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는 오롱고 분화구를 비롯한 섬 왼쪽아래를 돌아봤다면... 오늘은 채석장을 비롯한 섬 오른쪽을 돌아보는 날.


물론 모든 일정은 진희가 다 짰다.


진희가 인터넷에서 이스터섬 정보를 구하는 동안, 나는 수동차량 운전방법을 찾아봤다.


운전을 글로 배웠다.





채석장을 목표로 달리다가 중간에 만나게 된 아카항가.


이스터섬 안에서의 이동은 별거 없다. 그냥 삼각형 모양의 섬이니까 각 꼭지점을 향해 열심히 달리다가,


중간에 저런 표지판들이 보이면 들어가서 구경하면 된다.


들어가보면 둘중 하나다.


모아이상 아니면 동굴.





우리가 도착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동굴인가.. 또 땅굴로 들어가야 되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모아이들이 다 자빠져있다.


사진으로 보면 왼쪽에 자빠진 모아이들이 보이고... 오른쪽 멀리에도 좀 보인다.





오른쪽이랑 왼쪽이 비슷해 보이길래 왼쪽만 갔는데...


가보니 이렇게 모아이들이 전부 넘어져 있다... 


사진 오른쪽의 빨간 돌들은... 저 모아이들의 모자였나보다.



모아이는 부족간에 경쟁적으로 세웠고, 그 부족간 싸움에서 지면 진 쪽 모아이를 저렇게 무너뜨린다는 가설이 있다.


이거 보기 전까지만 해도, 모아이 모자에 홈이 파져 있는줄 알았다.


모자에 홈을 파서 모아이 머리에 고정시킨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평평한 돌을 모아이 머리 위에 올려놓은 거다...;;;;


저걸 뭔수로 균형을 잡았는지.. 어떻게 올려놨는지 모르겠다.





직접 볼땐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뭔가 이상하네.


모아이의 머리부분이다... 


이게 지진으로 무너졌는지 사람이 무너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있으니 좀 슬프다.


엄청 힘들게 저 멀리 채석장부터 옮겨와서 이쁘게 세워놨는데... 어느날 무너졌어....





그 다음에 간 곳은 아후 통가리끼. 


이스터섬의 이름은 전부 이렇게 통가리끼 스럽다... 다들 무슨 뜻이 있긴 있을텐데. 가이드가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다.


이번에 마추픽추 다녀오면서 느낀건데... 가이드 끼고 하는 투어도 생각외로 괜찮다.


괜히 간지나는 배낭여행객이라고 무조건 혼자, 무조건 싸게, 무조건 오래. 다니는 것보단.. 가이드한테 설명 좀 듣는게 나은듯...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외로운 모아이 하나가 서있다.


자기 친구들은 다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일렬로 서있는데.. 얘는 왜 여기 있는거지...


여기도 일본이 도와줘서 복구한 곳인데...


일부러 이렇게 복구를 한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있었던건지 모르겠다.





위의 모아이에서 본 다른 모아이들이다.


여기는 이스터섬에서 가장 많은 모아이가 일렬로 늘어서있다. (채석장 제외)


그리고 일출 포인트로 가장 좋은 지점이기도 하다.


내일 새벽에 일출을 보려면 밤길을 달려 이곳에 도착해야 하는데...


도로 사정이 안 좋은 관계로 미리 한번 탐방 와본 셈이다.





모아이상 옆쪽에는 이렇게 모자들도 일렬로 세워져 있다.


어떤게 누구의 모자인지 몰라서 복구를 안한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이스터섬은 모르겠는거 투성이다.


내가 알면 세계7대 미스터리가 아니겠지....





15개의 모아이다.


크기도 다 제각각이다... 생긴것도 다 제각각이다..


무슨 의미지... 추장 얼굴일꺼 같기도 하고... 그냥 뭐 가족들인거 같기도 하고...


하나의 모아이만 모자를 쓰고 있고... 또 중간에 이상하리만큼 큰 모아이도 있고...


인터넷 아무리 뒤져도 자세한 설명이 안 나온다.





역시 유적지는 큰게 최고지. 


가장 큰 모아이상 앞에서 찍은 사진. 잘 보면 모아이들도 모두 손이 달려있다.


그리고 다들 앞이 아닌 약간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이다.


이거 쭉 보면서 느낀건데... 이왕 이렇게 크고 힘들게 만들거면 좀 세밀하게 만들지... 왜케 대충 만들었을까...


아니면 뭔가 엄청나게 장식을 해댔는데 시간이 흘러 다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오른쪽 아래 외국인들과 보면 모아이들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무식하리만큼 큰 돌을 왜 세웠지. 아, 궁금해서 잠이 안오네.


사실 나도 이스터섬 오기 전까지 모아이에 대해서 아는거라곤, 가끔 뉴스나 인터넷에 나오는게 전부였는데...


여기 와서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됐다.


역시 가장 쇼킹한건. 모아이상은 외계인이 만든게 아니라는거...





