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1. 15:22

벌써 3번째 얘기하지만, 우리가 와라스라는 조그만 마을에 오게 된건 100% 69호수 때문이었다.


69호수. 


이름이 왜 69호수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설들이 있지만.. 내가 봤을때 가장 유력한건 69번째 호수라서 69호수라는 점이다.


와라스 주변에는 만년설이 쌓인 산들이 많다보니.. 중간중간에 많은 호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호수가 너무 많아서 번호로 관리하다보니.... 69번째 호수. 69호수가 생겼단다.


믿거나 말거나.





아침 6시에 우리 숙소 앞으로 투어차량이 도착했다.


KOICA단원 2분을 포함해서 한국인은 총 6명. 


역시 한국인은 산을 좀 좋아하는듯.



와라스에는 산타크루즈 트래킹이라고... 혹자는 남미 3대 트래킹 코스 중 하나라고 말하던데...


3박4일간 텐트 치고 온갖 군데를 돌아다니는 트래킹이 있다.


그거를 하는 사람들도 같이 차를 타고 이동했다.


아침 일찍 이동하다보니 사진처럼 중간에 밥 먹으라고 세워준다.


물론 비싸므로, 우리는 빵만 먹었음.





아침 6시에 차를 탔는데, 중간에 밥 먹고 산타크루즈 3박4일 트래킹을 위한 짐도 싣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9시가 넘어간다.





가는 길에 맛뵈기로 보여주는 얀카누코 호수다.


내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물색깔이 저렇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더 이쁜 파란색이다.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호수중에는 가장 이쁘지 않을까 싶다.





얀가누코 호수가 주목적지가 아니므로, 여기에서는 5분정도밖에 시간을 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인증샷만 빨랑 찍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라는 가이드님의 배려가 돋보인다.





이렇게 작은 봉고에 사람을 가득 싣고 69호수로 향했다.


69호수 올라가는 길이 워낙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다들 긴장상태.


코스가 힘든것도 있지만...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이 가장 힘든거 같다.


투어버스도 그렇고, 공공버스도 그렇고... 와라스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4시 안으로 내려와야 된단다.


분명 어제 여행사에서는 다 내려올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랬는데.... 


같이 간 가이드가 무조건 3시 반까지 내려오란다...





9시에 입구에 도착해서.. 3시간 등반. 1시간 휴식. 2시간 하산. 을 생각했는데..


10시가 다되서야 입구에 내려준다.


중간에 휴식따윈 용납할 수 없는 시간. 


여행사 직원이 말하기를.. 페루 사람들은 1시간이면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코스라 했다.


직접 걸어본 이상. 1시간은 좀 오버고.... 쉘파 정도 되는 등산실력을 가지면 2시간이면 갈꺼 같긴 했다.





69호수로 올라가는 길은. 총 3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평지 - 오르막 - 평지 - 오르막 - 평지 - 죽음의 오르막.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위의 사진은 가장 처음에 나오는 평지.


여기서 슬슬 긴장의 끈을 풀어놓으며... 앞으로 다가올 오르막은 까맣게 잊고 희희락락 거리면서 사진을 찍는다.





앞에도 산이 있고 뒤에도 산이 있고...


주변에 소가 많아서 소똥만 많은거 빼면 다 좋았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게 아니고... 그냥 계속 오르막과 평지만 있다.


오르막은 여느 산길처럼 갈지(之)자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냥 계속해서 한길로만 걸어가면 된다.





앞에 보이는 놈들은 이스라엘 놈들이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가던 한놈이 이상한길로 올라간다.


딱 봐도 之자 길을 무시하고 정상쪽으로 일자로 올라가는 지름길....


빠르긴 하겠지만 내 허벅지가 터져버리겠지.



하지만 이스라엘놈이 도발을 했고, 비록 동원 훈련은 끝났지만 예비군 훈련이 남은 본인의 개구리 마크가 꿈틀거려서


배틀이 붙었다.


이스라엘 예비군과 대한민국 예비군은 둘다 지름길 끝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숨 차고 + 허벅지 아프고 해서... 다른 일행들 올때까지 앉아서 쉬었는데도 숨이 가빴다.





사진 중간 왼쪽에 보이는건 폭포다.


저 위에 있는 만년설들이 녹아서 호수로 내려오고... 그 호수에서 나오는 물들이 저렇게 폭포를 만든다.


이게 아마 두번째 오르막에서 찍은 사진 같다.





올라갈때는 이게 몇번째 오르막인지 모르고 막 올라갔는데...


올라가서 보니까 이런 호수가 하나 있었다.


아무리 봐도 69호수는 아닌거 같은 이 호수는... 페이크용 호수다.


여기서 힘이 빠져서 더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





다시 펼쳐지는 평지.


왼쪽으로 가면 69호수고... 오른쪽으로 가면 다른 호수가 나타난다.


생각보다 진희가 잘 걸어서 깜짝 놀랐다.





69호수는 해발 4600미터인가.. 4900미터인가에 자리잡고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을 3시간 넘게 걸어올라가기 때문에 고산병이 오기도 쉽다.


실제로 중간쯤에 발길을 되돌리는 외국인도 많이 있었다.





마지막 오르막.


길을 헤매는 바람에 한국인 4명이 서로 다른 오르막으로 올라갔다.


햇볕때문에 더운데... 또 바람은 춥고... 걷느라 숨찬데.. 시간 때문에 쉴수는 없고...





여기쯤 걸으면서 생각했다.


'망할 안나푸르나는 여기에 비하면 올레길이었구만....'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도 안나푸르나가 여기보단 힘들었던거 같다.





