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샤 국립공원에서 표범을 뺀 나머지 빅3를 모두 본 우리는 기분 좋게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버팔로는 에토샤에 없음.)


이때만 해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 나중에 세렝게티 안 가도 되겠구만. 이정도면 충분히 많이 봤고, 사자도 코앞에서 봤는데 더 볼게 있겠나?'



허나... 안갔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뻔 했다.


세렝게티는 진리다. 


물론 세렝게티 사파리를 하기 위해서는 겁나 빡치는 삐끼들을 모두 물리치고,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부르는 사파리 회사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거지같은 밥과 숙소에서 씻지도 못하고 3일을 보내야 되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데이브 곰형.


우리차의 이름은 해리슨.



어디선가 본 얘긴데, 노매드 투어를 하는 모든 트럭차량은 각자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이름은 모두 이 세상을 떠난 가수들의 이름인데, (회사를 차린 사람들이 전부 음악을 좋아해서 그렇게 붙였다고 함.)


점점 회사가 커지고, 트럭이 많아짐에 따라...


저 세상 가수들의 이름이 부족해지자, 딱 2대의 차량에 살아있는 가수들의 이름을 붙였단다.



그 중에 하나가 남아공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의 이름이었는데, 


우연인지 뭔진 모르겠다만, 그 이름을 붙이고 몇달후에 그 가수가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서프라이즈에 제보해도 될만큼 무서운 이야기임...





트럭의 앞쪽에는 이렇게 철망이 쳐져있다.


아프리카의 도로는 차만 다니는게 아니고, 온갖 야생동물들이 다니기 때문에


만에하나... 야생동물이랑 부딪혔을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고 다닌다고 한다.


저거 한번 들어봤는데, 겁나 무거움. 완전 강철 덩어리다.



지금 철망에 붙어있는건, 잠자리 및 나비 및 나방 및 온갖 곤충들임.





에토샤 국립공원을 빠져나온 우리는 나미비아의 수도인 빈툭에 도착했다.


빈툭 혹은 빈투훅이라고 읽는데, 나름 한 나라의 수도다웠다.



이때는 빈툭을 보면서, 무슨 한나라의 수도가 이렇게 허접하다냐... 라고 생각했는데,


훗날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 가보니, 빈툭은 뉴욕 수준이었다.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생뚱맞은 건물이 있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중국문화원? 중국기념빌딩? 뭐 그런거란다.


알고보니 중국에서 세워준 건물이란다.



이 세상 어디를 가나 중국인이 없는 곳은 없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디를 가나 중국인이 환영받는 곳도 없다.


미칠듯한 물량과 인원수로 전세계를 장악해버린 차이나 타운은 어딜가나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어느정도냐면, 콜롬비아에 갔을때 친구가 해준 얘긴데,


콜롬비아는 가난하고, 마약국가로 낙인 찍혀서 다른 나라 입국도 힘들고, 정치도 부패했고 많이 힘들지만,


차이나 타운이 없다는것 하나만으로도 자기는 행복하다고 할 정도였음...



콜롬비아에서도 무시 당하는건 그나마 그렇다고 쳐도,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 아프리카에서조차 무시당하는 중국인을 보니,


기분이 매우 통쾌했다.


아오 시원해.





빈툭은 그냥 아무것도 없다. 그냥 수도다.


나름 여기가 유명한 성당인지 교회인지 뭔지 모를 유적지라고 내려주긴 했는데...


문도 닫혀있고, 뭔지도 잘 모르겠어서 우선 사진만 찍어왔다.



길거리에 사람도 없고, 뭔가 으스스한 동네였다.



가끔 이렇게 아스팔트가 깔리고 코카콜라 파는 편의점에 가보면,


엊그제 본 힘바족이라든가... 헤레로 부족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 그대로... 상의를 탈의하고, 머리에 진흙을 바른채, 맨발로 돌아다니고 있다.



차타고 지나간다고 절대 몰래 사진 찍으면 안된다.


걸리면 난리 난다고 함.





빈툭 시내를 차로 지나면서 본 가장 충격적인 간판.


무슨 임대주택 같이 생긴데에 마이크로소프트 회사가 있었다...


뭐지... 짝퉁은 아닌거 같고... 그렇다고 진짜 법인이라고 하기에는 영 생뚱맞은 곳에 있고...;;;



난 마이크로소프트에 취직시켜준다해도, 나미비아에 가서 일하라고 하면,


명예퇴직을 신청할거 같다...


여기서 뭐하고 살아... 밤만 되면 눈동자만 둥둥 떠다니는 동네인데..ㅠ





수도는 수도다.


빈툭에는 이렇게 어마어마하고 으리으리한 슈퍼마켓도 있었다.


아프리카 물가 비싸다고 들었는데,


생각외로 그리 비싸지는 않다.



