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다. 


텐트 바로 옆에서 뭔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동물인가 싶어서 신경을 집중했는데... 동물 소리는 아니었고,


뭔가 이상야릇한 신음소리들이었음.



에이.. 설마 3박4일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이런데서 누가 사랑을 나누겠나.


내가 잘못 들었겠지. 라는 생각으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일어나서, 진희랑 같이 밖으로 나갔다.


바로 옆 텐트가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진희는 씻으러 지옥으로 갔고, 나는 텐트 앞에 서서 멋진 아침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옆텐트에서 다시 이상야릇한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우리 텐트에서 사람이 나오니까 조용해졌다가, 씻으러 간줄 알고 하던 일을 마저 하나보다.


이건 뭐여...



보니까 우리 바로 옆 텐트는 영국남자애 텐트였고,


그 바로 뒤가 캐나다 처자 텐트였는데, 캐나다 처자 텐트는 열려있었음...



아아아아아아앙ㄱ1!!!


3박4일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게다가 텐트는 완전 폐급인데다,


사파리 회사에서 나눠주는 침낭은 빈대도 말라죽을듯한 침낭이었는데...


설마 이런 환경 속에서도 사랑이 싹트나?........



어제 프랑스 커플이랑 우리랑 일찍 들어오고, 걔네 둘이 열심히 부어라 마셔라 하더니,


결국 역사는 밤에 이루어졌다.





캠핑장에 있던 멋진 나무.


모든 사파리 회사들의 루트가 대동소이 하므로,


3박4일동안 여러 회사들을 볼수 있다.





우선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번에 오다가 들렸던 은고릉고르 분화구에 가서


한바퀴 둘러보고, 아루샤로 돌아가는 날이다.


지금 보이는것이 은고릉고르 분화구다.


가운데 보이는 호수가 분화구에 고여있는 담수고,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이 분화구를 둘러싼 산들임.





분화구를 내려가자마자 우리를 반기는건 사자.


그것도 숫사자.


허나 무진장 멀리있어서 이정도로만 만족해야만 했다.


나무아래 숫사자가 한마리 쉬고 있고, 왼쪽에 암사자가 쉬고 있다.





이건 20배로 땡긴 숫사자 아저씨.


이렇게 갈기가 무성한 숫사자를 보기 위해서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허나 너무 멀리 있어서 이게 지금 사자인지 고양이인지 분간이 안갈 지경.





대충 언덕부근에 이렇게 자리잡고 있었음.


사자는 왠만해선 잘 안 움직인다.


그냥 그늘 같은데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밥때가 되면 사냥하러 나가는듯 하다.


주변에 아무런 위험요소가 없다보니,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여기는 전세계에서 야생동물이 가장 밀집되어 있다는 은고릉고르 분화구가 아닌가...



더불어 여기는 표범도 없으므로, 사자가 먹을 것들도 더 많다고 볼수 있음.





은고릉고르는 입구부터가 남다르다.


언덕 하나 넘어서 내려갔을 뿐인데, 얼룩말이 우리 앞을 유유히 지나간다.


세렝게티는 워낙 넓어서 그런지,


야생동물들이 굳이 가까이 지나가지는 않는데, 여기는 그냥 차가 동물인지 동물이 차인지 모를 정도로


바짝 붙어서 돌아다닌다.





바로 앞을 걸어다니는 당당한 얼룩말.




특히 차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만큼, 얼룩말이 매우매우 많았다.


처음 아프리카에서 얼룩말을 봤을때만 해도,


너무나 선명한 얼룩무늬에 깜놀하며,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댔던거 같은데...


이제는 차 좀 막지 말고 비키라고 생각할 정도가 됐음.





은고릉고르는 작은 호수도 하나 있는데, 여기는 홍학이 매우 유명하단다.


가이드가 우리에게 가볼까? 했지만,


지금 홍학이 대수냐... 우리는 오직 육식동물만을 원한다.


모두들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난 사자!!!


사실 사진으로 쭉쭉 이어붙이다보니 고개만 돌리면 사자가 펑펑 나타나는것 같지만,


나름 사자 하나 보고나면... 차를 타고 신나게 1시간정도 돌아다녀야지,


또 다른 빅5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 사자, 표범) 를 볼수 있을 정도다.



사자무리는 하루에 2개 이상 보면 많이 본거고,


표범은 사파리 하는 내내 한번이라도 봤으면 많이 본거임.





처음엔 한마리만 있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자떼였음.


게다가 숫사자도 2~3마리 있는 대형그룹이었다.



다들 뭐가 그리 피곤한지, 자빠져서 일어날 기미도 안 보였음.





진짜 풍성한 헤어를 가진 숫컷.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사자들은 죽은건 아니고, 그냥 자빠져 자는거임.


보니까 좀 시끄러우면 고개를 들어서 쳐다보는 것으로 봐서는,


자는건 아니고 그냥 귀찮아서 누워있는것으로 보임.





그렇게 사자를 마구마구 찍은 후에... 잠시 숨을 돌리는데...


이상하리만큼 차들이 모여있다.


아무리 표범이 없어서 사자가 최고의 볼거리라고 해도, 이건 너무 많이 모여있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차들이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슬슬 움직이고 있었다.


이때는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잠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똻!


차들은 안 움직이는게 아니고, 못 움직이는 거였다.


이상한 암사자 한마리가, 자동차 앞으로 기어들어와서는 자고 있었다.ㅋㅋㅋ



아까도 말했듯이 사자들은 보통 그늘에 자빠져 있는데,


이놈은 뭔 생각인지 차 앞에 와서 자빠져 있었다.





