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g2021. 1. 19. 23:34

오랜만에 글 쓰려고 봤더니, 1년이 넘게 새 글을 안 썼구나...

하루하루 회사 다니는 회사원의 생활이 다 그게 그거지 라는 생각을 위안삼아 우선 다른 주제로 글을 써본다.

 

이 글은 메니에르라는 몹쓸병에 걸린 환우들을 위한 투병일지다.

뭐 이런걸 쓰나 싶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의 투병일지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바.

이 요상하고 짜증나는 병에 걸려 불안에 떨고 있을 누군가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

 

2020.12.30 (수)

전날 늦게까지 휴대폰 보다가, 왼쪽 귀 바로 옆에 놓고 잔 휴대폰에서 폭풍같은 알람이 터져나왔다. (아마 전날 동영상 본듯)

깜짝 놀라 일어났는데 귀가 살짝 멍멍했다.

큰 소리 들으면 귀가 멍멍해지는 게 당연하고, 샤워하고 나니 말끔히 사라짐.

기억은 안나지만 거의 99% 확률로 이날도 야식에 맥주를 먹고 잤을거임.

 

2020.12.31 (목)

내 기억력은 마리모 수준인지, 전날과 동일한 패턴으로 큰 소리에 잠을 깸.

이번에는 전날보다 좀더 귀가 멍멍했으나, 출근하고 회사에서 소음속에 있다보니 그냥저냥 괜찮았음.

새해 타종행사라는 핑계로 가마치통닭에 맥주를 먹었고.

이상하게 잠이 안와서 새벽 4시까지 놀다가 잠듦.

 

2020.01.01 (금)

아. 망했다.

일어나자마자 귀에 이상을 느꼈다. 귀에 물이 들어간것보다 좀더 과하게. 비행기를 탄것처럼 귀가 멍해졌다.

나는 다이빙을 배울때도 이퀄라이징 (귀 압력 조절하는거)을 엄청 쉽게 하는 편이었는데도, 좀처럼 귀가 편해지질 않았다.

하품을 해봐도, 코를 막고 바람을 불어봐도 왼쪽귀가 멍해졌다.

그렇다고 또 완전 안 들리는건 아니었고, 뭔가 왕왕~ 하는 듯한 백그라운드 위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니다 싶어 급하게 문 연 병원을 찾아봤으나, 공휴일에는 열어도 신정에는 대부분 문을 닫더라.

이때까지만 해도 별거 아니겠지 싶었으나, 이어진 검색결과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돌발성 난청. 이명. 메니에르병. 한지민. 난청. 달팽이관. 림프액. 고막. 어쩌고 저쩌고.

이중에서 특히 돌발성 난청에 대한 결과들이 너무 무서웠는데,

특별한 원인 없이 발병하며, 발병하고 일주일 이내 치료하지 않으면 영원히 귀가 안 들릴수도 있다는 끔찍한 결과들이었다.

그래서 돌발성 난청으로 의심되면 무조건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써있었다.

불안한 마음이 큰만큼, 반대의 생각도 컸다.

응급실? 그거 뭐 죽을만큼 아플때나 가는거 아닌가? 진짜 설마 내가 귀가 먼다고? 뭐 이런거 가지고...

단순 중이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짐. (현실도피였던듯)

 

2020.01.02 (토)

자고 일어났더니 귀가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는 않았다.

급하게 차를 몰고 가장 가까운 이비인후과로 갔다. (이때 평창에 머물고 있어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원주에 있었음. 차로 한시간 거리)

하필 어린이전문 느낌의 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잠시 당황하긴 했으나, 내 고막은 순결하니까 어린이 고막이라고 생각하고 진료 받음.

중이염이 아닐까? 라는 기대와는 달리, 고막은 깨끗함.

코로나 검사도 아닌 것이, 콧속에 젓가락을 넣어서 코안도 봄.

이번에 안 사실인데 내 오른쪽 코 안쪽은 휘어져 있다더라.

