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0-Egypt2013. 6. 18. 16:49

한국에 온지도 벌써 보름이 지나간다.


입국할때 몸무게를 재보니까, 원래 몸무게보다 5키로 빠져 있어서 깜놀했는데,


오늘 재보니까, 다시 원상복귀 되서 더 깜놀.


게다가 길었던 머리를 원래대로 짧게 깎았더니 이마선이 붕괴된거 같아서 더 깜놀.


아오.


30도 안됐는데 이마선 붕괴는 타격이 크지만,


괜찮아. 난 결혼했으니까. 더이상 아쉬울게 없다.



한국에 들어와서, 친척들 만나뵙고, 처갓댁도 다녀오고...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도 만나고...


신혼집도 구하러 다니고... 안에 채워넣을 혼수품도 알아보러 다니고...


취업자리도 알아보러 다니고... 집안일도 신경 쓰고...


할일은 더럽게 많은데,


그냥 하루종일 잠만 자고 있다.


그러다가 와이프가 화내면 일어나서 뭐좀 알아보는척 하는게 하루의 일과임.



남들은 결혼준비 할때 엄청 바쁘고 할일이 많다던데,


우린 왜 그렇게 널널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우린 집, 혼수, 이사 등등...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없이 그냥 여행준비만 하면 됐으니까...


그래서 그렇게도 널널했나보다.



결혼할때 했어야 할 모든것들을 지금 와서 하려니까,


정신이 없다.


하루종일 인터넷 최저가 찾아보고 매장 돌아다녀보고 하다보면,


이제 에누리 없이 현실로 돌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또 나갈까... 라는 고민을 하다보면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떠돌아다니다가, 한곳에 머물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이것또한 나름 재밌다.





이날은 아스완에서 룩소르로 가는 날이었다.


우리는 룩소르까지 초특급 5성급 호화 크루즈를 타고 2박3일에 걸쳐 가기로 했다.


왠지 예약할때부터, 무슨 5성급중에서도 디럭스인지 슈페리어인지 뭐시기인지 여러개 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우리가 타는건 그냥 말만 5성급이지, 젤 꾸진 배임.


근데 다른 배들 봐도 다 거기서 거기인거 같다.


그냥 '나일강 크루즈'라는 거에 의미를 두고 타기로 했음.





이집트에서 맨날 먹던 아침이다.


어마어마하게 싼 빵쪼가리들과, 이집트 차와 삶은계란, 그리고 버터와 잼 정도를 제공한다.



허나 이날은 진정한 커피인 맥심모카골드를 마셨다.


역시 커피는 맥심이죠.





아침을 먹고 로비에 내려가있으니까, 크루즈 사람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딱 들어가는 순간... 우와 대박.


레얄... 진짜 호화 크루즈인가보다!!!


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신 이 로비.


정말 딱 이 로비만 이렇게 생겨먹었고, 나머지는 전부 거지같음.


나일강 크루즈를 보다보면 보통 이렇게 엄청 화려한 로비를 찍어놓은 사진들에 혹하기 때문에,


로비는 엄청 삐까뻔쩍하게 해놨다.



그리고 이날... 크루즈에서 여권을 달라고 하길래, 여권을 꺼내는데...


아뿔싸. 


여권을 숙소에 놓고왔다.


첫날 체크인 할때 복사한다 그러길래 빌려준 다음에, 돌려받는걸 깜빡해서 그냥 놓고 온거다.


짐 내려놓고 겁나 뛰어가서, 여권을 되찾아오면서 생각했다...



아... 이제 집에 가야 될때가 다가왔나보다...


여권을 놓고 다니다니...





우리방의 모습.


총 3층짜리 여객선이었는데, 우리 방은 1층이었다.


높은곳으로 달라고 했는데, 높은곳은 이미 만석이란다...ㅡ_ㅡ



알고봤더니, 독일이랑 영국인가... 어디서 단체손님이 와서 그사람들이 벌써 방을 꽉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얘기를 들어보니 어떤팀은 룩소르에서 출발해서 아스완을 찍고 다시 룩소르로 되돌아가는 중이라 그랬고,


어떤팀은 어제 탑승해서 벌써 하룻밤을 묵었다고 한다.



뒤늦게 탑승한 우리는 어쩔수 없이 그냥 1층에서 묵기로 했다.


