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7-Swiss2012. 12. 8. 05:32

아침에 일어났다.


온몸이 쑤셨다.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울었다.


왜 내가 2일짜리 스키패스를 끊었을까... 엉엉... 하루만 끊을껄...


생각해보면 난 한국에서 스키장에 놀러가도 3시간 이상 스키를 탄적이 별로 없다.


나에게 있어서 스키장은 그저 낮에 잠깐 스키타고, 밤새도록 술마시고 노는 곳.


이었을 뿐이다.... 


그랬던 내가... 왜 여기서 2일짜리 스키패스를 끊었을까...


목적은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보자. 였지, 즐기자! 가 아니었는데..엉엉...





겨우겨우 창문을 열었다.


아오 깜놀. 우리차 없어진줄 알았다.


잘보니 눈속에 잘 파묻혀 있었다.


한국에도 폭설이 내렸다는데... 여기도 폭설이 내렸다...


게다가 아침부터 주변에서 펑!!! 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눈사태 일어나는 소리다.


아저씨가 말하길, 이런 날씨에는 하루에 16시간씩 눈만 치운단다.



군생활을 창원에서 하는 바람에, 눈이라곤 치워본적이 없는 나로써는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오늘 스키장을 갈까 말까... 정말 수십번을 고민했다.


1. 꼭 이렇게까지 몸도 쑤시고, 날씨도 안 좋은데 스키를 타야되는가?


2. 하루에 몇십만원씩 주고 타는건데, 몸좀 안 좋다고 그냥 숙소에 디비져 있을것인가?



결론은 명확했다.


타야된다. 골절상을 입었어도, 하루에 몇십만원짜리 스키패스니까 무조건 타야된다.


그래서 둘다 진짜... 무슨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꾸역꾸역 다시 옷을 입고 장비를 챙겨서 스키장으로 향했다.





희한하게 아래쪽은 날씨가 개판인데, 위쪽은 날씨가 괜찮다.


오.... 저 멀리 어제는 있는지도 몰랐던 산들이 좀 눈에 보인다.


참고로 슬로프 가장자리에 왼쪽처럼 그물망이 쳐져 있는곳이 있는데... 여긴 절대로 가면 안되는 곳임.


보통 그물망 너머에는 급절벽 or 기찻길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 그물망 없는 곳은?


그냥 가도 된다. 우리나라처럼 정해진곳 아닌데 갔다가 패트롤이 호루라기 불지 않는다.


그냥 아무데나 막 가도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즐기러 왔다.


희한하게 혼자 즐기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고, 노인분들이 단체로 오신 그룹도 많았다.


다들 정말 겁나 잘탄다.


왠만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틀넷에서 짱먹고 들어가는것처럼,


왠만한 스위스 사람들은 모두 스키를 잘 탄다고 한다...


하긴, 자기집 뒷산이 알프스인데 잘 타겠지.ㅋㅋㅋ





어느 산이든지 마찬가지지만, 아침에는 항상 날씨가 좋은것 같다.


어제보다 온도도 좀 높고, 바람도 덜 불고... 보드 타기엔 적당한 날씨였다.


이날 보드를 타기 위해서, 렌즈까지 착용했다.



2007년 네팔 안나푸르나에 올라가느라 처음 렌즈를 껴본 후에,


렌즈는 나랑 안 맞다는 판단이 들어 안 끼고 있었는데....


고글착용을 위해 어쩔수 없이 5년만에 다시 꼈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렌즈랑 안 맞는 이유는, 단순히 내 눈이 작아서였음.


렌즈가 잘 안 들어감.





어제 찍은 사진들보다는 훨씬 선명하다.


이 넓은 슬로프에 우리밖에 없다.


잘 보면 양옆에 폴대가 꽂혀있긴 하지만, 그냥 정설된 곳을 표시해주는 것일뿐이고...


그 옆으로도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들이 있다.



그냥 아무렇게나 마음껏 타면 된다.


정해져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아무데서나 자빠져도 안 아프다.


물론 백엣지 걸려서 자빠지면 아픈건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 충격은 훨씬 덜하다.





저게 바로 마테호른이다.


이날도 오후에는 날씨가 급속도로 안 좋아져서 결국 봉우리는 못 봤지만,


여하튼 저게 마테호른이다. (사실 정확한지 모르겠음.)


