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하면 역시 열기구 투어.


정확히 얘기하자면 카파도키아는 도시 이름이 아니고, 이 동네 지역 이름이다.


그리고 그곳을 관광하기 위한, 중심에 있는 도시가 바로 괴뢰메.


걸어서 10분이면 다 돌아볼만큼 엄청나게 작은 도시다.



여하튼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일일히 다 보러 다니기는 힘드니까, 1시간정도 열기구를 타고,


한번 쏵~ 둘러보는 열기구 투어가 있는데,


내가 봤을때 카파도키아에 오는 관광객중 99%는 꼭 타보는거 같고,


그 관광객중 98%는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정말 엄청나다...


내가 로마, 파리, 런던 등등... 왠만한 관광지 다 가봐도, 이처럼 놀라운 한국인 비율을 자랑하는 도시는 처음 봤다.





우선 열기구 투어는 보통 새벽 6시에 시작되므로,


5시 45분쯤에 숙소로 픽업하러 온다.


그렇게 픽업온 차를 타고 가까운 집합장소로 가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걸어가도 충분한데, 굳이 픽업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음. 차 타면 10초도 안걸리는 거리임)



보통 다 모이면 바로 열기구 타러 간다는데,


이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 계속해서 대기만 했다.


지금 보이는게 대기하는 사람들인데, 딱 저 테이블만 빼면 전부 한국인이었다..;;;



뻥 조금 보태면 98%는 한국인. 1%는 브라질 사람. 그리고 나머지 1%가 터키 사람으로 추정됨.


브라질에서는 노벨라 인가... 하는 엄청나게 인기있는 드라마에 카파도키아가 나오기 때문에,


수많은 브라질 사람들이 이곳을 여행한다고 한다.


라고 우리랑 같이 하염없이 기다리던 브라질 아가씨가 말해줬음.


우리도 브라질 갔다왔다고, 사진 보여주면서 떠드니까 재밌긴 재밌었음...



근데 결국 열기구는 기상문제로 뜨지 못했다.


우리가 예약한 열기구 회사는 가장 싸구려 회사라서, 천둥번개가 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띄우기로 유명한데,


얘네조차도 포기한 날씨인걸로 봐서는 정말 악천후 오브 악천후 인가보다.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다음에 뭘 할까 고민했다.


어제 하루종일 잠만 잤으니 오늘은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할수 있는게 없다..;;;


원래 렌트카를 빌려서, 멀리있는 지하도시랑 스타워즈의 배경이 됐다는 곳까지 다 가보려고 했는데,


폭설로 인해 길이 개판이라, 왠만한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안 빌려준다..;;;



그래서 그냥 걸어서 10분거리에 있다는 야외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말이 박물관이지... 그냥 민속촌이라고 해야되나...


여하튼 아래 사진 보면서 설명하고... 위 사진은 전세계 어딜가든 우리만 쫓아다니는 개무리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예전 로마시대때, 로마의 박해를 받던 기독교인들이 도망쳐서 만든 곳이란다.


원래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뾰족뾰족한 돌들이 가득했었는데,


거기를 파고 쪼고해서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었단다.


그래서 이 동네에는 왠만한 사이즈의 돌들은 전부 집처럼 만들어놨는데,


그런 희한한 것들이 가장 밀집된 지역을 묶어서 야외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입장료 받고 관광지로 만들었다.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예전에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비어있는 동굴들을 많이 찾을수 있단다.





요렇게 길거리 옆에도 아무렇지 않게 집이 있다.


물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겠지만, 예전엔 누군가 살았겠지.


지금 보이는 건 그냥 입구일 뿐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부엌부터 시작해서 방까지 잘 만들어놨더라.



희한한 지형인데다 + 사람들이 거기를 파고 들어가 집까지 만들었고 + 그 사람들이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이다!!!


라는 이유 때문에,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것 같다.


특히 기독교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성지순례 차원에서 많이들 오는거 같았다.


이스라엘이나 다른 곳들은 좀 위험하니까... 패키지가 엄청나게 잘 되있는 터키로 다들 모여드는듯...





야외 박물관 입구다.


바로 앞에 보이는건 무슨 성바실 성당인가...


여하튼 이 안에는 여러개의 교회가 존재하고 있고, 사람이 거주하는 집들도 존재하고 있다.



성당 내부에는 프레스코화가 다수 존재하는데,


미켈란젤로 같은 사람이 그린건 아니라서, 약간은 엉성하지만...


자기 집 하나 없어서 돌에 구멍 뚫고 사는 사람들이 그린거라 생각하니 좀 짠해졌다.



게다가 나름 성당처럼 보이려고, 내부를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고... 천장도 돔처럼 파내고, 기둥도 세운것이 인상 깊었다.





이렇게 작은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안은 사람이 살던 집이다.


모닥불을 피웠을 것으로 추측되는 움푹 파인 공간도 있고... 안에 선반처럼 돌을 깎아 놓은곳도 있었다.


