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3. 18. 21:25

드디어 바라나시를 탈출하는 날이다.


종종 인도 여행기를 읽다보면, 바라나시의 매력에 빠져서 몇달간이나 바라나시에 머물렀다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아닌가 보다.


두번이나 왔는데도 불구하고, 두번 다 바라나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걸 보니까 이곳은 내 장소가 아닌가보다.





아침부터 깔끔하게 짜이.


역시 인도 여행을 하면 가장 좋은 점은, 간지를 낼수 있다는 점.


'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짜이부터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죠.'


라는 듯한 허세를 부리기에 인도만한 곳은 없다.



사실은 돈만 있으면.... 아니지, 돈이 없어도 아무나 올수 있는 그런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잘 오지 않는 이 나라. 인도.


흠...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뒤엎고 인도에 왔다는 것 자체로도 용감하다고 봐야 되나?...



여하튼 인도에 오면 이거 하나는 좋다.


매우 싼 물가.





딱 봐도 기름이 지글지글한 우리의 아침식사.


기차를 타야 하는 관계로,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일찍 아침을 먹었더니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머리띠는 와이프께 아니고, 내꺼임.


머리가 너무 길어져서 제어가 안되는 바람에 하나 사서 쓰고 다니고 있다.


워뗘? 간지남?





이렇게 보는 바라나시의 골목길은 참 매력적이다.


사진으로만 보면 지금이라도 당장 비행기 타고 날아가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다시 가면 난 분명 또 후회하겠지.ㅎㅎㅎ



물론, 죽기 전에 인도는 다시 또 갈거다.


1번이 아닌... 여러번... 많게는 수십번...


인도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장소이고 (와이프를 만났으니까... 더이상 특별한 장소가 나에게 있을수 있을까?)


흥미로운 곳이므로, 종종 찾게 될거다.



다음에 인도에 갈때에는 꼭 날짜를 잘 맞춰서,


바라나시가 너무 덥지 않을때 방문해서 바라나시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다가 올 예정이다.





이건 왜 찍었을까?...


아......


저 돗자리는 우리가 유럽여행할때 폴란드에서 잠시 한국에 귀국한 일이 있었다.


(처형의 결혼식 덕분에...)


그때 한국에서 들고간 돗자리인데, 매우 유용하게 잘 쓰다가 인도에서 버리게 됐다.



인도는 어차피 더럽다.


뭘 하든 더럽다. 이질 한번쯤은 걸려줘야지 인도 여행 했다고 인부심 부릴수 있는거다.


그래서 어차피 있으나마나한 저 돗자리는 바라나시에 버리고 오기로 했다.



흠...


여행하면서 느낀건데,


우리나라에서 꼭 챙겨가야 하는 물품은,


1. 은박 돗자리.


2. 나무 면봉.


레얄.... 특히 나무 면봉은 쩐다. 해외에는 없음.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가본 나라중에 나무 면봉 있는 나라는 없었다.



나무 면봉 꼭 챙겨가자.


정말 나무 면봉. 


아놔. 말해 뭐하냐. 진짜 나무 면봉 짜응.





이제 릭샤를 타고 바라나시 정션으로 향하는 길.


오른쪽은 운전사다.


왼쪽은 누구냐고?


그건 나도 모름.


몰라. 합승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데, 그냥 옆에 타고 있었음.



말이 되냐고 생각하겠지만,


인도는 인크레더블 인디아다. 그냥 모든것이 놀랍다.





이곳이 바로 바라나시 정션.


바라나시의 메인 기차역이다.


시내보다는 매우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흠....


인도의 기차역은 언제나 이런 모습이다.


대가족이 다함께 바닥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


이것이 바로 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도의 기차역 풍경이다.



예전에, 7년전에 바라나시 기차역에 왔을때가 떠오른다.


우리는 외국인이라 뭔가 특혜를 받아서 사무실같은곳 안쪽에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난리가 났었다.



뭔가 해서 창밖으로 보니까,


매뚜기떼가 기차역을 습격한거임...;;;;;



정말 뻥 안치고, 엄청나게 많은... 조명이 안 비칠정도로 많은 매뚜기떼가,


기차역 안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솔직히 상상이 안가잖아.


우리나라에서 매뚜기떼 볼일이 있겠어? 영화에서나 봤지?


나도 항상 얘기로만 듣다가, 실제로 그 광경을 보니까 실로 어마무시했었다.


