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킹을 할때 보통 메인으로 꼽는 3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가 힘바족 방문,


두번째가 오카방고 델타,


세번째가 빅토리아 폭포.


근데 나랑 진희 그리고 우르스는 이 세가지 모두 별로였음...


우선 힘바족 방문은 개인적인 자괴감으로 인하여 방문하는 내내 불편했고,


빅토리아 폭포는 망할 우기시즌이라서 물이 너무 많이 쏟아지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봤고, (근데 건기에는 볼게 없다 함.)


근데 개중에서 오카방고 델타는 매우 흥미롭고, 애증의 관계가 섞여있는 희한한 공간이었다.


딱 오카방고 델타 하나만 놓고보면 별로였지만,


거기서 견뎌냈던 시간들... 함께했던 시간들이 매우 좋았다. (함께라고 해봤자 우르스랑 진희랑 얘기한거밖에 없음.ㅋㅋㅋ)



마치 뭐랄까... 군대로 얘기하자면, 혹한기 훈련을 갔는데


혹한기 훈련 자체는 매우 힘들었으나, 2박3일간 그 혹독한 환경에서 같이 견뎌낸 전우들과의 끈끈한 전우애? 그런거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나는 군생활 하면서 혹한기 한번도 안가봤음.


게다가 난 한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창원에서 군생활을 했지....





아침부터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쟈크.


이번에는 인턴으로 참여한거라서 이것저것 아무 일이나 다 하고 있지만,


다음 투어부터는 요리사로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란다.



참고로 운전사인 데이브도 원래 타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쉐프로 있었으므로,


요리사로 지원을 했다고 한다.


근데 면접할때 자기 운전 겁나 잘한다고, 요리사인데 운전도 잘하는 사람 필요 없냐고 어필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운전수로 채용 됐다고 한다.


(운전수가 더 재미있나보다...;;; 그냥 봤을땐 진짜 힘들어보이던데....)





이건 캥거루와 타조가 그려진 귀여운 호주여권이다.


여권은 이렇게 귀여운데 왜 이 인간들은 안 귀여운지 모르겠구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여권디자인은 단연 스위스.


오돌토돌한 빨간색 커버에 흰색 십자가가 그려져있어 매우 심플하고 예쁘다.


그리고 스웨덴 여권도 좀 예뻤던거 같고...



신기했던 여권으로는,


몇일전에 봤던 파나마 여권. 껍데기가 전부 하늘색임..;;; 파란색 말고 야광 하늘색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온통 연두색이라던데, 아직 실제로 본적은 없다.





유럽에 까르푸가 있다면,


아프리카에는 샵라이트가 있다.



이것도 당연히 남아공 체인점인데, (아프리카에 있는 왠만한 체인점은 전부 남아공꺼임.)


가장 저렴한 슈퍼마켓이라고 보면 된다.


남아공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슈파마켓은 Woolworth라는데고... 그 다음이 Pick and Pay...  그 다음에 샵라이트 정도 되겠다.



어차피 저런데 가도 콜라밖에 안 사먹는 나로써는 별 차이가 없다.





이날은 오카방고 델타를 준비하는 날이었다.


자꾸 오카방고 델타거리니까 거기가 뭔가 싶고, 감도 안온다는거 잘 안다.


나도 그랬음.


트럭킹 알아볼때부터, 트럭킹 하면서 계속 오카방고 델타 거리는데 뭔질 알아야 들어먹지..ㅋㅋㅋ



오카방고 델타는,


그냥 동네 이름임. 브라질 아마존처럼... 뭔가 거대한 정글로 이루어진 삼각주다.


잠시후면 사진들 나오니까 그거 보면 대충 감이 옴.



근데 왜 거길 가는데 준비까지 하느냐면,


우린 거기서 2박3일을 머문다.


거기는 정글이므로... 화장실도 없고, 샤워실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물도 안 나온다.


그냥 완전 야생에다 텐트 치고 자는거임.



그래서 이날은 2박3일간 필요한 물과 다른 생필품들을 사고 준비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경비행기를 타고 오카방고 델타를 하늘에서 볼수 있다. (대충 10만원쯤 했던거 같다.)


