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7-Peru2012. 5. 31. 11:00

누군가 말했다. 남미여행 일정의 절반은 이동시간이라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돈 없는게 죄라고.


두개가 합쳐진 우리는. 닥치고 야간버스.


남미의 야간버스는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안 타고는 여행할 방법이 없었다.


비행기가 최적이긴 하지만.. 남미는 비행기표가 이상하리만큼 비싸다.


독점인 지역이 많아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여하튼 우리는 야간버스를 탔다.





꾸엔까에서 탄 버스가 새벽 1시가 좀 지나서.. 갑자기 멈춘다.


버스를 갈아타야 되는거 같길래 내려서 짐을 앞버스로 옮겼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잘 안 알려준다. 이럴땐 눈치껏 행동해야 된다.


잽싸게 앞버스로 짐 옮기고 자리를 맡고보니 출국사무소인거 같다...


운전기사에서 출국사무소냐고 도장 찍어야 되냐고... 손짓+발짓+마임으로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출국사무소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에콰도르쪽 출국 + 입국을 담당하는 사무소였는데...


이상하게 줄이 안 줄어든다.


물어봤더니 시스템이 고장나서 기다려야 된단다.


언제까지?


그런게 어딨나. 여기는 남미. 느긋하다. 낙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일이 발생했으면 지금쯤 외교부장관 불러내라고 난리를 쳤을텐데...


여기는 남미. 그냥 기다린다. 될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여기서 새벽 5시까지... 4시간정도 기다린거 같다.


하지만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 공무원 하기 좋은 나라다.





겨우겨우 출국도장을 받고 버스를 갈아타고 페루로 넘어왔다.


어디가 국경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페루쪽 입국사무소에 내렸다.


이번에는 어떤 아저씨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다 알려준다.


입국카드에는 뭘 적으라는등.. 볼펜도 빌려주고 길도 안내해주고...


오... 페루 공무원은 친절하구만. 뭔가 달러.


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이 사람들은 팁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약간 호구처럼 보이는 외국인에게 접근해서 펜 빌려주고 줄 세워준 다음에 팁을 요구한다.


누군가 볼펜 빌려준다 그러면 됐다고 하는게 돈 아끼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정말 큰 팁 하나.



페루랑 에콰도르 국경지역에는 귀뚜라미인지 매뚜기인지 모를 괴생명체가 엄청나게 많다.


정말 줄 서있다보면 검지손가락만한 곤충들이 마구마구 날아다니고 머리에 붙고 몸에 붙고 다리에 붙고 난리다...


곤충 싫어하시는 분은 대비 좀 하고 가는게 좋을듯.





겨우겨우 피우라에 도착했다. 


우리의 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우리는 다시 뜨루히요를 통해 와라스까지 가야했다.


하지만 우리는 페루돈이 없었다. (페루는 솔이라는 단위의 돈을 씀)


버스터미널에서 물어봤더니, 갑자기 택시기사 한명을 소개 시켜준다.


환전소까지 가는거 + 뜨루히요 가는 버스 터미널 가는거. 해서 6솔에 해준단다.(대략 3천원)


피우라는 정말 더웠다. 콜롬비아부터 고지대에 있던 우리는.. 갑자기 내려온 저지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너무 더워서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너무 급하게 일이 진행되는게 불안해서 찍어둔 택시사진.


택시기사가 보는데 찍은 이유는.


"누구든 나를 건들면 아주 그냥 뭐된다는 경고의 메세지"였다.


근데 택시강도보다 더 쇼킹한 일이 발생했으니... 그것은 바로


위조지폐.





우리가 에콰도르에서 목숨 걸고 뽑은 돈중에 위조지폐가 섞여있었다.


분명히 은행 ATM기를 통해서 뽑았는데... 그 중 한장이 위조지폐였다.


환전소에서 안 바꿔주길래... 왜 안 바꿔주나 해서 다른곳에서 시도해봤더니... 위조지폐란다.


헐.. 님하. 왜 이러세요. 저는 호구가 아닙니다. 장난은 이제 그만.