숨 쉴때마다 사자 배가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것도 보고,


사자의 숨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려서 한번 쓰다듬어 보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난 지금 한손으로 타자치고 있었겠지.





아무데서나 뻗어자는 사자 아가씨.





엄청나게 많은 사파리차들이 차 앞에 쓰러진 사자를 보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으므로,


우리만 하루 왠종일 보고 있을순 없었다.


그래서 차를 빼고 좀 가다가, 더 가까이에서 본 아까 그 사자무리.


잘 보면 사자무리 근방에는 아무런 동물도 접근하지 않고 있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좀 움찔했던거 같다.


분명 사냥도 안하고, 하루종일 그늘에 앉아서 헤어스타일만 연구하다가,


암사자가 사냥해온거 얻어먹는 잉여 숫사자지만...


겁나 위엄 있다.



게다가 잘 보면 눈에 무슨 화장한것마냥 줄무늬가 그어져 있는데,


꽤 무섭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치 날 노려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차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는 흰수염 누우.


멀리 있을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이놈도 역시 소였다.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인도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길거리소들이랑 냄새가 똑같다.


그냥 시골 가면 나는 소똥냄새가 남.





1자로 된 길에서 180도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다.


정말 드넓은 평야가 분화구 안에 펼쳐져 있다.



원래는 이 안에 마사이족이 거주했었다고 하는데,


무슨 깡으로 거주했는지 잘 모르겠다.


흑형이라 가능한건가?





비켜.


여기가 아프리카인지 에버랜드인지 모르겠구만.





은고릉고르에는 표범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냥 열심히 사자만 찾아대다가,


발견한 희한한 새.


머리스타일도 특이하고, 빨간색으로 화장한 얼굴도 특이하다.





평온한 버팔로 아저씨들.





이건 64배로 땡긴 사진인데,


뭔지 잘 모르겠음.


가이드 말로는 크누인가 뭔가의 암놈이라 그랬는데,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이게 바로 야생동물임. 





우린 빅5를 다 봐서 평온하게 아루샤로 돌아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프랑스 커플은 빅5중에 코뿔소를 못 봤다.


그래서 가이드를 쪼고 또 쪼아대서 결국 찾아낸 코뿔소.ㅋㅋㅋ


프랑스 커플이 계속해서 코뿔소 코뿔소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가이드가 온갖 무전을 쳐대서 찾아낸 놈들임.





이건 내가 좋아하는 검은등 쟈칼.


새가 바로 옆에 있는데 사냥할 생각도 안하고,


새도 도망갈 생각도 안하더라.





그리고 마지막 점심을 먹은 장소.


근사한 호숫가 주변이었는데, 여기는 한가지 위험요소가 있다.


그건 바로 독수리.



사람들이 항상 여기서 닭다리같은걸 먹다보니,


그걸 눈치챈 독수리가 언제나 머리위로 빙빙 날아다닌다.


그래서 가이드들이 왠만하면 차안에서 밥을 먹으라고 한다.



처음에는 사자도 아니고 그깟 독수리 뭐가 무섭다고 그래.ㅋㅋ 라는 생각으로,


저 나무 아래 가서 밥을 먹었는데....


겁나 무섭다.


독수리 몇마리가 머리 위로 쌩쌩 날아다니는데.... 언제 어디서 날아와서 손목을 낚아챌지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얌전히 차에 들어가서 먹었음.





우리팀의 마지막 사진.


왼쪽 두명은 프랑스커플. 그리고 가운데 두명은 어젯밤 역사를 쓴 영국인이랑 캐나다인.


그 오른쪽은 언제나 시크한 일본인이고, 그 뒤에 두명은 러시아계 할아범들이다.



참고로 프랑스 커플중 여자는, 현직 간호사인데...


안구 수술을 주로 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휴대폰에 수술중 사진을 엄청 찍어가지고 있다...;;;


그니까 적출된 안구라든지... 눈꺼풀은 없앤 안구라든지... 막 그런 징그러운 사진들....


그러면서 자기는 그런게 너무 좋다 그러면서, 깔깔 댄다.



자기가 자기입으로 자긴 미친거 같다면서, 마구마구 웃어대서 매우 무서웠음...


결국 엄지손가락이 정색 빨고 그만 웃으라고 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됐음.





아루샤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본 하이에나.


귀엽게 생겼다.


나이지리아 같은데나, 아프리카 시골에 가면... 깡패들이 하이에나를 애완견처럼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진짜임...;;;



자기가 이정도로 힘쎄다는것도 과시하고, 아프리카 특유의 주술적인 것도 있기 때문에,


동네 양아치들이 하이에나, 개코 원숭이등을 길들여서 데리고 다닌단다.





그리고 내가 봤을땐 세렝게티의 그 어떤 야생동물보다도 무서운 흑형들.


엉엉....


이렇게 다시 또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서 우리는 아루샤에 도착했고,


가이드에게 소소한 팁전달식을 마친 다음, 숙소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우리가 묵었던 숙소다.


처음에 사파리를 계약할때, 우리가 좀더 알아보고 결정하겠다고 하자,


사파리 회사쪽에서 승부수를 띄운게, 바로 1박 제공이었다.



보통 이렇게 무료로 제공해주는 숙소는 매우 구질구질하므로, 별 기대 안했는데...


이게 왠걸.


겁나 좋았음. 아프리카에서 보기 힘든 퀄리티의 숙소였다.ㅋㅋ


게다가 에어컨이 빵빵함.


여하튼 덕분에 이날밤은 편하게 푹 쉬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