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7. 21. 07:16

밤새 달린 버스가 아침 9시쯤 발디비아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버스가 좋아서 그런지, 몸도 안 피곤하고 컨디션도 괜찮았다.


비록 우리를 맞이한건 발디비아의 악명 높은 날씨가 만들어낸 안개이긴 했지만...


바다사자를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들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건 이렇게 뿌옇게 낀 안개뿐이었다.


발디비아는 칠레에 있는 수백개의 항구도시 중 하나일 뿐.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게 아니라서 그런지 관광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버스에 같이 탄 사람들도 대부분 칠레사람들이었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수많은 한국인들과 론리에 검증 받은 숙소.


아이레스 부에노스에 머물기로 했다.


체크인 시간이 조금 남은 관계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류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왼쪽은 한국인 코디네이터인거 같고, 오른쪽은 슈퍼쥬니어 뮤직비디오다.


남미에서 한류가 인기라고 하더니... 진짜 좀 인기인거 같다. 





가장 싼 6인 도미토리에 묵게 된 우리.


이불도 오리털 이불인거 같고... 부엌도 괜찮아 보이고 거실도 좋아 보였다.


뜨거운 물이 잘 안나온다는 평이 많았는데, 우리는 별 문제 없이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칠레와서부터 계속해서 도미토리에 묵고 있는데, 부부끼리 도미토리를 써도 별다른 문제점은 없다.


슬슬 적응해 가고 있나보다.





짐을 풀자마자 바로 어시장으로 뛰어갔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새벽부터 시작해서 밤 늦게까지 시장이 열려 있겠지만,


여긴 남미다.


어시장이라고 해서 새벽부터 열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들 아침 먹고 나와서 슬슬 문 열고, 오후 2~3시쯤 되면 전부 문 닫고 집으로 가버린다.


이건 뭐 돈을 벌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모르겄네.





우리를 맞이한 어시장의 풍경이다.


사진에 보이는게 전부다. 이렇게 한줄로 쭉 이어진 어시장은 50미터도 되지 않는다.


왼쪽은 생선을 팔고 오른쪽은 야채등을 파는 가게가 있다.





요게!! 요게!! 바다사자.


눈앞에서 본 바다사자는 엄청나게 컸고, 또 그 수가 매우 많았다.


가마우지가 어떻게 생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가마우지처럼 생긴 새들도 많이 보였다.


얘네들이 왜 여기에 이러고 있냐고?





이렇게 생선 손질하는 아저씨들 뒤에 한마리씩 자리 잡고는,


아저씨가 손질하다 남는 부분을 뒤로 던지면 고걸 낼름낼름 받아먹고 살기 때문이다.


남극의 유빙 아래서 굶어죽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 하는 (그게 바다사자인지 아닌진 모르겠다만...)


지 친구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이렇게 애완견처럼 길들여진 바다사자가 어시장 뒤쪽에 가득했다.





칠레하면 역시 해산물이죠. 특히 홍합.


인터넷으로 봤을땐 그냥 홍합뿐 아니라 돌홍합이라 불리우는 홍합도 판댔는데...


우린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마구잡이로 사먹었다.


인터넷에 있는 발디비아 여행기를 보면 홍합이 매우 싸고 맛있다고 써있길래,


우리도 그냥 싼줄 알고 사먹었다. 


근데 찾아보니 한국이 훨씬 더 싸더라...;;;;


인터넷에 여행기 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은층이라 그런지, 한국에서 홍합을 사먹어 본적이 없어서


그냥 여기 홍합이 싸고 맛나다고 써놓은거 같다.


나도 그냥 길음시장에서 아줌마가 끓여주시는 홍합탕을 쳐먹을줄만 알았지, 사본적이 없어서 싼줄 알았다...;;;





어시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만큼, 가짓수는 별로 없었다.


조개는 홍합, 돌홍합, 백합 비스무리한거... 이렇게 3개 정도뿐이고,


생선도 연어, 대구, 뭔지 모를 길쭉한 저것들... 뿐이었다.


연어는 반바리에 1800페소.. 우리나라돈으로 4500원정도...