사람들이 막 양팔을 휘저으면서 뛰어다니는데.... 우리 눈에는 모기떼로 보이는 그것들이 (실제로는 매뚜기떼) 막 날라다니는데..


진짜 호러영화가 따로 없더라.






흔한 인도의 기차역 풍경.




인도의 기차역들은 항상 이렇게 자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내가 뭄바이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분명 어떤날 저녁에 뭄바이 역에 가서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빡쳐서 다음날 하루종일 뭄바이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카메라를 사고,


그 다음날 뭄바이 역에 갔는데....



내가 카메라를 잃어버린날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부자가 그대로 있었다..


소오름...


구라라고 생각하겠지만, 레얄 진심임.



인도의 기차역에 가면, 밥솥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볼수 있다.


알어.


물론 알어.


너가 지금 이 글을 보면서도 '와, 오바 쩐다.' 라고 생각하는거 다 알아.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레얄임.





지금 사진에 보이는 아저씨는,


관리직 아저씨다.


어떤 관리직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공무원임.



이 아저씨는 아니지만, 가끔 저런 아저씨중에 빡센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길다란 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면, 그걸로 가차없이 사람들을 때린다...;;;;



그런거 보면 아프리카나 인도나 그닥 별반 다를게 없어보이긴 한다.


흠.... 하지만 분명 얘기할 수 있는건, 아프리카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는거...


아프리카에 비하면 인도는, 뉴욕이나 진배 없다.


정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탄 에어컨 열차다.


브루죠아라고 욕하지 마라.


우리는 이미 7년전에 SL칸을 필두로 클래스2칸까지 모두 섭렵한 몸들이다.


이정도 호사를 누릴 권리는 있다고 본다.



이제느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배낭여행자들이 사용하는 SL칸도 사용 못하겠어서,


사치스럽게 에어컨칸을 끊었다.



가격은 거의 2배 이상 차이 나지만, 우리에겐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몸이 너무 안 좋았음...





옜날에는 SL칸만 타고 다녔었다.


배낭여행자면 역시 SL이지!!! 하면서 뭔지 모를 배낭여행자 부심을 부렸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우리는 나이가 먹고 먹어서,


아 슈발... 기차를 타야돼? 그냥 비행기 타고 가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약한 브루죠아 관광객이 되어버렸다.



근데 지금 보면 저것도 대단한거여.


요즘은 대구 내려가는 KTX도 힘들다.... 가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표 없어서 일반버스 타고 가는 날에는,


온몸이 그렇게 쑤실수가 없다.




에어컨 칸은 레베루가 달랐다.


(에어컨 칸도 당연히 등급이 있는데, 1A, 2A, 3A 이런식으로 나뉘어져 있고, 잘수 있고 없고에 따라 또 등급에 나뉜다.)


우리가 탄 칸은 에어컨 중에 가장 낮은 3A였으나, 나름 괜찮았다.


저렇게 깔끔하게 세탁한 침구류를 주는거보니... 역시 사람은 돈이 있어야 돼!!!!



농담이고...


3A 에어컨 칸에도 자고 있다보니, 바퀴벌레도 슬슬 기어나오더라.




이렇게 덥디 더운 바라나시를 벗어나서 리쉬께쉬로 가는 날이 다가왔다.


지금 여행기를 쓰면서 보면, 우리는 참 브루죠아처럼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하면서 돈이라는건 정말 큰 부분으로 작용한다.



돈만 있으면, 정말 편하고 재미나고 쉽게 여행을 할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수 있다.



이렇게 편하게 기차여행할때는 그냥 지루하다, 졸렵다, 아 심심해. 이런 감정밖에 못 느꼈었지만,


예전에 클래스2를 타고 갈때에 느꼈던 심정들은....


아.. X같다. 이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인가? 지구는 왜 이렇게 빈부격차가 크지? 얘네가 우리보다 못사는 이유가 뭘까? 난 과연 이 호사를 누릴 권리가 있는가?


등등...


정말 인생 전반에 걸친 고민들이었다.



난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때 했던 진지한 고민들, 그때 내 삶을 돌아봤던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내가 지금 술을 좀 해서 정확히 말은 못하겠지만,


지금 방학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분들이 계시다면,


그거 취소하고,


인도 여행을 한번 가보세요.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 경우일때 말입니다만....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