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제 아침을 먹고 바로 체크아웃 해버린 다음에, 이스탄불로 도망치려고 했었다.


근데 아침을 먹는 와중에 날씨가 너무 좋아졌고...


우리는 속는셈 치고 다시 한번 열기구 투어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쯤되면 막가자는거지요. 탈때까지 뻐긴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성공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창문을 열었다.


오... 5일만에 처음 보는 눈 안내리는 새벽풍경이다.


하늘에 별도 보이는걸로 봐서는 구름도 없는 갠춘한 날씨인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픽업도 제 시간에 딱 맞춰오고, 모이는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총알같이 열기구 타는 곳으로 향했다.


이 일이 일어난 날이,


우리가 카파도키아에 온지 6일째. 그리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난지 5번만에 일어난 기적같은 일이었다.





프로패셔널 돈벌이꾼인 열기구 회사도 5일만의 돈 벌 생각에 들떴나보다.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부터 벌써 열기구를 준비시켜놨다.


이들도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하루에 돈 천만원 이상이 왔다갔다 하는건데, 5일씩이나 공쳤으니 조바심이 날만도 하겠지...



참고로 이날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총 25개가 넘는 열기구가 하늘을 덮었다.


인터넷 보니까, 성수기때는 80개 이상의 열기구가 떠올라서 그 광경이 멋지다고 하던데,


우린 그런거 음슴. 비성수시기니까요.





진희는 저번에 혼자 터키에 와서 이 열기구 투어를 해봤고,


나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열기구는 초등학교때 갔던 A+과학교실에서 타본적이 있으나... 그건 그냥 줄 매달아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수준이었고,


이번에는 한시간동안 공중에 떠있는 레베루가 다른 열기구였다.



우리가 탄 열기구는 가장 싸구려인 24인용 열기구인데, 열기구 안이 4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조종사가 타는곳은 제외)


그래서 그 한파트에 6명이 타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자리 바꿔가며, 앞사람 머리 피해가며 사진 찍어야 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드디어 떠오른다.


아 떨려... 공포가 공포를 불러온다는 말이 실감났다.


떠오를때 떨어지지 않을까... 라는 마치 비행기 처음 탔을때처럼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더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열기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불안감이 더 커져만 갔다.


엉엉... 내려주세요. 라고 울기 직전 쯤에 차분해졌음.



근데 사실 좀 무섭긴 무서웠다...


눈밭이니까 설마 죽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애써서 마음을 가라앉혔던 쪽팔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특히 남극에 가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전세계 탐험가에 대해서 많이 알게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에 와닿은건... 이름은 기억 안나는 일본인 탐험가.


어릴적부터 열기구에 심취해서, 열기구를 타고 히말라야도 넘고 이것저것 하다가...


마지막으로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겠다는 말만 남기고,


태평양 상공에서 실종된 일본사람 얘기였다.


책으로도 나올만큼 꽤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여하튼 그 사람 얘기가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나는 내 목숨을 걸만큼 그런 꿈이 있나?... 라는 생각도 좀 하게 됐고,


열기구는 그냥 바람 따라 움직이는거 아님?.. 어떻게 조종하지?... 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좀 하게 됐는데,


이날 처음 알았다.


열기구는 바람에 따라서도 움직이지만, 사람이 직접 조종할수도 있다는거..;;;



지금 보면 불 붙이는곳이 총 4개인데, 어떤걸 켜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방향도 달라지고...


잘 보면 왼쪽에 끈도 있는데, 저걸 어떻게 잡아당기느냐에 따라 열기구가 360도 회전하기도 한다.





우리는 거의 초반부에 떠오른 상태라서, 


다른 열기구들이 떠오르는 장면을 바라볼수 있었다.


우리가 택한 회사뿐만 아니라, 난생 처음 들어보는 수많은 회사들의 열기구가 하늘로 떠올랐다.



난 열기구 투어라고 하길래,


뭔가 유명한 곳을 중점으로 돌아다니면서 투어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두들 비슷한 장소에서 떠오른 다음에,


겁나 빠른 속도로 저 멀리 떨어진 비슷한 착륙장소를 향해 직진으로 이동한다.