그다지 싸다고 할수는 없지만, 뭐 소래포구에 회가 싸서 가나? 그냥 분위기 느끼러 가는거지.


특이한 점은, 전부 정찰제다..;;; 모든 가게의 가격이 동일하다.


소래포구도 정찰제 좀 시행했으면 좋겠네.





여기서부터는 우리의 고군부투기다. 지금 봐도 눈물이 날라 그러네.


한국에서 홍합이 얼만지도 모르는 우리가, 홍합 요리법을 알리가 없었다.


홍합탕 한번 끓여먹을라 그랬는데... 이제까지는 그냥 홍합을 물에 넣고 파 좀 썰어넣고 끓이기만 하면,


길음시장에서 무한리필되던 그 홍합탕이 탄생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홍합은 먹기 전에 뭐 물에도 담궈놔야 되고, 망할 수염같은 것도 제거해야 되고,


껍데기도 씻어줘야 되고... 더럽게 힘든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홍합을 2키로나 샀는데... 도저히 전부 다듬을 자신이 없어서 우선 해물라면부터 끓여먹기로 했다.


간단히 홍합 15개정도만 손질했는데도... 손질하다가 해산물이 싫어질 정도였다.


살아있는 홍합도 아니라서 수염 제거하는데도 한나절 걸리고, 껍데기는 어떻게 씻어야 되는지도 몰라서 그냥 철수세미로 껍질을 벗겨내다시피 했다.


게다가 홍합탕 끓일때 위에 뜨는 거품도 제거해야 된단다... 아오 귀찮아.





그렇게 만들어진 홍합라면.


앞으로 연어스테이크, 홍합탕, 해물파전도 해먹을 예정인데..... 앞이 깜깜했다.


그냥 다 때려치고 파스타나 해먹을까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홍합 몇개 넣었다고 신라면이 고구려 해물짬뽕으로 변하지는 않더라....


그냥 라면 먹는데 중간중간 홍합이 씹히는 정도?....





이건 저녁에 해먹은 연어스테이크 + 홍합탕이다.


연어는 데리야끼 소스랑 같이 연어 데리야끼 스테이크를 해먹었다.


데리야끼 소스 살 돈이 아까워서, 간장 사다가 손수 데리야끼 소스를 만들었다...


구경하던 외국인들은, 도대체 이새킈들이 뭘 만드는건가 싶었을꺼다... 시커먼 간장 가지고 얄딱꾸리한 소스를 만들어대고 있었으니...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마인부우에서 사사받은 연어 데리야끼 스테이크는, 수준급이었다. 


가끔 인천 자취방을 찾는 귀한 분들에게만 대접하던 스페셜 요리였는데, 이날 진희에게 진상하게 됐다.





홍합탕은... 말이 홍합탕이지. 그냥 홍합만 건져 먹었다.


물을 많이 넣은건지, 아니면 뭐 간을 따로 해야되는건지... 국물은 밍밍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밥이랑 연어 데리야끼 스테이크 그리고 싸구려 팩와인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병 와인 사는게 아까워서 팩와인을 즐겨 마신다....


볼리비아에서 마신 와인보다는 훨씬 맛났다.





하지만 아무리 맛나도 많이 마시면 개가 되는건 마찬가지.


이날 성공적인 연어 스테이크덕에 흥이 오른 우리는 총 와인 3리터를 마셔버렸고,


난 밤에 죽을뻔 했다.


와인 먹고 취하니까 답도 없더라. 도미토리에 우리밖에 없어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쫓겨날뻔 했다.




이렇게 발디비아에 와서 요리경연대회가 펼쳐졌다.


발디비아에 온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랬겠지만, 우리 역시 열심히 어시장에서 해산물 사다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요리하는데 소비했다.


밥 먹고 설겆이하고 쉬면서 인터넷으로 요리 찾아보고 다시 장 봐와서 밥 해먹고의 반복.


이제 앞으로 남은 여행기간 중 이렇게 해산물 많이 먹기는 힘들거 같아서 열심히 해먹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