나름 비행기를 타고 앙골라 국경을 넘어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는거라서, 국제선을 타야됨.





이게 우리가 탈 국제선 비행기다.


데이브가 농담처럼 이 공항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바쁜 국제공항이란다.


이 공항에 있는 비행기중에는 지금 보는 이 비행기가 가장 큰거였다...;;


그리고 이 공항은 그냥 오카방고 델타 구경하는 용도로만 쓰이는것 같았다..ㅋㅋㅋ





공항에 있는 다른 비행기의 모습임..;;;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뭐 아무것도 없다.


그냥 지금 보이는 이게 전부임.



가끔 뭐 특이한 일이 있을때는 다른 비행기들도 온다고 하던데...


공항에 직원도 별로 없고, 면세점 따위는 당연히 없고... 편의점도 없고 커피숍도 공항 밖으로 나가야지만 있었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조종사 아저씨가 간단하게 우리가 볼 지역을 설명해준다.


지금 그림으로 보이는게 오카방고 델타다. 파란색이 강물임.



오카방고 델타는 앙골라에서 시작해서, 보츠와나까지 흐르는 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긴 강이다.


엥? 왜 보츠와나까지만 흐르지?


오카방고 강은 바다로 흐르지 않는 강이다.


그냥 여기까지 흐르다가, 부시맨들이 사는 칼라하리 사막으로 스며들어버린다.



그렇게 칼라하리 사막에 스며들기 전에 강물이 모여서 만들어진 삼각주가 바로 이 오카방고 델타 (오카방고 삼각주)


우기와 건기가 확실한 아프리카답게, 강폭도 어쩔때는 겁나 넓다가 어쩔때는 너무 좁고 이래서,


선박이 다닐수가 없는 강이다.



게다가 여기는 아직까지도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야생상태라서,


강물 주변으로 하마, 악어, 코끼리 등등... 별별 동물들이 다 살고 있어서,


육지로 탐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비행기 내부의 모습이다.


조종사까지 합쳐서 7명이 앉을수 있는 비행기였고, 겁나 흔들흔들 거렸다.



흠... 미리 결론부터 애기하자면, 돈 아깝다.


이거 탈 돈이었으면 차라리 페루에서 나스카 비행기를 탈껄 그랬다.


그때는 8만원이 아까워서 탈까말까 수십번 고민했는데,


아프리카에 와서는, 우르스랑 놀아서 그런지 씀씀이도 우르스처럼 변해서,


10만원도 그냥 우습게 팍팍 지르고 있다.



생각외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아니었으나,


실제로 들어가보면 좀 희한한 곳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보츠와나의 부촌이다.


진짜 이정도면 부촌이라 불릴만 하다.


아직도 지붕도 없이, 진흙인지 소똥인지 모를 것으로 벽 같은걸 쌓아놓고,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것만으로도 죄스러워서,


'오.. 저거 잘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야지.' 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카방고 델타의 모습이다.


앙골라부터 흘러내려온 오카방고 강이 여기서 거대한 삼각주를 만들어냈고,


그 물들이 칼라하리 사막으로 스며들어가서,


그나마 생물이며 동물들이 좀 살아갈수 있는거 같다.



자세히, 아주 자세히 보면,


하마, 코끼리, 기린, 악어, 새 등등... 온갖 동물들이 다 보인다.


대신 진짜 자세히 봐야됨.





아직까지도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라,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지네 맘대로 살아가고 있는곳이다.



보츠와나는 이 오카방고 델타를 물공급처로도 쓰지만, 관광지로 매우 잘 쓰고 있다.


특히 오카방고 델타는 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하는데다가,


더 나아가서 이 동네 사람들이 조합 같은걸 만들어서, 오카방고 델타를 들어가려면 무조건 그들의 허락을 받고,


그들의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들어가야만 한다.



개별자격으로는 들어가 볼수가 없음.


꽤 괜찮은 시스템인거 같다.



그래서 트럭킹 팀이 와서 2박3일간 그 안에서 머물면,


뱃사공 + 음식해주는 사람 + 텐트 치는거 도와주는 사람 등등...


