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우유니 사막투어지... 사실 그냥 지프차 타고 국경 넘는거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 일찍부터 일과는 시작됐다.


잘때 좀 귀찮아서 침낭도 안 덮고 옷도 한겹만 입고 잤더니,


일어날때 되니 온몸이 얼어버렸다.


누군가 말했지. 우유니에서 자다가 손발이 없어져 버리는지 알았다고...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추웠다.





숙소에서 나와 좀 달리다가 가이드가 차를 세워준다.


여기가 마지막 화장실, 슈퍼가 있는곳이니까 준비를 하란다.


앞으로 3~4시간동안은 사막만 달릴 예정이라 아무것도 없단다.


볼일 좀 볼까 하다가 화장실이 5볼(천원정도)이나 하길래 그만뒀다.


아직도 돈 내고 화장실 이용한다는게 너무 아까운 초급여행자다.





조금 더 가다가 다시 또 차가 선다.


차가 서는것은 포토 포인트이므로 5분안에 사진 찍고 다시 타라는 얘기다.


뭐 아무것도 없는 기찻길에 차를 세워줬다냐...


영어를 잘 못하는 가이드에게 물어보기도 뭐해서 그냥 사진만 찍어댔다.


가이드가 영어를 너무 잘해도 문제고, 너무 못해도 문제다.


너무 잘해도 못 알아듣고, 너무 못해도 못 알아듣는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가이드는 저렇게 차에 머물면서,


우리의 짐과 차를 지키고 있는다.


출발할때 보니까 가이드 집은 우유니 마을 외곽쪽이던데...


이렇게 투어 한번 나오면 3~4일씩 집을 비워야 되는거다.


가이드가 점점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대신 가이드 와이프는 천국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겠지.





또 좀 가다보니까 차를 세워준다.


우유니 사막 빼고는 볼거리가 거의 없는 2박3일간의 일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투어 코스를 만들어 놓은거 같았다.


이 곳의 사진은 제일 아래 훈이씨 사진을 참고하기 바람.





2일차 투어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온갖 호수를 다 보는 일정.


이라고 요약가능하다.


비록 지금이 남미에서는 겨울인 바람에, 호수들이 전부 얼어붙어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빨간색, 녹색, 파란색, 흰색의 호수들을 볼수 있다.


호수에 있는 미네랄 때문이라고 하는데...


규소, 황 뭐 이런 것들 때문이란다.


스페인어로 설명해주는데 당연히 저런 어려운 단어는 모르고, 영어로 말해줘도 당연히 모르고,


화학식으로 말해줘도 당연히 모르고, 한글로 말해줘도 당연히 모른다.


난 자랑스러운 문과생이니까연.


주기율표따윈 저열한 이과생들이나 외우는거죠.





호수의 풍경은 다들 예뻤다.


여행하면서 고산지대에 있는 호수만큼 사진 찍기 좋은 곳도 없다.


저어기 사진 찍고 계신 분은 일본 분인데... 누군지 모른다. 우리랑 다른 팀이다.


그냥 도촬임.





시간이 흐를수록 다들 점점 지쳐갔다.


우리도 그렇고, 같이 간 볼리비아 현지인 3명도 그렇고... 모두들 지쳐간다.


호수야 이미 질리도록 봤고, 주변풍경도 전부 사막 투성이라 볼게 없다.


그리고 밖은 꽤나 추워서, 나중에는 사진 포인트라고 해도 안 내리고 차에 앉아 있었다.





몇번째 호수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플라멩고가 서식하고 있는 호수였다.


동물원에서 봤는지 못 봤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여하튼 플라멩고는 생각보다 하얀색이었다.


플라멩고라 그래서 온통 빨간색인줄 알았는데...


온몸이 빨간 플라멩고는 나중에 아프리카 가서 봐야겠다.





이제 드디어 점심시간.


플라멩고가 서식하고 있는 호수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 밥을 먹는다.


물론 건물안에서 먹지는 못하고 건물 앞 주차장에서 밥을 먹는다.


이렇게 우유니 투어를 하면 모든 식사를 가이드가 직접 챙겨준다.


요리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팀은 요리사가 직접 마구마구 만들어준다는데...


가난한 우리는 요리사 없이 가이드가 운전+가이드+요리사 까지 겸하는 바람에, 가이드 와이프분이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었다.


생각보단 훌륭한 식사가 나온다.


화장실을 가려 했으나, 여기도 너무 비싸서 머뭇거리는 순간.


갑자기 건물에서 사람이 오더니, 냉장고 옮기는걸 도와주면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겠단다.


훈이씨랑 나는 달려가서 지프차에서 냉장고 옮기는걸 도와줬고, 그 결과 무료로 오줌 쌀 수 있었다.


다행이야. 키가 작아서.


난 손도 안 댔는데 냉장고가 알아서 하늘을 날아가는 기적을 봤다.





