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자마자 우리는 보험처리를 하고자 절차를 밟았다.


보험회사 대표전화가 유럽국가 중에 대부분에서는 무료전화인데...


우리가 펑크를 당한 폴란드랑 크로아티아에서는 유료전화다...ㅡ_ㅡ


참고로 우리가 폴란드에서 보험처리 하느라 쓴 전화비만 12만원이다....


망할.. 차라리 직접 수리했어도 12만원은 안나왔을텐데...


여하튼 폴란드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 싫어서, 난생 처음 해외에서 USIM칩도 사봤다.


어찌어찌해서 USIM칩 사는거까지는 성공하고... 무료통화가 1000분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콜센터랑 연락을 주고 받는데...


아.... 보험회사 대표전화가 프랑스 번호로 되어있어서 국제전화비로 계산된다...;;;


겨우 10분도 통화 안했는데 엥꼬....


그래서 아침부터 이곳저곳 USIM칩 충전하는 곳을 겁나 찾아 다녔다.


대부분의 슈퍼주인들이 영어를 못하는 관계로, 빙글빙글 돌고 돌아서... 겨우 찾아낸 한 문방구.


여기도 주인아줌마가 영어를 못하신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니 입구에 서있었는데...


때 마침, 학용품을 사러 온 한 초딩이 들어왔다.


아줌마가 초딩한테 뭐라뭐라했더니, 초딩이 엄청나게 고민한 끝에 우리에게 말을 건다.


"뭐 좀 도와드릴까요?"


넵넵. 제발 좀 도와주세요... 내 영어실력도 초딩수준이라 우리 둘은 별반 힘들지 않게 대화를 이어 나갔고,


결국 우리는 USIM칩 충전하는데 성공했다.


엉엉...ㅠ





폴란드에서는 카센터랑 1:1로 연락을 주고받아서, 우리가 낼 돈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크로아티아에서는 알아서 처리한 다음에, 나중에 영수증을 가지고 후청구를 하란다.


흠... 2주 새에 펑크를 2번이나 낸 주제에 토달수는 없기에...


그냥 닥치고 카센터를 찾아 나섰다.


원래 대부분의 리스차 보험에서 펑크는 커버가 안되지만, 유일하게 르노만 펑크를 커버해준다. (그것도 이번년 들어서 처음 생긴거임)



남들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스패어 타이어를, 우리를 두번이나 꺼내서 교체하는 위엄을 달성했다.


스패어 타이어랑 원래 타이어랑 뭐가 다른지 몰랐는데,


어제 우리를 도와준 천사같은 르노정비소 아저씨 말로는 원래 타이어는 휠이 알루미늄인데, 스패어 타이어는 철이라서


엄청 천천히 느릿느릿 운전하란다.





카센터에서 알려준 타이어 교체하는 곳.


유럽에는 이렇게 타이어만 전문적으로 교체해주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발보다 싼 타이어 정도?... 뭐 여하튼 가서 교체할라 그랬더니,


우리 타이어는 없다고, (우린 컨티넨탈 타이어를 썼음.) 다른거를 추천해준다. 구마... 구마.... 오케이?


구마가 뭐여. 뭔 듣보잡 메이커여... 라고 생각하며 슬쩍 봤더니,


금호 타이어였다.. 오... 좋아좋아. 마데 인 코리아 면 좋지. 땡큐 땡큐.


그랬더니 좀 있다가 다시 우리에게 말을 한다.


"지금 일반 타이어가 없는데... 스노우 타이어 낄래?"


흠... 어차피 눈 쌓인 스위스를 갈 예정이라 스노우 타이어를 껴주면야 우리야 좋지만,


보험에서 스노우 타이어 교체는 커버가 안된다길래 눈물을 머금고 다른 정비소들을 찾아 나섰다.





이날은 때마침 토요일이라서, 대부분의 정비소가 문을 닫았고....


우리는 계속 똑같은 동네를 돌고 돌고 돌아서 겨우 문 연곳을 찾아냈다.


