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3시쯤에 숙소에 도착해서 계속해서 쉬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니 몸이 좀 풀리는거 같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계속해서 쉬었다. 와이나 포토시에 올라갔다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냥 내리 잠만 잤다.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악기 하나쯤 들고 다니는 사람을 꽤 많이 볼수 있다.


보통 그 나라 민속악기를 사던가, 아니면 미니기타, 우클렐레 같은걸 많이 들고 다니는데...


음악적 감각은 커녕 음악시간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악기는 관심밖 물건이었다.


그러다가, 음악 하시던 형님을 만났는데 이 동네 악기가 저렴하고 좋은 편이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궁금한 마음에 악기들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우리는 남미의 전통악기. 짜랑고를 사게 됐다.


이제 남은 여행은 짜랑고와 함께 해야지.ㅎㅎㅎ





악기 사러 돌아다니다 최종논의를 위하여 들어간 밥집.


저렴한 이 음식을 먹으면서 짜랑고를 살것인지 말것인지 고민했다.


한국에서 1년간 기타를 배운 진희는 사도 괜찮을것 같다고 했고,


기타라고는 군대 말년때 몇번 쳐본게 전부인 나는 긴가민가 했다.


하지만 고속터미널 쇼핑여왕 진희의 명언에 따르면,


"살까 말까 고민되는게 있으면 사는게 진리" 라고 해서 바로 질러버렸다.


350볼. 우리나라돈으로 6만원정도 되는 전통악기다.


살까말까 고민하던 내가 짜랑고를 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면 짜랑고 악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음색이 너무 좋았다.


물론 그 사람들이 치니까 좋았겠지. 내가 치면 고무줄 튕기는 소리만 난다.





우리숙소 바로 뒤쪽편에 있는 주술용품을 팔던 마녀시장은 예전과는 다르게 그냥 관광객 전용 쇼핑거리로 변했다.


여행사와 기념품 등만 가득한 이 거리에서 우리는 짜랑고를 샀다.


아직까지 코드 하나 제대로 못 치지만, 나중에 아프리카 갈때쯤이면 흑형들과 합주를 할수 있겠지.


내 희망사항이다.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먹게 된 길거리 햄버거.


가격은 3볼인가... 대충 500원정도.


큼지막한 소고기와 야채를 넣어주는데, 맛은 그냥 500원어치 맛이다.


이거보다 아침마다 먹는 살떼냐라는 음식이 훨씬 맛난거 같다.





밤에만 피어나는 화려한 장미. 야시장을 구경하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드라마가 보였다.


분명 화면에는 김남주씨가 얘기하고 있는데, 나오는 소리를 스페인어였다.


정식수입된거 같진 않고, 그냥 우리나라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에다 스페인어 더빙을 입힌거 같다.


이렇게 남미에서는 불법DVD를 길거리에서 많이 팔고 있는데,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남미에서는 우리나라 프로그램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다.


스펀지도 봤고, 이렇게 드라마도 많고, 특히 권상우씨, 최지우씨 주연의 천국의계단이 인기가 많은거 같았다.





우리속소 반경 200m정도는 전부 이런 야시장이다.


화장품부터 시작해서 옷, DVD, 자물쇠, USB메모리 등등.. 없는게 없다.


어서 몸이 나아야지 이 물건들을 전부 쇼핑하러 다닐텐데...


와이나 포토시의 휴유증인지 그냥 피곤해서 그런건지 4일이 지난 지금도 몸상태가 메롱이다.





이게 바로 남미 전통악기인 짜랑고다.


원래 현악기가 없던 남미에 스페인의 기타 비슷한 전통악기가 전파되면서,


남미사람들이 입맛에 맞게 바꿔버린 악기인데,


기타보다 좀 고음의 음색이 특색이다.


가장 큰 특색은 줄이 10줄이라는점... 5개의 줄인데 한줄만 2개의 줄이 연달아 붙어 있어서 총 10줄이다.


진짜 짜랑고는 기타만큰 큰거 같은데, 이건 여행을 위해 제작된 미니 짜랑고인듯 싶다.


전문가용은 2천볼(우리나라 돈으로 40만원정도)이 훌쩍 넘는다.


물론 음색도 매우 청량하고 좋다. 


우리는 그냥 교육용도 아닌 여행용. 말 그대로 기념품처럼 생긴걸 샀다.


어차피 못 치는데 전문가용 교육용이 뭔 상관이여. 그냥 인증샷만 찍으면 됐지.




이날 짜랑고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가게에서 같이 준 책을 보고 연습중인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들긴다. 프랑스인인거 같은데... 갑자기 우리 짜랑고를 가리키며 뭐라뭐라 한다.


뭔 얘긴가 했더니, 튜닝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거 같은데 자기가 튜닝 좀 해줘도 되냐고 한다.


"킁? 가게 아저씨가 튜닝 해줬는데요?" 라고 했더니,


무슨 기계를 가져오더니 잘 보라면서 튜닝이 제대로 안됐다고 한다.(튜너 비슷한 기계인거 같다.)


그래서 짜랑고를 줬더니, 열심히 줄을 튕기면서 튜닝을 해준다.


튜닝을 끝마치니 음색이 한결 나아졌다... 오... 프랑스인중에 이렇게 도움 되는 사람도 있다니...


고맙다고 매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습중이다.



짜랑고 없을때는 숙소에서 할일 없을때 아이패드로 게임하든가 인터넷 하든가 둘중 하나였는데...


악기가 하나 있으니 여행이 좀더 풍족해지는 기분이다.


이제 여행중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원래 스페인 가기 전까지 스페인어로 의사소통 가능한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아프리카 가기 전까지,


합주가 가능한 수준까지 연습하는게 목표다.


나중에 잘 치게 되면 동영상 한번 올려줄게.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