그냥 여행지의 레스토랑이나 숙박비가 유럽만큼 비싸기는 하지만,


이렇게 슈퍼마켓이나 길거리에서 뭐 사먹는건 충분히 리저너블한 수준이다.



물론 진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이나 상점에 가서 사면 어마어마하게 싸다고는 하나...


난 도저히 도전해볼 엄두가 안났다.


특히, 고기나 과일 같은거... 길거리에서 현지인들이 사먹길래 한번 사먹어볼까? 하고 봤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수준의 상태였다...


아프리카에 비하면 인도는 매우 깨끗한... 스톡홀름 정도의 청결한 도시라고 본다.





우리가 하룻밤 묵게 될 캠핑장.


오늘도 큰 도시에 왔으니, 텐트가 아닌 숙소에서 잠을 자게 됐고,


저녁도 밖에 나가서 먹는다.



우연찮게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노매드 트럭팀을 만나서, 같이 나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케이프타운에서 빅토리아 폭포로 가는 팀이고, 얘네는 빅토리아 폭포에서 시작해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는 팀이었음.)





반대쪽 팀은 전부 외국인이었다.


스위스, 호주, 독일, 스웨덴, 폴란드... 또 어디드라... 여하튼 대부분 유럽 애들이고 동양인은 없었다.



왜냐믄 저번에도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케이프타운 - 빅토리아폭포 루트가 가장 유명하고, 다들 그것만 하기 때문에,


다른 루트에서 한국인 보기는 쉽지 않단다.



점점 우리팀에 빡치기 시작했던, 실비아와 우르스는 물만난 물고기마냥 신이 났다.


왜냐믄 저쪽팀엔 독일어 쓰는 사람도 있었고... 우르스는 같은 스위스 사람을 두명이나 만났거든...


그동안 영어도 어눌한 우리팀에서 얼마나 심심했을까.ㅠ (그중에 내가 영어를 제일 못했지.)


보고 있는 내가 다 고마워지는 기분이었다... 쟤네랑 놀아줘서 고마워요... 잘좀 부탁해요... 그간 많이 심심했을꺼에요...





가운데가 우르스 할아범.


왼쪽은 스위스에서 건설업체 부사장을 하고 계시는 아저씨.


오른쪽은 저 아저씨의 친척인지 조카인지 뭐 여하튼 그런 관계임.



저 왼쪽 아저씨가 자기는 휴가를 한달인가 내고 왔다길래,


'님 사장임? 어떻게 휴가를 한달씩 내지?'


라고 말했더니,


'사장은 아니고... 부사장 정도 된다...' 라고 대답해줬다.



저때만 해도... 우와... 부사장씩이나 되니까 휴가를 한달씩이나 내지.. 라고 생각했는데,


훗날 알고보니 유럽인들에게 있어서 휴가 한달정도는 그냥 우리나라 월차 정도의 수준이었음.


특히 프랑스 애들은 무슨 휴가 못가서 안달난 애들처럼 휴가를 몰아서 팍팍 잘도 쓰더라.



내가 1년동안 휴가일수가 11.5일이었다고 얘기해주자, 다들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망할... 나도 유럽에서 일하고 싶다... 특히 스위스....





이 레스토랑은 딱 봐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다.


아프리카 한복판에 잉어가 살고 있는 연못이 있을거라 상상이나 해봤나...ㅋㅋㅋ



얘기를 들어보니, 주인장은 포르투칼 사람이라는데 여기에 안산다는거 같았음...


창업욕구가 솟구친다....


하지만 난 흑형을 종업원으로 고용해서 사업할만한 배포가 없다...


눈빛만 봐도 죄송하다면서 월급을 올려드리고, 카운터에 앉아계시라고... 서빙은 제가 하겠다고 할거 같다.





이날 저녁에 먹었던 이름 모를 스테이크.


메뉴가격이 꽤 쎈편이라, (대충 2만원 가까이 했던거 같음.) 가장 싸구려 음식을 사먹었다.


돈 많은 스웨덴 처자와, 더 돈 많은 스위스 갑부형들은 맥주도 주구장창 마시고 스프부터 시작해서 코스로 즐기던데...


쭈글쭈글거리는 우리는 그냥 이렇게 단품으로 먹고 말았음.


게다가 영어가 후달려서... 다른 팀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스웨덴 애랑 얘기하면, 나 스웨덴 갔다왔는데, 스톡홀름 좋았음. 끝.


폴란드 애랑 얘기하면, 나 폴란드 갔다왔는데, 부다페스트 좋았음. 끝.


이정도 수준?....ㅋㅋㅋ


내가 처음 영어공부를 죽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게, 2007년 영국에 처음 갔을때인데,


2013년인 지금, 그때보다 영어를 더 못하는걸 보면,


난 안되나봐. 그냥 안되는거야. 세상엔 노력해도 안 되는게 있나봐.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