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8-Spain2012. 12. 24. 06:51

어젯밤 신나게 달린 까닭일까...


아니면 오랜만에 캠핑을 한 까닭일까...


아니면 밤새도록 내린 비 때문일까...



이 세가지 이유가 겹쳐진 날 아침.


우리는 둘다 못 일어나고 사경을 해매다가 12시가 다 되서야 일어났다.


아... 왜 우린 텐트만 쳤다하면 비가 쏟아질까...


왜요....



게다가 어젯밤 손톱 빠지도록 손을 씻고 씻고 또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텐트 안, 내 손이 닿은 곳은 모조리 향기로운 새우 냄새가 난다.


음~ 바다 스멜~~





그래서 빡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우리가 선택한 것은.


고기.


닥치고 고기.


어젯밤 새우랑 같이 먹으려고 사왔던 고기지만, 어젯밤 새우로 달리는 바람에 뜯어보지도 못했던 그 고기.


그걸 아침부터 쳐굽고 있다.


도대체 스트레스 받은거랑 고기랑 뭔 상관인지 모른다면,


넌 아직 고기의 참맛을 모르는 애송이. 니가 까르푸 25% Offerta가 붙어있는 돼지목살을 아느냐.



옆에 있는 캐러반을 끌고온 외국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다.


쟤네는 어디나라 애들이길래 아침부터 고기를 구워먹는거지?


자고로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하는법이지... 빵 몇쪼가리 먹는다고 힘이 나겠나. 고기 정도는 먹어줘야 힘이 나지.



우선 럭셔리하게 고기와 버섯과 양파를 굽고...


근데 아침부터 고기만 먹으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돼지목살을 넣은 김치찌개도 같이 끓여서 쳐묵쳐묵.


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명언이 있지 않나.


그냥 먹자.





아침부터 돼지목살을 들어간 김치찌개와, 돼지목살을 구워서 열심히 쳐묵쳐묵 했다.


사실 우리도 아침부터 이렇게 육덕지게 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허나... 앞으로 우리가 캠핑을 할수 있는날도 별로 안 남았고...


뭐 가지고 있는 식량들을 버릴수는 없고 빨랑 먹어치워야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이유때문에 이렇게 아침부터 고기를 굽는거지.


우리 그렇게 무식한 육식동물 아닙니다.




여하튼 이렇게 아침부터 신나게 고기파뤼를 벌인 후,


우리는 텐트에 들어갔다.


고기를 다 먹고나니 마드리드 시내로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할건 없고... 인터넷도 안되고... 잠은 안오고...


그래서 그냥 텐트 안에서 누워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정말 둘다 텐트 천장만 바라보면서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숨쉴때마다 시간 정말 안 간다. 집중하면 시간이 이렇게 안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끝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우리는 잘 시간이 다가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감.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