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자리잡은 숙소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아직 정식오픈 하기 전이라서 이름도 없는 민박이었지만,


민박집이라곤 믿겨지지 않을만큼 엄청나게 넓은 도미토리와,


호텔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정말 거대한 더블룸...


가장 하이라이트는 우리집 마루보다도 더 큰 화장실. (진짜임. 왠만한 초등학교 교실만함)


그리고 문 열기도 전에 망하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후한 사장님의 인심 등으로 인해,


새벽까지 퍼마시다가 잠이 들었다.





어제 하루종일 숙소 옮기느라 아무것도 못한지라,


오늘은 뭔가 좀 해보자... 싶어서 사촌동생이랑 진희랑 둘다 가장 가보고 싶어했던 노팅힐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관광지 중 하나였는데,


이번 방문때는 생각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내 기억에는 아마 내가 문 닫는 날 가서 아무것도 못 보고 왔던거 같다.





그리고 노팅힐에서 가장 중요한 노팅힐 서점.


노팅힐 영화에서 보면 휴 그랜트가 운영하는 중고서점으로 나온다는데,


2007년에 나는 노팅힐을 안본 관계로,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스쳐지나갔다.



비록 지금은 신발가게로 바뀌어서 휴그랜트의 흔적은 커녕 세일문구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름 유명한 곳이라서 사진 한장 찍어왔다.



주말이 아니라서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둘다 나름 노팅힐에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내 생각에는 아기자기한 골동품을 주로 팔다보니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관광지가 아닐까 싶다.





노팅힐 마지막쯤에 먹었던 햄버거.


이 햄버거 가게에서 깜짝 놀랄 일이 있었는데,



내 옆에서 커피를 마시던 할아버지께서, 밖으로 나가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헐... 바로 옆에 있던 영국인이 쓰러지는걸 받아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


영국인은 할아버지를 눕히고 허리띠를 풀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할아버지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밥을 먹자니 좀 뭐하고... 그렇다고 안 먹고 서있자니 도와드릴건 없고...;;;



여하튼 놀라웠던 건...


주변사람들의 처리능력이었다.


한명은 바닥에 앉아서 할아버지를 안정시키고 있었고, 한명은 구급차를 부르고,


또 한명은 밖으로 나가서 구급차를 인도하는 등... 일사분란하게 행동했다.


흠...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똑같이 말했다.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니야..."





그렇게 노팅힐 구경을 끝마치고 사촌동생이 가보고 싶어한 버킹엄 궁전에 갔다.


이날도 어김없이 비는 내리고, 날씨는 우중충했다.


괜찮아... 이정도쯤은 뭐 영국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니까요.



버킹엄 궁전은 여름에만 오픈하므로, 곰털모자를 쓴 아저씨랑 사진 찍는것도 여름에만 가능했다.


결국 우리는 무슨 원숭이마냥 철창에 매달려서 그 틈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생각해보니 2007년에도 카밀로랑... 그의 사촌인가 친구인가 어떤 여자애 한명이랑,


세명이서 버킹엄 궁전에 왔다가, 완전 물에 빠진 생쥐꼴로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버킹엄 궁전에 갔다가 우리는 좀 일찍 숙소로 들어갔다.


왜냐믄.


어제 밤에 술 마시다가, 숙소에 있던 한 청년이 오페라의 유령 티켓이 두장 있는데,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같이 가자고 한것.


우리는 뉴욕에서 이미 보고 온지라, 사촌동생 좀 데리고 가달라 부탁드렸고,


흔쾌히 승락하셔서... 이날밤 그 청년과 사촌동생은 뮤지컬을 보러 갔고,


진희는 왕실과 귀족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는 초고급 백화점, 해롯백화점을 구경하러 갔고,


나는 숙소에서 잤다.





위의 사진부터는 전부 진희가 찍어온 사진임.


해롯백화점은 런던은 물론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백화점 중에 하나다.


밤에 보이는 외관이 예뻐서도 그 이유중 하나겠지만,


가장 유명한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물품들을 주로 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슨 대영박물관처럼 생긴 내부부터가 여긴 좀 비싼 곳이라는걸 알려주고 있다.


원래는 정장을 입지 않거나, 애완동물 등은 출입금지였다는데, 지금은 많이 유해져서 그냥 아무나 막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물건을 사러 가는 사람보다, 그냥 구경하러 가는 사람이 더 많은 백화점이다.





뭘 파냐면, 대충 이런걸 팜.


오른쪽은 Dior에서 만든 휴대폰 케이스인데, 가격은 저렴합니다.


단돈 79000파운드.


우리나라돈으로 대충... 1500만원정도 하네요.


이런거 파는 동네에요. 여기가.





그리고 코렐접시가 가장 비싼 접시인줄 알고 있던 나에게 신세계를 보여준 사진.


베르사체부터 시작해서 에르메스까지...


유럽의 왠만한 명품 메이커들은 전부 주방용품 라인을 따로 가지고 있단다.


직접 보면 어마어마하게 화려하다는데,


나는 그 시간에 숙소에서 쳐자고 있었다.


왜냐면 이날 저녁에도 술을 마시기로 했으므로, 충분한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였음.



이 숙소에서 잔 1월 1일부터... 마지막날인 1월 5일까지.


총 4박5일중에... 새벽 4시 이전에 술자리를 파한적이 없었다고 하면 말 다했지 뭐.


돌이켜보면 런던에서 술마시고 떠들다가 터키로 넘어온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