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킹 6일차는 아마도 모두가 기다려온 날이 아닐까 싶다.


이유인 즉슨, 6일차와 7일차에는 백패커스에서 자니까요.ㅎㅎㅎ



여기서 잠깐, 다양한 숙박용어에 헷갈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리해보자면,


게스트하우스 - 인도, 네팔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애용하는 여인숙.


백패커스 - 게스트하우스를 아프리카에서는 주로 백패커스라고 부르는 듯.


도미토리 -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28명까지 한방에서 같이 자는 방. 브라질에서는 3층침대도 봤음.


민박 - 유럽쪽 한인숙소에서 주로 애용하는 이름. XX민박 등으로 부름. 


호스텔 -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조금 윗급이지만, 호텔에는 못 미치는 곳들. (근데 게스트하우스랑 거기서 거기임.)


호스빼다헤 - 남미에서 호스텔을 부르는 단어.


까사 - 쿠바에서 이용할수 있는 숙소로, 정부에서 인증받은 숙소임. (쿠바는 공산국가라서 인증 받지 않은 곳에서 자다 걸리면 문제발생함)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대로 나눈 기준이고...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음..ㅡ_ㅡ


지금 내가 묵고 있는 곳도, 이름은 호텔인데 바깥간판은 호스텔이고, 안에는 백패커스라고 써있고 난리임.


나중에 한국 들어가서 이번 여행기 정리하면서 숙박편에 대해서 따로 쓸 예정이니 그때 참고하시면 될듯...



여하튼 트럭킹 6, 7일차는 백패커스에서 자므로 모두들 이날만을 기다렸다.


와이파이 사용가능, 빨래 가능, 침대 사용가능, 하루종일 정해진 일정 없음.


이게 바로 트럭킹 6, 7일차에 누릴수 있는 특권임.ㅋㅋㅋ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신나게 달린다.


오늘은 와이파이 터지는 숙소로 가는 날이니, 모두들 신나서 텐트를 접었다.


인터넷!! 인터넷!!


한국사람들만 유난히 인터넷을 갈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처자 실비아도 페북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우르스는 페북, 트위터 등등 인터넷 별로 안 좋아하므로 패스)



어제 멀리서 본 얼룩말이 우리를 배웅해준다.


안녕.





중간중간 볼일과 스트레칭을 위해서 이렇게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곳에 정차하곤 한다.


이날 트럭 타고 가면서 생각한건데,


벌써 6일차다.


총 20일 일정이니까 벌써 1/3정도 지나버린거였다.


시간 진짜 겁나 잘 간다.


하긴... 작년에 여행 떠나면서 과연 1년 채울수 있긴 있는건가 싶었는데.. 벌써 오늘이 1년에서 딱 5일 모자른 날이다.





중간중간 볼일을 위해 차를 세우면 다들 내려서 스트레칭 및 맑은 공기를 마신다.


볼일 볼 사람들은 각자 최적의 장소를 찾아 떠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저렇게 트럭 그늘에서 노닥노닥 거리고 있음.



참고로 저기 서있는 사람이 난데, 모자 쓴거 아님.


그냥 원래 머리가 저렇게 생긴거임.





우리 트럭이 이곳에 선 이유는 단 하나... 이 화장실 하나 보고 선거다.


근데 이곳을 지나는 트럭킹팀이 꽤 많을텐데... 아무도 청소를 안하는것으로 사료되는 이 화장실의 상태는 어떨까...


과연 위생상태가 괜찮을까....



나는 안가봐서 모르겠다만, 진희의 말에 따르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비쥬얼을 자랑하고 있단다.


참고로 실비아는 도저히 여기서는 안되겠다면서, 저 위에 보이는 바위 꼭대기까지 기어올라가서 볼일을 보고 왔다...ㅡ_ㅡ



다시 한번 남자로 태어난것에 감사드리는 순간이다.