딱 봐도 막장 오브 막장 오브 막장처럼 생긴 정비소였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문 연곳이 여기밖에 없는데...


그냥 빨랑 갈아달라고만 했다.





내 기억속에 있는 성산동 정비소도 꽤나 기름때 묻은 잡동사니가 많았던걸로 기억하는데...


이정도는 아니었던거 같다.


더 놀라운건, 정비소에서 자꾸 생선 냄새가 난다..


뭔가 싶어서 살펴보니, 저 구석탱이 타이어가 쌓여있는 곳에서 생선을 요리해서 먹고 있다...;;;


뭐지.... 짱깨집인가...


아무리 봐도 불안불안했지만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그냥 바꿔달라 했다.





우선 타이어를 갈아달라 그랬더니, 기다려보란다.


한짝에 250유로... 우리나라돈으로 38만원정도.. 뭐 어차피 보험처리 할꺼니까 오케이!! 바꿔주세요~


라고 했더니... 바로 후에 한짝씩은 안 판다고, 두개씩 판단다..


흠.... 저번에도 이래서 두개 다 바꿨는데.... 어쩔수 없지 뭐. 두개 다 바꿔주세요.


양쪽 균형이 맞는게 중요하니까...



아무리 봐도 카드결제따윈 안될꺼 같은 정비소길래 혹시나하는 마음에, 카드 됨? 이라고 물어봤더니...


안된단다... 오로지 현금박치기란다.


그럼 즐.. 우리는 보험처리 해야되니까 안되겠네연. 다음에 또 뵈요~ 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카드 결제 할수 있단다. 걱정 말란다.


흠... 불안하긴 하지만 뭐 된다는데 어떡해.. 그냥 교체해달라 그랬다.





근데 여기 사장이 개진상이었다.


딱 봐도 고주망태 배불뚝이 크로아티아인이었는데... 바퀴를 다 갈자마자, 우리나라돈으로 75만원정도 하는 돈을,


현금으로 내놓으란다.


뭔 개소리임? 아까 정비사 아저씨가 카드 된다 그랬는데?


참고로 주인은 영어를 못하고, 정비사만 영어를 할줄 안다.


정비사한테 뭔 소리냐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카드 결제기가 고장나서 현금을 줘야 된단다.


응? 손님 뭐요? 맞을래요?



우리 보험사에 제출해야되니까 닥치고 카드로 해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사장은 정비사한테 소리소리 지른다. 처음엔 미친놈인줄 알았음.


그랬더니 정비사도 중간에 끼어서 이도저도 못하는게 스트레스 받았는지 사장한테 마구 소리 지른다.


그랬더니, 사장이란 놈이 정비소 문을 다 걸어잠그고 가버린다.


뭐여 저 미친놈은... 카드 결제기는 어딨어.



결국 우리는 앞에 있는 ATM기에서 돈을 뽑아서 갖다줬다.


내가 ATM에서 돈을 뽑으면 수수료가 몇만원은 나온다고 해도 안 믿는다.


해외에서 카드결제를 해봤을 턱이 없는 정비사의 상식으로는 카드로 돈 뽑는데 수수료가 몇만원씩 나오는걸 이해 못하겠지...


망할 사장. 개싹구 정비사. 망할놈들.


니넨 성산동에 있었으면 몽키드라이버로 정신상태를 조여놨을거야....



결국 찌글찌글한 현금영수증 하나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겁나 불안하다. 만약에 르노에서 인정 안해주면 75만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


엉엉... 망할놈들.


여행하면서 이렇게 빡쳤던 적은 볼리비아에서 또라이 같은놈이 내 안경을 마빡으로 받았을때 이후로 처음이다.



결국 이렇게 하루를 날리면서까지 타이어 교체에 성공하긴 했지만...


지금도 내심 불안불안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르노에서 안 받아주면 이 글이라도 불어로 번역해서 보여줘야겠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