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0-Egypt2013. 9. 15. 15:11

드디어 쯩 따는 마지막 날이 와버렸다.


이젠 전세계 어느 곳이나, 수심 40미터까지는 들어갈 수 있음요.


뭔가 취미로 할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이 좋은거 같다.



이런 취미는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수없이 돈이 들어가니까,


그냥 이정도 수준에서 멈추는게 좋음.


남들이 하러가자 그러면, 그냥 같이 가서 즐길 수 있을 그 정도...


이게 내 취미활동에 대한 생각임.


그냥 남들이 할때 같이 즐길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다합에서 수십번은 왔다갔다 거렸던 나무다리.


왜냐믄, 지금 보이는 쪽은 우리 숙소와 다이빙샵이 있는 쪽이고,


내 뒤쪽은 술 파는 가게가 있는 곳임.


그래서 진짜 저녁때마다 겁나 왔다갔다 거렸다.


이집트 맥주는 맛도 없고, 비싸지만 (이집트 물가로 보면 말도 안되게 비싼거임. 그냥 완전 외국인용임.)


그래도 뭐 소주나 와인 같은게 없는 관계로, 열심히 퍼 마셨다.



그리고 여기서는 한국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역시 서로 어색할때는 술이죠 뭐. 인생 뭐 있냐. 홀롤루지.


게다가 다들 술을 잘 드셔서, 나름 재미나게 잘 마셨음.





다합의 바다는 참 예뻤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예쁘다... 다이빙 사진은 몇개 없는 관계로 마지막에 다 몰아서 올리겠지만,


바닷속은 정말 예쁘다.


마치... 거 뭐냐... 옛날에 내가 좋아하던 영화중에 '어비스'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 속으로 내가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온몸에 가해지는 적당한 압력도 기분 좋고, 들리는 거라곤 내가 내뿜는 공기방울 소리와 물고기 소리뿐인게 참 좋다.



그리고 물속에 들어가면 온갖 괴생물체들이 왔다갔다 거리는데...


난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게, 해삼.


지금 이 사진 잘 보면 배 오른쪽 위에, 뭔가 길쭉한 응가 같이 생긴게 있는데...


물속에 들어가면 저만한 해삼들이 널려있음.



진짜... 농담 아니고,


해삼이 거의 2미터쯤 되는것도 있고, 어떤건 내 허벅지만한 굵기도 있다.


알어. 물론. 과장이 좀 심하다라고 생각하는거 다 알어.


근데 레얄임.


진짜. 찍고. 진짜임.





머리스타일과, 복장, 피부색깔과 수염까지,


이제 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는 고급여행자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뉴욕쯤에서 서로 약속했었다.


'우리는 아무리 힘이 들고, 열악한 곳을 여행한다고 해도 잘 꾸미고 다니자... 누가 보면 패키지 여행자로 볼만큼 잘 하고 다니자.'


허나...


그딴 허무맹랑한 약속따윈 볼리비아 정도쯤에서 무너져 내린거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저 왁스로도 컨트롤이 안되는 제3의 생물체인 머리카락 때문인듯함.



마지막으로 복장은,


유니클로가 짱임.


물론 돈 많으면 아웃도어로 쫙 빼입는게 여행하기에 가장 편하겠지만,


티셔츠 하나에 12만원씩 내고 살 용기가 없으면, 유니클로 ㅊㅊ.





우리가 이날 점심을 먹은 곳의 이름은 '킹 치킨'


정말 이름부터가 킹스럽다.


오른쪽은 정말 토마토와 마늘밖에 안 들어갔지만, 꽤 맛있었던 스파게티.


왼쪽아래는 이집트에서는 안 먹고 싶어도 먹을수밖에 없는 걸레빵.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저 취킨.


저 치킨으로 말할것 같으면, 와이프가 인정한 치킨이다.


와이프의 고향은 제1회 치맥 페스티발이 열린 대구.


호식이 두마리 치킨, 종국이 두마리 치킨, 부어치킨, 땅땅치킨, 교촌치킨의 고향. 대구에서 자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인정했다면 진정한 킹치킨의 자격이 있는 셈이다.



난 중동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었으나,


치킨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중동의 치킨은 뭘 먹여서 키우는지 모르겠으나, 끝내줌.





그리고 그 날 저녁, 마지막 자격증 시험을 봤다.


보면 알겠지만, 나름 주관식이라서 빡셈.


물론 오픈북인데다 토론이 가능하므로 떨어지는건 붙는거보다 어려운 시험이지만,


그래도 나름 이것저것 다이빙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저거 보다가 갑자기 생각난건데,


다이빙에서 중요한건 딱 두가지고, 다이빙 자체는 딱 두가지로 말할수 있었다.


'중성부력', '부력조절'



다이빙을 해보면, 내 몸이 얼마나 신기한 생명체인가를 여실히 알수 있다.


숨 한번 들이마셨을뿐인데, 몸이 수면까지 붕 뜨고,


숨 한번 내뱉어셨을뿐인데, 몸이 바닥까지 가라앉는다...


계속 쓰다보니, 다이빙 하고 싶어진다.


제주도라도 가야되나...





시험을 통과한 기념으로, 밤에 간 레스토랑.


내가 물고 있는건 시샤 라고 불리우는 물담배다.


뭐 나라에 따라서, 후카, 시샤, 물담배 뭐 등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여기서는 한번 하는데... 얼마드라... 200원? 300원? 뭐 그쯤 했던거 같은데,


소문으로 듣기로는 우리나라 홍대 같은데 가서 하면 한번에 2만원쯤 한다고 한다.ㅎㄷㄷㄷ



물담배는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도 할수 있고, 뭔가 막 텁텁하고 기침 나오는 그런게 아니고,


흠.... 어릴때 목이 부어서 이비인후과 가면, 입안에 수증기 같은거 뿌리는 기계가 있었는데,


그거 할때랑 느낌이 비슷하다.


허나, 몸에 겁나 안 좋다는게 함정임.



이게 작동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아래쪽에는 액체가 담겨져 있고, 가장 꼭대기에는 은박지로 밀봉한 다음에 구멍을 몇개 뚫어서,


그 위에 숯불을 올려놓는다.


그 다음에 호스로 힘차게 빨면 용처럼 연기가 뿜어져 나옴.



여하튼 뭐 경험삼아 한번 해보긴 했으나, 딱히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맛도 잘 모르겠어서 2번쯤 해보고 안한거 같다.


생각해보니 쿠바에서도 쿠바산 시가를 2번쯤 펴보고 안했구나...


시가는 잘 모르겠으나, 이 물담배는 몸에 해롭다고 하니 알아서들 하셈.


이게 담배처럼 독성이 강해서 해롭다기 보다는.... 보통 이 나라 사람들은 이걸 한번 하기 시작하면 거의 1시간 내내 빨고 앉아있다.


(중간중간에 알바생들이 알아서 숯불을 바꿔줌)


그러다보니 담배보다 약하긴 해도, 피는 시간이 길어서 몸에 더 해롭다고 함...


무슨 연구결과에 따르면 1시간동안 물담배를 하면 담배 200개피인가를 같이 피는거랑 마찬가지라 하던데...


우린 1시간은 커녕, 10분도 지겨워서 때려친 관계로 잘 모르겠음.




여하튼 이렇게 일주일이 좀 넘는 시간동안 단기속성 자격증 코스를 수료했다.


자격증을 땄다는 사실이나 뭐 색다른 경험을 해봤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둘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이 하나 더 늘었다는거다.


그게 제일 중요한거겠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