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대충 아침에 일어나서 몸 상태를 체크해봤다.


쌩쌩하구만.


역시 밤이슬이 으스스한 유럽에서 하던 캠핑보다는 훨씬 양호한 수준이었다.


다음에 유럽에 또 갈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만약에 다시 가면 텐트 말고, 캠핑카 빌려서 돌아다녀야지.





오늘도 역시 남아공이다.


우리의 루트는 대충 남아공 왼쪽으로 쭉 올라가서, 나미비아라는 나라를 거친 다음에,


오른쪽으로 쭉 지나치면서, 보츠와나를 가로지르는 루트.


그리고 최종 도착지는 보츠와나와 짐바브웨의 국경지대인 빅토리아 폭포.



뭔 나라인지, 대충 들어보긴 한거 같은데, 뭐 어디있는 나라인지 감도 안 오실 분들이 많을거라 예상된다.


나도 트럭킹 하기 전에는 저런 이름의 나라가 있는지조차 몰랐음.


어차피 아프리카는 원래 부족별로 나뉘어져서 살던 곳인데, 유럽 애들이 쳐들어와서 지네 맘대로 선 쫙쫙 그어놓고서는,


여기서부터 여기는 영국꺼, 여기는 독일꺼, 여기는 프랑스꺼, 여기는 벨기에꺼...


이런식으로 나눠놓은거니까 그닥 나라별로 전통이 있거나, 자부심이 강한거 같지는 않다.



물론 에디오피아처럼 한번도 침략을 안 당하고 자기네 나라말까지 가지고 있는 나라들도 있음.





이날 처음 본곳은 이름도 기억 안나는 댐이다...ㅡ_ㅡ


이걸 왜 보여준건지... 여기서 왜 사진을 찍으라는건지 이해는 잘 가지 않았다만,


여하튼 나름 남아공의 소양강댐 정도 되나보다.



댐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


이집트에는 아스완 하이댐이라는.... 소양강댐의 59배에 달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댐이 있다.


나일강이 맨날 범람하니까 빡친 이집트에서 만들어버린 무시무식한 댐인데,


이걸 만들면서, 6천년에 달하는 다수의 이집트 유적지기 po침몰wer 당함.


유네스코랑 세계 각국에서 열심히 도와준 끝에, 몇몇개는 몇천조각으로 분리한 다음에 다른 곳으로 옮겨놔서 살았다만,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유적지들과, 그나마 발굴된 유적지들까지 전부 다 수몰시켜버림.



이집트 병신.


관광자원으로 먹고 사는 나라지만, 쿨하게 관광자원을 수몰시켜버린 이 멍청한 나라에,


우리는 20일째 거주중이다.


아마 한달 채우고 요르단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트럭킹은 20일동안 하는 장대한 투어지만,


20일동안 5000키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하므로... 사실 하는건 별로 없다.


하루에 평균 250키로씩은 꾸준히 달려야된다는 뜻임... 근데 아프리카는 100키로씩 쏠수 있는 도로도 별로 없을 뿐더러,


딱 봐도 알겠지만, 저 무식하게 생긴 트럭이 100키로를 달릴리가 만무함...


고로 우리의 일정은 대략 이렇다.



아침 6시쯤 기상 - 텐트 접고 밥 먹고 출발 - 겁나 계속 달림 - 점심 먹고 - 다시 또 겁나 달림 - 오후 4시쯤 목적지 도착


- 주변에 있는 볼거 대충 둘러봄 - 저녁 먹고 휴식 - 다음날 똑같이 반복.



거의 하루종일 이동만 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달린다.





아프리카는 괜히 아프리카가 아니다.


한낮의 태양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만큼 뜨거웠다.


그늘에 있으면 그나마 살만한데, 태양이 있는곳으로 가면 온몸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프리카에 사는 양들은 저따구로 털을 깎아놨음.


뭐지... 뭔가 요즘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은 아닌거 같고... 등이 뜨거울까봐 털을 남겨둔거 같긴 한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음.





점심은 대략 이렇게 먹는다.


그냥 아침부터 주구장창 달리고 또 달리고 달리다가, 대충 쉴만한 곳이 나타나면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이건 투어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에, 딱 집어서 몇시에 어디서 밥 먹습니다!! 가 아니다.


그냥 가다가 밥 먹을수 있는곳 나타나면 상 차리고 먹기 시작함.



그리고 이동중에는 1~2시간마다 화장실을 위해서 꼬박꼬박 쉬어준다.