차를 타고 좀더 이동하다가 들린 곳은, 왈비스 베이라는 곳이었다.


나미비아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유럽애들한테 먹히고 먹히고 뜯어먹힌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원래 나미비아 전체는 독일의 식민지였으나,


유일하게 이곳... 왈비스 베이만은 영국의 식민지로 남아있었다.


(훗날 남아공 지배하에 들어갈때도 왈비스 베이는 영국의 식민지였음... 나미비아 공화국으로 독립할때까지 계속 영국꺼였음.)



그래서 여전히 영국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네였는데,


단적인 예는, 물이 그토록 귀한 나미비아에서, 해안가 바로 옆에 엄청나게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잔디밭에는 자동 스프링쿨러가 돌아가고 있었음...ㅡ_ㅡ





왈비스 베이에는 요로코롬 나미비아에서는 잘 볼수 없는, 멋드러진 집들이 쭉 늘어서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뭐 대부분이 영국사람 아니면 유럽사람들 집이라던데...


이 사람들은 왜 여기와서 이런 집을 짓고 살까....


뭐가 좋은거지...



난 케이프타운이라면 몰라도, 다른 아프리카 도시에서는 살라고 해도 못 살거 같음.





우리 운전사 데이브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곰형 형태의 인간이며, 언제나 유머러스하고, (난 못 알아들으니 몰랐는데, 다들 유머러스하다고 하니 그런듯.)


겁나 건장하다.


전갈이 돌아다니는 곳에서도 언제나 맨발을 고집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하루 8시간씩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나서도, 에너지가 넘쳐흘러서 도착후 수영까지 하는 청년이다.



전갈, 도마뱀, 바분, 독사 등등... 뭔가 위험한게 나타났다 싶으면, 움직이지말고 데이브를 부르면 


귀신같이 날아와서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소문이 있다.





드디어 스와콥문트에 도착.


나미비아에 있는 도시지만, 전혀 나미비아스럽지 않고, 전혀 아프리카스럽지도 않다.


실제로 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중 대다수가 독일인이다...



길거리에 써있는 문구도 전부 독일어고, 상점에 들어가도 전부 독일말로 인사하고...


숙소이름도 독일어고... 여하튼 그냥 독일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쉽게 얘기하자면 LA에 있는 한인타운 생각하면 되겠다.





오른쪽이 우리 트럭이고, 왼쪽은... 4개월인가, 여하튼 엄청나게 오래 트럭킹 하는 팀의 트럭이다.


이집트 카이로부터 시작해서, 수단, 에디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을 거쳐서 남아공까지 가는 팀이란다...


진정 아프리카를 사랑하고, 더럽고 힘들고 빡쎈걸 사랑하는 사람들만 탈수 있는것 같았다...;;;



참고로 저 트럭은 창문이 전혀 없고, (비닐장판으로 덮고 뜯고 하는 시스템임.)


예비 타이어가 4개고...


의자가 전부 옆방향으로 되어있음...



청소는 물론, 음식까지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장 봐와서 해먹어야 되는 진정한 트럭킹 팀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일본사람 한명이랑 대다수의 호주, 영국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제는 저런거 보면,


'오.. 나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보다는, '헐.. 돈 주고 하래도 못 하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걸보니,


이젠 나도 동남아 패키지를 즐길 때가 온거 같다.





팀원들의 방중에 가장 좋았던 우리방.


앞뒤로 문이 뚫려있고, 앞에는 마당, 뒤에는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물론 화장실도 딸려있고, 더블룸임. 겁나 쾌적함.


게다가 수건도 준다..ㅠ


배낭여행 해본 사람이라면 수건을 제공하는 숙소의 매리트는 말 안해도 알거라 본다.


지금 1년간 써온 수건은, 걸래인지 수건인지 알수도 없고... 냄새나서 빨고나면 2일도 못가서 다시 냄새가 난다...ㅡ_ㅡ





딱 봐도 아프리카답지 않은 이곳.


