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8-Spain2012. 12. 23. 06:35

그라나다를 출발하여 우리가 다음에 향할곳은,


세비야 라고 하는 동네다.


그라나다는 스페인 동남부쪽에 위치하고, 스페인 서남부쪽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그냥 남쪽을 따라 쭉 직진하기만 하면 갈수 있는 곳이다.



허나... 문제가 하나 있다.


우리가 세비야에 가려고 한 이유는, 순전히 투우경기를 보고 싶어서 가는거였는데,


지금은 겨울이라서 투우경기를 하지 않는단다....ㅡ_ㅡ


그래도 뭐... 어차피 갈곳도 없으니 가긴 가는데... 영 내키지가 않아서,


중간에 있는 몇몇개의 도시들을 들르기로 했다.


결론은.



지금부터 나올 2~3시간밖에 못 들렀던 이 도시들이 스페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스페인 남부도 그렇고 프랑스 남부도 그렇고 이탈리아 남부도 그렇고...


따사로운 기후 덕분인가, 왠만한 나라의 남부에는 휴양도시들이 몰려있다.



스페인 남부에도 말라가, 네르하 등의 휴양도시들이 쭉 펼쳐져 있다.


우리가 세비야를 향해가면서 들른 곳은 말라가, 네르하 두 도시였다.


이렇게 스페인 남부쪽의 지방을 통털어서 안달루시아 지방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스페인다운 곳이라는 평이 있다.





우선 네르하.


지중해의 발코니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휴양도시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곳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일부분인데, 안달루시아 지방의 휴양도시들은 보통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해안가를 코스타델솔(태양의 해변) 이라고 부른다.



지금 왼쪽에 보이는 동네가 네르하 라고 부르는 동네다.





네르하에 처음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을때... 그때 받은 느낌은.


노인정이다!!!!


길거리와 레스토랑에 백발의 노인들만 가득했다.


젊은 사람이라곤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사람뿐이었고, 전부 연금 받아서 놀러다니시는


전형적인 유럽노부부들이 거기에 다 모여있었다.



그만큼 유명한 휴양도시라는 뜻이겠죠...;;;


여하튼 처음 받은 느낌은 그랬음.





엄청나게 큰 주차장이 있는걸로 봐서는 평소엔 주차하기가 힘이 드는 모양인데...


비수기라 사람이 별로 없는 관계로, 그냥 아무데나 주차를 했다.


그리고는 아무렇게나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가진 전망대? 광장? 을 발견했다.


우리가 네르하, 말라가 이 두도시를 가장 좋아하게 된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이날만 날씨가 쨍쨍하니 매우 좋았다.

우리가 생각한 스페인이라는건 이런 날씨를 두고 말한거였나보다.




네르하의 해변.


요즘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신혼여행도 많이들 온다고 하던데...


우리도 신혼여행 온셈 치고 만끽했다.



비록 클라이밍팬츠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짱꿔패션이지만,


마음만큼은 신혼여행이다.


눈물난다... 다음에 여행올때는 꼭... 셔츠라도 한장 들고 다녀야지.





네르하는 날씨가 정말 좋았다.


우리가 생각한 스페인 날씨는 바로 이런거였다.


눈이 부시고, 좀 걷다보면 더워져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그런 날씨를 기대하고 스페인에 온건데...



현실은 악천후.


텐트만 폈다하면 비가 쏟아지는 이런 기가 막히는 날씨 속에서 우린 스페인을 여행하고 있다.





그렇게 네르하를 잠깐 둘러보고, 다음에 향한 곳은 말라가.


여기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큰 휴양도시라고 해도 될만큼 큰 도시다.


잠깐만 돌아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바르셀로나보다도 이 도시가 더 재미있었던거 같다.



별 기대를 안하고 가서 그런지, 그냥 걸어다니면서 본 모든 것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요즘 유럽은 전부 크리스마스 분위기라서, 어느 도시를 가든 이렇게 휘황찬란하다.


밤에 왔더라면 더 멋졌을 곳인데, 좀 아쉽다.



