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을 '다시 찾은 다르에스살람도 지옥 of 상지옥' 이라고 짓고 싶었지만,


죽는소리도 한두번이지 계속해서 죽는다 죽는다 무섭다 지옥이다 라고 그러면,


내일 쓰게 될 진정한 지옥이었던 탄자니아 '아루샤'라는 동네가 아쉬워할까봐,


그냥 제목을 저렇게 지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주인장에게 버스정류장 위치를 들은 후 버스를 타러 나왔는데...


망할.ㅋ 뭐가 버스정류장이라는거야...


그냥 도로 하나 있을뿐, 사람도 버스도 동물도 없다.



흠... 하긴 여긴 아프리카니까 우리나라처럼 버스노선표가 그려진 정류장따위는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멀뚱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슬슬 해가 떠오른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반경 1km이내에 그늘따위는 없음.



버스가 안온다.


사실 무슨 버스를 타야 되는지도 모른다. 그냥 우린 외국인이니까 버스가 알아서 태워줄거라 생각했다.


허나 그건 경기도 오산이었음.


차들은 우리를 보고도 아무 신경도 안 쓰고 팍팍 지나가버렸고,


생각해보니 여기는 현지인만큼이나 외국인이 많은 잔지바르였다... 아무도 원숭이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게다가 중간에 몇몇 택시가 와서는 니가 타려는 버스는 오늘 운행을 안하니 내 택시를 타라는...


말도 안되는 뻥을 치기 시작한다.


'에이~ 뻥 치지마. 나 택시 안탈거야.'


라고 말을 하고 그냥 보내버리기는 했으나, 사실 살짝 두렵다. 진짜 버스 안 오면 어떡하지?



택시기사의 저런 말은 99%는 뻥이지만, 가끔씩 맞을때도 있다. (예전에 인도여행할때 뻥인줄 알고 무시했다가 피박 쓴 경험이 있음.)


근데 진짜 1시간 넘게 버스가 안 나타난다...;;;


슬슬 무섭다기 보다는, 온몸이 타들어간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오줌이 마렵지 않은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다가 겨우겨우 지나가는 버스를 붙잡고는,


달라는대로 드릴테니 제발 스톤타운으로 우리를 데려가 주세요. 엉엉.ㅠ


라고 하면서 겨우 얻어탔다.


스톤타운에서 일박할만큼 우리는 잔지바르에 애정이 없는 관계로,


바로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페리표를 끊으러 페리선착장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원래 가격보다 훠배 비싼 외국인 가격이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그냥 탔음.ㅠ



허나 잔지바르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나가는 페리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우리는,


가장 비싼 페리를 탈수밖에 없었다.


싸구려 페리들은 전부 매진되고 없었음.


얘기를 들어보니 왠만해선 하루 전에 예약해야지만 탈수 있다고 함.



급한 마음에 가장 비싼 페리라도 타려고 줄을 섰는데,


이 망할 아프리칸들에게 질서따위는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었다.


분명 내가 먼저 줄을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키가 2미터쯤 되는 흑형들이 날라와서는


막무가내로 창구에 손을 집어넣고는 표를 스틸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니... 점잖은 분들이 왜 이럴까... 내가 가만 있으면 미안해서라도 줄을 서겠지?'


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는데,


점점 이러다가는 오늘 내로 페리를 타기란 불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과감하게 온몸으로 흑형들을 어택해가며 창구쪽으로 기어들어갔다.



흑형에 대한 두려움보다 이 불지옥같은 곳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된다는 두려움이 더 커서였을까,


결국 나는 흑형들 사이에서 페리표를 사는 쾌거를 달성했다.


처음에는 흑형들과 함께 어깨를 밀어부치며 앞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대한민국 평균신장인 이 몸이 흑형에게 몸으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흑형들이 서로 밀칠때, 그 틈새로 슬금슬금 기어들어가서 표를 샀다.



표를 살때 본건데,


창구 앞에서 자기가 바로 표를 사줄테니 웃돈을 달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건 또 뭔 소리야 싶어서 무시해버렸는데,


그들은 진짜 바로바로 표를 살수 있었다.


그 이유는, 우선 우리에게 돈을 받으면, 그 돈을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창구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줌.


마치 신문을 건네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신문을 주는데,


그럼 창구 직원이 그 신문지를 펼쳐서 페리값 + 약간의 웃돈을 가져간 다음에 바로바로 표를 끊어주고 있었다.


아직까지 아프리카에서 도덕적인 것을 기대하기란 좀 힘든거 같다.





우리가 탔던 고급페리 1등석.


여기는 1등석이라서 정해진 표가 있는 사람만 출입할수가 있었는데,


우리 바로 앞에 있던 백인여자 두명은 1등석 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이곳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럴때마다 빡치고 짜증나도 영어를 잘 못하는 관계로 뒤에서 주구장창 욕만 하는걸로 그쳤는데,


결국 걔네는 1등석 입구에서 흑형에게 걸려서 2등석으로 쫓겨났다.


