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 반에 기상했다.


아... 창밖을 보니 오늘도 글렀다. 망할. 


그래도 픽업은 칼같이 오더라...


아... 어차피 못 뜰꺼 같은데 뭐 이렇게 열심히 새벽마다 잠을 깨우러 온다냐..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오늘은 캔슬을 좀 일찍 발표했다.


숙소 아저씨가 얘기하기로는, 만약 오늘까지 안 뜨면 3일간 열기구 안 뜰꺼라 그랬는데... 이제 망한건가.


아무리 열기구 뜰때까지 이 동네에 죽치고 있기로 했지만, 3일이나 더 버티는건 무리였다.


더이상 갈만한 식당도 없다고!!!


대장이 캔슬됐다고 하면서, 한사람 한사람에게 모두 물어본다.


"내일은 날씨 좀 좋을꺼 같은데... 내일 또 도전해볼래?"


우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제발 늦잠 좀 자보자...."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는데... 또 다시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여...


다른 열기구 회사들은 오후에 날씨가 좋아지면, 따로 연락을 줘서 오후에도 타게 해준다던데,


우리는 싸구려 회사라서 그런지 그런것도 없다.



날씨가 너무 좋은 관계로, 숙소에서 잠만 자기에는 너무 아까웠으므로,


우리도 뭔가 할거리를 찾았다.


그래서 찾아낸게 ATV... 거 뭐냐. 4륜구동 오토바이라고 보면 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차보다도 렌트비가 비싼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오토차량은 전부 렌트중이고, 스쿠터는 빙판이라서 안 빌려준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빌렸음...





허나 날씨가 좋은거랑 추운거랑은 별개의 문제였다.


날씨는 쨍하니 괜찮은데, 날씨가 너무 추웠다. 정말 추웠다.


낮기온은 모르겠으나, 새벽은 영하 16도였음.



얼마전에 한국에 한파가 몰아쳤다고 할때, 난 낄낄거리고 있었다.


"ㅋㅋㅋ 추우면 어때. 난 한국이 아닌데.ㅋㅋㅋ"


라고 웃었다가 벌 받은 모양이다.


한겨울의 카파도키아는 겁나 추웠다.


이렇게 추운데 ATV를 타고 돌아다닐 생각을 했다니... 지금 보기만 해도 콧물이 다 나오네.





그래도 이왕 돈 주고 빌린거. 춥다고 어디 들어가서 커피나 마시고 있을순 없기에,


지도를 보고 4시간 코스를 잡은 다음에, 출발했다.


괴뢰메 주변 동네 2~3개를 돌아다니면서 곳곳에 있는 기암괴석을 보는 코스였다.


원래 로즈밸리 투어라고 부르는 코스였는데, 우리는 그냥 ATV빌려서 자체투어를 했음.



참고로 현재 눈이 너무 많이 온 상태라서, 로즈밸리 투어는 전면캔슬 된 상태임.





ATV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니, 마을에만 있을때에는 안 보였던 신기한 돌들이 많이 보였다.


이건 이름 없는... 그냥 조그만 마을 입구쯤에 있던 돌덩이인데,


안을 무슨 신전처럼 깎아놨다. 대단한 놈들.


한가지 궁금한점은... 이렇게 그냥 서있는 돌덩이를 깎아서 창고나 집으로 개조해서 쓰면,


이건 세금을 어떻게 내지? 집으로 치나?


그냥 아무데나 있는 돌 깎아서 내집이라고 하면 그 순간부터 그냥 내 집이 되는건가?





여기는... 카우신 이라는 동네다.


엄청나게 큰 절벽? 봉우리? 뭐 그런걸 깎아서 아파트처럼 만들어놓은 곳이다.


ATV를 타고 돌아다닐때 가장 큰 문제점은 어디가 뷰포인트고 어디가 관광지인지 잘 모른다는 점...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관광버스나 봉고차가 많이 서있는곳이 뷰포인트고 관광지다.


대충 그들이 주차해놓은 곳에다가 주차해놓고, 그들의 가이드를 따라다니면서 보면 됨.





왼쪽에 보면 원래 있던 기암괴석에 구멍을 내서 만든 집들도 있지만,


그 앞쪽처럼 돌을 쌓아서 만든 집들도 있다.


카파도키아 지방의 집들이 대부분 이런 식인데... 돌을 대충 깎아서 안쪽을 만들고,


그 입구쪽에 따로 돌을 쌓아서 나머지 집을 만드는 형식임.


그니까 집의 절반은 진짜 절벽을 깎아서 만든거고, 앞쪽 입구는 벽돌을 쌓아서 만든 형식.



근데 뭐 정해진 규칙이나 틀이 없는건지,


아무데나 구멍을 뚫고, 지들끼리 이어져있던걸 막거나, 막힌걸 뚫어놓거나 해놨다.


