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4. 21. 00:01

맥간을 떠나, 마날리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한 곳에 오래 못 있는 우리는 언제나 이동이 빠른 편이다.


좋게 말하자면,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흔히 말하자면, 그냥 아무생각 없이 무브무브 하는 스타일이다.





한국 갈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점점 한국음식이 땡긴다.


(뭔 상관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찾아간 곳은, 코리안 리 카페?...



분명 예전에는 없었던 곳 같은데 요즘엔 좀 핫플레이스인 모양이다.





근데 생각외로 현지인 분들이 많이 계셨다.


한국인은... 한두분 있었던거 같은데,


인도여행자의 특성상 서로 아는척을 잘 안한다.



인도 여행하면서 만나는 한국분들은 보통 에고가 대단해서,


서로의 영역을 잘 침범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나는 나. 너는 너. 먼저 아는척하면 지는거다.


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니면... 이제는 더이상 한국인이 보여도 전혀 낯설지 않을만큼 대중화된 여행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육덮밥과 비빔밥을 시켜서 신나게 쉐킷쉐킷.


해외에서 먹는 한식은 언제나 맛있다.


난 요새도 가끔,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먹었던 환타님이 만들어주신 닭도리탕이 생각난다.



창피하게도 이탈리아인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긴 했지만,


이상하게 생각나는 맛이다.



여하튼.... 우리가 이날 이곳에 간 이유는, 다음 목적지인 마날리로 가는 버스가 밤버스였기 때문이다.


밤 9시쯤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하고나서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식당에 가서 죽치고 앉아서, 책도 읽고 인터넷 좀 하면서 시간을 때울 요량이었는데....



처음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뭔가 한곳에 오래 붙어있질 못하는 성격이다.


한국에서도 커피숍을 가도 30분 이상 앉아있어 본적이 없다.


항상 돌아다닌다.



데이트를 할 때에도 그랬다.


분명 만날때는 명동이었는데, 헤어질때에는 경복궁이다.


그냥 아무 계획이 없으니까 무작정 걸어다녔던거 같다.


그게 여행에서도 이어져서, 무진장 걸어다녔다.


뉴욕 70번대 스트리트부터... 1번대 스트리트까지 걸어가기도 했던거 같어...





몇시간 죽치고 앉아있다보니, 할것도 없고 심심하고 해서..


그냥 동네나 한바퀴 돌기로 했다.


맥간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맥간.


그리고 결혼하고 다시 오게 된 맥간.



나중에 다솜이가 크게 되면,


셋이서... or 플러스 알파와 함께 같이 오고 싶다.



여기서 처음 밝히지만, 우리 딸의 이름은 전다솜입니다.


아무도 안 궁금했겠지만, 그냥 그렇다고요.


전다솜양은 지금 패악질을 부리며 진희를 괴롭히고 있습죠.


그리고 저는 혼자 서울에서 맥주를 삐리빠라삐리뽕을 하며 이 글을 쓰고 있고요.


헤헤.


헤헤. 좋아.





맥간의 풍경.


생각외로 꽤 더웠었던거 같다.



그립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와서 이렇게 다시금 쳇바퀴 안으로 들어올줄 알았다면,


여행에 좀더 집중할껄...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맥간에 있던 이때쯤부터...


한국 취업시장 사전탐색이라는 명목하에, 취업 사이트를 겁나 찾아봤던거 같다.



왜 그랬을까.


겉으로는 한없이 쿨한척 했지만, 내심 쫄렸던 모양이다.





언젠가 다시 보게 될 맥간의 풍경.



가끔 주변사람들이 묻는다.


어디 여행가면 좋겠냐고, 한곳만 추천해달라고.



보통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는 동남아쪽은 별로 안 내켜하기 때문에,


나는 북인도나 네팔을 추천해준다.



나 역시도 지금 휴가를 쓰고 어디 갈래? 라고 물어본다면,


주저없이 


하와이요.


하와이 짱임.


꼭 가보셈. 두번 가셈. 하와이 천국임.





동네도 한바퀴 돌았는데... 여전히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숙소로 돌아와서 죽치고 앉아있기로 했다.



숙소 레스토랑에서 마신 이것은...


애플 비어. 사과 맥주다.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냥 사과쥬스에 알콜 섞은 맛이었던거 같다.



참고로 북인도쪽은 사과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세계 사과 품질경연대회에서 2등 한 사과가 바로,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마날리에서 생산되고 있음.


(1등은 뭔지 모름. 대구가 아닐까 싶다.)





여행 떠나온지 1년 넘은 간지나는 여행자 포스 좀 풍김?


저때는 면도를 안해도, 머리를 안 깎아도..


똑같은 옷을 일주일동안 입어도... (눈썰미 있으신 분은 아셨겠지만, 맥간에 오고나서부터 계속 저 옷만 입었음.. :$)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눈치 볼 필요도 없었는데...


가끔 저때가 그립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루를 보낼수 있던 저 때가 말이다.





이제 슬슬 밥을 먹고 버스를 타러 가야지.


그래서 시킨 피자.


정말 정직하게 치즈가 듬뿍 올라가 있다.



얍삽하게 겉테두리를 두꺼운 빵으로 감싸지도 않은,


순수한 피자다.





그리고 요건...


뭔가 표고버섯이랑 감자로 끓인 국 같은건데 꽤 맛있었다.



아... 기억났다.


내가 먹었던 외국음식중에 가장 맛있었던건,


동유럽 전통음식인 굴라쉬였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브라질에서 먹었던 빼이죠아다.


이 두개가 가장 맛있었던거 같다.





밤버스를 타러 나와서 본 맥간 시내에 있는 사찰.


저 네온사인은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찰에 파란색 네온사인이라니.ㅋㅋㅋ




뭔가 작품사진처럼 나와서 흡족한 사진.


이렇게 우리는 맥간을 떠나 마날리로 향했다.




참고로 2007년의 얘기를 해보자면...


우리는 맥간에서 단 하룻밤만 자고, 바로 로컬버스를 타고 마날리로 향했다.


정말 말도 안되게 좁고 딱딱한 좌석에 앉아서 밤새 달렸었는데...


너무나도 힘들었었다.


난 키도 큰편이 아닌데다, 다리도 긴편이 아닌데... (사실 그냥 키 작고 다리 짧음.)


좌석이 너무 좁아서 제대로 앉을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2X3 버스였음... 그니까 2명좌석이 있고, 통로 있고 3명좌석 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그 2명, 3명 좌석이 양철판으로 이어진 좌석이었다는거...


이때 정말 밤새도록 이러다가 내 다리가 끊어지든지, 정신이 끊어지든지 하겠다 라는 생각만 하면서 버텼던거 같다.



인도에서 해발 6천미터가 넘는곳을 버스로도 넘어봤고,


아프리카에서 빈대에 뜯기면서 30시간이 넘는 버스도 타봤고,


이집트에서 화장실 바로 앞에서 양쪽 코에 휴지를 틀어막고 밤새 기차도 타봤는데...


내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버스와 기차 모두 인도가 차지했다.



그만큼 인도는 정말 인크레더블한 나라다.


무엇을 상상하든 항상 그 이상을 선사해준다.


뭔가 색다른 경험이 하고 싶거든... 인도로 가보세요.


득도를 하거나,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건 모르겠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는 전혀 다른 당신을 만날 수 있을겁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