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유럽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내일이면,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바로옆에 앉은 이와 눈만 하얗게 빛나는 흑형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면서,


코를 찌르는 흑형의 체취에 정신을 놔버리겠지.





어제 사경을 해매던 진희가 먹어보고 괜찮다고 해서 다시 찾은 빵집.


주인 아저씨는 나를 격하게 반기며, 이것저것 권해주셨고,


고기가 들은 빵이랑, 별거 안 들은 빵이랑 이거저거 2400원어치 사서 냠냠.



분명 어제보다 조금 샀는데도 왜 가격은 2배가 더 나가는지 모르겠으나,


외국인 여행자라는게 다 그렇지 뭐.


이정도쯤은 애교니까 맛있게 먹고 넘어가자.





오늘의 목적지는 돌마바흐체 궁전이었다.


이스탄불에는 탑 관광지 4군데가 있다.


1. 블루 모스크


2. 아야 소피아 성당


3. 톱카프 궁전


4. 돌마바흐체 궁전



4개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관광지인데, 오늘 우린 돌마바흐체 궁전을 택했다.


왜냐믄, 블루 모스크랑 아야 소피아는 벌써 갔다왔고, 톱카프 궁전은 오늘 쉬는 날임.


고로 돌마바흐체를 갔음.


저번에 진희 혼자 터키 왔을때 돌마바흐체를 못 봤다고 해서 간 것도 있다.





여하튼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가려고 트램 정거장으로 갔는데,


바로 옆에 그란드 바자르 라는 엄청나게 큰 시장이 문을 열고 있었다.


쇼핑을 좋아하는 우리가 안 갈리 만무하니까, 우선 입장.



실내에 위치한 시장인데, 정말 겁나 컸다.


뭔가 깔끔하게 딱딱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어디에 뭘 파는지 당최 감을 잡을수 없었지만,


대충 보니까 중국에서 떼온 기념품 및 생활용품을 파는 시장인듯 싶었다.



딱 봐도 우리가 거지처럼 보였는지,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그래서 편안하게 한바퀴 구경하고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향했다.





여기가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원래 톱카프 궁전이라는 곳이 메인궁전이었으나, 이곳이 지어진 후로는 여기가 메인 궁전이란다.


터키의 독립영웅인 아타튀르크 장군이 이곳에서 서거하신 바람에 더 유명해진듯...


이 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냐면,


터키의 모든 지폐의 앞면에는 이 분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터키 어디를 가든지 이분 초상화가 걸려있다.


거의 티벳에서 달라이라마 수준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업무를 보시다가 오전 9시 5분에 돌아가셨는데,


그것을 기리기 위하여, 지금도 이 궁전 내부의 모든 시계는 9시 5분에 맞춰져 있다.


어마어마하다잉.



근데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사진 음슴.


나중에 한국 가면 홈페이지 같은거 참조해서 다시 올리겠음.





사진이 없어서 그렇지, 저 궁전 한바퀴 도는데 3시간 넘게 걸렸던거 같다.


여하튼 그렇게 오늘 관광은 끝났고, 이제 남은건 아프리카 여행 준비뿐.



당장 내일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타야되는데, 우린 지금 아프리카에 대해서 아는게 전무하다.


아프리카에 대해서 좀 알아보려고 블로그 좀 뒤지다보면...


왜 이렇게 아프리카 여행하는 사람들은 허세가 쩌는거여...


좀 읽다가. 아오 더러워. 야 너 혼자 여행다니냐. 나참. 무슨 오지탐사대 갔냐. 뭐 이리 자랑질이야.


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면서 인터넷창 꺼버리게 된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도 못 얻었음...ㅡ_ㅡ


눈꼴 시어서 못 읽겠다.


이건 무슨 인도여행 하는 놈들보다 더 허세가 쩔어.


여행이면 그냥 여행이지 무슨 극한 오지체험이라도 한것처럼 글을 써놨어.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인터넷에서 정보 얻는건 포기하고, 론리 플래닛을 사러 갔음.