지금 저 방도 사진으로 보면 꽤 근사하지만,


그렇게 근사한 편은 아님...;;





포풍식사.


여행의 꽃은 부페다.


있을때 잘 먹어놔야 된다.


분명 또 다시 이 배에서 내리면, 거지처럼 먹고 다닐게 뻔하므로...


이렇게 공짜밥 줄때 열심히 먹어놔야 한다.





옥상에는 이렇게 선베드가 마련되어 있다.


일광욕을 원체 좋아하는 양키들은 하루종일 옥상에서 저렇게 선텐을 즐기지만,


태양이 빈대만큼 싫은 우리는 하루종일 방안에만 있었다.



잠비아에서 만난 이모부님께서,


우리에게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라마를 몇편 주셨는데,


크루즈 타는 2박3일동안 소지섭찡이 나왔던 유령만 주구장창 봤다.



참고로 에디오피아랑 탄자니아에서는 손현주찡이 나오는 추격자를 주구장창 봤음.


드라마 잘 만들었더라.





나일강 크루즈는 뭐 별거 없다.


나일강 양쪽으로 있는거라곤 풀밭과 흙밭밖에 없었다.



그냥 천천히 천천히, 나일강 위를 떠다니는 배 위에서 아무생각 없이 있는게 이 크루즈 여행의 목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주는거 먹고,


다시 잠들었다가,


점심 줄때쯤 일어나서 점심 먹고,


유령 신나게 보다가,


저녁 줄때쯤 저녁 먹고,


다시 유령 신나게 보다가,


졸리면 잔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아무런 일정도 없는건 아니다.


나름 나일강 크루즈다 보니까,


중간중간에 이렇게 유적지에서 자유시간도 준다.



지금 보이는 이 유적지는,


내가 이집트에서 본 유적지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콤옴보 신전' 이다.


의사였던 신이랑 악어의 신을 같이 모신 신전이라고 하는거 같은데...


여기를 가려면, 배로 가는수밖에 없다.



기차로는 못 가는거 같고, 차로도 갈수 있긴 있는거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루즈를 타고 가든가,


아니면 저번에 탔던 펠루카를 타고 간다고 한다.





콤옴보 신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가,


밤에 본 신전이라 그런거 같다.



나름 조명기구가 잘 되있어서, 밤에 가서 보면 무지 멋있다.


입장료는 따로 있고, 입장권 끊는 곳도 입구가 아닌 다른곳에 있으니,


들어갈때 좀 해매야 된다는게 함정임.





여기가 콤옴보 신전이다.


멀리서 봤을때도 엄청 커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커보인다.


특히 기둥 위에 올라가 있는 저 돌들...


내 생각에는 지붕처럼 비를 막기 위해 올려놓은거 같은데... 저게 진짜 어마어마하다잉.



피라미드보다 더 신기했다.


어떻게 저 크고 무거운 돌을 기둥 위로 올렸을까...





그리고 부조의 퀄리티도 남달랐다.


특이하게 다른곳들과는 달리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니까 주변을 파내서 글자만 튀어나오게 만든거임.



학창시절에 판화 숙제가 주어지면,


양각은 생각도 안해보고 무조건 음각으로만 파갔었는데...


이집트인들은 참 부지런했나보다.


근데 왜 후손들은 이 모양인거여...





예전에는 색깔이 칠해져 있었던걸로 사료된다.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신전들도 대부분 색깔이 칠해져 있었단다.


근데 그게 오래되서 색깔은 없어지고, 지금처럼 시멘트 색깔만 남은거임.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했으나,


일반관광객들이 아무런 제제도 없이 만지고 걸터앉을수 있게 되어있어서,


아무래도 조만간 문제가 생길것 같다.



아직까지는 짱꿔들이 크루즈를 많이 안 타서 그렇지,


조만간 짱꿔들이 크루즈를 점령하는 날이 오면,


이 유적지도 짱꿔이름들로 도배되버리겠지.



여행을 생각하고 계시는 여러분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머뭇거리시다가는 조만간 짱꿔말로 도배된 유적지만 보실지도 몰라요.





콤옴보 신전.


앞에 서있는 사람이랑 비교해보면 얼마나 큰 신전인지 알수 있다.


웅장하고 거대하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 위에 있는 지붕들...


