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3국은 흔히 유럽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린다.


왜냐면. 진짜 숨어 있음.


이건 뭐 관광 좀 하고 싶어도, 왠만한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도 않고, 인터넷 상에도 정보가 매우 부족함.


허나 우리는 간지 나는 배낭여행자이므로 각 도시를 갈때마다 관광안내소에 가서 직접 정보를 모으고 있는데,


관광안내소에 가도 별 다른 정보가 없다..;;


3개의 도시 모두, 하루면 충분하다는게 관광안내소의 공식입장이다.





발틱3국의 전체적인 풍경 모습이다.


겁나 아름답고 부유하던 북유럽에서, 고작 바다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이건 북한에 온 듯한 기분이다.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라 그런지, 건물들이 전부 침울하게 생겼다.


가뜩이나 날씨도 우울한데, 건물들마저 잿빛이다보니 기분마저 우울해지는거 같다.





하지만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말거나 상관 없이 우린 관광을 해야하므로 출발.


에스토니아의 수도는 탈린인데, 발틱3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다.


3개의 수도중에 가장 보존이 잘 되있고, 아름답다는 평이 많은데...


내가 봤을때는 도찐개찐이다.


3개국을 모두 지나온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가 어디인지 기억도 잘 안난다.


3개의 수도 모두 비스무리한 풍경과 비스무리한 볼거리와 비스무리한 분위기임.





발틱3국의 수도는 모두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관광객이니만큼 알아서 구시가지로 가면 된다.


탈린의 구시가지는 딱 봐도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발틱3국과 폴란드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전쟁으로 인해 구시가지가 전부 파괴되었다가 요즘 들어 열심히 복원중이라는거...


그리고 무쟈게 우울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 정도가 되겠다.





탈린 구시가지 전경이다.


빨간지붕들이 인상적인데, 이 빨간지붕에는 한가지 꼼수가 숨겨져 있다.


계속해서 말했듯이 이 동네는 전쟁때마다 신나게 두드려맞고 다 부숴졌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되었을까..


사진의 오른쪽 건물을 잘 보면, 지붕이 빨간색이긴 한데 자세히 보면 그냥 철판지붕이다.


그리고 빨간기와로 된 지붕들도 잘 보면... 원래 기와지붕인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빨간철판 지붕 위에 기와지붕을 올려놓은거다....;;;


지금도 끊임없이 빨간철판 지붕 위에 빨간기와를 올리는 작업들을 하고 있었다.


뭐 좀 어설프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예전 모습을 복원하고 있는게 기특해 보였다.





발틱3국은 위처럼 멀리서 바라다보면 참으로 예쁜 곳인데,


구석구석 골목길을 직접 걸어다녀보면, 생각외로 별로 안 예쁘다.


뭔가 세세한 멋이 없다고 해야되나...


여하튼 신의 컨트롤로 터널을 통과하는 트럭기사가 신기해서 찍어봤다.


더 놀라운건 저 터널은 커브라는 점임.ㅋ





에스토니아도 EU의 일원이다.


발틱3국중에 유일하게 유로를 쓰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에스토니아는 IT강국으로도 유명한데, 많이들 쓰는 스카이프라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에 보면 스카이프를 스웨덴에서 개발했다고 써있던데,


실제로는 에스토니아에서 만든거임.



에스토니아라고 하면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는데.


예전에 진희랑 장옥빈 여사랑 세명이서 인도 북부의 스리나가르라는 곳에 간적이 있다.


거기는 호수마을이라 호수 위에 떠있는 배에서 5일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같은 배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에스토니아 사람이었다.


에스토니아에서 인터넷 포탈업체를 운영한다는 사람이었는데, 같이 술 마시면서 했던 더럽게 재미 없는 게임이 생각난다.



그 놈이 진희에게 관심이 있었는지, 술자리가 다 끝나고 나서도 진희에게 술 한잔 더 하자고 했다가 뺀찌 먹고,


2일 연속 새벽부터 문을 두들기며 새벽시장을 보러 나가자고 했다가 나에게 뺀찌 먹었지.


원래 술자리에선 절친 됐다가 다음날 아침에 술 깨면 남남인게 세상 이치이거늘... 유두리가 없는 친구였다.





아숩게도, 지금부터 보이는 모든 관광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왜냐면 나도 모르고 인터넷에도 별로 정보가 없고, 이곳에 직접 가도 영어로 된 설명문이 별로 없었다.;;


대충 유추해보자면, 이건 러시아 정교회 건물인거 같다.


러시아 정교회 건물의 특징이라면, 교회에 예수님 그림이 있는것처럼, 러시아 정교회 건물에는 성 안드레아 라는 할아버지 그림이 있음.


처음으로 러시아에 성경을 전파한 사람이라던데... 자세한건 잘 모르겠음.





요건 에스토니아의 슬픈 역사가 담겨 있는 망루다.


매우매우 오래된 돌로 된 망루인데, 워낙에 침략을 많이 당하던 나라라서


작정하고 이렇게 커다란 망루를 도시 곳곳에 세워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나라 저나라한테 신나게 두들겨맞았다는게 더 불쌍함.ㅠ





멀리서 바라다보면 멋진 동유럽의 도시같던 탈린.


허나 골목길로 들어가서 직접 보면 이렇게 좀 뭔가 빠진듯한 모습이다.


뭔가 페인트 색상도 좀 어색하고... 분위기도 침울하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이렇게 예쁨.


이게 모두 빨간지붕의 마법 덕분이다.


아까 얘기한거처럼, 오른쪽 아래집을 보면 빨간철판 위에 올려져 있는 빨간기와집이 보일거다.


이건 뭐 도시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어서 쓸말도 별로 없다.;;





이건 진짜 좀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다.