아주 옛날에 식당에서 밥 먹다가, 오른쪽 코에서 미친듯한 코피를 쏟았던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랬던건가...

여하튼 코도 정상이고... 청력검사를 해봤다.

건강검진 하면서 10번도 넘게 해본 청력검사여서 별 생각 없었는데, 결과지가 이제와는 달랐다.

왼쪽 귀 4K주파수 대역 난청. 엥?

내가 벨소리를 크게 들었다. 몇일 전부터 그랬다 등등의 문진 결과가 합쳐져서 나온 병명은.

급성 음향 외상.

그냥 큰 소리를 팡~ 하고 들어서 고막을 잡아당기는 근육이 놀랐나 뭐 어쨌나 해서 이럴수 있단다.

그리고 아주아주 아기자기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고 끝.

 

2020.01.03 (일)

스테로이드만 먹으면 내 허벅지도 마동석씨의 팔뚝만해지고, 온몸에 힘이 넘치는줄 알았는데.

내가 먹는 스테로이드는 그게 아니라더라.

여하튼 스테로이드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전혀전혀 1도 호전되지 않음.

이때부터 뭔가 다시 불안해져서 폭풍검색 시전.

온갖 귀에 관련된 검색을 넘어서서, 의학 논문까지 읽기 시작함. 이제까지 읽은 컴퓨터과학 논문보다 더 많은 양의 의학논문을 빠르게 읽음.

어릴때 본 영화중에, 본인 아들의 불치병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다가 신약을 개발한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때만 해도 뻥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닥쳐보니 가능할 것처럼 느껴짐.

어느새 나는 안아키까지는 아니더라도, 귀에 좋다는 음식을 달달 외우게 됨.

 

2020.01.04 (월)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귀가 전혀 나아지지 않음.

다행히 재택하는 날이라 점심시간에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음.

코로나 시국에 이비인후과에 가는게 내심 쫄렸지만, 다행히 병원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의느님은 나의 얘기 + 원주 병원에서 들은 얘기 + 콧속을 다시 한번 휘젓고 + 청력검사를 한 결과.

응?

이번에는 4k는 멀쩡하고, 저음역대의 난청 소견이 보였다.

뭔가 좀 이상하긴 했다. 왜냐면 청력검사 해보면 알겠지만, 이게 거의 동일한 간격과 패턴으로 삐삐 음이 울리기 때문에 좀 하다보면 기계적으로 버튼을 클릭하게 된다.

안 들리던 것도 이때다 싶어 집중하면 들리니 더 잘 들리기도 하고.

뭔가 나 스스로 청력검사를 망쳐버린것 같지만, 여하튼 결과는 저음역대 난청.

의느님께서는 아무래도 대학병원 가봐야 될거 같은데, 요즘 코로나 시국이라 예약이 어려우니 대학병원 예약부터 진행하자고 하셨다.

우선 또 다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고 집에 와서 두려움에 휩싸인채 일을 했다.

집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대학병원 예약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생각외로 간편하게 되어있는 시스템에 놀랐고, 뭐 말로만 듣던 1차병원 2차병원 어쩌고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게 됐다.

그렇게 다음주 월요일에 우선 예약을 걸어놨다.

(급하게 잡느라 이비인후과 명의고 뭐고 알아볼 새도 없이, 그냥 이비인후과 전문의중에 아무나 잡음)

 

2020.01.05 (화)

이쯤되면 거의 망했다는 느낌이 온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하루종일 인터넷 검색으로 내 병이 도대체 뭔지, 왜 걸린건지, 어떻게 치료하는지 찾고 있다.

이 세상에 귀질환 환자가 이렇게나 많은줄 몰랐고, 생각 외로 '이명을 극복하는 사람들'같은 류의 네이버카페에 정보가 많았다.

수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뭔가 나와 비슷한 증상이 보이면.

오 맞아! 이거야! 맞네. 갑자기 안 들리고. 귀가 멍멍하고. 어지럽지는 않으니까 내 병은 '돌발성 난청'이구만. 하면서 열심히 찾아보고.

