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3. 19. 22:55

우리가 리쉬께쉬로 간 이유는 이러했다.


바라나시의 미칠듯한 더위에 나는 잠을 제대로 못 이룰 정도였고, 아무리 봐도 바라나시에서는 할게 없다.


영적인 그 무엇도 못 느끼겠다.


그래. 그럼 우리 인도에 온 목적인 맥그로즈간지나 가자!!!



그래서 바라나시에서 다이렉트로 맥그로드간지로 향하려는데...


직행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바라나시에서 리쉬께쉬로 가는 기차만 대략 20시간이다...


게다가 리쉬께쉬는 산골짜기에 숨겨져 있는 동네라서, 바라나시에서 20시간정도 기차를 타고 하리드와르라는 큰도시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정도 산길을 돌고 돌고 돌리고 돌리고 해서 가는 곳이 바로 리쉬께쉬다.



그리고 맥그로드간지는.... 흔히 맥간이라 불리우는 곳까지는


리쉬께쉬에서 버스를 타고 10시간정도 더 가야지 된다...;;


그니까 다이렉트로 바라나시에서 맥간으로 쏘면 대략... 30시간정도 쉬지 않고 이동을 해야되는데,


이제 우리에게 그럴만한 체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고로, 맥간을 가기 위한 중간도시로 택한 곳이 바로 리쉬께쉬.





에어컨 기차는 짱이었다.


역시 사람은 돈이 있고 봐야된다.


내가 누누히 얘기하지만, 배낭여행자에게 필요한건 용기도, 모험심도, 친화력도, 배짱도 아니다.


그냥 돈만 필요하다.


돈만 있으면 돼. 돈만 있으면 델리에서 뭄바이까지 택시타고도 갈수 있다.



하리드와르의 기차역은 여느 인도의 기차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벽시간에 떨어져서 그런지 좀더 한산했다는점 정도?....





너무 새벽에 떨어져서, 리쉬께쉬에 가는 버스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오잉. 


우리나라 노량진 시장마냥 사람들이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버스도 많고, 릭샤도 있고,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열었다.



역시 북인도 사람들이 남인도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한거 같다.


내 경험상 그러함.


추운 지방일수록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더운 지방일수록 사람들이 느릿느릿하다.



나는 추운곳에 있으나, 더운 곳에 있으나,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언제나 게으르다.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주구장창 달리면 리쉬께쉬로 갈수 있다.


버스를 타고 달리다보니 어느덧 해가 밝았다.


눈만 뜨면 소똥과 사람오줌과 발가벗은 사두들 (사두들 중에 고급사두들은 알몸으로 활보한다.)만 있는 바라나시에서,


뭔가 상큼한 리쉬께쉬로 오니 기분까지 상쾌하다.





보라.


어머니는 강하다.


와이프는 연애할때부터 가방 들어주고 뭐 이런거를 매우 싫어했다.


비싼 가방도 아니면서 들어준다 그러면 극구 사양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할때도 자기 가방은 자기가 들고 다녔다.


배낭사이즈부터 인도여행자라면 필수품인 저 알리바바 바지까지....


모든것이 완벽한 배낭여행자의 뒷모습이 아닐수 없다.



참고로...


버스를 타고 신나게 리쉬께쉬까지 가서, 거기서 릭샤를 타고 다시 리쉬께쉬 안까지 들어가려 했으나...


망할 릭샤가 그 안까지는 갈수 없단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걸어가란다.



얼마 안 멀거 같아서 걸어가는데.....


중간에 강이 있네?


중간에 강이 있다는 말은,


릭샤에서 내림 ->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감 -> 강을 건넘 -> 다시 신나게 오르막을 올라감.


이런 루트를 지나쳐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원래는 강을 안 건넌 곳에 숙소를 잡을라 그랬는데,


미리 알아본 숙소들이 다 거지같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저렇게 큰 배낭을 짊어지고 거의 1시간? 30분? 쯤 걸어갔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게 바로 갠지스강 상류다.


이렇게 깨끗한 강이 기차로 20시간쯤 걸리는 거리를 흘러가다보면,


어느덧 바라나시의 똥물로 변해있는거다.



이곳은 바라나시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영적인 곳이라서,


많은 수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갠지스강이랑 연관 있는 곳은 무조건 다 영적인 곳이여.





이제 숙소 잡는것따윈 일도 아니지.


이곳 저곳 눈에 띄는 숙소를 가보다가, 결국 베란다도 있고 강가도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리쉬께쉬는 전형적인 북인도의 여느 도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것이 평화로웠고 순조로웠다.


처음 와보는 도시라서... 더 새로웠던거 같다.


비록 덥긴 덥지만, 바라나시보다는 안 더웠고 동네도 깨끗했다.


모든 것이 다 해결된줄 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것이 행복했다.


밥을 먹기 전까지 말이지....





나는 배가 고팠고, 우리는 1층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시켰다.


그리고 나는 절망했다.



리쉬께쉬는.


채식주의자의 도시였다.


그러하다.


동네 전체에서 고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나가는 개를 잡아먹지 않는 이상, 치킨따위도 없었다.


그러하다.


리쉬께쉬는 채식주의자들만 사는 그런 동네였던 것이다.



식당에 가도 고기는 없음.


비싼게 아니고 그냥 메뉴 자체가 없음.


당신이 먹을수 있는거라곤,


감자, 콩, 양배추, 쌀, 옥수수, 브로콜리....


뿐이다.





어릴적부터 후랑크 소세지로 키워진 나에게,


채식따위는 정말 상상도 해본적이 없는 엄청난 모험이었다.


