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에어컨 있는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났다.


이제 언제나 그랬듯 밥 먹으러 나갈 차례.


지금 방금 읽던 법정스님 책에 '또 다른 타성에 젖는것이 무섭다'라는 말씀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둘은 아침 출근, 점심 먹고, 저녁 먹고, 퇴근해서 씻고 TV보다가 자고 다시 일어나 아침 출근을 무한반복하는


회사생활에 질려서, 여행을 떠나왔다.



근데 여행도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며 별별 시행착오를 다 겪었지만,


하다보면 그게 그거고, 저게 저거고, 이게 이거고 수준이 되버린다.


그냥 호스텔 주인장이 쓰는 말만 다를뿐,


숙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만이 다를뿐,


우리의 일상은 기상 - 밥 - 관광 - 휴식 - 밥 - 휴식 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걸 타성이라 불러야 될지, 휴식이라 불러야 될지 참 애매하다.





잔지바르의 메인마을인 스톤타운의 모습이다.


스톤타운이라는 이름은 동네 자체가 돌로만 이루어져서 붙은 이름이란다.


물론 지금은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예전의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다.



물론 여기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우린 유네스코 문화유산 아니면 안가.


한때 오만제국의 수도였을만큼 매우 번성했으며,


지금도 20만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고 있다.





저번에 잔지바르를 향신료의 섬이라고 소개했는데,


또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노예시장.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이곳으로 끌려와서, 세계 각국으로 노예로 팔려나갔다.


현재 금융의 중심지가 뉴욕, 런던 이듯이,


예전 노예시장의 중심지는 스톤타운이었다.



잔지바르는 꽤 큰 섬인 관계로, 스톤타운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이렇게 많은 버스들이 있다.


대충 보면 지네 맘대로 막 서있는것 같지만,


나름대로 목적지에 맞게 자기들끼리 규칙을 정해서 서있는 거다.



참고로 모든 버스는 사람이 가득 차기 전까지는 출발하지 않는다.


출발시간과 도착시간 모두 알라신의 뜻에 맡겨야 됨.





여기가 예전 노예시장이었던 곳이다.


정확히 여기인지 이 옆에 있던 시장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지금은 꽤 큰 로컬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해보고 싶었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겉쪽만 빙빙 돌면서 사람 구경을 했다.


대부분이 무슬림이라 그런지, 흑언니임에도 불구하고 히잡을 두른 모습이 이색적이다.





스톤타운은 워낙 안전한 곳이라 소문난 곳이므로,


그냥 골목길 골목길을 마구마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사람들이 무진장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뭐 재미있는 일 있나 싶어서 가까이 가봤는데...



망할.ㅋㅋㅋ


또 싸우고 있다.


덩치는 내 두배만한 사람이 완전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가지고, 엉금엉금 기어나오고 있다.


권투선수들이 얼굴 많이 맞았을때 퉁퉁 붓고, 그게 터져서 피가 나오는것마냥,


흑형 한명의 얼굴이 완전 엉망이다.


옷도 완전 피투성이고... 사람들이 구경하느라 난리다.



이상한건 그 사람이 뭔 죄를 졌는지, 주구장창 맞고만 있다.


코끼리 코보다 두꺼운 팔을 가진 흑형이 다른 흑형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친다...


엉엉.... 도망가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청나게 큰 쇠파이프가 우리쪽으로 날라온다.


엄밀히 말하자면 쇠파이프가 아니라, 하수도관 정도의 굵기?... 대략 지름 20센치는 되보이는 쇠파이프가 날라온다.


뭐여 싶어서 봤더니,


맞고 있던 사람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엄청나게 두꺼운 쇠파이프를 들고 그 사람을 구하러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변사람들이 말려서 가까이 가지 못하자,


열받아서 쇠파이프를 우리쪽에 집어던진거임...;;;;


그러더니 주변에 과일 잘라파는 사람의 커다란 칼 (코코넛 까는 그 커다란 칼) 을 들고는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찌를 기세다.



우린 너무 놀랐지만,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전혀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그냥 이 순간이 재미있는지, 계속해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멀리서 걱정하며 쳐다보는것도 아니고, 정말 때리고 있는 곳에서 1미터정도 떨어져서, 모두들 낄낄대면서 그광경을 보고 있다.


무섭다. 흑형의 타고난 체격도 이해할수 없지만, 그들의 마인드는 더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사람들 틈을 비집고 도망치다가 다시 그곳을 얼핏 봤는데,


이번에는 얼굴이 피떡 된 사람이 삽을 들고 자기를 때리던 사람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더이상 구경하다가는 우리도 피떡이 되도록 맞을까봐 무서워서 도망쳤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려, 어제 갔던 그 집에 또 갔다.


푸짐하다.


무슬림이 많은 동네라, 돼지고기는 찾아볼수도 없고... 소고기도 별로 없다.