여기가 카파도키아인지 경북 구미인지 알수가 없다능.


눈이 조금 쌓인 카파도키아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고들 하는데,


눈이 겁나 쌓인 카파도키아는 한국과 똑같은 매력을 뿜어내니 참고하시길...



이륙하고서 10분동안은 점점 높아지는 고도와 멋진 설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으나,


10분쯤 지나니까, 이건 뭐 전부 눈밭인데다,


겁나 추움.


진짜 어제 ATV탔을때 느꼈던 그 추위가 또 다시 엄습했다.


어제는 추우면 멈춰서 커피라도 마실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것도 없었다.





우리가 워낙 사진을 못 찍는 관계로, 그냥 이렇게 사진만 보면 뭐가 멋진지 잘 모르므로,


아래쪽 동영상을 참고하시길 바람.


그것도 뭐 도찐개찐이지만, 사진보다는 훨씬 생동감 있게 찍혔다.



열기구는 미칠듯이 높이 올라가지는 않고, 대충... 지상에서 한 100미터? 200미터?... 그쯤에서 오르락 내리락 했던거 같다.


거의 모든 열기구들의 루트가 비스무리했으나,


회사별로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게 바람 때문에 어쩔수 없이 간건지, 의도적으로 루트를 바꾼건진 모르겠음.)





이제 슬슬 다른 열기구들이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한다.


쩌어기 멀리 땅부분을 보면 여러개의 열기구들이 씐나게 쫓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회사별로 열기구 모양이 달랐는데,


우리껀 바로 앞에 있는것처럼 빨간 줄무늬였고,


다른 회사꺼는 잘 기억이 안남.


뭔가 되게 촌스러운 모양의 열기구들이 많았던걸로 기억함.





열기구를 타면 대충 요런모습의 연속이다.


우리 24인용 열기구에는, 한국인 16명 정도와, 외국인 8명 정도가 탑승했다.


한국분들은 다들 어떻게 알고 가져오셨는지, 두툼한 담요를 돌돌 말아갖고 오셨던데...


당연히 오늘도 캔슬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발목양말 신고 간 우리는,


발가락이 얼어붙는 경험을 했다.



조종하는 조종사 아저씨도 너무 추운지, 운전하다말고 자꾸 장갑 벗어서는 입김으로 손을 녹이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저 앞에 있는 것도 우리가 탄 회사 열기구임.


나도 왠만해선 너무 아름다웠어요~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어요~ 꼭 한번 타보세요~


라고 꽃향기 풋풋한 후기를 남기고 싶었으나,


난 그닥. 별로. 


그렇다고 나쁘다는 얘기는 아님. 그냥 쏘쏘한 경험이었다.



근데 안 타보면 후회할거라는건 확실하다.


나도 왠지 안 타면 후회할거 같아서, 일부러 타봤다.


여행하면서 배운거라곤. 안 하고 후회하는것보단 하고나서 후회하는게 훨씬 깔끔하다는거.


그리고 나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별로였지, 평상시의 카파도키아 모습이라면 환상적이었을꺼다.





내가 열기구 투어를 별로라고 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우선 너무 비쌌다.


우린 최저가격이라고 생각하는 100유로(15만원정도)에 탔는데...


보통 패키지로 오시는 분들은 150유로~200유로를 내고 타시더라...


한시간 남짓한 열기구 투어가 그정도의 가치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눈이 너무 많이 내렸다.


눈이 조금만 내렸더라면, 하늘에서 바라본 카파도키아는 정말 환상적이었을거다.


근데 나는 폭설로 뒤덮힌 눈밭만 보다와서 그런지 뭐가 예쁜지 잘 모르겠음.



여기서 하나 말하자면.


진희는 눈덮힌 카파도키아와 안덮힌 카파도키아 둘다 봤는데,


눈 안 덮힌 카파도키아가 더 멋졌다고 한다.


