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대망의 버스표를 끊으러 가는 날이다.


원래 기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엄청엄청 고민을 했다.


기차를 타자니, 이곳에 3~4일정도 더 머물러야 하는데 그동안 할게 없고...


그렇다고 버스를 타자니, 지옥 오브 상지옥이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두렵고...


(공식적으로는 27시간인데 30시간 이전에 도착한 사람은 전무하고, 가장 길게 탄 사람은 54시간인가 탔다고 함...)


결국 우리는 그냥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눈 딱 감고.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버스를 탄 다음에, 빨리빨리 북상하기로 했다.





우리 숙소.


저게 수영장인지 연못인지도 모를만큼 작은 웅덩이가 있다.



아..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하나 얘기하자면,


어제 이모부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는 길에, 동양인 여자 한명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분이세요?"



꾸엑!!!!


아프리카에!!! 잠비아에!!! 루사카에!!! 한국인이 있다니!!! 그것도 여자 혼자!!!


깜짝 놀라서 물었더니, 자기도 이 숙소에 묵고 있다면서, 있다가 밤에 잠깐 얘기라도 하자고 하신다.


무지무지 신기해서 이모부와의 만찬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만나뵜는데,


신기하게도 미국인 남편과 함께 말라위에서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고 계신 한국분이셨다...;;;


(나도 못먹어본 흑산도 홍어를 좋아하시는 미국인이었음.)



말라위는 바다가 없지만, 말라위 호수라고... 아프리카에 2번째인가 큰 호수가 있다.


그곳만의 독특한 환경이 있어서 나름 다이빙 장소로 유명한 곳이란다.


거기서 주로 트럭킹 손님 등을 상대로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들었던 얘기중에 더 충격적인 얘기들.


말라위는 여기보다 더 열악하다고 한다.


처음 루사카를 오셔서는 도시가 너무 좋아서 놀라셨다는데.... 흠.... 그게 가능한건가..;;


말씀을 들어보니 말라위는 진짜 헬 오브 헬인듯...


인터넷은 생각도 안해봤고, 전기도 엄청 자주 끊기고... 모든 것이 열악하단다.


게다가 흑인을 고용해서 센터를 운영하고 계셔서, 현지인들의 사정을 말씀해주시는데...


흠... 내가 이제까지 봐온 열악한 환경은 최고급 환경이었나보다.



그분도 처음엔 잘 모르셨는데, 훗날 자기가 먹고남긴 음식을 종업원들이 주워먹는 모습을 보고는,


아... 아프리카가 진짜 열악하긴 열악하구나... 라고 느끼셨단다.





여하튼 그렇게 우연찮게 좋은 얘기도 듣고난 다음날,


우리는 버스표를 사러가기 위해 이모부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우리끼리 다시 그 지옥 정류장을 가기에는 많이 무서웠나보다....;



이 사진은, 와이프가 이보무님 기다리면서 연습한 사진.


어제 이모부님께 아웃포커싱 기술을 전수 받은후, 열심히 연습중이다.


난, 보나마나 오락하고 있는거겠지.



이렇게 둘이 노닥노닥거리다가, 이모부님과 흑형이 오셨고,


우린 지옥정류장으로 향했다.


현지인과 함께 가니까, 두려울게 없었다.





도착했을때 내가 본 지옥 정류장은, 여전히 지옥 정류장이었다.


저 임팔라를 발견한 하이에나들의 눈빛을 보라.


만약 이모부의 동업자인 현지인이 없었다면, 난 이모부에게 업혀달라 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모부님은 스쿠버다이빙 강사자격증도 있으신, 스포츠맨이심.


탄자니아에서 강도와 맨손격투도 하셨다고 함...벌써 체격부터가 흑형에게 지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한낱 쭈그리.


비만 오면 허리가 아픈 본인과. 체육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 와이프.


저런 흑형들이 우리를 보고 달려들면 우린 울어버렸을꺼다.





이들은 외국인이고 현지인이고 가리지 않는다.


지금 보면, 가운데 있는 아줌마가 티켓을 사러 온거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흑형들은 전부 삐끼인지 직원인지 뭔지 모를 사람들임.



당신이 저 아줌마 자리에 서있다고 생각을 해봐라.


진짜 오줌 지림.





지금 보이는 사람중 80%정도는 삐끼임.


이 삐끼들은 어떻게 커미션을 받는지 잘 모르겠으나,


내 생각에는 옆에서 도와주고 팁을 달라 그러는거 같다.



인도인이 요구하면 팁이지만, 흑형들이 요구하면 그냥 삥 뜯는거다.


지갑이 자동으로 오픈됨.





그래도 우린 현지인이 한명 있어서, 수월하게 표를 끊을수 있었다.


게다가 이모부님께서 버스의 상태라든가, 버스 종류. (아프리카에는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와,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하는 버스 두 종류가 있다.)


등등을 잘 알아봐주셔서,


별 문제 없이 표를 끊었다.



삐끼들도 처음에는 우리에게 몰려들었다가,


현지인이 같이 있는걸 보고는 다들 다른 먹잇감을 찾으러 갔다.


만약 여기에 우리 둘만 왔더라면..... 


우리는 모든걸 포기하고 비행기를 탔겠지.





표를 끊고나니, 동업자 흑형에게 너무 감사해서,


밥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여기는 예전에 이모부를 처음 만난날, 중국집에 가기 전에 들린 곳인데,


그 당시에는 무슨 밴드가 공연한다고... 입장료를 요구하길래 안 들어갔던 곳임.


나름 루사카 시내에서 고급 음식점이란다.





가격은 우리나라로 쳐도 좀 비싼 수준이었다.


대충 뭐 빕스에서 밥 먹는 정도?


허나, 이모부께도 고맙고, 동업자 흑형에게도 고마워서 우리가 사기로 했음.


(근데 이모부께서 용돈을 주셨으므로 또이또이임...;;;)



우리에게도 좀 비싸다고 느껴질 정도니까,


현지인인 동업자 흑형은 엄청나게 비싸다고 느껴지겠지.


아무거나 먹고 싶은거 고르라 했더니, 제일 싼 무슨 샌드위치 하나 시키길래,


그러지 말고 상관 없으니 더 맛있는거 시키라고 해서 대충 중간대 가격으로 대접했음.





해물을 재료로 해서 튀김요리를 하는 집 같았는데,


나름 맛있었다.




이제 버스표도 끊었겠다. 더이상 두려울게 없었다.


내일 버스를 타고, 죽었다 생각하고 눈 딱 감고 있다보면,


우린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할테고,


거기서만 살아남으면, 그 이후에 잔지바르, 세렝게티는 별 문제 없을거다.


(라고 이때는 생각했는데, 망할 아프리카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음.)


여하튼 이렇게 루사카 마지막 날이 끝났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