그리고잘 보면 문 위쪽에 창문을 만들다 만 흔적도 보인다.



밖은 겁나 추웠지만,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바닥에 뭘 깔고 잤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두툼한 동물가죽 같은것좀 갖다 놓고 살면 나름 살만할거 같았다.





집안 내부의 모습이다.


천장을 잘 보면 끌이라고 해야되나... 정이라고 해야되나..


여하튼 열심히 파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계 어느 유적지에 가도 마찬가지지만, 일부 몰지각한 놈들이 지 이름 파놓은 곳도 간간히 보였는데,


여하튼 그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가슴이 짠하다.



높이는 대충 내가 서서 손을 올리면 닿을정도의 높이였다.


사람이 살던 곳은 그냥 이렇게 네모 반듯한 모양이 대부분이었고,


성당은 나름 화려하게 그림도 그려놓고 장식도 해놓고 했다.


근데 나중에 다른 종교 놈들이 쳐들어와서 훼손한건지 모르겠으나, 예수님이나 성인의 그림들을 보면,


전부 눈을 파놓거나 얼굴을 훼손해 놓았다.


정확히는 뭔지 모르겠음.


이날 특별히 오디오 가이드까지 빌려서 돌아봤는데, 내가 이제껏 빌렸던 오디오 가이드중에 최악의 오디오 가이드였다.



만약 자기가 성경을 달달 외우는 수준이다라면 빌려도 상관 없지만,


우리처럼 종교에 대해 무지하고 아는게 없으면 빌려도 별 소용이 없음.


예를 들면 이런 수준임.


"12번. 용과 싸우는 날개 달린 천사들. 이 그림은 날개 달린 천사들이 용과 싸우는 그림이다."


끝.





폭설이 오는 관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어를 포기하고 그냥 마을에서 가까운 이곳으로 온듯 했다.


카파도키아는 쩌어~ 멀리 지하도시랑 스타워즈 배경지를 보는 그린투어.


가까운 부근에 있는 삼색의 신기한 색깔을 자랑하는 돌들을 보는 레드투어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날은 폭설로 인해 길이 막힌 모양이었다.



여기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수많은 차들이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고,


스쿠터를 빌린것으로 보이는 외국인은, 길거리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마을까지 뛰어가고 있었다.





지금 보이는 내부는 전부 돌을 깎아서 만든 것들인데,


나름 격식 있게 식탁이랑 의자도 만들어놨다.


원래 벽색깔이 검은색은 아닌데, 부엌이라서 불을 지피는 바람에 벽이 그을린것 같다.



가이드를 받거나 관련 서적을 읽은게 아니라서 내용이 정확하지 않으니,


혹시라도 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따로 알아보시는게 좋을듯...


정말 수많은 한국인들이 카파도키아에 왔으므로 정보가 넘쳐나지 않을까 싶다.





이 야외 박물관에서 가장 웃겼던 곳인 어둠의 성당?.. 뭐 그런곳이다.


제일 처음 나눠준 책자를 보니, 이탈리아의 도움을 받아 복원한 성당이 있다 그러길래 기대를 하고 갔건만...


여기는 따로 돈을 내고 입장해야 된단다..ㅡ_ㅡ


왜요....


책자로 보면 나름 고퀄리티로 복원해서 볼만했을거 같은데, 너무 야박하단 느낌이 들었다.


터키사람들이 인도인들이랑 비스무리하다 그러더니...


왠지 오만정이 뚝 떨어졌다.





그렇게 폭설을 뚫고 야외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먹었던 음식.


터키음식중에 괴즐레메 라는 음식인데, 우리나라 빈대떡이랑 거의 똑같다.


다른거라곤 안에 치즈가 들어있어서 좀더 구리구리한 냄새가 난다는 점 정도?



그리고 반대편에 놓인건 치킨 쉬쉬? 인가 하는 음식인데,


그냥 닭꼬치라고 보면 된다..ㅡ_ㅡ


둘다 나름 맛나게 먹을만 했음.


터키 음식은 한국사람 입맛에 좀 잘 맞는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그리고 이건 저녁으로 먹은 피데.


터키 피자라고 보면 되는데, 피자보다 훨씬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다.


저렇게 두접시에 대충 20리라... 그니까 우리나라돈으로 12000원 정도 한다.


남미 여행할때에 비하면 비싼 수준의 식사지만,


런던에 비하면 이건 싼 수준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어제도 그랬고 이날도 그랬고 이 다음날도 그랬고...


하루종일 숙소 밖으로 나갈수도 없이 눈이 쏟아져서, 유일한 낙이라곤 터키음식 사먹는것 뿐이다.


괴레메 동네 안에 있는 레스토랑은 다 가보게 생겼다.


엉엉... 제발 눈좀 그쳤으면 좋겠다.


이게 뭐야... 카파도키아까지 왔는데 동굴호텔에 갇혀서 하루종일 진희랑 맞고만 치고 있잖아...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