사진흐름이 갑자기 뚝뚝 끊겨서 짜증나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진행된다.


그냥 차타고 졸다가, 차 서면 내려서 기계적으로 포토타임.


그리고 다시 차에 올라타서 졸다가 다시 포토타임.


지금 보이는 사진은 우유니 투어에서 소금사막 다음으로 유명한 돌덩이다.


풍화작용으로 인해서 저렇게 기묘한 모양의 돌이 생겼단다.


다른 돌은 다 기어올라가도 되는데, 이 돌만큼은 올라가지 말라고 표지판까지 있는 귀한 돌이다.





하루종일 사막만 달리다보니 모든 차들이 저 꼴이 된다.


차 안으로도 계속 모래가 들어오고, 재수 없어서 다른 차 뒤에 붙어가면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다.


우유니 투어는 비싼걸 하든 싼걸 하든 어차피 투어사끼리 인원수 끼워맞춰서 가는데다가,


가는 루트, 자는 숙소, 먹는 밥 다 비스무리 하므로 싼거 하는게 좋은거 같다.


우리랑 같이 간 볼리비아 현지인들은 각자 3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왔단다.


현지인인데 왜 바가지를 썼는지 궁금했지만, 나도 서울택시조합에 갖다바친 돈만 해도 수억 되니까 잠자코 있었다.





이게 2일차에 마지막 보는 호수다.


진짜 빨간색 호수다. 앞쪽에 보이는 호수 위의 하얀점들은 전부 플라멩고다.


빨간색쪽은 적조현상 비슷한거라서 먹을게 없어 정상적인 물 부근에만 플라멩고가 모여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호수는 가까이 가지 말라고 돌로 경계선이 지어져 있다.





2일차 마지막쯤에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다.


난 가기 싫어요. 돈 안 내겠습니다. 라고 해도 소용 없다.


칠레쪽 국경으로 가려면 무조건 국립공원을 통과해야 되고, 다시 말해서 무조건 150볼(대충 3만원)을 내야 된다.


볼리비아 현지인은 30볼만 내면 된다.


말이 좋아 국립공원이지, 그 안에는 호수 몇개랑 온천밖에 없다. 볼건 하나도 없다.





여기서부터는 훈이씨가 찍어준 우리 사진.


여긴 처음 철로부근에서 찍어준 사진이다.


저 멀리 보이는게 화산이란다. 연기가 낫더라면 좀 더 멋있었겠지만... 아쉽다.


연기 나는 화산은 칠레의 뿌꼰이라는 동네에 가면 볼수 있단다.


우리는 귀찮아서 스킵.





이게 위에서 말한 참조1 이다.


뭐가 신기한지 왜 사진 찍어야 되는지도 모른채, 그냥 사진포인트라고 그러면 신나게 찍어댄다.


다른 사람들 여행기를 봐도 우유니 투어는 이상하게 찍은 사진들이 많은데 전부 이유가 있는거다.


가이드가 찍으라는데 뭘 찍어야 될지는 모르겠고,


그냥 찍자니 전부 다 똑같은 사막동네고... 결국 찍는거라곤 창의력을 발휘한 사진들뿐.ㅎㅎㅎ





지금쯤 이과수 폭포에 갔을라나...


한동안 같이 다니면서 신나게 훌라 치고 신나게 술마시고 신나게 놀고 신나게 늘어진 훈이씨 사진이다.


가슴이 짠하네요.


진희누나 없으면 동네슈퍼도 못 가는 그런 청년이었는데...


밥은 잘 먹고 다니나 모르겄네.





기계적으로 줄 서서 찍은 기념사진.


뭔가 멋진 이름이라도 있을법한 그런 돌덩이였는데...


이 동네는 사막동네라 돌들도 전부 사암 비스무리한 거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다가 발로 차면 부숴진다.


나중에 칠레 달의계곡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관광객이 부숴버린 관광지가 있음..;;;




지금까지 3개월가량 여행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예전과는 다르게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하나같이 다들 좋은 사람들 뿐이었다.


특히 계속해서 보이는 저 퓨마청년 훈이씨는,


요리도 잘하고, 여행계획도 없고, 눈치도 빨라서 같이 다니기 참 좋았다.


물론 훌라는 좀 못치고, 영어도 잘 못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걸 커버하는 선한 성격을 가졌다.


훈이씨는 복학해야 되는 관계로 우유니투어가 끝나면 바로 이과수폭포로 갈 예정이었고,


우리는 칠레 아래쪽으로 내려갈 예정이라 헤어져야만 했다.


그래서 이 우유니 투어가 끝나면 일행 한명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투어가 오래 되기만을 바랬던거 같다.


예전에 진희랑 같이 장옥빈여사 한국 보낼때도 가슴이 짠했는데...


또 다시 그럴거라고 생각을 하니 이때부터 가슴이 짠했다.


망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한국으로 보내야지 난 한국으로 갈 수 있는지 모르겠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