배 터지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거 모두 디안나가 사준거란다.


왜냐면 리카르도는 백수니까요.





지금 보이는 차가 디안나의 차다.


잘은 모르지만 진희보다 어린거 같은데 자차보유자다.


난 디안나가 운전하는 걸 한번도 못 적이 없지만 진희 말로는 무지하게 못 한단다.


왜 진희만 봤냐면. 난 만취상태였고 진희는 제정신에 한번 탔었다.





집에 오다가 본 치바라는 파티버스다.


얼마더라... 3만원인가 내면 2시간동안 저 버스를 타고 시내를 빙빙 돌 수 있단다.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고 술이 공짜인 저 버스는 가끔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탄단다.


우리 차를 보고 소리 지르길래 얼굴을 내밀어 줬더니 더욱더 미쳐 날뛰는 콜롬비안들이다.




지금 리카르도는 매우 바쁜 시기고, 안 좋은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와 놀아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했다.


진희도 상당히 고맙게 생각했고, 메데진에 온 지금도 매일같이 전화가 와서 별 일 없냐고 묻는다.


지금 1층 침대에 있는 진희가 질투할 정도로 나를 챙긴다. 참고로 난 유부남이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