여기가 오늘의 최종 목적지. 채석장이다.


정직한 이름이다. 채석장. 모아이를 만드느라 쓴 돌들은 전부 이곳에서 가져온 돌들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곳은 전부 현무암인데, 여기는 화강암 비슷한게 생긴 돌이다.


전날이나 아까 본 모아이들과는 다르게 얼굴이 길쭉하고 코도 길쭉한게 특징이다.


질리도록 많은 모아이들이 서있다.





이 모아이들은 진짜 여기 있던 모아이들인지... 아니면 복구할때 이렇게 만들어 놓은건지 잘 몰랐다.


여기를 보기 전까지는 당연히 돌을 옮겨가서 거기서 조각한 다음에 세웠다고 생각했는데...


채석장을 보면서 쇼킹한 유적을 발견했다.





내 얼굴이 쇼킹한건 아니고.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아이.


약간 삐뚤어진 모아이다.


엽서나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본 모아이 중 하나다.





이게 바로 내가 쇼크를 받은 유적.


내 뒤에 돌을 잘 보면... 모아이가 누워 있는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냥 돌을 잘라내서 조각하고 옮긴게 아니고... 그냥 돌 자체를 모아이 형태로 파낸 다음에 옮긴거다.


게다가 저기 뒤에 있는 모아이의 크기는 엄청나게 컸다.


지금 궁금해서 찾아보니 저게 이스터섬에 있는 가장 큰 모아이란다... 크기는 21.6미터.. 어마어마하다잉.





50달러짜리 입장권은 이 채석장 하나를 위해서 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실 멀리서 봐도 보이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니까 신기했다.



초딩 시절에 친구네집에 있던 세계 미스터리 모음집 같은거 보면 항상 모아이상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마추픽추, 모아이, 나스카, 피라미드, 버뮤다 삼각지대, 아틀란티스... 이런것들...


그때는 그게 어디에 있든지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나는 못갈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왔다. 나 이스터섬 갔다온 남자다.





여기가 어딜까.


신기하게도 저 채석장 바로 뒤편이다..;;;


채석장이 분화구의 겉부분이고, 안쪽 부분은 이렇게 색이 다른 사암?... 약간 잘 부숴지는 재질의 돌들로 되어 있다.


이 돌들은 잘 부숴지기 때문에 함부로 올라가거나 만지면 안된다.


가까이 가면 주변 어디선가 숨어서 자던 관리인이 나타나서 호루라기를 분다.





채석장이 있는 산의 분화구 모습이다.


여기도 잘 보면 오른쪽 멀리 모아이들이 서 있다.


여기 살던 사람들은 그냥 마구잡이로 모아이를 막 세운거 같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걸 막 세운거지?





채석장 투어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간 곳은 바로 해변가.


이스터섬에서 가장 유명한 바닷가로 향했다.


화산섬이라 바닷가 대부분이 현무암 절벽인데 이곳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스터섬인데... 모아이가 빠지면 아쉽잖아?


해변가에도 어김없이 이렇게 모아이가 서있다.


이거 찍을때는 수영할 생각에 들떠서 모아이가 눈에 안 들어왔는데, 지금 보니 모자 모양이 다 다르네???





모아이쪽에서 본 해변가의 모습이다.


정말 햇살이 미친듯이 내리쬤다.


하지만 수영에 대한 나의 열정은 스피건에 찍히지 않는다.





오른쪽이 모아이들이고, 왼쪽이 수영하는 곳이다.


저 중간 산 왼쪽 아래 부분에도 모아이가 서있다.


이정도면 사진으로 봐도 질릴 정도다... 뭐 이건 아무데나 막 세워놨어.





사진 가운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어깨가 좁고 머리가 큰 모아이가 바로 나다.


많은 관광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이스터섬은 스쿠버 다이빙으로도 유명한데,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물속에 있는 모아이상을 볼 수 있다!!!


그 모아이가... 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만들었다는 소리도 있고... 진짜 모아이라는 소리도 있다.


한번 보고 싶긴 한데... 스쿠버 다이빙을 못하는 관계로 스킵.





숙소로 돌아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은 희한하게도 아침 날씨는 꾸리꾸리하고 밤날씨는 좋았다.


덕분에 멋진 석양을 3일 내내 볼 수 있었다.





내가 밥하는 동안 진희가 찍은 석양 사진이다.


필터라고는 UV필터만 끼우고, 아무런 보정작업도 거치지 않은 원본 사진이다.


정말 이쁜 석양이다.





이스터섬의 마지막날 밤이다.


3박4일 일정이 아쉬울 정도로 멋진 일몰이다. 그리고 멋진 섬이다.


혹시라도 남미 여행중에 이스터섬을 갈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무조건 추천해 드리고 싶다.


사실 모아이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제주도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모아이를 한번 보고 싶다면... 그리고 쿠바보다 멋진 섬을 찾는다면 아마도 이스터섬이 답이 아닐까 싶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못 가봐서 모르겠다.ㅎㅎ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