만약 세비야에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더라면, 이곳 말라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싶을만큼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사람들도 좋고,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좋고...


가게도 하나하나 모두 예쁘고... 참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으므로 밥 한끼 먹고 가기로 했다.


남미에만 있는 줄 알았던 '메뉴 델 디아' (오늘의 메뉴) 가 스페인에도 있었다.



우리가 먹고 싶었던 것은, 첫째.. 제대로 된 빠에야, 둘째.. 오징어 튀김. 이었다.


그래서 이 두개가 메뉴 델 디아에 포함되어 있는 식당을 찾아 빙글빙글 돌다가,


겨우 한군데 찾아서 들어갔다.





이게 제대로 된 빠에야 인가...


여하튼 저번에 바르셀로나 무한부페 집에서 먹었던 빠에야랑은 분명히 다른 맛을 가진 빠에야 였다.



2007년 영국에서 리카르도랑 같이 돌아다닐적이었다.


언젠가 캠든타운에 놀러갔는데, 그날이 마침 세계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근데 말이 세계축제지, 그냥 각국의 음식들을 노점에서 팔고 있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둘다 한국음식 or 콜롬비아음식 이 없는지 신나게 찾아제꼈으나,


걔네 나라나 우리 나라나 유명하지 않기로는 세계 둘째가라면 서러운지라,


일본 음식이랑 중국 음식... 그리고 아르헨티나 음식 같은거나 보면서 만족하고 있었다.



그때 뭔가... 노란쌀밥 위에 수십, 수백개의 새우 대가리가 꽃혀있는 음식을 발견했다.


더럽게 혐오스러운 그 음식이 뭔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봤더니, 스페인 음식이란다.


리카르도에게 이게 뭔지 아냐 그랬더니, 빠에야 라고 스페인 전통음식이란다....



난 그때 빠에야를 처음 알았다.


나중에 언젠가 먹을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먹게 되다니...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28년정도는 살아줘야지 이런 날도 오고 그러는거다잉.





말라가 메인거리의 모습이다.


주말인데다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지,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하나같이 고퀄의 행위예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재밌긴 하지만, 아직 저 사람들의 돈통에 돈을 넣어주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


참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팁이라든가... 이런데 돈을 넣어주는 것이 매우 어색하다.


아깝다는 느낌도 들고... 얼마나 넣어줘야 되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나마 많이 나아진거겠지.



나중에 인도여행할때 언제 한번 날잡고 쓰겠지만, 내 인생에서 매우 큰 경험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인도 기차칸에서 단돈 250원때문에 싸운 일이었다.


그때의 나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매우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네르하랑 말라가 구경을 끝마치고 세비야로 가면서 들른 마켓.


스페인의 유명한 음식중에 하몽 이라는 음식이 있다.


하몽. Jamon 이라고 쓰고 우리나라말로 햄이라 읽는다.


여하튼 햄은 햄인데, 우리나라 햄과는 차원이 다른 햄이다.



지금 걸려있는 것들이 모두 하몽이다.


돼지 넓적다리를 통째로 햄으로 만들어서 이렇게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레스토랑에 가면 이 햄을 걸어놓고 주문받은 양에 따라 쓱쓱 썰어서 갖다 준다고 하는데, 안 가봐서 잘 모르겠음.




사진과 글만 보면 '이 사람이 스페인에서 제일 좋았다고 하긴 하는데 뭐가 좋았는지 당최 알수가 없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거다.


사진과 글로 보면 나도 그렇게 생각든다. 이게 뭐가 좋다는거야..ㅋㅋㅋ


날씨가 가장 크게 좌우했겠지만, 네르하랑 말라가가 좋았던 이유는 가장 스페인스러웠다.


우리가 생각한 스페인이란 이런 곳이었던 모양이다.


이후로 세비야, 마드리드 등을 거쳐왔지만, 아직도 안달루시아 지역인 이 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난 스페인에 관광지를 보러 온게 아니고, 그냥 따뜻한 햇살과 라틴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온거라 여기가 가장 좋았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