참고 바람.





그저께 우리가 갔던, 우치히사르 성채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치히사르 성채로 추정되는 곳이다.


아침 햇살에 비친 마을의 유리창들이 참으로 예뻤다.



그니까 딱 저정도. 우치히사르 성채에 쌓인 눈정도만 덮여 있어도 좋았을텐데...


일생에 단 한번 있는 기회인데, 최고의 장면을 못본거 같아 내심 아쉽다.





여기는 무슨 밸리라고 조종사 아저씨가 말씀해주셨는데,


뭔지 못 알아들었다.


대충 뭔가 유명한 계곡인거 같다.



이 계곡은 쭉 이어져서 우치히사르 성채 있는 부근까지 계속 이어지는거 같았다.


여기서 조종사 아저씨가 열기구를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서비스를 선보여주심.





이제 한시간동안 내 발가락과 맞바꾼 열기구 투어가 끝났다.


보통 이렇게 5일동안 기다리고, 이렇게 악조건 속에서 한 경험들은 좋은 기억들로 탈바꿈 되기 마련인데,


열기구 투어는 쏘쏘한 기억으로 남은건,


이 모든건 눈 때문임. 망할 폭설.



여하튼 마지막으로 신기한건, 열기구가 착륙할때 땅에 내리는게 아니고, 트럭 뒤에 안착한다.


눈에 안 내린 날에는, 이 상태로 트럭 뒤에 실린채 꽤 먼 거리를 이동한다고 하던데,


우리는 폭설로 인해 트럭이 지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서, 아주 조금만 움직인 다음에 전원 하차했다.





너무 추워서. 빨랑 봉고차에 타고 싶었는데,


갑자기 모두 모이라더니, 착륙기념 샴페인을 터뜨린다.



뭐하는데!! 왜!! 이거 왜 하는데!! 춥다고!! 춥다고!!! 그냥 마신셈 치고 가자고!!!!


를 외치고 싶었으나, 팁을 바라는 그들의 노력이 너무나도 가상했다.


팁 문화가 없는 한국인들이 주를 이룬 바람에, 저들은 팁을 거의 받지 못했다.


게다가 너무 추워서 샴페인이 어는 바람에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음.ㅋㅋㅋ





그렇게 오랫동안 열기구 투어를 끝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니 겨우 오전 9시였다.


원래는 짐 빼고 그린투어라는 투어 하나 한 다음에 버스 타고 이스탄불 갈 예정이었으나,


너무 추워서 투어고 뭐고 그냥 방에서 쉬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나서 숙소 주인에게 얘기를 했다.


"우리 오늘 체크아웃인데... 버스가 오후 7시라서... 좀 늦게 체크아웃 하면 안될까?.. 오후 5시쯤?...."


그랬더니 주인이 안된다고 한다.


"엉엉... 제발요... 우리 여기 6일이나 묵었잖아!!!! 쫌!!!"


이라고 하니, 그동안 우리가 너무 불쌍했는지 그냥 버스시간까지 방 쓰라고 해줬다.


럭키.



분명 주인장도 우리가 불쌍했을거다.


보통 오후 2~3시쯤 방청소하러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은 전부 관광하느라 바쁜데... 우리는 항상 방안에서 자고 있었으니까...


쟤네는 왜 여기까지 와서 하루종일 잠만 자고 있을까? 싶었겠지?



여하튼 그렇게 오후 5시까지 쉬다가, 저녁 먹고 이스탄불행 버스를 탔음.


카파도키아 - 이스탄불 버스는 총 11시간이 걸리는데,


남미에서 수많은 시간을 버스에서 보낸 우리에게, 11시간 버스따위는 초등학교 시절 710번 타고 삼선교 가는것보다 쉬웠음.





이건 서비스.


열기구를 타면 대충 이런 뷰를 감상하게 됩니다.


카파도키아에 가시면 꼭 한번 해보세요.


안하면 후회합니다.





그리고 이건 이름 모를 밸리에서 조종사 아저씨가 위로아래로 움직여준거.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