또 다시 다른 글중에 비슷한 증상이 보이면.

오. 생각해보니 나도 약간 이런 증상인데? 좀 어지러운거 같기도 하고?... 청력검사에서 저음역대가 안 좋았으니까 '급성 저주파감각신경성난청' 인가?... 하면서 좀 찾아보고.

 

2020.01.06 (수)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이건 망했다. 난 이제 앞으로 한쪽귀가 먼 반 고흐와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귀가 안 들리고, 미쳐가다가 귀를 잘라버릴지도 몰라. 엉엉.

병원에 가자마자 의느님께,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어떡하면 좋습니까!

의느님은 바로 언제 예약했느뇨? 라고 여쭤보셨고.

그게 뭐 해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냥 클릭 몇번하고 어쩌고 저쩌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각설하고 월요일에 예약했다 했더니.

'너무 늦어 이 친구야. 자네는 이미 장애진단을 받기 일보직전이라네!!' 라는 말과 함께,

꼭 서울대병원 아니어도 되니까, 고대병원이나 뭐 다른 대학병원을 예약하라고 하셨다.

그말 끝남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고대병원에 전화했더니, 당연히 예약은 풀.

'상담원님. 미리 말씀을 못 드렸는데 사실 저 돌발성 난청 진단 받았습니다.'

라고 했더니, 기적과 같이 지금 당장. 롸잇 나우. 택시타고 병원으로 텨오세요 라는 응답을 받았다.

그 대답을 들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 바로 직후에, 이게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병이길래 예약시스템을 무시하고 앞으로 땡겨서 진료해주는거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여담으로, 서울대병원에 예약취소하려고 전화 걸었더니 내 예약은 4월로 되어 있더라.

IT하면서 월급 받으니 10년이 넘었는데도 예약시스템의 달력도 제대로 못 봐서 4월로 예약해 둔거였음. 잉긱.

 

그렇게 바로 고려대병원으로 갔다.

5인 이상 집합금지 걸려서 갈곳 없는 사람들이 전부 병원에 모여있는지, 엄청나게 많은 인파 속에서 수납지옥을 끝마치고 이비인후과 병동으로 갔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다가갈수록 점점 왼쪽귀에 쿵쿵대는 소리가 커졌고.

드르르륵 드르르륵 우장창 우장창 쾅쾅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망했네. 귀 질환은 심리적인 요인과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더니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난청과 이명을 넘어서 환청의 단계에까지 도달했구나. 라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이비인후과에 도착해서 창밖을 봤더니.

이런 망할. 하필 요즘 고대병원 새로 짓는다고 뻥 안치고 이비인후과 바로옆 창문 30센치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온갖 종류의 굴삭기들이 땅을 파고 뽀시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이건 진짜 좀 너무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다.

 

대학병원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스펙타클한 곳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어디가 불편하시다고요?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예. 저번주 목요일쯤부터 왼쪽 귀가 멍멍하고요... 라는 내 투병일지의 장대한 인트로 부분을 시작할때쯤.

갓 대학병원 의느님께서는 뭔가 전단지 한장을 바로 주셨다.

뭐야.

'평소에 짜게 드시죠? 술 많이 드시죠? 늦게 주무시죠? 단거 많이 드시죠? 탄산 좋아하시죠? 조미료 많이 드시죠?"

"그...그건.... 그렇죠."

"그렇게 살면 걸리는 병입니다. 메니에르. 우선 청력검사 좀 하고 다시 봅시다."

뭔가 1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문진 - 진단 - 병명 이 나온 상황이라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야매스러운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청력검사 하러 밖으로 나가는데, 등 뒤에서 의느님이 물어보셨다.

"근데 어느쪽 귀가 불편하시다고요?"

뭐여. 무슨 귀인지도 모르고 뭔 병명이 바로 나오는거야. 야매다. 이것은 야매다.

 

의느님에 대한 신뢰도가 급하락한 상태에서, 굴착기 소음 속에서 진행된 청력검사가 정상일리가 없다.

