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옥같았던 야간기차가 도착했다.


아무래도 이집트 애들은 물 대신에 뭐 다른걸 마시나보다.


그렇게 심한 찌린내는 처음 맡아봤다...


ㅎㄷㄷ... 인도보다 더 심했음.



그래도 나름 고급기차인데 (아프리카에서 빈대 뜯긴 이후로, 왠만해선 싸구려 안탐)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이동하게 될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드디어 도착한 아스완.


아스완은 이집트 남쪽에 있는 도시인데,


여기를 오는 이유는 단 한가지.


아부심벨 이라는 유적지를 보기 위해서다.



이집트를 여행했던 사람들 중에는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보다 아부심벨이 더 멋있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봐도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보다는 아부심벨이 더 멋진듯.


아부심벨이 뭔지는 내일 포스팅에 올리겠지만,


그냥 딱 봐도 '아... 이집트 유적지구나...'라는 느낌이 오는 그런 유적지다.





인도에 다녀온지 좀 오래되서,


이걸 찍으면서도, '인도보다 더 더러운 나라가 있었네...'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아니었음.ㅋ


훗날 다시 인도에 가니까, 역시 인도는 넘사벽이었다.


더러움의 강도가 다르다.



이집트는 더러운 곳이 많다고 느껴지는 반면에,


인도는 깨끗한 곳이 적다고 느껴진다고 해야되나...





아스완에서 우리가 잡았던 숙소.


처음에는 하토루 호스텔인가 하는 유명한 곳으로 갔다.



무거운 짐을 짊어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올라가서, 리셉션에 앉아있는데...


주인장이 전화를 하고 있다.


흠... 뭔가 급한 전화인가보다.


그래서 열심히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안자!!! 안잔다고!!! 씨박!!! 안자! 성질이 뻗쳐서 진짜!!!


뭐 이딴 거지깽깽이 같은 마인드를 가진 숙소가 다 있냐.


손님이 왔는데 흘끔흘끔 쳐다만 보고 뭐 전화만 주구장창 쳐하고 앉았다.



별일 아닌거 같지만, 나에게 더이상 마음의 여유따윈 없었다.


그냥 바로 짐 짊어지고 다른곳으로 가자고 진희랑 같이 나왔다.


널리고 널린게 숙소인데, 여기 아니면 뭐 잘데 없나?...



우리가 짐을 매고 나가자 그때서야 전화를 끊고 부른다.


'익스큐즈미~ 저기요~ 헬로?'


꺼져. 넌 손님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리고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엘 살람 이라는 호스텔이었는데, 리셉션 아저씨가 의외로 착했음.





우리 방에서 보이는 아스완의 모습이다.


지금 보이는 저 강은 나일강의 상류쪽 부분이다.


(나일강은 에디오피아쯤에서 시작되는걸로 알고 있음.)



그리고 바로앞에 보이는 호텔은 고급호텔인 이시스 호텔이고... 저기 건너편에 전망대처럼 생긴것도 유명 호텔임.


허나 돈 없는 우리는 그냥 이정도 숙소에 만족하고 잤다.





이 동네는 전형적인 관광지 동네다.


아부심벨이라는 엄청난 유적지를 옆구리에 끼고, 외국인 등쳐먹고 사는 동네다.


아스완에서 아부심벨까지도 차타고 3시간이나 걸리는데, 왜 여기가 거점 동네인지 모르겠네...


여하튼 그냥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 말고,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전부 다 사기꾼임.



이거는 우리가 밥 먹을곳을 찾아 시장 안으로 들어갔을때 찍은 사진이다.


우리는 아무거나 잘 먹고 다니므로,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일때는 가장 싸구려 음식을 주로 먹는다.


그래서 시장 구석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영어로 된 메뉴판을 준다.



가격은 대략 4~5천원 정도...


망할놈.


이집트에서 4~5천원짜리 식사는 관광객용 식사다.


그래서 우리는 닥치고 아랍어로 써있는 메뉴판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쭈뼛쭈뼛 거리면서 똑같은 메뉴판이라 그런다. 옆에 있던 손님까지도 나서서 똑같은 메뉴판이니까 영어로 보란다.