처음 눈에 띈 책방에 가서 론리플래닛 아프리카편 없냐고 물어봤더니,


열로절로어찌저찌해서 가면 큰 책방이 있으니까, 거기 가서 사란다.


그래서 진희 따라서 열심히 따라가다가 발견한 빨간 트램. (왜냐면 난 못 알아들었으니까요.)



보행자거리라서 차가 못 들어오는데, 이상하게 이 빨간트램은 다닐수 있단다.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르겠으나,


저 조그만 트램이 언제나 꽉 찬다.





우선 책방을 뒤지기 전에, 배부터 채우기 위해 사먹은 케밥.


종로에서 왠만한 떡볶이집 가도 중간빵은 치듯이,


이스탄불에선 왠만한 케밥집 가도 별점 3개는 된다.



비록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나, 먹어보면 다 거기서 거기임.


그냥 제일 싼거 사먹으면 될듯.


참고로 내가 이스탄불에서 발견한 가장 싼 케밥집은 2.5리라(1500원정도) 였다.





여기가 우리가 론리 플래닛을 구입한 서점이다.


서점에서 유일하게 딱 하나 남은 론리 플래닛 아프리카편을 득템했는데...


가격은... 42000원정도...ㅡ_ㅡ


론리 플래닛 자체가 워낙 비싼 책인데다, 터키에서 영어로 된 책을 샀더니 더 비싸졌다...


이 얼마만에 보는 영문판 론리 플래닛이란 말인가.



이거에 대해서도 알흠다운 추억이 하나 있는데,


예전에 인도여행을 할때 영국에서 론리플래닛 인도편을 하나 사서 들고 다녔다.


그러다 마이소르라는 도시에 가서, 뭐 볼게 없나 막 뒤지고 있었는데... Thread 박물관 이라는 곳이 있었다.


이게 뭔진 잘 모르겠으나, 그리고 뭐라고 써있는지도 잘 모르겠으나, 왠지 재밌어 보여서 정말 멀고먼 길을 걷고 걸어서 가봤더니.....


망할 실 박물관이었음.


그 바늘에 꿰서 쓰는 그 실. 실 박물관이었다.


그때 사람은 배워야 된다는 사실을 그때 좀 느꼈던거 같다.





책도 샀고... 이제 뭘할까 하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터키 아이스크림.


가끔 대학로 지나가다보면, 휘황찬란한 손놀림으로 여자들의 넋을 빼놓는 느끼한 터키아저씨가 파는 그 아이스크림.


도대체 왜 남자들한테는 그런 기술 안 보여주는지 난 도저히 모르겠다만,


끈적끈적해보여서 맛도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터키까지 왔으니 한번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터키 아이스크림을 찾아 나섰다.



허나... 아무데도 안팜..;;;


겨울이라서 안 파는건지... 비엔나 소세지처럼 터키에는 터키 아이스크림이 없는건지 모르겠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서 터키쉬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린 깨달았다.


크로아티아에서 할머니가 타주셨던 그 커피가 터키 커피라는 사실을...


그것도 모르는 우리는, 할머니가 연세가 드셔서 드립커피를 믹스커피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뜨거운 물에 타셨나보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된다. 



저 터키 커피는 마시다보면, 절반정도는 커피찌꺼기다. 위의 반정도만 마실수 있는 부분임..;;;





책도 샀고, 커피도 마셨고... 이제 기념품만 사러 가면 된다.


아프리카에서 누구를 만나 도움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기로 했다.


왜 한국사람인데 한국에서 안사가고, 터키에서 터키기념품을 사가나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서 하는 말인데,


제가 게을러서 못 샀습니다.


10월달에 한국 들어갔을때 남대문 가서 샀어야 되는데. 2주동안 뭘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잠만 자다 와서 못 샀습니다.



여하튼 날씨도 좋고해서 좀 걷고 있는데, 진희가 이곳이 기억 난다고 했다.


