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네팔의 메인도시, 안나푸르나가 보이는 포카라로 가는 날이다.


네팔에서 관광객이 갈수 있는 도시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카트만두, 포카라... 그리고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 정도?...



워낙 많은 한국인들이 네팔을 가고... 또 많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나라라고 해서,


정말 그런줄 알고 네팔 아무데나 갔다간 큰일 날수도 있다.



외교부 사이트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네팔의 서부 지역은 전부 여행제한인가 유의인가... 여하튼 아프가니스탄 바로 아래단계임...;;;


그도 그럴것이, 네팔은 여전히 공산주의 VS 자본주의?? 뭐 그런 식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


위험한 곳이 많다.


가난한 나라들이 보통 다 그렇지..;;;; 중심도시는 몰라도, 시골로 가면 갈수록 위험한 나라들이 많다.



특히 히말라야 부근의 나라들이 보통 그렇듯이,


산속 깊숙한 곳까지는 공권력이 닿지 않아.... 우리가 삼국지 게임할때 봐오던, 동네 촌장이 왕인 곳이 바로 이쪽 나라다.


여행할때는 언제나 조심하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스위스에서도 뭔일이 벌어질지 모르는게 사람 인생이다.





아침 일찍 포카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싸서 이동했다.


콜롬비아에서 맞춘 저 회색 배낭커버는 어느덧 누더기가 다 되어버렸다.


한국에 오자마자 버려버린게 좀 아까울 정도로,


엄청난 포스를 풍기던 배낭커버였는데.......ㅠ



사실 저거만 두르고 있으면,


왠만한 거지들도 접근을 하지 않았다.


자기들보다 더 냄새나고, 더 더러워보이는데 뭐 달라붙을 마음이 생기겠나...;;;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버스는 엄청나게 많다.


마치 아침 8시,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의 수만큼이나 많다.


흡사 기흥, 수원, 판교, 과천, 천안 등으로 가는 수많은 버스들이 있는 사당역을 보는 것과 같다.



어림잡아 20대가 넘는 버스들이 쭉 늘어서있다.


전부 포카라로 가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방향으로 출발하는 버스들이다.



그래도 나름, 외국인들이 많이 타는 버스라 그런지,


버스 앞쪽에 영어로 회사이름을 적어놨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


그래도 정 모르겠다면,


대충 아무나 붙잡고, 포카라! 포카라!! 라고 외친 다음에, 내가 예약한 표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어느쪽으로 가서 어떤 버스를 타라고 안내해줄거다.





인도나 네팔이나...


역시 하루의 시작은 짜이로 해야 제맛이다.



요건 티백형식으로 되어있는 외국인 전용 짜이다.


더불어 가격도 외국인이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함.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가는 버스는 7시간이 걸린다.


7시간....


남미에서 허구헌날 야간버스를 타고, 30시간이 넘는 버스도 곧잘 타오던 우리에게,


7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갈수 있는 그런거리임.



예전에 나는 군생활을 경상남도 창원에서 했었는데,


그때는 서울에서 창원까지 가는 5시간 반이 너무나도 길고 길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근데 여행 몇번 다니다보니까,


5시간 반이면... 거의 뭐 4호선타고 길음에서 사당역 가는 수준임.


코앞이지 뭐.



여하튼 7시간짜리 버스라서 중간에 몇번 쉬지도 않는다.


지금 보이는 것처럼 휴게소같은 곳에서 30분정도 쉬고는


다이렉트로 쐈던거 같다.





네팔의 버스는 인도 버스처럼 꽤나 요란하다.


버스 외부와 내부를 전부, 힌두교 및 불교와 관련된 장식들로 도배를 했다.


경적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튜닝하고...


온갖 LED로 치장을 해서 다니곤 한다.


(아.. 참고로 지금 사진에 찍힌 애들은 버스는 아니고, 전부 트럭임.)