이게 지금 청력검사 소리인지 굴착기 소리인지 알수도 없는데 대충 눌러만 댔다.

(내 바로 전 사람은 도저히 안되겠다 그래서 환불처리 받고 집에 갔다고 한다.)

너무 짧은 문진시간 + 민감한 청력검사를 해야되는데 개판5분전인 병원환경으로 인해 나의 분노는 급상승했고,

아니 누구는 평생 귀가 멀지도 모르는 이 위급한 상황에 이게 지금 말이나 됩니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훗날 생각해보니, 이건 어리석은 생각이었을뿐. 대학병원쯤 오는 사람이면 누구든 다 급한 환자였을거다.)

 

검진결과를 토대로 내린 병명은.

메니에르병.

세상에 돌아버릴듯한 어지러움 + 귀 멍멍함 + 이명 을 동반하는 요상한 질병인데 나는 초반이라 그런지 어지러움은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심약하여, 저 얘기 듣고나니 그때부터 좀 어지러운거 같았음.)

처형의 말씀으로는, 온몸의 모든 병을 낫게 해줄것 같다는 슈퍼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5알을 처방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이것도 나중에 찾아보니, 찐 돌발성난청 오신 분들은 하루에 13알도 드시더라.)

 

2020.01.07 (목)

스테로이드를 때려넣어서 그런건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서 그런건지 귀가 많이 나아진게 확 느껴짐.

다 나은건 아니지만, 나을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순간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닌데. 뭔가 의사 이상한거 같은데. 메니에르 아닌거 같어. 다른데 가봐야겠어. 라면서 서울대병원을 예약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분은 명의셨다.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정확히 내 병명을 맞추신 명의.

괜찮아지겠다 싶어서 우선 서울대병원 예약은 다시 취소했다.

이후로 3일간 스테로이드 5알씩 때려박고, 4일째 3알, 5일째 1알을 먹고 스테로이드는 끝.

 

하지만 나에게 남은 시련은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 90일분의 이뇨제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최악의 시련.

앞으로 식단에 소금No, 설탕No, 매운거No, 커피No, 카페인No, 조미료No, 인공색소No.

그럼 뭘 먹어야 하나요. (지금 먹고 있는것들)

고구마. 생당근. 생오이. 삶은달걀. 사과. 배. 귤. 한라봉. 감말랭이. 맛밤. 쑥떡 등.

쑥떡 같은 경우는 걍 찹쌀 + 쑥밖에 안든거고, 감말랭이 이런것도 감 100% 이런것만 사먹어야 된다.

인터넷에서 당뇨식, 무염식 이런거 찾아보면 생각외로 이렇게 먹는 사람들이 많다.

 

2020.01.09 (금)

스테로이드 5알씩 때려박은지 3일째. 귀는 거의 다 나음.

근데 이상하게 어지러운거 같은 느낌? (평상시에 어지러워 본적이 없어서 어지러운게 뭔지 잘 모름)

그리고 뒷목두통이 도래했다. 두통이긴 두통인데 이게 뒷목 부근에서 느껴진다. (근육통 아님)

그리고 이명 발생.

이명이라는게 평상시에도 원래 들렸던건지, 아닌건지도 분간이 안될 정도로 짜증나고 사람 진 빠지게 만들더라.

그리고 저녁쯤에는 갑자기 코피가 쏟아졌다. 태어나서 자연적인 코피는 3번정도밖에 안 흘려본거 같은데 그중 한번이 이날이었다.

이쯤되면 거의 몸이 맛이 갔다고 할수 있겠다.

 

2020.01.19 (화)

대망의 오늘.

두통과 어지러운 느낌은 없어졌고, 귀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명은 아직도 남아있음. 스테로이드 먹기 전에는 웅웅~ 하는 저음역대의 이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삐이익~ 하는 고음역대의 이명이 들린다. 날이 갈수록 들리는 하루 중 이명 들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함.