혼자 밥을 먹을때에도.... 정말 먹을게 없어도, 적어도 계란이라도 있어야지 밥을 먹는 나였다.


김미더 단백질. 


김미더 프로틴? 단백질이 프로틴 맞음?


여하튼...... 육류!!!!



근데 그도 그럴것이,


리쉬께쉬는 요가가 탄생한 본고장이다.


매우 영적인 곳임 -> 요가가 탄생함 -> 본래 요가는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몸으로 하는 요가 + 머리로 하는 명상이 합쳐진거임.

-> 요가와 명상? -> 평화로움 -> 채식.


이런 테크트리를 타게 된거 같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요가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오는 사람들이다.


보통 한달짜리 요가코스를 끊어서 배워가곤 한다 그러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한때 열풍을 일으킨 핫요가는,


리쉬께쉬의 더운 날씨를 따라서 만든거라고 들었음...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본래 요가는 신체적인 수련과 정신적인 수련을 통하여 신에게 다가가는 행동으로써,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요가와, 명상이 합쳐진 개념이다.



라고 인터넷에 써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저 스스로 등도 못 긁는 각목 수준의 유연성을 자랑하며,


눈만 감으면 잠이 들기 때문에 명상도 못합니다.





때 아님.


안 씻은거 아님.


아프리카의 미친듯한 태양열 + 바라나시의 쥐벼룩들이 물어서 생긴,


전형적인 인스타그램 샷이다.



어디서 커플 컨버스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마라,


이정도 발은 되야지 좋아요도 받고 그러는거다.





아침과 점심을 먹으며...


절망적인 시간을 보낸 우리는 대낮을 맞이했다.


대낮의 리쉬께쉬는 바라나시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더웠다.



그래서, 숙소에서 '그사세' - 현빈과 송혜교가 나왔던 그 드라마... 를 정주행하며 시간을 보내고,


해가 살짝 질 무렵쯤 기어나와서 동네 마실을 가기로 했다.



아무리 깨끗한 동네라도 소는 있더라.


영적인 동네라 그런지 소도 영험하게 생겼음.





이곳은 갠지스강의 상류이므로,


실제로도 많은 인도인들이 찾는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요가를 배우러 오고, 인도인들은 갠지스강의 영적인 기운을 받으러 온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렇게 물통도 판다.


이걸 사서 갠지스강의 물을 담아가서 집에 뭐 보관하고 그러는 용도인거 같다.





지나가다 마주친 원숭이조차는 영험하게 생긴 이곳이 바로 리쉬께쉬.


역광샷으로 찍어줬더니 한층 더 간지나는구만.





그리고 저 귀여운 원숭이를 모티브로 한 힌두교의 대빵신 두르가 되시겠다.


힌두교는 뭐 유일신이 아니라서, 수억개의 신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메인이 되는 신은 그리 많지 않다.


수십만개 정도?.....



여하튼 지금 보이는 두르가 라는 신은, 힘의 신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을 정도니까 꽤나 메인신인거 같다.



얼핏 보면 가슴에서 원기옥을 발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 가슴 피부를 찢어서 속살을 내비치고 있는 모습이다.



혐짤이라고? 저게 무슨 의미냐고?


모르겠음. 





그리고 이곳은 바로 2013 국제 요가 페스티발이 열리는 장소다.


우리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뿌자(바라나시에서도 매일 열리는 행사인데... 강가에서 높아보이는 영적 지도자들이 행하는 행사다.)를


보러 왔는데, 이런걸 하고 있더라고....


실제로도 꽤 많은 외국인들이 구경하러 와있었다.





미칠듯한 양키 간지.


도대체 저런 기타는 어떻게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으나,


양키들의 간지는 가슴피부를 찢는 두르가를 능가한다.


게다가 얘네는 항상 맨발이야.


게다가 항상 나시티야.


그리고 항상 채식주의자지.



여하튼 행사가 시작하기 전 이제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모습이다.



저기 앞에 이상한 호랑이를 깔고 있는 동상? 동상이 아니지... 석상도 아니고... 조형물?


뭐 그런게 보이는데,


저건 시바신이다.


그 보통 파괴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시바신인데,


힌두교에서 매우 중요한 신중에 하나라고 한다.



보통 힌두교에서는 시바, 비쉬누, 브라흐마? 뭐 이렇게 3명을 3대신이라고 하고,


그 외에도 우주의 신인 칼리도 있고, 상업의 신인 가네쉬 (그 유명한 코끼리 모양), 힘의 신인 두르가도 있고...


여하튼 어마무시하게 많으니,


그런거 좋아하시는 분은 한번 찾아보세요.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더 재밌음.


참고로 난 그리스 로마 신화 모름.




나중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실제로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 (짬 안되는 수도사들인듯...)


그리고 중간에... 잘 보면 대머리 아저씨 오른쪽 위에 빨간옷 입은 아저씨가 나타난다.


잘 보면 그 위에 간판에 있는 사람이랑 동일한 사람인데,


이 사람이 메인 수도사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사이비 교주처럼 보이지만,


나름 이곳에서는 영험한 사람인거 같다.



남의 종교에 대해서 뭐라뭐라 평할 깜냥도 안된다만, 참 대단해 보였다.


이곳에 모인 인도인들의 눈빛과 표정, 손짓 하나하나는 정말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방문한 리쉬께쉬의 첫날이 지나갔다.


바라나시보다는 아니지만, 이곳 역시 더웠으므로,


우리는 빠르게 맥간으로 향하기로 한다.


2007년 우리가 처음 만난 곳. 맥간 버스정류장으로 궈궈.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