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몇일간 포스팅을 못한 핑계를 대자면


너무너무너무너무 더워서 한동안 노트북을 켤 여력도 없었다.


한낮 기온 43도를 넘나드는 바라나시에서, 34도를 넘나드는 리쉬께쉬로 도망쳤는데...


거기도 너무 더운데다, 히피들이 바글바글해서,


지금 막 맥그로드간즈에 도착했다.


여기는 좀 살만하네.





어제에 이어서 계속되는 지옥행 완행버스 이야기다.


빈대에서 내 몸을 고스란히 상납하고 있는데, 버스가 정차한다.



원래 외국인이 버스에 타고 있으면, 너도나도 도와주려고 안달인게 미덕이거늘...


흑형들은 겁나 쿨해서 그런거 없다.


그냥 니 할일은 니가 하고, 내 할일은 내가 한다였다.



분명 국경이긴 국경인거 같은데, 뭐 어떻게 해야될지 감도 안오고... 어디가서 줄 서야 되는지도 몰라서


우왕좌왕 하고 있었더니,


저 멀리서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들이 미친듯이 몰려온다.



엉엉.... 순간 겁먹고 버스기사한테 어떡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저기 줄 서서 출국도장 받고,


걸어가서 저쪽에서 입국도장 받고 있으면 자기가 차 끌고 걸로 갈테니 걱정하지 말란다.





아프리카의 종교라고 하면, 왠지 모닥불 피워놓고 그 주변을 돌면서 동물소리 지르면서 기도할것 같지만,


실상은 이슬람교가 많다.


특히 북쪽은 대다수가 이슬람교다.



그런 관계로, 모든 것이 남녀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입국심사, 출국심사까지도 여자-남자 줄이 따로 있다...;;;


허나 줄은 따로 서지만, 도장 받는데는 남녀 구분이 없음...


뭐여... 뭐 하러 따로 줄 서는거여.



게다가 흑형들의 새치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새치기를 하면서 일말의 죄책감이나 줄을 서야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음.


그냥 앞에 누가 있든 말든, 내가 저 창구에 가서 도장을 받아야된다 싶으면,


그냥 앞으로 쭉쭉 밀고 들어와서 창구로 자기 여권을 들이민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었으나,


흑형들의 밀도 높은 근육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뒤에서 울어버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도장 찍어주는 직원이 줄 서라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도장을 받을수 있었다.


근데 줄 서는척 우왕좌왕하다가 다시 또 개판이 된게 함정임.





여기서 퀴즈.


이렇게 버스 앞에 모여있는 흑형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요?


1. 버스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보안요원.


2. 혹시라도 불편한 사항이 없는지 살피러 나온 출입국관리소 직원.


3. 돈 내놔.



이들은 잠비아 - 탄자니아 국경에서 서식하는 일종의 깡패 비스무리한 사람들이다.


어느 나라나 국경지역은 항상 치외법권 수준의 위험도를 자랑하는데,


여기는 그 수준이 좀 심해보였다...ㅡ_ㅡ


지네끼리도 소리 지르고 싸우고 돈 뺏고 난리도 아님.





거 뭐냐... 초등학교 시간에 자석에다가 비닐 씌우고 철가루 위를 지나가면,


철가루가 자석에 쫙쫙 달라붙잖아.


우리가 이곳을 지나가면 그런 현상이 펼쳐진다.



갑자기 검은 흑형들이 우리 주변으로 쫙쫙 달라붙음.


그나마 잠비아 - 탄자니아 직행버스라서 여기서는 그냥 도장만 받음 끝이니까 다행이지,


여기를 개별로 통과해서 버스를 갈아타야 되는 여행자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곳일거다.


온갖 삐끼들이 다 달라붙음.





잠비아 출국도장 받고, 탄자니아 입국도장 받고,


이리갖다 저리갖다 하다보니까, 우리 버스가 어디있는지도 모를 상황이 왔다...


만약 버스기사가 우리를 버리고 가버리면,


우린 어떻게 되는거지... 여기서 흑형들에게 잡아먹히나...



시스템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렇게 출입국 심사를 해도 상관 없는건가? 싶을 정도로 아비규환이었다.





개중에 제일 웃긴게, 환전 시스템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온갖 환전상들이 우리에게 달라붙었다.


잠비아 - 탄자니아 돈으로 바꾸려고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전부 환율이 다르다...



게다가 건달같은 놈들이 나타나서는 다른 환전상들에게 뭐라뭐라 소리 치고는,


자기에게 바꾸라고 압박을 가한다.


아프리카 국경지역의 환전상들은 사기를 하도 잘 친다고 해서, (돈 바꾸면서 감쪽같이 이상한 돈을 준다던가, 돈을 빼돌리거나 하는짓)


불안불안해서 우선 안 바꾸고 동태를 살피기로 했다.