쩌어어어기 뒤에 보이는게 69호수가 아닌 다른 호수다.


69호수는 아름다운 물색깔로 유명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저쪽으로는 아무도 안갔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지팡이 짚고 올라가는 진희다.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니 호수가 나타났다.


정말 만년설 바로 아래 위치한 호수였다.


4600미터급이라 그런지 주변에 식물들도 별로 없고... 돌무더기만 가득했다.





이게 바로 69호수.


사진으로는 잘 모르는데... 직접 보면 파워에이드 마운틴블라스트 였나.. 그 색깔과 똑같은 색이다.


고산지대라서 오전에만 날씨가 좋고 오후부터는 비가 오기 일쑤라...


최대한 12시 전에 올라와서 보고 내려가야 되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시.


3시간동안 걸어 올라왔다. 이거 하나 볼라고.





사진 중간쯤에는 폭포도 있다.


만년설이 녹아서 내려오는 폭포다.


가끔 눈 자체가 물이랑 같이 쏟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장관이다.





힘들어서 한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었지만... 그래도 사진 잘 나오는 장소를 찾아서 이동중.


꽤 많은 외국인들이 호수 근처에서 낮잠도 자고 라면도 끓여먹고 빵도 먹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버너랑 주전자 들고와서 라면 끓여먹던 이스라엘 여행객이 최고였던거 같다.





제일 위에는 설산. 그리고 돌산. 그리고 호수.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느껴지는 호수였다.


왜 다들 69호수, 69호수 했는지 알꺼 같다.





가장 놀라운건 진희가 제일 튼튼했다는 점.


2007년 이후로 5년간. 안나푸르나 다녀왔다고 자랑했는데...


이제는 그만 해야 될때가 온거 같다.


진희가 나보다 더 잘 걷는거 같다.





참고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4160미터고... 저기는 4600미터다.


난 작은 배낭이 없는 관계로 저렇게 옆으로 매는 가방을 들고 갔는데..


마지막쯤 되니까 어깨가 아파서 후회막심이었다..


그렇다고 배낭을 사자니 짐 될꺼 같고... 고민중이다.





내려가야지 내려가야지 하면서도 계속 못 내려가고 물구경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 찍어야지 이 물색깔이 제대로 나올까... 고민하면서 계속 찍어댔는데...


카메라가 후진건지 내가 후진건지... 결국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여하튼 저 물색깔은 파워에이드 색깔과 똑같습니다.





다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고산병이 아닌 다음에야 다들 올라온다는 69호수.


개인적으로 멀미 안하고 토 못하는 내 체질에 감사하고 있다.


더불어 멀미 잘하고 토 잘해도 나보다 튼튼한 진희에게도 감사하고 있다.





저기 사진 아래 다른 관광객들이 보인다.


이상하게 낮잠 자는 애들이 엄청 많았다. 일광욕을 하는거였나...


짧고 굵게 트래킹 하기 좋은 곳. 69호수.





1시간 가량을 놀고... 2시쯤 되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올때 3시간 걸렸으니 내려갈때 1시간 반이면 되겠지 싶어서 내려간건데...


우리는 하산 속도가 느렸다..;;;;


결국 등반은 거의 선두로 했는데... 내려가는건 꼴찌.ㅎㅎㅎ





아까 페이크호수라고 했던 호수가... 저기 사진 중간쯤에 보인다.


무식하게 오르막만 있는 코스라서 그런지... 내려갈때도 무식하게 내리막만 있다.


난 나름대로 빨리 내려간다고 내려갔는데... 다들 어떻게 그리 빨리 내려가는지 잘 모르겠더라.


내 다리가 짧은건가.





귤 2키로를 들고 올라갔는데...


하산이 끝날때쯤에는 거의 다 먹어버렸다.


중간에 배가 고파서 좀 힘들었는데... 혹시 가실분 계시면 빵이라도 좀 싸가세요.


우리는 소화 안될까봐 귤이랑 초코바만 들고 갔는데...


소화 안되는게 배 고픈것보단 나을꺼 같다.





오후가 되면서 점점 하늘에 구름도 많아지고 날씨도 꾸물꾸물해진다.


69호수쪽도 점점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저 뒤쪽에 보이는 산도 뭔가 유명한 산이라던데...


이 근방의 산들은 대체로 5천미터~6천미터급 산들이 많았다.


저런곳 올라가는 투어도 몇개 있었는데... 가격도 비싸고, 힘들거 같아서 안갔다.





이렇게 높은 꼭대기에 사는 소들.


우리가 추측하기로는... 그냥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사는 소인거 같다.


소도 올라오는 이런길을 헥헥 대면서 올라왔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얘네는 원주민일꺼야.





노출이 이상하게 됐는데... 저 위에 구름들이 몰려든걸 볼 수 있다.


여행사에서도 오후 되면 비 올꺼니까 방수쟈켓을 들고 오라고 했다.





고산지대의 풍경이 멋진 이유 중 하나는.


구름과 산이 가까워서 산에 구름 그림자가 비친다는 점이다.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이것보다 10배정도는 더 멋졌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차 바퀴에 펑크가 나서, 4시쯤 출발한 차는 8시가 다되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걷느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힘들게 올라간 보람이 있는 호수였다.


69호수.


앞으로 여행하면서 마추픽추도 올라갈테고... 프랑스에서 트래킹도 할테고...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도 돌아볼테지만...


나름 호수중에는 가장 멋지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도와 티벳에 걸쳐있다는 판공초와 69호수 중 어떤게 더 멋질지 궁금하다.


마지막에 시간되면 가봐야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