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0-Egypt2013. 9. 15. 17:42

이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은 다 땄고,


이스라엘을 갈까... 요르단을 갈까... 그리고,


여기 남아서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딸까.... 고민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



이야기는 이렇다.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중에 PADI라는 단체에는 몇가지 단계가 있다.


가장 처음 수심 18미터까지만 들어갈수 있는 오픈워터, 그 다음에 수심 40미터까지 들어갈 수 있는 어드밴스 오픈워터


(이게 우리가 딴거임.)


그 다음부터 이제 다양한 종류로 나뉘어진다.


뭐. 강사가 되기 위한 코스부터, 취미로 하긴 하되 좀더 고급전문가 과정도 있고...


여하튼 그런걸 하려면 중간에 DMT라고 불리우는 다이버 마스터 단계를 거쳐야 된다.


아주 짧게는 1달 반정도부터... 길게는 뭐 6개월이 걸리기도 하는 과정인데,


이 정도쯤 되면 이제 맛보기라기보다는 전문적인 스킬을 가지고 다이빙을 할수 있게 된다.



흠.... 우린 원래 가장 기본적인 수심 18미터짜리 오픈워터만 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어드밴스까지 따게 됐고,


나름 다이빙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수영을 못해서 처음에는 다이빙을 안하겠다고 했던 진희도 나름 다이빙을 즐기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던 찰나에,


우리에게 다이빙을 가르쳐주셨던 강사님께서 제안을 하나 해오셨다.


이곳에 남아서 다이버 마스터 과정을 밟는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솔깃했다.


한국으로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었고, 1년동안 여행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었나보다.


한곳에 머물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난 이때쯤 원래 해오던 컴퓨터가 아닌 좀 더 다른 쪽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중에 가장 컸던게 여행자를 상대로 하는 일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런쪽으로 많이도 알아봤다. 게스트하우스부터 시작해서, 가이드 같은것도 생각해봤다.


그런데 전부 금전적인 문제 및 시간적인 문제... 그리고 법적인 문제 등등 때문에 번번히 포기했었는데,


다이빙은 좀 얘기가 달랐다.


나름 고정적인 수입원이 있고, 게스트하우스나 그런 숙박업보다는 좀더 생산적인 일이 가능해보였다.


그리고 나름 강사님께서 우리를 예쁘게 봐주셨는지,


파격적인 조건을 우리에게 제시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곧바로 요르단으로 가지 않고,


한동안 이곳에서 머물면서... 다이버 마스터 단게로 갈것인지 말것인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꽤 진지한 고민들의 나날이었다.


30년도 안 살긴 했지만, 나름 초등학교때부터 꿈꿔오던 컴퓨터라는 직업을 버릴 것인가...


아예 색다른 쪽으로 진로를 결정해도 될 것인가...


굳이 다이빙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쪽으로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내가 여행하다가 외국에서 눌러앉아 버리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걸까..


과연 여행하면서 즐거웠던것만큼 즐겁지는 않겠지? 취미는 업이 되버리는 순간 더이상 취미가 아니겠지?...


내가 진짜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나?


현실도피하는건 아닌가?... 한국에 돌아가서 마주칠 현실이 무섭나?


왜 여행을 왔을까... 한국에 있었더라면.. 지금 카톡으로 얘기하는 친구들처럼... 내년엔 대리가 됐겠지?


하지만 난 신입사원이고... 취업할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과연 취업하는게 맞는걸까... 아니면 한국에서 다른 쪽의 일을 시작해볼까... 



꽤 많은 고민들을 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정해졌고, 이제 그 길로 걸어가면 되니까 다른 쪽의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이 당시에는 꽤나 혼란스러웠다.


진희랑 같이 이런저런 얘기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국온지도 한참 됐구나...





진로문제는 진로문제고, 


여행자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먹고 자고 씻고 입고 노는 문제다.



이 날은 나름 자격증 과정이 끝난 관계로 회식을 하러 갔다.


다이빙샵에 계신 강사분들이랑.... 우리랑 같이 배우고 있던 학생들 모두가 회식을 하러 갔다.


회식장소는 누웨이바 라고 차로 1~2시간쯤 걸리는 항구도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회식 메뉴는,


회!!!!


회!!!! 외쳐!!! 회!!!


회쳐!!!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산물 소비국가란다. 어패류 소비국가인가...


여하튼 인구수에 비하면 정말 엄청나게 해산물을 소비하는 국가인 셈이다.



그래서 우선 외국에 나가면 가장 먹고 싶은게 해산물 종류다.


외국은 해산물이 좀 비싸다.


우선 개발도상국가들은 교통이 발달해있지 않아서, 바닷가에 있는 해산물을 도시에서 사먹기는 좀 비싸고...


선진국은 또 구할수는 있으나, 가격이 너무 쎄다.


가장 중요한건 종류가 별로 없음.


섬나라인 영국만 하더라도, 생선이라곤 연어밖에 없었던거 같다... 거긴 뭐 요리랑 관련이 없는 나라니까...


우리나라처럼 해산물 먹기 좋은 나라도 별로 없는거 같음.


근데 지금은 일본이 방사능을 뿌려대는 바람에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사진은,


다합에 있던 다른 술파는 가게다.


앉아있는 주인장은 물어보지 않아도 콥트교 사람인. 이슬람교 아님.





드디어 누웨이바에 있는 한국식당에 도착했다.


왜 카이로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룩소르, 후루가다도 아닌 이상한 동네에 한국식당이 있나 했는데,


알고보니 개신교 분들을 위한 식당이었다.



그니까... 누웨이바 근처에 시나이산이 있다. 모세가 바다를 갈랐다는 뭐 그런 종교적인 성지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엄청 많이 온다고들 한다.


터키 가서도 느낀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지순례 열정은 아무도 막을수 없으셈.



여하튼 그렇게 성지순례 온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한국식당이라고 한다.


기억이 잘 안나지만, 사장님이 이집트 오신지 15년이 됐다고 했던거 같다....


어마어마하다잉..





나름 푸짐한 저녁상이다.


브라보.. 여행하면서 회를 먹었던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거 같다.


부침개랑... 김치랑... 가운데 있는 것들은 송어회임.


브라보.


소주가 없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나름 맛있게... 배터지게 잘 먹었다.





횟집은 역시 매운탕이 진리죠.


회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온 덕분에, 다들 매운탕은 손도 못대고 쥐쥐 쳤고,


결국 매운탕은 전부 들통에 담아서 숙소에 가져갔다.


이 다음날부터 2일정도는 계속 매운탕만 먹었던거 같다.ㅋㅋㅋ




난 한국에서도 회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여행하면서 가끔 회가 땡길때가 있다.


사실 왠만한 나라에서는 회를 구할수 있긴 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하는 한국식당에서 사먹으면 되긴 하는데...


가격이 매우매우 비쌈.


한국식당 자체가 원래 비싼데, 거기다가 구하기도 힘든 회를 먹는다는건... 법인카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소문으로 들었는데, 인도 델리에서도 회를 사먹을수 있다고 함.)


여하튼 그런 관계로 회를 생각도 못하고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회를 먹게 될 줄이야... 감동스럽구만.


누웨이바에서 먹었던 송어회.... 농어회였나?...;;;


꽤 색다른 경험이었고, 즐거웠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느라 마음은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뭐... 이럴때 아니면 언제 그런 고민 해보겠나 싶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