완전 신기하다.


그니까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을 세로로 연결한다. (엄청나게 큰 돌덩이로...)


그 다음에 그 돌과 돌 사이를 다시 가로로 연결한다. (이것도 엄청나게 큰 돌덩이로...)



대충 가장 오른쪽에 있는 기둥들 위를 보면 이해가 갈거다.


실제로 보면 저걸 뭔 수로 저기까지 올렸나 싶다.





양각으로 파놓은 부조들과,


그냥 대충대충 형광등으로 해놓은 조명들.


꽤 딱딱한 돌일텐데,


조각 해놓은걸 보면 마치 찰흙을 돌 위에 붙인것처럼,


매우 부드럽고 정교하게 조각해놨다.



세계 어느 여행지를 가든지간에,


종교적인 신념으로 만든 유적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저 기둥 위쪽에 있는 돌지붕들이,


요즘 시대에 만든 시멘트 지붕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저기에도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뭐라고 써져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뭐 대충 신에 대해서 써있겠지 뭐.



단체로 크루즈여행을 하고 있는 독일그룹이나 영국그룹에서는 따로 가이드가 있어서,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설명을 듣지만,


그런거 하나 없이 개인자격으로 크루즈를 탄 우리는,


그냥 남의 그룹 가이드껄 훔쳐듣거나, 아니면 상상력을 마구마구 발휘해서 보는수밖에 없다.





지금 보이는게 악어의 신을 조각해 놓은거란다.


내 생각에는 오른쪽에 있는게 파라오고,


가운데 있는게 악어의 신이고,


왼쪽에 있는게 태양의 신?... 뭐 그런거 같다.



왜 여기에 악어의 신을 모셔놨냐면,


이 주변에는 옛날부터 악어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신전 주변에서 3개의 악어 미이라도 발견 됐는데, (짱아찌도 아니고.. 별걸 다 미이라로 만드네...)


지금 그건 다른 박물관에 가 있어서 못 봤음.





가이드가 없으면 이게 당최 뭔 유적지이고,


왜 세워진거고, 언제 세워진건지 전혀 알수가 없지만...


나름 좋은점도 있다.



가이드가 없으므로, 그냥 아무것도 신경 안쓰고 우리끼리 막 돌아다녀도 됨.


그냥 저기가 신기해보인다. 싶으면 그쪽으로 가서 둘러보면 되고,


재밌는게 있다 싶으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그 자리에 서서 감상해도 된다.



이 사진은 왠지,


진희가 아는 신이 나와서 가리키고 있는거 같다.


대충 부엉이의 모습을 한 하토루신인거 같다.


얘를 모시고 있는 신전은 내일 갈꺼니까 우선 스킵.





진희가 가장 놀라워했던건,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것 같은 디테일한 뱃살이었다.



얘네는 사람을 조각해놔도, 그냥 밋밋하게 평면으로 조각한게 아니고,


잘 보면 팔꿈치라든가 뱃살이라든가... 이런걸 전부 굴곡을 줘서 조각해놨다.


조명까지 받으니까,


진짜 저 아줌마 뱃살이 꿀렁꿀렁 거리는것처럼 느껴졌다.



이쯤되면 궁금한점이 생기는데...


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은 하나도 없는가? 이거랑...



돌을 쌓고나서 조각을 하는건지... 아니면 조각을 하고나서 돌을 쌓는건지...


퀄리티로 봐서는 돌을 쌓고 나서 조각을 하는거 같은데,


만에 하나 조각하다가 삐끗하기라도 하면,


그 돌을 어떻게 갈아치우는지 그게 궁금했다.



허나 우리에겐 가이드가 없으니,


구글에 물어보는수밖에 없겠지.





악어의 신을 모시는 곳답게,


레얄 악어도 새겨져 있다.





이집트는 생각외로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파괴된 유적지의 대부분이 지진때문에 파괴된거란다.


물론 무식한 이슬람애들이 쳐들어와서 마구마구 뽀갠것도 있겠지...



실제로 룩소르에 가보면, 룩소르 신전 한쪽을 뽀개서 모스크 (이슬람 신전)을 만들어놨다.


참 애매하다.



