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페이스북으로 민수에게 연락이 왔다.


민수는 쿠바에서 콜롬비아 오는 과정에서 만난 동생인데,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남미 여행중이라고 했다.


혼자 다니는 것도 심심하고 전에 얘기도 나눠보니 재미있는 친구라서 페북 친구까지 하게 됐는데,


중요하게 할말이 있다면서 우리에게 오늘 10시 반에 센트로쪽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다.





지도상으로 보니 별로 안 멀어보이길래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메데진은 잘 살고 깨끗하니까 뭐 별일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걸어갔다.


사진에서 참으로 해맑게 웃고 있는 진희는 대략 20분 후에 극도의 두려움에 빠진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길을 건너가야 되는데 이 긴 육교를 건너가야 됐다... 근데 희한하게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선 올라가서 옆을 보니 현지인들은 전부 차도쪽으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왜 위험하게 저리 다니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앞,뒤,옆을 보니....


위험해 보이는 노숙자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2~3명씩 모여서 이상한 흰색 가루를 흡입중이었고...


눈동자는 당연히 풀려있었고, 그 중에 한명은 우리를 따라오며 돈을 요구했다.


어제 봤던 뉴스가 생각났다...


정말 앞뒤가 막힌 육교에서 강도를 만나면 꼼짝없이 당하게 생겼다.


게다가 중간중간 출입구가 또 있는데 그 아래쪽에는 여지없이 노숙자들이 가득했다.



그들이 우리를 보고 올라와서 돈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되나..


나는 한손엔 주머니칼, 한손엔 진희손을 잡고 무지하게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육교를 건너고나서 택시를 탈까 하다가, 여기까지 걸어온게 아까워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선 곳은 자동차정비공장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노숙자인지, 기름을 뒤집어 쓴건지 모를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보고 뭐라뭐라 말하면서 웃어대고,


중간중간에 노숙자인지 건달인지 모를 놈들도 우리를 노려보고....


우리는 완전 두려움에 빠져서 택시를 잡아탔다.





그렇게 겨우 택시를 타고 민수를 만났다. 


택시비가 4천페소인가 나왔는데, 우리가 5만페소밖에 없다고 하자.. 택시기사님께서 그냥 있는 잔돈 다 내놓고 가라고 하셔서


2천페소만 내고 왔다... 왠지 죄송하네...


여하튼 민수를 만난 곳이 보테로 조각공원이라서 사진도 한장 찍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역시 동행이 있으면 든든하다. 특히나 남자가 있으면 두려울게 없다.


나름 군필자가 2명이므로 강도를 당해도 한명은 살아남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처음 와본 메데진의 센트로는 뭔가 복잡하고 붐비는 분위기였다.





민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봤는데...


어젯밤에 강도를 만났단다... 


우리와는 거리가 좀 있는 여행자거리에 있는 숙소에 묵고 있었는데...


멕시코, 쿠바를 거치면서 남미에 대한 경계심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단다...


그 상태에서 해가 진 이후에 담배를 사러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렸는데,


갑자기 나무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단다... 우산을 쓰고 있는데다 장난 치는 줄 알고 그냥 다가갔는데...


가까이서 보니 권총이란다..;; 진짜 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총을 들이밀고는 휴대폰을 내놓으라고 했단다.


그때까지만 해도 장난인줄 알았는데 멱살을 잡고 끌고 가길래 장난이 아니구나 싶어서 몸싸움을 했단다.



우산으로 밀고 싸우고 하다가 옆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아무 집이나 두들기며 소리를 쳤더니


강도가 우물쭈물 하다가 도망갔단다...


군대에서 대대장 권총을 본적이 있어서 강도의 권총이 장난감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는데... 듣기만 해도 철렁했다.



게다가 그 장소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장소라 숙소사람들이 봤는데,


한달 반쯤 전에도 똑같은 놈에게 휴대폰을 뺏긴 사람이 있었단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권총강도라니.... 크흥...


이 날부터 우리는 상당히 쫄기 시작했다.


인도는 참으로 아름답고 편하고 안전한 곳이었다는 생각만 든다...





밥을 먹고나서 우리나라 명동같은 중심거리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강도를 만난 이후 민수는 혼자서는 도저히 못 다니겠단다..


나 같았으면 바로 귀국했을듯...


할 거 없던 우리는 메데진에서 유명한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로 했다.





길 가다가 본 잡동사니를 파는 사람들...


콜롬비아에 보면 온갖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재활용품을 수거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도 그 사람들이 파는 거 같았다... 냄비뚜껑부터 용도를 알 수 없는 철사까지... 별걸 다 팔고 있더라.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야 된다.