허나 치킨은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지.


찬양하라 치킨.


오른쪽 작은 그릇에 있는건 해물카레인데, 약간 오징어볶음 맛이 나는 음식이다.


저거랑 밥이랑 비벼먹으면 꽤 맛잇음.



그리고 콜라.


여행하면서 사먹은 콜라값만 모아도 비행기 한번쯤은 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밥을 먹고 나서 뭘 할까 생각했다.


겁나 덥긴 하지만, 지금 방으로 들어가봤자 잘때까지 인터넷밖에 더하겠나 싶어서 그냥 동네를 배회했다.


여기는 가이드북에 소개된 커피집.



숙소의 인터넷이 겁나 느린 관계로, 와이파이 되나 싶어서 가봤는데 안됨.ㅋ


앞으로 이집트 갈때까지의 정보가 전무한 관계로, 


세렝게티는 어떻게 가야하는지... 뭘 타고 가야하는지 등등 좀 알아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음.





대신에 이걸 마시고 왔다.


이거슨 바로 잔지바르 커피.


세계적으로 유명한 탄자니아 커피 + 향신료로 유명한 잔지바르섬의 특별한 향신료를 섞은


커피다.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독특한 맛으로 인기가 많다는데,


커피맛이라곤 맥심 모카커피밖에 모르는 내가 마셔본 결과,


그냥 뭔가 좀 신맛이 나는 커피? 정도였다.





스톤타운은 인도인, 아랍인, 페르시아인, 아프리카인 등등이 모두 섞여 살던 곳이라,


나름 독특한 방식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저렇게 건물 밖으로 발코니를 뺀거라든지, 이것저것 특이한 양식이 많다는데, 잘 모르겠고,


건축학이라곤 수지쨔응 밖에 모르는 나도 한눈에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건,


바로 저 나무로 된 문이다.



거의 2집 건너 하나꼴로 매우 화려하고 웅장한 나무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예전 잔지바르 건축물의 특징이었단다.


자세한건 아래쪽에서 쓰겠음.





인도에 와서 소똥, 개똥, 원숭이똥, 새똥까지 밟고 맞아본 지금 생각해보는건데,


아프리카는 참 깨끗한 나라였던거 같다.


특히 잔지바르는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아무데서나 오줌 싸는 인도인도 없었고, 걸어다니면서 똥을 싸는 소도 없고...


사람들도 아프리카인답지 않게 꽤 부지런했던거 같다.



여기랑 인도 바라나시랑 왜 이렇게 도시의 풍경이 비슷할까 생각해봤는데,


내 생각에는 너무 더워서 그런거 같다.


그리스의 산토리니가 그렇듯, (안 가봤음.ㅠ) 태양이 너무 뜨거우니까,


골목길을 좁게 만들어서 햇빛을 최대한 적게 들어오게 만든게 아닐까 싶다.


그냥 내 생각임.





이게 잔지바르의 흔한 대문임.


처음에 이런 문을 봤을때는 무슨 문화재인줄 알고 사진을 막 찍었는데,


찍다보니 이런 고퀄의 대문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지금 보이는 대문은 물론 대문을 감싸고 있는 저 모든 장식들은 전부 나무로 만든거다.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이 대문들은 전부 문화재라서 특별관리를 받고 있으며,


집 주인들도 함부로 못 바꾼다고 한다.


이 사진에는 없는데, 원래 저런 대문들은 전부 분필로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그게 문화재 넘버임.



예전에는 이런 문을 만드는 장인들이 매우 많아서 집집마다 크고 화려한 나무문을 만들었는데,


어느덧 전 세계의 모든 물건에 Made in 짱깨 가 새겨져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이상 비싸고 커다란 나무문을 쓰는 사람들은 없어졌고,


결국 밥벌이가 안되는 나무문 장인들은 직업을 바꿔버리고, 후계자도 없고...


지금은 이 나무문을 만들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참고로 이 나무문은 문화재라서 섬 밖으로 반출도 안된다고 함.





하루의 마지막은 역시 야시장.


지금 보이는게 덤탱이 쓰기 딱 좋다고 소문난 해물꼬치다.


대충 저기서 이것저것 고르면 즉석에서 구워주고, 사람에 따라 차별화된 요금을 청구받게 된다.


흑형들도 덤탱이 씌우기 쉬운 유럽인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우리같은 쭈글이 동양인들에게는 별로 말도 안검. 딱 봐도 안 사먹게 생겼나보다.



아프리카를 통털어서 야밤에 이렇게 맘 놓고 돌아다닐수 있었던 곳은 잔지바르 스톤타운뿐이었던거 같다.


이제 내일이면 잔지바르에 온 이유인, 멋진 해변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는 1년이 넘는 여행동안 가장 덥고 습했던 밤을 맞이하게 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