대부분이 독일인인 관계로, 파는 물건들도 대부분 독일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들이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매우매우 안전한 곳이므로 걱정하지 말란다.



그렇겠지... 아무리 강인한 흑형일지라도, 한 덩치하는 독일인을 건드는건 쉽지 않겠지...ㅡ_ㅡ


우리는 이날 처음으로, 해가 진 후에 아프리카 길거리를 걸어봤다.





이렇게 딱 봐도 독일스러운 아케이드도 펼쳐져 있었다.


가끔 흑인들이 보이긴 했으나, 대부분이 여기서 잡일하는 청년들이었다.


독일어를 쓰는 실비아와, 독일어를 할줄아는 우르스는 이 동네가 매우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대망의 디너아웃.


그냥 쉽게 말해서, 큰 도시에 왔으니 꾸질꾸질하게 밥해먹지 말고, 우리 나가서 먹읍시다!! 임.



그래서 우리가 간곳은, 피자, 파스타 및 오릭스, 스프링복, 그누 등등 별별 스테이크를 다 파는 아프리카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었음.


물론 가격은 빕스보다 비쌌지만, 신기한 고기를 먹어볼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건... 그누 고기였던거 같다.. 잘은 기억 안남.



여기서 매우 중요한 팁을 하나 주자면,


보통 '게임 스테이크'라고 부르는 얼룩말, 오릭스, 가젤, 스프링복 등등의 야생동물 고기는,


보통의 소, 돼지, 닭보다 매우 질기고 수분기가 없으므로,


구워달랄때 꼭 '레어' 혹은 '레어 미디움'으로 구워야 한단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것처럼 '미디움 웰던'으로 구우면 뻑뻑해서 맛이 없음.



이라고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스위스 할아범 우르스가 말씀하셨습니다.





참고로 1월 28일인 이날은 진희와 경희씨의 생일이었다.


우리팀은 희한하게... 투어중에 생일이 겹친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것도 여자들만...


20일밖에 안되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10명중 4명이 생일이었고.. 전부 여자였다..


덕분에 우린 케잌 잘 얻어먹었음..ㅎㅎ 


아프리카에서 먹는 케잌은 매우 특별하게 맛이 없었다... 역시 빵은 김춘수 제과점이죠.





이건 우르스가 팀원들에게 사준 와인이다.


이때쯤부터 슬슬 우르스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던거 같다.


60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는 할아범이었다.


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는 물론 할줄 알고... 영어도 원어민 수준이며, 남아공에서 쓰이는 아프리칸스도 할줄 알고,


현재는 부쉬맨족의 언어인 코사라는 언어를 배우려고 준비중이란다.



난 그의 유머감각도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겉으로 풍겨져나오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최연장자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앞에 나서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것도 좋았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하는거임...)



내가 왜 이 사람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냐면,


난 이사람을 통해서 '돈'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돈만 있으면 마음대로 여행도 다닐수 있고,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집을 살수 있으니까...


그것들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수 있다면, 어쩌면 돈이 많으면 그만큼 행복해지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 사람을 통해서,


'돈'을 어떻게 버느냐는 모르겠지만,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알수 있었던거 같다.



트럭킹을 하는 우리팀에서 돈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돈 없었으면 아프리카에 오지도 못했겠지... 누가 좀더 많고 적냐의 차이였다.


어찌보면 돈을 번건 우르스나 우리나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아, 물론 어떻게 스위스 변호사랑 벌어들인 돈 액수를 비교할수 있겠냐만은... 여하튼 대충 부족하지는 않을정도로 벌었다는 얘기임.



근데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해서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우리는 돈을 벌줄만 알았지,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사실 벌줄도 몰랐어. 그냥 월급 주는대로 받아먹고 살았지.)


우르스는 겁나 많은 돈을 벌어봐서 그런지... 어떻게 써야될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르스랑 진지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것들이 나에게 있어서는, 특히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에는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