정확히 말하면 케이블카가 아니라 케이블 지하철이다.


메데진은 산동네에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곳까지 지하철을 놓기는 힘들고... 그래서 생각해낸게 케이블 지하철.


정말 대단한 시스템이다.



위에처럼 줄을 서서 표를 끊고 (우리나라 예전 종이표와 비슷하게 생긴 표)


입구를 통과하면 된다... 교통카드 시스템도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종이표를 사서 다닌다.


러쉬아워때는 표 한장 사려고 몇십분씩 줄을 서기도 한다.





이렇게 지하철 환승역에 와보면 케이블카가 있다....


창동역같이 생긴 곳에서 내려서 계단을 올라와보니 스키장에 온것 같은 느낌이었다..


케이블카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서... 당연히 남산 올라갈때 타는 그런 큰건줄 알았는데.. 곤돌라다...;;;


지하철의 연장선이므로 당연히 공짜다.





이 어마어마한 길이와 높이....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유지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꺼 같은데... 생각외로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나서 보니 산동네가 그리 잘 사는 동네가 아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진 않겠지.. 그냥 마을버스를 타겠지...





산 하나를 통째로 케이블카를 타고 건넜다.


산 위쪽은 이렇게 판자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흠... 케이블카의 끝역에는 부촌이 형성돼 있었는데...


아마도 그들을 위한 케이블카가 아닐까 싶다... 중간역에 있는 사람들은 이걸 탈것 같지 않았다.


엄청난 길이와 높이. 그리고 좋은 전망을 공짜로 제공한다.


내가 봤을땐 외국인에겐 관관용으로 돈 받고 태워도 충분할거 같다.


개인적으로 3만원정도 낸다고 해도 탈거 같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케이블카다.





더 놀라운건 메데진에 케이블카가 한군데가 아니다. 두군데에 있단다.


특히 우리가 탄거 말고 다른쪽은 케이블카 내에서도 환승을 해서 또 다른 케이블카를 타야 된단다...


우리가 탄건 대략 3개정도의 역을 거치는 길이였다.





이 높이를 보라... 우리나라의 어느 곤돌라보다도 높고 길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메데진 시내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걸 무슨 돈으로 유지하나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엄청난 돈이 들거 같은데..;; 마약 판돈으로 유지하는건가...;;;;


여하튼 메데진에 오신 분들은... 아니 남미에 오실 분들은 꼭 한번 메데진에 와서 이 케이블카를 타보시기를...


편리하고 저렴하게 끝내주는 경치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케이블카 일주를 마치고 할일 없는 우리는 메데진의 압구정동이라 불리는 엘 뽀블라도 거리로 향했다.


여행자 거리도 그곳에 위치하고 있고...(안전상의 이유로.)


뭔가 번화한 거리라서 블링블링을 좋아하는 우리는 그곳으로 갔다.





클럽과 술집이 가득한 이 동네는... 보고타의 Zona Rosa과 흡사했다.. 아마 이름도 똑같았던거 같다.


여하튼 그렇게 클럽과 술집이 가득한 동네에... 평일 대낮에 가다니...


사람이 있을리 만무했다....


메데진 압구정동을 기대했던 우리는 실망만 안고 돌아섰다.





이날 역시 축구를 하는 날이었는데...


각 가게마다 이렇게 사람들이 축구를 보고 있었다.


콜롬비아 국내 리그인거 같은데... 인기가 대단하다...





너무 오래 걸어서 중간에 마신 후안발데스 커피.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쓰지도 않고... 딱 좋은 맛이다.


우리나라에도 생겼다고 들었는데... 진희 말에 따르면 꽤나 비싸단다.





그렇게 엘 뽀블라도 거리에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역시 쇼핑몰.


보고타에서 못 가본 싼타페를 메데진에서 가게 되었다.


원래 반바지 하나를 사러 간거였는데... 고급 쇼핑몰이다 보니 너무 비싸서 결국 아무것도 못 샀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해가 지면 저 위에 있는 지붕이 덮힌단다...


콜롬비아는... 쇼핑몰이나 마트를 보면 우리보다 잘 사는거 같고.. 그냥 길거리를 보면 우리보다 못 사는거 같다.





민수의 숙소와 강도당한 장소까지 모두 탐방한 후에... 우리의 숙소로 돌아와 먹은 저녁.


이 저녁 먹으려고 한시간은 돌아다닌거 같다... 마음에 드는 식당 하나 찾기가 힘들다.



이렇게 기나긴 하루가 끝났다.


개인적으로 이날 탔던 케이블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훌륭한 경치를 보여주는 케이블카가 공짜라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미 가시면 꼭 한번 타보세요. 최곱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