남자야 뭐 그냥 대충 내려서 바지 내리고 볼일 보면 되는데, 여자가 좀 문제임.


위에 사진 보면 알겠지만, 주변에 나무라든가... 뭔가 가릴만한 것이 전혀 없는곳이 태반임...;;;


뭔가 저기 좀 괜찮겠다!!! 라고 생각되서 가보면... 이미 전에 다녀간 수많은 트럭커들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남자로 태어나서 참 다행이다.





차타고 지나가다가 잠시 내려서 본 희한한 나무.


피부병 걸린것처럼 껍질이 쫙쫙 벗겨지던 그런 나무였는데, 원래 그런거란다.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


이렇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는건 SK2를 쳐발쳐발해도 불가능할거로 보인다.



참고로 나만 궁금했던건지 다들 궁금한건지 모르겠다만,


흑인도 태양 아래 서있으면 탄다.


마마 솔리웨는 흑인이지만, 태양 아래 서있으면 더 까맣게 탄다.


난 흑인은 안 타는줄 알았거든...ㅡ_ㅡ





이렇게 끝없이 무식하게 펼쳐져있다.


게다가 양옆으로 잘 보면 철조망이 쳐져있는데... 아프리카 대부분의 땅은 이렇게 철조망으로 둘러싸여져 있다.


그 이유는... 이 땅 주인들이 대부분 백인인데 그놈들이 전부 철조망을 쳐놨단다.


땅 크기는 우리나라처럼 한마지기, 두마지기 이정도 수준이 아니고... 차를 타고 몇십분을 달려야지 땅 하나가 끝나는 수준이었다.


과연 이런 황무지를 사서 어따 쓰려나...





이렇게 하루종일 이동에 이동을 거듭한 끝에 도착한 캠핑장.


뭔가 포지션도 그렇고 캠핑장스럽다잉.


근데 이렇게 포지션 잡아서 예쁘게 텐트 치는것도 초반얘기고,


나중에 가면 갈수록 그냥 텐트 집어던져서 입구고 뭐고간에 대충 아무렇게나 펴고 자기 시작한다.



이날은 나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날이라서, 모닥불 피우고 고기 구워먹고 자기소개 하고 그랬음.


공식적으로 이날 볼거리는 오렌지 리버라는 강인데,


물색깔이 오렌지색이라서 (흙탕물이라는 뜻임) 오렌지 리버인지... 오렌지 나무가 많아서 오렌지 리버인지...


아무도 모른단다.



그냥 흙탕물이라서 사진은 없음....


은 아니고 내가 그 흙탕물에서 수영하고 노느라고 사진을 못 찍었음.ㅎㅎ





왼쪽에 파란옷을 입은 운전사 데이브는, 전직 주방장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리할때면 항상 보조로 열심히 도와준다.



잘 보면 요리사 겸 가이드인 마마는 저 뒤에 앉아서 놀고 있고,


인턴사원인 쟈크도 기타치고 놀고 있는데, 데이브 혼자 겁나 열심히 고기 굽고 있음.


게다가 데이브는 기타도 수준급이라서, 이런 투어할때 같이 다니면 매우 좋음.





이렇게 둘째날 밤이 저물어가고, 다들 모닥불에 모여서 자기소개를 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사업무를 하고 있다는 33살인가... 겁나 자기주관이 확실한 처자였던 실비아.


개발자 출신으로써 S그룹에서 임원까지 다신 김사장님.


TV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분도 계셨고,


심리상담사를 하시는 의사분 와이프분도 오셨고,


그분들의 두자녀. 선우랑 정우도 있었다.


그리고 독일에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다가 한국으로 귀국하는 진희랑 동갑내기였던 경희씨.


마지막으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다 때려치고 남아공 와서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지금은 죽을때까지 돈으로 벽지를 발라도 돈이 남을것 같은 우르스 할배가 있었다.


이렇게 한국인 8명과 외국인 2명이 우리와 20일을 함께할 멤버다.



여행에 대한 진리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같이 여행가지 말라고.


아무리 죽고 못사는 친구도 같이 여행 갔다하면 서로 죽이지 못하는 사이가 될 정도로,


여행 와서 싸우고 틀어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말은 진리였다.


우리 팀도 서로 겁나 많은 트러블이 있긴 했지만... 다 때려치고 그냥 배낭여행으로 바꿔서 트럭킹 그만둔다 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난 그저 우르스 할배만 바라보고 이 투어를 끝마쳤던거 같다.


왜냐믄 통장의 잔고만 빼면 우르스 할배랑은 통하는게 많았거든.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