여하튼 옛날에 만들어진 돌에 구멍 뚫은 집들은 현재는 대부분 안 쓰는거 같고,


관광지용으로 개조해서 동굴호텔로 쓰거나, 아니면 그냥 간단히 의자 몇개 갖다놓고 카페로 운영하는듯 싶었다.





정상부근까지 걸어올라가서 찍은 사진.


중간에 협곡같이 생긴 지역이 있길래 찍었는데, 여기도 잘 보면 전부 구멍을 뚫어서 거주지로 사용한듯 싶다.


아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 밑에도 전부 구멍이 뚫려있지 싶다.



원래 이 꼭대기까지 올라오면,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고 해서 올라왔는데,


눈밖에 안 보인다.


카파도키아가 전부 눈으로 덮여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음.


그냥 전부 눈밭임.





카파도키아 도처에 널려있는 버섯바위라고 불리우는 바위들이다.


이거 실제로 보니까 무진장 신기했는데, 아래쪽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뭔가 조약돌 같은 돌이 올라가 있는 형태임.


우선 사람이 올려놓은거 같진 않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거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매우 궁금했다.



이게 사진으로 보면 잘 모르겠는데, 실제로 보면 엄청 컸다.


이때만 해도 열심히 갖가지 가설을 세워서 저게 어떻게 세워진건가에 대해 토론했었는데,


잠시후 파샤바라는 곳에 가서 버섯바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파샤바 라는 동네.


어렸을적 일요일 아침을 책임진, 만화 스머프의 배경이 됐던 동네다.


스머프는 버섯모양의 집에서 살았는데, 그게 이곳의 버섯바위들을 보고 생각해낸 아이디어라 한다.



그래서 지도 보고 신나게 파샤바로 달려갔는데, 이상한 동네에 도착해버렸다.


여긴 터키 도자기로 유명한 아바노스라는 마을인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터키 도자기를 선물로 사간다고들 한다.


허나, 아직 여행이 많이 남은 우리에게 기념품 따윈 있을수가 음슴으로 그냥 대충 둘러보다가 다시 파샤바로 향했다.





어머. 크고 아름다워.


버섯바위가 엄청나게 몰려있는 파샤바라는 동네다.


동네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게... 거주하는 사람은 없고,


그냥 버섯바위랑 기념품 가게들밖에 없다.



버섯바위 실제로 보니까 진짜 신기하게 생겼더라.


왜 괜히 스타워즈 촬영지로 카파도키아를 선택했는지 알것도 같았다.


(스타워즈 실제 촬영지는 너무 멀어서 못 가봤음.)





요기에 와보면 버섯바위의 초-중-말년을 전부 볼수 있다.


대충 보니까... 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간에 있는 2단부분이 침식이 잘 되는 퇴적층인거 같았다.



그니까 밑에 1단으로 화산재가 쌓이고... 그 후에 2단으로 화산재가 쌓이고... 마지막에 3단으로 화산재가 쌓이는데,


2단에 쌓인 화산재만 침식이 잘 되는거임.


그래서 2단만 신나게 깎여대니까...


중간만 쑥 들어간것처럼 보이고, 이게 얼핏 보면 버섯처럼 보이는거임.


그러다가 나중에 2단 부분이 다 깎여버리면 가장 위에 있던 3단이 아래로 주저앉아서 1단 위에 돌 하나가 얹혀진것처럼 보이는게


아닐까 혼자 추측해봤다.



사실 난 지구과학도 잘 모르고 모스굳기도 잘 모르는 문과생이라 잘 모름.


그냥 내 생각엔 그렇다고.





이 동네도 여느 카파도키아 동네랑 마찬가지로,


돌들에 전부 구멍을 뚫어서 주거지로 만들어놨다.


현지인들은 이 부근에 자기만의 아지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던데, 우린 폭설로 인해 입구 근처에도 못 가봤음.



간혹 아지트 가보고 싶다고 현지인 따라서 이 돌덩이들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므로 그냥 멀리서만 보길 추천한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2006년인가에 한국인 한분이 터키에서 살해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안전한 나라는 없으므로, 여행 나와서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된다는 말이 맞는듯.


(그렇게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스위스에서도 작년에만 한국인 3명이 실종됐다고 들었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꼭대기 부분이 저렇게 뾰족한지는 모르겠음.


이 동네 가이드투어를 받으신 분들의 얘기를 찾아보려고 인터넷을 좀 뒤져봤는데,


너무나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져나와서 포기했다..;;


진짜 터키에 많이들 놀러오는거 같다.



눈이 조금만 덜 내렸더라면, 훨씬 아름다운 풍경을 볼수 있었을텐데..


폭설이 오니까 관광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도 뭐하고...


참으로 난감하다.


여행하다보면 역시 가장 중요한건 날씨임.


물론, 돈이 더 중요함.





이쯤되니까 너무 추워서 더이상 ATV를 타고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ATV는 최고속력이라 해봤자 시속 50km도 안됐는데... 