아... 판단은 내가 할테니까 우선 줘봐요.


아랍어로 된 메뉴판을 봤다.


물론 아랍어는 못 읽지만, 숫자는 다 읽을수 있어서 비교해봤다.



아무리 비싼 음식도 3천원을 넘지 않았다.


우리는 마치 아랍어를 읽을수 있다는 듯이, 


'우리가 아랍어를 아는데 왜 사기를 침? 님 맞을래요?'



그러면서 식당을 나오려 하자, 주인장이 로컬가격으로 줄테니 앉으란다.


잣이나 까잡숴. 안 먹어.


더러운 놈들.



사실 관광지에서 외국인용 메뉴판이 따로 있다는것 정도는 당연한거지만,


난 더이상 이집트에서 마음의 여유 따윈 갖고 싶지 않았다.


겁나 까칠하고 원칙대로 여행하는 독일인 마인드로 여행하기로 했다.


좋은게 좋은거따윈 없다.


아니면 아닌거고 사기치다 걸리면 경찰이라도 부를거다.





그래서 열받은 우리는 시장에 있던 다른 로컬식당을 갔다.


메뉴는 언제나처럼 만만한 코샤리와... 이름을 모르는 빈대떡.


코샤리의 가격은 크기에 따라 300원~500원정도 했었고,


저 빈대떡은 500원정도 했다.



처음 갔을때 옆테이블에서 이 빈대떡을 먹고 있길래,


이름은 모르겠고, 종업원들이랑 영어는 안통하고... 그래서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거 달라고 해서 먹음.


그 후로 아스완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이 집만 왔는데, 올때마다 종업원이 알아서 갖다줬음.ㅎㅎㅎ



여행하는데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는게 다시금 실감난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건.


역시 돈임.





아스완 우리숙소 뒷쪽에 있는 시장이다.


완전 관광객만을 위한 시장처럼 생겼다.


파는 물건들도 기념품부터 시작해서, 관광객 상대용 식당들밖에 없다.





아스완은 도시 자체가 관광객이 주를 이루어서 그런지,


완전 골목골목 구석탱이에 있는 식당을 가도, 전부 외국인 가격이 따로 있다.


망할 놈들.


길거리에서 과일을 사도 외국인 가격이 따로 있음.



게다가 내가 이집트에서 가장 빡쳤던건,


이날 저녁에 콜라를 사먹으러 슈퍼에 갔다.


콜라 얼마임?


물어봤더니... 10 이집션 파운드란다.


콜라 캔 하나가 대충 2천원정도 한단다... 레얄?


우리나라에서도 콜라 캔 하나가 천원인데 니네가 2천원?



아무래도 이상해서 안산다고 그랬더니,


뒤돌아서자마자 뒤에서 가격이 뚝뚝 떨어진다.


10!! 9! 8! 6! 5! 3!....


그럴때마다 이집트에 대한 나의 정도 뚝뚝 떨어진다.


(나중에는 25를 부르는 슈퍼도 봤다.)



식당이나 숙소가격 가지고 장난 치는건 충분히 이해한다.


어차피 뭐 외국인 상대로 사기치는건 우리나라도 매 한가지니까 괜찮은데...


콜라값으로 장난을 치다니...


난 용서할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현지인 가격으로는 대충 2.3 이집션 파운드정도 하는거 같다.)


다른건 몰라도 콜라 가지고 장난 치는건 못 참아.





저녁에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입만 열었다하면 사기 치는 이집트인들에게 빡쳐서 그냥 맥도날드로 갔다.


가격은 절대로 싸지 않고, 맛도 뭐 그닥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의 평화를 찾는데 맥도날드만한데가 없다.




사람 사귈때도, 뭐 하나 마음에 안들면 무슨 짓을 해도 마음에 안 들듯이...


나에게 있어서 이집트는,


뭘 해도 마음에 안드는 그런 동네였다.


나중에 가니까, 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그 흰색 원피스 같은 옷만 봐도 짜증이 솟구쳤다.


그래도 뭐...


유적지 하나만큼은 인정할만 함.


이 세상 어디에도 이집트만큼 오래되고 대단한 유적지들이 밀집된 나라는 없는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