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여행하는 스타일이 어떠냐면,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첫날. 그냥 휴식.


둘째날. 오토바이 빌리던가, 걸어서 주변구경.


셋째날. 꼭 보고 싶은 것들 찾아서 당일치기로 끝냄.


넷째날. 이 도시가 질릴때까지 아무짓도 안하고 그냥 숙소에 죽 치고 앉아서 새로 오는 한국분들 붙잡고 술 + 카드.


다시 말해서 무지하게 잉여스럽고 할일 없이 보내버린다.


하지만 야무지고 계획성 좋은 진희는 첫날부터 마지막 떠나는 날까지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는,


그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된다.


내가 나중에 따로 쓰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렇게 진희처럼 여행하는 스타일이 훨씬 더 좋고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 도시에 계획 없이 오래 머물면서 시간만 보내는 여행은 게으른 여행자들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본다.





이날도 진희가 달의계곡에 가자고 깨워서 일어났다.


존경하는 마눌님. 오늘 하루만 더 쉬면 안될까요. 졸려서 그런건 아니고 몸이 안 좋아요.


라고 뻥쳐봤지만 7년간 진짜 환자만 상대한 진희에게 꾀병임이 걸려서 바로 일어났다.


망할.


짐을 챙겨서 길을 떠나는데 도시광장에 뭔가 매우 많은 텐트가 쳐져있고, 데모 비슷한걸 하는 중이었다.


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매우 날카로워 보여서 그냥 지나쳤다.





달의 계곡. 태양의 섬만큼이나 멋진 이름을 가진 이곳은.


원래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지형 이름이다. 하지만 칠레나 볼리비아나 그냥 옆국가일 뿐이지,


크게 다른 점이 없기 때문에, 이 곳 볼리비아에도 달의 계곡이 존재한단다.


비록 사이즈는 더 작은 미니 달의계곡이지만, 관광지로써는 충분했다.


가는길도 간단하다. 그냥 시내에서 버스 타고 30분~1시간정도만 가면 나타난다.


대신 버스가 더럽게 안 잡힌다. 망할.





노점상 아주머님의 도움 덕분에 겨우 버스를 잡아타고 달의 계곡으로 향했다.


미니버스라고 불리우는 이 봉고차를 타고 가는데.


키 189의 손형보다 앉은키가 더 큰 나로써는 매우 좁은 버스였다.





달의 계곡의 초입부. 저 뒤에 있는 돌덩이도 모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형이다.


빗물의 침식작용으로 인하여 이런 지형이 만들어진다는데..


진희 말로는 터키의 카파도키아랑 2%정도 비슷하다고 했다.





달의 계곡 모습.


관광객들을 위해 길도 잘 닦아놨고, 사진 찍는 포인트들도 다 만들어놨다.


입장료는 15볼(대충 3천원). 저렴한 볼리비아답게 입장료도 저렴하다.





이렇게 한시간정도만 돌면 끝날꺼 같은 좁은 달의 계곡이었지만,


하루정도 돌아보기에는 충분했다.


라파즈 북쪽과는 다르게 라파즈 남쪽과 달의계곡 주변은 우리나라 성북동 비슷한 분위기의 부촌이었다.


남미에서 이 동네가 부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방법은,


집의 대문이 쇠가 아닌 나무로 되어 있으면 부촌이다. 참 쉽죠잉?





왼쪽 위에 있는 우뚝 솟은 돌덩이는 '여인의 모자'라는 이름을 붙인 돌이다.


관광객을 위해 이렇게 각 돌마다 멋진 이름을 달아놨다.


이래야지 입장료도 받고 돈도 벌고 밥도 먹고 디스코테카도 가고 그러죠.





아직도 몸이 으슬으슬해서 긴옷으로 무장하고 갔더니,


매우 덥다. 아오.


이 모든 돌들은 매우 잘 부숴지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 위험해 보이는 길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와이나 포토시에 비하면 뭐 이정도는 애들 장난이죠.





우리는 여기서 칠레에서 여행 온 관광객을 만났다.


칠레에 진짜 달의 계곡이 있는데, 여기까지 왜 온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정신 없는 친구였다.


마지막에 버스 탈때도 같이 있었는데, 버스가 왔는데도 택시를 잡아서 흥정중이었다.


뭐하는 친구인지 궁금하네.





침식작용으로 이루어진 곳인 만큼,


이렇게 끝도 없는 구멍도 파져 있었다.


왜 이름이 달의 계곡이지... 그냥 붙일 이름이 없었나...


희한한건 이때가 오후였는데도 하늘에는 달이 떠있었다.


왜 그런지는 지구과학 배우신 이과분들이면 아실테지만, 난 문과생 출신이라 잘 모르겠다.





칠레 관광객이 찍어준 우리 사진.


살 빠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별로 안 빠졌다.


남들 하나 먹는 햄버거를 두개씩 먹어대는데 살이 빠질리가 없지.


그래도 아직까지 건강 하나는 유지하면서 여행중이다.


특히 남미는 고기, 과일 종류가 매우 싸서 밥 먹는 재미가 있다.





'악마의 풍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 멀리 라파즈인지 뭔지 모를 도시 하나가 보인다.


투어를 이용해서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았는데... 만약 이거 하나만 보려고 한다면 투어 필요 없이 개별로 와도 될거 같다.


물론 설명을 못 들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훨씬 싸니까요.


그거면 됐지 뭐. 싸면 되는거야.





중간에 이런 오벨리스크도 있고... 뭔가 그럴싸하게 만들어놨다.


희한한건 여기 입구에 각 국가별 국기가 걸려있는데...


일본, 중국 국기도 없는데 한국국기는 걸려있다.


한국사람들이 워낙 많이 와서 그런가....


하지만 아직까지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전부 치노? 하뽄? (중국인? 일본인?)이라는 소리만 듣는다.


뭐 우리나라에서도 금발외국인 보면 미국인이세요? 하는거랑 똑같은 거겠지.





달의계곡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먹은 편육 햄버거다.


우리나라 눌린 돼지머리랑 똑같은 고기였는데...


예전에 봤을때, 보기만 해도 냄새가 나는거 같아서 안 먹다가 이번에 도전해 봤다.


가격은 대략 천원정도... 생각보다 냄새도 안나고 맛있었지만 다시 먹고 싶지는 않다는 게 진희의 의견이다.



오늘이 6월 29일이다. 이로써 당일 포스팅을 당일에 하는 날이 와버렸다.


거의 3개월동안 밀린 포스팅만 했었는데... 라파즈에 있으면서 오래 쉬다보니 포스팅을 다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일도 없으면서 매일 포스팅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집에 계신 할머님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매일 보고하는게 가장 크고,


두번째는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다.


진희랑 함께하기 때문에 그나마 나태해지지 않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이라는게 2개월정도만 지나면 한국에서의 생활과 별반 다를게 없기 때문에


나태해지기가 쉬운데, 이렇게 매일 포스팅을 하면서 나름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곧 라파즈를 떠나 우유니평원을 향해 갈 예정이다.


우수아이아(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마을. 실제 남극과 가장 가까운 곳은 칠레에 따로 위치하고 있다.)만 가면


남미에서 가고자했던 곳은 모두 가보는 셈이다.


여행 떠나온지도 거의 3개월이 다되간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