우리나라처럼 일제의 잔제를 없애자!! 이래서 전부 다 없애버리면 상관 없는데,


얘네는 현재 99% 이슬람교를 믿는 이슬람 국가가 되어버렸다...;;;


그니까... 옛날 자기 선조들의 유적지를 파괴한 모스크를 없애자니... 종교랑 부딪히고...


그렇다고 가만 넵두자니... 자기들 선조의 유적지가 아깝고...


뭐 좀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부조.


머리뿐만 아니라, 잘 보면 얼굴도 굴곡을 완벽하게 표현해놨다.


대단한 돌쟁이들이다.


마추픽추 돌쟁이들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궁금하다.





아까 말한 부엉이 얼굴을 한 하토루신이다.


이 신도 뱃살이 좀 있네.


저정도는 있어야 인격의 완성이죠.



하토루 아저씨가 왼손에 들고 있는건 'Key of Life'라고 불리우는 건데,


뭐 저승의 열쇠? 하늘의 열쇠? 여하튼 뭔가 대단한 열쇠다.



잘 보면 팔이랑 무릎 같은곳의 표현이 엄청 디테일하다.





이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천장을 찍은 사진이다.


잘 보면 천장에도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저 돌을 과연 어떻게 위로 올렸을까...



유추해보자면, 우선 기둥을 세우고...


그 옆으로 엄청난 흙을 쏟아부어서 완만한 경사길을 만들고,


노예들을 겁나 채찍질 하면서 꼭대기까지 끌어올린 다음에,


흝을 걷어내지 않았을까.... 하는게 내 추측임.



실제로 피라미드도 흙을 쌓아서 올렸다고들 한다.


거 뭐냐...가장 오래된 역사책임 헤로도토스 할아범의 '역사' 라는 책에 보면,


최초로 피라미드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피라미드는 위에서 아래로 지어졌다고 나온단다.


(안 읽어봐서 확실히는 모름.)





아... 또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지을때, 파라오가 어마어마한 권력을 동원해서


각종 노예들을 채찍질하고 괴롭히면서 피라미드를 지은거라 알고 있지만,


요즘에는 빅딜 정책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이론도 있단다.



아까 말한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책에서 피라미드를 설명할때,


수많은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죽어나가게 하면서 겨우겨우 지은거라고 설명이 되있는데,


그건 유럽인의 입장에서 이집트를 악의 축으로 묘사하기 위해,


일부러 나쁘게 썼다는 이론이 있다.



그니까 실제로는 농한기에 할거 없는 사람들을 불러모아다가,


월급 주면서 이런거 짓게 만들었을거라는 얘기가 있다.



뭐... 람세스2세가 누군지도 모르는 난 잘 모르겠음.


자세한건 역시.


구글에게 물어보세요.





디테일한 부엉이.


독수리인가?


여하튼 뭔지 모를 새.





그리고 진희가 가장 감동 먹었던,


디테일한 발가락 묘사다.


이상하게 발가락 페티쉬가 있나보다.


왜 이런걸 보고 감동을 먹었지.





지붕을 무거운 돌로 만들다보니,


기둥과 기둥 사이가 매우 좁다.





아까 말한것처럼,


우선 기둥과 기둥 사이를 커다란 돌로 연결하고,


그 위에 돌과 돌 사이를 다시 커다란 돌로 연결해서 지붕을 만듬.



원래 옆쪽에도 전부 벽이 있었을거라 추정되지만,


지금은 다 무너지고 남아있는게 별로 없다.





이제 다시 꾸질꾸질한 배로 돌아올 시간이다.


신전에서 여기까지 왔다갔다 하는데도,


정말 수많은 삐끼들이 달라붙었다.



아주 다행히도,


우리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서양인들이라서,


삐끼들이 전부 그 사람들에게 달라붙느라, 우리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낮이라면 내 머리가 신기해서 몇명 달라붙었겠지만,


밤이라서 잘 안 보였는지, 머리 스타일 보고 달려드는 삐끼도 없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할거 없는 잉여력의 절정인 크루즈를 다시 타게 됐다.


내일 어디서 잘지, 무엇을 먹을지 아무 걱정 없이,


그냥 잠만 자고 드라마나 보고 바람이나 쐬는 이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


그래.... 저땐 즐거웠었지...


엉엉....


그럼 난 이만, 이사갈집 사이즈 좀 재러 다녀오겠습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