그 모든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자니, 내 몸이 버티질 못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던 찻집같은데 가서 괴즐레메 하나랑 커피 한잔 먹으면서 몸을 녹였다.


이곳의 괴즐레메는, 터키 아줌마가 직접 만들어주셔서 그런지 겁나 맛있었음.


딱 봐도 괴즐레메 잘 굽게 생기신 터키 아줌마가 넓다란 솥뚜껑 같은걸 이용해서 구워주심.





카트라이더 실사판임.


ATV를 그냥 보면 왠지 언덕도 잘 넘고, 눈길도 마구 헤쳐나갈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것만 그런건지 원래 그런건지...


언덕 하나 넘는데도 겔겔대고, 눈길은 한번 빠지면 당최 헤어나오질 못함.



사진 보면 뒷바퀴 헛도는게 보일 정도임.ㅎ


게다가 방풍을 해줄만한게 전혀 없어서, 이쯤부터는 무릎에 바람 들어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정도로,


온몸의 관절이 시리기 시작했다.





여긴... 데브란트라는 지역인데,


왼쪽에 보이는 낙타바위로 유명한 동네다.


가장 왼쪽에 있는 바위가 낙타랑 똑같이 생겼다고 해서 사람들이 줄서서 사진 찍는 곳인데,


우리가 갔을때는 사람은 커녕, 기념품점들도 전부 문을 닫은 상태였음.



언제쯤 되야 성수기인 곳을 만날수 있으려나...


1년 가까이 여행중인데, 계속 비수기인곳만 돌아다니는거 같다.





이건 가족바위라고 해서,


엄마, 아빠, 자식... 이렇게 3개의 버섯바위가 뭉쳐 있다.


얼핏 보면 두개밖에 안 보이지만, 잘 보면 왼쪽 바위 앞에 바위 하나 더 있음.



이걸 보면서 또 다른 가설을 생각해봤는데,


우선 화산재가 1차로 쌓이고, 그 위에 다른 돌덩이들이 퍽퍽 쌓임.


근데 그 위에 쌓인 돌덩이는 빗물에 침식이 잘 안되는 단단한 바위임.


그래서 비가 오면 돌덩이가 없는 부분만 침식되고, 돌이 우산역할을 해주는 부분은 침식이 안되서 이렇게 된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다.


나중에 한국 들어가면 제대로 찾아봐야지.





이제 4시간여의 ATV투어를 마치고 괴뢰메로 돌아가는 길인데,


이쯤에서 큰 고비를 맞이했다.


빙판이 얼어있는 급내리막 코스였는데, ATV가 지 맘대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옆쪽은 절벽이고, 그렇다고 가운데로 달리자니 밑에서 미친듯이 올라오는 차들때문에 어찌해야 될지 몰랐다.


(밑에서 올라오는 차들도 중간에 멈추면 못 올라가니까, 엄청난 속도로 밀고 올라옴)



그래서 진희 내린 다음에, 온몸의 힘을 브레이크 잡는데 사용하면서... 살살 미끄러지듯 내려왔음.





춥고 추운 ATV투어를 마친 기념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원래 항아리 케밥이 유명한 집인데,


항아리 케밥은 일반 케밥보다 좀 비싼 관계로, 우리는 그냥 저렴한거 시켜서 먹음.



난 원래 매운걸 못먹어서 고추 같은거 안 먹는 사람인데,


이때는 너무 추워서 저기 보이는 고추를 마구 씹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 


카파도키아까지 왔으니까 뭔가 하긴 해야겠어서 ATV를 빌려서 돌아다닌건데,


3시간쯤 지나니까... 눈물 콧물이 나면서 내가 왜 이 추위에 이걸 타고 있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우리가 신기했는지, 다들 즐거워하며 우리를 쳐다봤다.


비웃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래... 그냥 우리가 즐거워보여서 그들도 웃은걸꺼야...





역시 몸을 녹이는데는 맥주죠.


터키는 이슬람 국가 치고는 술에 좀 관대한 편이라서, 술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허나 터키에는 EFES라는 맥주밖에 안 파는듯 싶다...;;;


라거, 흑맥, 보드카 섞은거 등등 종류는 많은데, 메이커는 전부 EFES 하나뿐임.


개인적으로 EFES 흑맥주가 매우 맛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보이는 빵은 케밥 종류 중 하나인데, 맥주 안주로 딱임.




이렇게 4번째 열기구 도전에 실패한 날이 지나간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인, 탈것 하나 빌려서 하루종일 돌아다닌 날이라서 그런지 매우 흡족한 하루였다.


날씨만 좀 덜 추웠더라면 훨씬 즐거운 관광을 할수 있었을텐데,


빌어먹을 날씨...아오 빡쳐.


참고로 오늘 이스탄불에 도착했는데, 여기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어서 아프리카로 가라는 신의 계시인가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