진희가 여길 왔을때는 유럽을 안 가본 상태라,


이렇게 돌로 깔려있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 길 자체가 매우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허나, 산길 흙길 대리석길 아스팔트길 물길 눈길 다 걸어본 지금 보니까, 별거 아니라고 함.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홍합.


하루종일 뭘 이렇게 주워먹고 다닌건지 모르겠네...;;;



여하튼 홍합.


길거리에서 누군가 먹고 있길래, 우리도 하나 먹어보자!! 해서 사먹었다.


아저씨가 뚜껑을 열고 레몬을 즉석에서 똻 뿌려주는데...


엥? 썩은거 같다. 


근데 자세히 보니까 밥이었음..;;;;


이게 그유명한 홍합밥.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지금 사진에서 아저씨 앞에 있는 것들이 전부 홍합밥이다.


겉으로 보면 홍합이랑 똑같은데, 뚜껑을 열면 저렇게 밥이랑 홍합이랑 같이 양념되서 들어가 있다.


무진장 맛있음.


1개에 300원정도였는데... 이건 외국인 특별가격인거 같고, 잘 찾아보면 훨씬 싸게 먹을수 있을꺼 같다.





이스탄불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바다의 모습.


걸을수 있어서 얼핏 강인거 같지만, 엄연한 바다다.


그리고 그저께도 있었던 수많은 낚시꾼들.


생각보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거 같았다.



생각외로 물이 깨끗했고, 배도 많이 떠다니고 있었다.


각 대륙을 연결해주는 페리를 타면 유람선 타는거랑 똑같다고 해서 한번 타볼까 했으나,


별로 내키지 않아서 패스.





그리고는 고등어 케밥.


저번에 먹었을때 매우 맛있어서, 오늘도 또 하나 사먹었다.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고등어 반마리가 통째로 들어가있다.



하루종일 너무 많이 집어먹고 다녀서 그런지, 다는 못 먹었고 마지막쯤에는 고등어만 빼먹었다.


이 고등어케밥은 어느집에 가든지 3천원 정가로 팔고 있는듯 했다.


다리 아래 있는 어떤 집에서 사먹은건데, 저번에 길거리에서 먹은것보단 좀더 맛있었음.





그렇게 다리를 건너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집션 바자르.


옛날에 이집트 상인들이 많이 활동하던 곳이라서 이름이 이집션 바자르란다.


여기는 현지인들이 많이 애용하는, 향료, 소세지, 치즈, 식료품 등을 팔고 있었는데,


구석탱이에 기념품 가게들도 몇개 있어서,


거기서 터키 기념품을 샀다.


터키 기념품 뭐 샀냐면.


터키 갔다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온다는, 악마의 눈.


그거 10개 샀음. 





이제 하루일정이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내일 아프리카 가서 어디서 잘지만 정하면 된다.


사진은 이집션 바자르 바로 앞에 있던, 예니 자미라는 모스크다.



이스탄불에 있는 모스크들은 전부 야간조명을 예쁘게 해놔서 그런지, 밤에 보면 예쁘다.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야경을 바라다봐도 좋을것 같은데,


어제 하루종일 잠만 자버린게 좀 아쉬워진다.





이거 바로 42000원짜리 아프리카 론리 플래닛.


외국애들이 많이 보는 러프스, 풋프린트 같은거 한번 사볼라 그랬는데, 구할수가 없어서 그냥 만만한 론리로 샀다.


나중에 론리 플래닛에 대해서도 한번 글을 쓰겠지만,


유럽여행을 다녀와서 처음 론리 플래닛을 만들어낸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가이드북 만들고 싶다는게 아니고... 그냥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




이제 유럽의 마지막날이다.


자세한 소감문은 다시 쓰겠지만, 참으로 길고도 재미났다.


유럽에 오기전, 나는 배낭여행으로 인도, 네팔, 남미를 돌았다.


그리고 가끔 유럽에 캐리어 끌고 오는 대학생들을 재미없고, 용기없는 사람들로 치부해버리기도 했었다.


그것이 더럽게 오만한 생각이었다는것을 유럽에 와서 깨달았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