그리고는 은행으로 가서 쿨하게 바꿔달라 했더니. 기계까지 동원해서 위조지폐임을 확인시켜준다.


.........


28년간 살아오면서 난생 처음으로 위조지폐를 봤다.


원래 같으면 은행에서 신고해야 되지만... 내가 기념품으로 갖게 달라고 했다.


남자직원이 조용히 하고 그냥 가져 가라고 해서 입 다물고 기념품 삼아 가져왔다.


20달러짜리 위조지폐.... 위조지폐라고 듣고난 다음에 보니 진짜 위조지폐 같았지만...


그냥 얼핏 보면 절대 구분하지 못할만큼 정교했다.





멘붕에 빠진 우리를 구해준 도시락.


돈이 없는 관계로 길거리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다가 버스터미널에서 먹었다.


페루는 이상하게 공용터미널이 없고....


그냥 버스회사마다 터미널을 따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버스회사마다 가는 도시, 시간이 다 다르므로.... 버스 이용하는데 좀 불편함이 따른다.





우리가 이용한 버스는 LINEA버스.


고급스럽고 안전한 버스다.


이런 버스회사가 10개도 넘게 도시 곳곳에 깔려있다.


보통 한군데에 모여있기는 하지만... 몇개는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여하튼 버스 타기 전에 항상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은 필수다.





멘붕에 빠진 모습.


정말 위조지폐의 충격은 오래 갔다.


근데 나중에 들어보니 ATM기에서 위조지폐가 나왔다는 사람이 또 있었다.


더 놀라운건 그 사람의 위조지폐는 크기 자체가 달랐단다.


에콰도르의 ATM기는 무슨 기준으로 위조지폐를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아예 판단하지 않는거 같다)





남미에서 고급버스는 보통 2층버스다.


우리는 2층의 가장 앞자리에 탔는데... 덕분에 이렇게 전망이 좋다.


영국에서 2층버스 탔을때처럼 왕이 된 듯한 그런 기분.





으잉.


내가 아는 페루의 이미지는 정글이었다.


캄보디아 같이 정글을 헤치다보면 돌무더기가 나오는 그런 이미지였는데...


끝도 없는 사막이 펼쳐졌다.


아랍사막 같은 고운모래는 아니었고... 애리조나 사막 같은 그런 터프한 사막이었다.





지옥의 까하스 국립공원에서 만신창이가 된 신발을 말리는 모습.


나는 그나마 겉에만 빨았는데.. 진희는 완전 다 빨아서 이렇게 말릴 수 밖에 없었다.





뜨루히요 갈때 지나치는 치클라요라는 도시.


어제 밤에 출발해서.. 오늘 하루종일 버스에만 앉아 있는 셈이다.


이제는 멜론100곡도 지겹고... 게임도 지겹고... 책 읽는것도 지겹다.


엉엉... 가장 싫은건 몸에서 군내가 난다는 것.


나름 신혼인데.. 서로 볼꼴 못볼꼴 다 보고 있다.





뜨루히요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밤이었다.


이제 여기서 다시 와라스 버스를 타고 내일아침까지 달려야겠지. 


나름 고급버스라서 화물도 이렇게 공항처럼 내려준다.


근데 우리의 야심작. 배낭커버가 만신창이가 되었다. 새로 이어붙인 부분은 튼튼한데...


원래 가방에 달려있던 커버가 레인커버 수준이라서 조금만 잡아당기면 다 찢어지고 있다.


하루 빨리 청테이프를 들고 다니는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



얘기를 들어보면, 아르헨티나에 가면 55시간 버스도 타야 된다 그러고, 2박3일 버스도 있다 그러고... 뭐 별 얘기가 다있지만,


확실한건 남미에서 육로이동을 하다보면 엄청난 이동시간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건.


아무리 버스시간이 길고 힘들다 해도... 인도 북부 버스에 비하면 천국이라는 점.


그래서 그런지 난 아무런 불평도 없고 의자가 뒤로 젖혀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타고 있다.


이래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감사한줄 안다고 본다.




지금은 나스카. 좀 있다가 리마로 간다.


오늘밤도 야간버스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