그러다가 공식환전소가 있길래, 공식환율은 얼말까... 해서 들어가봤더니,


밖에 있는 야매 환전소보다 훨씬 잘 쳐준다...ㅡ_ㅡ


뭐야... 밖에 있는 야매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환전을 하고 있는걸까...



참고로 지금 오른쪽에 막대기 든 경찰 있는 곳이 공식환전소고,


왼쪽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야매 환전상들임.


원래 야매일수록 환율을 잘 쳐줘서 위험을 감수하고 환전하는건데... 여긴 뭐 그런 매리트가 전혀 없다.


아직도 미스테리임.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같은 생각을 가진 여행자들이 많으니까, 그걸 역으로 이용하는걸지도 모르겠다.


의외로 똑똑한걸지도 모르지.





입국도장도 받았고, 환전도 했으니...


이제 다시금 흑형의 위엄을 찬양할 시간이 돌아왔다.



지금 보이는 버스는 국경을 통과하는 버스인데, 버스 검사를 위해서 모든 의자를 다 떼냈다.


여기는 이상한데 엄격하고, 이상한데 널널하다...


국경 통과하는데 숨긴 물건이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 버스 안의 모든 물건을 다 빼내야 된다.


사람과 짐은 물론.... 의자까지도...;;;



더욱더 놀라운건, 이 모든 작업을 지금 버스에 보이는 저 흑형이랑 나머지 한명이 다 함.


두개가 세트로 되있어서 엄청나게 무거운 저 의자들을,


저 높이에서 한손으로 잡아서 들어올린 다음에, 버스 안에 장착한다.


거짓말 아님. 거짓말이라 생각할수밖에 없겠지만, 트루임. 직접 보면 엎드려서 절하고 싶어진다.


대충 찍은 사진으로도 흑형의 팔근육을 감상할수 있음.





또 이상하게 깐깐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짐검사.


버스에 타려고하니까, 갑자기 저기 가서 짐검사를 받고 오란다.


짐을 들고 갔더니, 온갖 버스에 타고 있던 외국인들만 쭉 줄을 서있다.



근데 정작 짐검사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음.


뒤에서 기다리다 빡친 캐나다 할머니가 직원 어디갔냐고 항의를 해봐도,


그딴건 흑형들에게 씨알도 안 먹힘.



캐나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이건 진짜 짐검사를 위한것이 아니고, 외국인들에게 탄자니아의 위엄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똥개훈련이란다.


할 필요도 없지만, 너희는 우리말을 따라야 된다는 식의 제스쳐란다.



뭐 이런 피해의식 쩌는 할망구가 다있나 싶었는데, 


진짜였음.


직원이 나타나서는 우리짐을 보고는, 뭐 들었음? 이라고 묻길래... 옷이요. 라고 했더니,


오케이. 거기까지. 다음.



이게 끝이었음.


그리고는 다시 짐을 들고 버스로 갔는데, 뭐 아무런 체크도 없다...ㅡ_ㅡ


고로 짐을 검사받고 오든 말든 아무도 신경도 안 쓰는 그런거였다.





도대체 트럭 한대 지나가는데, 왜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야 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가지만, 아프리카는 항상 이랬던거 같다.


무슨 땅을 하나 판다고 치면,


5명이 삽을 들고 모여있다.


그리고는 1명이 진짜 죽을힘을 다해서 땅을 팜.


그리고 4명은 삽을 들고 주변에서 훈수를 두고 있음.



이런게 부지기수다.


그니까 일을 하면, 다같이 협동하고 분산해서 일을 하는게 아니고,


그냥 한놈만 주구장창 일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주변에서 얘기를 하거나 놀고 있음.



뭔가 자기들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겉에서 보는 사람 입장으로는 상당히 속 터지는 시스템이었다.





이제 지옥과 같은 국경지대를 넘어 탄자니아로 넘어왔다.


나름 잠비아는 영어권 나라라서 (영국의 식민지였음.), 탄자니아 애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단다.


내가 봤을땐 도찐개찐인데, 자기들이 보면 대충 분간할수도 있는 모양이다.



우린 여기서 바나나 하나를 사먹었는데...


얼마드라... 기억은 안나지만, 여하튼 바나나 얼마? 냐고 물어봐서 몇백원이라길래 한개만 달라 그랬더니,


저 한뭉텅이를 다 줬음.


게다가 겁나 맛있음.


바나나는 역시 아프리카 바나나가 짱임.





이제 다시 또 주구장창 탄자니아 땅을 달릴일만 남았다.


흑형보다 무서운 바퀴벌래, 빈대와 함께 신나는 여행길.


아이 씐나.



아까 버스에서 어떤 노래를 듣는데, 이런 가사가 있었다.


여행이라는건 힘들지만, 추억으로 보상해주기 때문에 좋은거라는데...


맞는 말인거 같다.


사실 저때에는 흑형들이 너무 무서워서 빨랑 인도로 튀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까,


그래도 무서움....ㅎ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잠깐 화장실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