예전에... 예전에... 2007년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인도의 오른쪽 끝지역인 다즐링 (우리에겐 다즐링 녹차로 유명한 그곳.)


거기서 카트만두까지 14시간짜리 야간버스를 타고 왔었는데...


재수없게... 잠을 잘못 자는 바람에,


도착한 날부터... 약 5일간... 고개를 못 움직였던 기억이 있다...;;;;



14시간동안 어떻게 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여하튼 도착해서 잠에서 깼더니, 고개가 양옆으로 안 돌아감...;;;;


그때는 꽤 식겁했었는데.... 요즘은 뭐... 10~20분만 잘못 자도 고개가 잘 안 돌아가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다.


늙었나봐.





드디어 해가 어둑어둑 해질때쯤 포카라에 도착했다.


포카라에 도착하니, 수많은 삐끼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인도와 약간 다른점이 있다면,


절대 달려들지 않는다.


그냥 얌전히 일렬로 줄을 서서 자기 호텔 피켓만 들고 있다.


(적극적이지 않은 걸로 봐서는, 주인이 아니고... 그냥 알바생인듯.....)



이제는 숙소 알아보기도 귀찮은 우리에게는 딱 알맞는 시스템이다.


그냥 줄 서있는 사람들중, 가장 착하게 생긴 사람에게 다가가서,


가격을 흥정하고 숙소로 향했다.





배가 너무 고픈 관계로, 숙소 사진은 없음.ㅋ


포카라에 와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포카라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둘러보는 일이었다.



내가 예전에 머물렀던 숙소는 그대로 있는지...


내가 자주가던 그 밥집은 여전히 그대로인지...


내가 술을 사마시던 슈퍼는 아직도 있는지...


모든게 궁금했다.


그래서 진희를 데리고 이곳저곳 골목길을 탐방하다가,


배가 고파서 먹은 달밧. (우리나라로 치면 대충 백반 같은 메뉴임.)





포카라는 많이 변해있었다.


5년전쯤에는 듣도보지도 못한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고,


락카페 같은 카페들도 이곳저곳에 생겨있었다...



내가 머물렀던 허름한 2층짜리 게스트하우스는...


5년만에 뭔 돈을 벌었는지 4층짜리 으리으리한 빌딩을 세워버렸다....;;;;


나도 포카라 와서 게스트하우스나 할까...;;;;



여하튼 오랫만에 포카라에 와서 느낀 첫 감정은,


와. 나도 어느덧 꼰대가 다 되었구나. 였다.


뭐 5년전에 얼마나 대단한 여행을 했다고... 그때랑 많이 변했다고 블라블라블라.


뭐 당연히 변하는게 당연하지... 그때가 더 좋은점도 있고, 지금이 더 좋은 점도 있는데,


왕년에는 말이야~


5년전의 네팔은 말이야~


예전에는 말이야~


따위의 말만 내뱉어대는 내가 참 초라해보였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다.


늙어서도 군대얘기만 나오면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기가 그 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하기보다는... 그냥 시키는대로 몸만 움직이면 됐던 그 시절... 시간만 지나면 자동으로 짬이 차서 왕이 되버리던 그 시절...


그 시절이 가장 그립고... 자기 인생에서 찬란했던 시기라서 그렇게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거라고....



그때 당시에는 잘 몰랐던 그 말뜻을,


이때쯤 알게 됐던거 같다.


언제나 여행부심을 부리고, 10년전의 인도, 20년전의 인도얘기만 해대는 사람들이 꼴보기 싫어서 여행을 시작했던 나인데,


어느덧 나도 그들처럼 변해버리고 있는것 같아서 무서웠다.



살다보니 그런게 항상 무섭더라고.


내가 욕하고 싫어하고, 난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있는데,


어느덧 내가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거지.


그럴때마다 좀 무섭다.


안 그래야지. 난 아니야. 난 달라.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덧 그렇게 되버린 내모습.


그거... 그게 제일 무서웠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