ㅋㅋㅋ 아이 고소해.



참고로 잔지바르 가는 이 페리는 가장 좋은 페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멀미가 꽤 심했다.


쾌속이라서 약 2시간정도 걸리는데, 멀미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음.





겨우겨우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해서 숙소로 직행했다.


첫날 우리가 묵었던 레인보우 호텔은 가격대비성능비가 거지같아서 패스하고,


원래 우리가 묵으려던 곳으로 가서 방을 봤는데,


흠.. 생각외로 방도 깨끗하고 괜찮다.


어차피 1박만 하고 내일 바로 세렝게티 초원이 있는 아루샤라는 동네로 갈거라서 그냥 방을 잡았다.


이게 실수였음.


얼마를 주든지간에 에어컨 있는 방을 잡았어야 됐다는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 방에 짐을 풀고, 바로 버스표를 끊으러 밖으로 나왔다.


로컬식당은 가봤자 어떻게 시켜먹어야 되는지도 모르는 관계로,


최소한 메뉴판이 영어로 되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그래도 밥다운 밥을 먹을수 있었음.


무슬림이 많은 관계로 동네에 케밥을 파는 집이 많았다.





다르에스살람의 모습이다.


도시 전체가 대충 이렇게 생겨먹었음.


TV에서 보는 소말리아 내전에 나오는 그런 건물들이 즐비해있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길거리에 할일 없이 돌아다니는 흑형들이 넘쳐흐른다.


다들 우리만 보면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특징이다.





우리 숙소 바로 앞 골목의 모습.


일을 하는건지, 휴식을 취하는건지 알수가 없는 흑형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렇게 흑형이 모여있는 곳만 있으면 멀리 떨어져서 걷는다.



그러다가 흑형 한명에게 발각되면,


그 흑형이 주변 흑형들에게 뭐라뭐라 얘기를 하고,


동시에 수많은 흑형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꼭 한명쯤 우리에게 알수 없는 중국말을 하면서 쿵푸하는 손짓을 한다.


'아오리오롱ㅁ~ ㅇ룀와ㅗ말ㅇ마~ 어라어라어~ 아뵤~~' 이러면서...


그럼 다들 낄낄대면서 우리를 향해 뭐라뭐라 말을 한다.


괜히 무시하고 지나갔다가는 지금 자기 흑인이라고 무시하냐면서 시비를 걸까봐,


살짝 웃어주면서 헬로~ 라고 말하며 축지법을 써서 도망치는게 우리의 일상이다.





숙소에서 버스표 끊는 곳의 정보를 입수한뒤,


버스표 파는 회사쪽으로 가는데.... 뭔지 모를 행사를 하고 있었다.


대충 보니까 뭔가 이슬람쪽에서 유명한 사람이 죽었는지, 아니면 그 사람의 기일을 기념하는건진 모르겠으나,


이상한 사람의 초상화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저 가운데를 가로질러가도 되는지 안되는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경찰에게 얘기했더니, 경찰이 행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보내주었다.


아... 외국인이라서 참 다행이다.



지금 저 행진을 구경하는 수많은 흑형들도,


우리가 지나가자 모든 관심이 행진에서 우리를 향해 바뀌었다.


무섭다.





다르에스살람에서 아루샤로 가는 버스는 많은 종류가 있었지만,


몇일전 잠비아에서 다르에스살람 오면서 빈대에게 괴롭힘을 당한 우리는,


최대한 좋은 버스로 예약했다.


뭐 아프리카 버스가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나름 2X2로 예약했음.


(싼것들은 2X3임... 그니까 한줄에 좌석이 2명 - 통로 - 3명 이렇게 앉는 버스임.)




그리고 밤이 왔다.


느므느므 더웠다. 진희의 경우에는 잔지바르보다 이 숙소가 더 더웠다고 한다.


이상하게 밖은 좀 시원한데, 우리 방은 푹푹 쪘다.


그나마 베란다에 나가서 고개를 내밀면 좀 버틸만한 수준이라 계속 베란다에 있었는데...


그러다가 신기한걸 구경하게 된다.



지금 보면 오른쪽 아래 트럭한대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는데,


딱 봐도 좁은 골목길에서 차를 넣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양옆에서는 가로막힌 차들이 쉴새 없이 클락션을 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트럭기사가 빡쳤는지, 미칠듯한 굉음을 내며 무식하게 차를 구겨 넣는다.



앞뒤로 있던 오토바이랑 차들을 무시한채, 어거지로 밀어넣는다...;;;


멀리 있어서 잘 모르겠으나, 소리로 예상해 봤을때,


그냥 트럭으로 오토바이랑 차를 밀어제끼면서 강제로 넣어버리는거 같다...;;;


여기가 아프리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