아.. 아까 하던 IT에 관련되어 더 말하자면,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전자투표를 도입한다고 한다. 


특이점은 인터넷 도메인이 .ee임. 외쳐!! EE!!





위의 사진들은 전부 구시가지 내에서도 좀 높은 언덕에서 찍은 것들이고,


이제 이 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면, 진짜 구시가지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발틱3국에 3일을 투자하기로 했다.


폴란드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이미 예약되어 있는 상황이라, 더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고,


발틱3국은 각 나라당 하루면 충분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무리 볼게 없어도, 나름 하나의 나라인데 하루는 너무 적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가보니 하루도 김. 그냥 반나절이면 충분한 동네들임.





여기가 탈린의 구시가지 광장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구 시청건물이란다.


저 앞쪽으로는 북유럽에서 많이 보였던 뾰족한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다.


구시가지의 핵심이 되는 곳이니만큼, 많은 카페와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내가 탈린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바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다.


1422년. 그니까 지금으로부터 600년쯤 전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다.


박물관으로 바꿔서 입장료 좀 받을법한데, 아직까지도 실제 영업중이라는 점이 놀랍다.





안에 들어가보면 이렇게 오래되보이는 장식장 안에, 그간 실제 사용해온 약품들과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구석에는 아주 먼 옛날 약으로 썼던, 두꺼비랑 각종 벌레들도 전시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을 보기 위해 이곳을 들렀는데,


아무런 입장료도 받지 않고 있었다.


주인 입장에선 매우 짜증날법도 한데, 관광객 입장에선 이보다 좋을수가 없지.ㅎ





요렇게 언제 쓰던 건지도 모를 오래된 약들도 전시되어 있다.


앰플병들도 있고, 항암제도 있고...


개인적으로 저 아스피린 철제 케이스가 매우 탐나서 한장 찍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걸 보면서, 진희는 동병상련을 느꼈는지...


계속해서 '아... 여기서 일하는 약사 진짜 짜증나겠다.'를 연발하더니,


결국 나오면서 이렇게 기부금까지 내는 선행을 배풀었다.


우린 돈 안 내도 된다는 곳에서, 굳이 뭐 팁을 내고 오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예외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왔다.





이렇게 현재도 계속해서 약국이 운영되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사람은 현직 약사인데, 관광객이 들어올때마다 이렇게 나와서 확인한다.


혹시라도 관광객이 아닌 실제 약을 사러 온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인데,


내가 봐도 어마어마하게 짜증날꺼 같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전부 문 열고 들어와서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대고는 바로 나가버림.ㅋ





그렇게 동병상련을 느낀 약국을 나와서, 우리는 그냥 무작정 걸었다.


약국 하나 빼면 가보고 싶었던 곳이 없었던지라, 그냥 구시가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걸어다녔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건물들도 전부 잿빛이고...


북유럽과는 다르게 사람들도 전부 우울해 보이고... (내 기분탓일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뭐 볼게 없는 도시였다.





이렇게 구시가지는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점들로 채워져 있다.


바닥의 돌길도 자세히 살펴보면, 예전부터 있던 돌이 아닌 요즘에 새로 깐듯한 돌이다.


벽의 페인트칠도 전부 새로 한거 같고...


아는게 별로 없어 쓸말이 많이 없으니, 그냥 사진으로 보고 느끼길 바란다.





여하튼 그렇게 지루하고도 짧은 에스토니아 탈린 관광을 끝내고는,


바로 발틱3국의 두번째 나라. 라트비아로 향했다.


라트비아의 수도는 리가.


탈린에서 리가까지는 차로 5시간정도 걸린다. 오늘 밤은 리가에서 자기로 했으므로 쉬지 않고 운전을 해야 했는데,


이럴때 먹으려고 사놓은 이 캔디.


이름부터가 "어부의 친구"다.


벌써 딱 느낌이 오지 않나?... 먹으면 얼굴에 달려있는 모든 구멍이란 구멍이 다 뚫려버리는 강력한 캔디다.


우리나라 졸음방지껌이랑 비슷한데, 꽤나 유명한 제품이다.





계속 호텔에서 잔다고 해도, 중간중간에 간식을 사먹어야 했기에,


발틱3국의 물가도 체크해 볼겸 잠시 마트에 들렀다.


발틱3국의 물가는 전부 다 거기서 거긴데, 우리나라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북유럽에 비하면 매우 싸고, 폴란드보다는 약간 비싼 정도?





그렇게 물가체크를 끝내고 좀 달리다보니 국경이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에스토니아 - 라트비아 국경이다.


발틱3국의 도로환경은 별로 좋지 않다. 고속도로라고 이름은 붙어 있지만,


고속도로처럼은 안 보이는 도로들의 연속이다.


제한속도는 90이지만, 90으로 달렸다가는 서브미션이 다 망가질듯한 도로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다보니, 어느덧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도착했다.


사진으로 보니까 탈린이랑 뭔가 좀 다른거 같기도 한데,


실제로 느끼기에는 그냥 탈린이랑 별반 다를게 없었다..;;


약간 좀 큰 탈린이라는 느낌? 아니면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탈린?




이렇게 북유럽을 벗어나, 유럽 본토로 넘어온 첫번째 날이 지나갔다.


원래 발틱3국은 올 생각도 없었지만,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폴란드를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나라들이라서


어쩔수 없이 일정에 추가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탈린 하나만 보고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안 보고 바로 폴란드로 넘어가곤 하는데,


그래도 크게 상관은 없을듯 싶다...;;;


워낙에 비스무리한 나라들이라서.... 여하튼 이렇게 포스팅만큼이나 지루한 에스토니아 일정은 끝났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