 

메니에르병

짜게 먹으면 생기는 병이란다. 근데 난 평상시에 음식을 짜게 안 먹는다. 미각이 별로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지 간을 추가해서 먹거나 그러지 않는다. 그럼 왜 이 병에 걸린건가.

1. 잦은 음주.

요즘 재택 + 나의아저씨 라는 드라마 보면서 + 할거 없어서 + 심심해서 일주일에 4~5일씩은 맥주를 마셔댔다.

맥주를 마시려면 야식이 있어야겠쥬? 그렇게 거의 매일매일 야식+맥주 파티를 벌였다.

2. 커피

하루에 기본 아메리카노 3잔 이상씩은 마셨고, 많이 마시는 날에는 5~6잔도 마셔댔다.

콜라나 레드불 같은 탄산도 즐겨마시는 편이었다.

3. 스트레스

난 스트레스라는걸 안 받는 사람인줄 알았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 저게 뭔지도 잘 몰랐다. 그냥 한의학의 기 같은 느낌인줄.

근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스트레스라는게 진짜 있는거였고, 그걸 받으니 귀가 또 다시 멍해지더라.

스테로이드 먹고 좀 괜찮아진 상황에서, 회사에서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귀가 멍~ 해지더라. 순간 쫄았음.

 

현재 진행상황 (진단 받은지 2주째)

저염식을 넘어서서 무염식으로만 밥 먹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맛을 잘 몰라서 그냥저냥 먹을만 하다. 특히 군고구마 핵존맛.

하루종일 사과, 고구마, 달걀, 토마토 같은거로만 연명중임.

설탕이나 소금은 절대 안 먹고 (자연적으로 재료에 들어있는건 어쩔수 없지), 커피도 안 먹고 술도 안 먹고 있다.

메니에르 초기라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할 필요는 없을거 같지만, 그간 망가진 몸을 리셋하자는 생각에 강하게 하고 있다.

집에 있는 영양제라는 영양제는 모두 다 먹고 있다. 특히 혈액순환제 같은거.

 

메니에르병인가 싶어 이글을 찾은 분들께.

1. 그냥 빨리 대학병원 응급실로 고고. 돌발성 난청은 예약하지 말고 지금 당장 응급실로 오라고 병원 예약사이트에 써있음.

2. 식단조절은 생각외로 할만함. 미칠정도는 아님.

3. 귀 질환은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나 혼자 불편한거라 2배로 짜증나고 힘든데 그렇다고 스트레스 받거나 화내면 더 악화될듯.

4. 인터넷에 떠도는 무슨 한의원이나 노루궁뎅이, 산수유 이런거에 현혹되지 말고 그냥 병원 고. 스테로이드 과다복용 짱짱맨.

 

현재 심정

전혀 억울하지 않다.

왜 나에게 이런 병이!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라는 생각따윈 안한다.

언젠가 이럴줄 알았다.

이렇게 맨날 야식먹고 술마시고, 커피 탄산 마시고 단거 좋아하고 초콜렛 입에 달고 살면.

언젠가 이렇게 될줄 난 알고 있었다. 그게 언제 닥치느냐의 문제였을뿐, 언젠가 당할 일이었다.

메니에르 환자가 쓴 글중에 그런 글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암 같은 병이 아니라서. 이 병을 계기로 식단조절도 하고 건강하게 살수 있을거 같다.'

맞는 말인거 같다. 90알의 이뇨제를 다 먹는 3개월 후부터는 다시 평상시처럼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콜라도 먹고 하겠지만.

3개월동안 몸을 좀 정화시키고, 그 이후로는 예전처럼 몸을 막 굴리지는 않을 예정이다. (정확히는 못 굴리겠지.)

진짜 난 언젠가 이꼴날줄 알았다.

하지만 고등학교때 펑펑 놀고 공부 안하면, 수능 망칠거 뻔히 알면서도 공부를 안한 내가,

몸 망가질거 뻔히 알면서 몸관리를 하지는 않았겠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