팀원수만큼의 현지인들이 가이드 형식으로 따라 들어가서 2박3일을 같이 보내게 된다...;;


어찌보면, 히말라야에 있는 쉘파나... 포터, 가이드 등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관광객들이 쓰는 돈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독식하는게 아니고,


그곳을 관리하고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모두가 나눠가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좋은거 같다.





이건 오카방고 델타 상공에서 찍은 동영상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날 있었던 또 다른 빡쳤던 일을 말해보자.


아... 이건 뭐 그냥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화수분이구만.



이날 우리는 총 2대의 경비행기를 빌렸다. 한대는 6명, 한대는 7명.


6명 - 우르스, 실비아, 김사장님, 오스트리아 여자애, 경희씨, 조종사


7명 - 나, 진희, 아버님, 어머님, S군, J양, 조종사


여하튼 우리는 7명짜리 비행기였는데, 가장 앞에 조종사 + 보조석, 그리고 뒤에 2줄씩 2열, 마지막에 가운데에 한자리가 있는 비행기였다.



국제선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좌석표가 없는관계로 그냥 아무데나 앉으면 되는거였는데...


비행기를 탈때 문제가 발생했다.


아버님이 S군과 J양보고, 


"누가 앞에 탈래?" 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

.

.

응? 저희는요? 저희도 앞에 타고 싶을수 있잖아요?



그래. 솔직히 30이 코앞인 내가 무슨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것도 아니고... 앞에 타봤자 별반 다를거 없다는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그래도 다 같이 똑같은 돈 내고 타는건데, 


한번이라도 물어봐주시는게 맞는거 아닐까.


설마, "명수씨, 앞에 타실래요?" 라고 물었다고, 내가 그 자리에서 "옙!! 제가 앞에 타겠습니다!! 역시 비행기는 조종석이 제맛이죠." 라면서 낼름 타겠나?...


그냥 우리를 좀더 배려해주셨으면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을거다...


근데 그들은 우리를 배려하지 않았다.


배려를 하신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느끼기에 우리는 똑같은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로 느껴졌다.



아... 초등학생이 조수석 탔다고 질투하는게 아니다.


난 솔직히 타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얌전히 뒤에서 맘 편하게 있는게 좋았다.


그래도, 좌석배치를 할때 물어봐주는게 배려 아닌가.


결국 진희는 가장 뒤에 혼자 앉았고, 나는 그 앞에 앉는 기이한 배치로 1시간동안 오카방고 델타를 날라다녔다.



나는 이 일 때문에, 마음 속에서 매우 깊은 빡침이 올라왔으나,


누구에게 말하기는 또 쪽팔리고 그래서 꾹 참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훗날 오카방고 델타에서 우르스한테 얘기를 해버렸는데,


우르스가 대답했다.


"헐. 니네팀도 그랬음? 우리팀도 조종사가 누가 앞에 탈래? 라고 물어봤는데, 실비아가 낼름 손 들고 앞에 타버렸음. 나도 빡쳤음."



여기서도 난 외국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게...


사실 우르스랑 실비아만 그런건진 몰라도, 얘네는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다툼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풀어내고 다시 웃는 낯으로 상대방을 대한다. 꽁하니 가슴에 담아두는게 없다.


허나 나랑 진희는 그게 안된다. 뭔가 하나 마음에 안 들면, 그 사람 앞에서 웃는 낯으로 있을수가 없다.


누가 봐도, '아.. 쟤네 저 사람 진짜 싫어하나보다..' 라고 느껴질 정도로 티를 팍팍 내는 수준이다.


우르스는 실비아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뭔가 다른 면은 마음에 드니까 상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우르스는 애들이 빡치기는 하지만, 애들 앞에서는 언제나 유머러스하게 티 안나게 행동을 했다.


애들이 다가오기만 해도 '난 너랑 놀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괜히 까불지 마라.' 라고 얼굴에 써놓고 있는 우리와는 전혀 달랐다.


그런점이 매우 본받고 싶었다.



여하튼 결론은,


저때부터 슬슬 빡쳐올랐던거 같다.


처음엔 열심히 감정을 숨기고 웃으려고 노력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긴 회사가 아니었다.


실비아의 명언이 생각나는구만.


"그래서 어쩌라고? 저들은 내 상사가 아니라고!! 내가 왜 저들을 봐줘야 되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