마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로도 유명한 마테호른인데... 우린 스위스까지 와서도 그걸 못 보고 그냥 간다.





슬로프가 뭐.. 몇십개가 넘으니까... 백개 가까이 되려나...


여하튼 정해진 슬로프만 그정도고, 그 외의 것들까지 합치면 산 하나가 그냥 커다란 스키장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 슬로프에 사람도 별로 없고,


그냥 온전히 우리 세상이다.



잘 못탄다고, 자꾸 넘어진다고, 뒤에 사람들한테 피해 줄까봐 걱정 안해도 된다.


그냥 잘 못타면 넘어져도 되고, 힘들면 슬로프 한중간에 누워서 자도 된다.


워낙 사람도 없는것도 없는거지만, 다른 사람들이 워낙 잘 타서 알아서 잘 비켜간다.



우리나라처럼 초보자 코스에서 직활강 하거나 멋부린다고 객기 부리는 사람도 없다.


(직활강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코스도 따로 있다.)


여기는 매너가 좋아서 그런지, 가운데 자빠져 있으면 괜찮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슬로프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사람이 없었다...ㅡ_ㅡ


예전에 어디서 들은바로는 우리나라 스키장은 리프트 대기시간이 30분정도는 되야지, 수지타산이 맞다고 하던데...


여기는 대기시간이 없는 대신에 스키패스 자체를 엄청 비싸게 받는다.



딱 여기까지만 날씨가 그럭저럭 괜찮았고,


이 이후로는 4시에 문 닫을때까지 다시 날씨가 개차반이었다.


정말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어느정도였냐면,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앞으로 내려가지도 못할 정도라서 슬로프 가운데 앉아있는데,


갑자기 삐용삐용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길래 뒤를 돌아봤더니,


포크레인만한 제설차가 내 바로 뒤에 서있었음....


까딱했다간 제설당할뻔 했음.





이게 기차 내부의 모습이다.


전망대 가는 사람, 그냥 타는 사람, 스키 타는 사람 모두 탈수 있다.


중간엔 저렇게 스키, 보드를 놓는 짐칸도 따로 구분되어 있다.


기차 자체는 스위스답게 매우 깔끔하고 좋았다.



기차 시간 간격은.. 대충 20분정도쯤인거 같다.


우리는 보통 한번 타고 올라가서 내려오고, 리프트 한번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면 기차가 와있었다.


이건 뭐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냥 참고적으로만 알아두셈.





여기가 체르마트 시내의 모습이다.


자동차 진입이 금지되어 있는 마을인만큼... 제설작업 따윈 없음.ㅋㅋㅋ


물론 너무 많이 오면 제설차가 돌아다니긴 하는데, (이것도 전기차임)


항상 빙판길이다.



물가가 비싼 스위스에서도 이 체르마트의 물가는 비싼편에 속하므로 뭐 하나 사먹을때도 항상 주의하기 바람.ㅋㅋ





그리고 스위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것.


바로 스위스 맥가이버칼이다.


빅토리녹스 라는 회사에서 만든 빨간 주머니칼을 이르는 말인데, 거의 고유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이 칼의 가격은 뭐든지 다 비싼 스위스에서 상대적으로 싼편이다.


중국에서 대량생산을 하는건지 뭔지... 엄청 많은 기념품 샵에서 이 칼을 팔고 있었다.


정가제로 파는 관계로 가격은 다 동일하니 그냥 아무데나 가서 사도 되는데...


우리가 산 이집은 특별히 이니셜을 새겨주고 있었다.


(우리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주인 아줌마가 공짜로 새겨준다 그래서 땡큐 한거임.)



영문 이름부터, 간단한 그림까지... 주머니칼에 직접 새겨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머니칼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틀간의 폭풍같은 보딩을 마친 저녁.


우린 파티를 열었다.


비록 호텔이라서 고기를 구워먹을 순 없지만, 그건 소세지로 대체하고...


오늘의 파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저 와인.


저건 HEIDA라고, (이게 메이커인지, 와인 종류인진 모르겠음.) 스위스 지방에서만 나는 와인이란다.


스위스는 땅덩이도 좁은 주제에 와인 소비량이 세계 6위일 정도로 다들 잘 퍼마셔서,


이 와인은 수출을 전혀 안하고 온전히 자기들끼리 다 마셔버린단다.


그래서 체르마트 지방이 아니면 절대 맛 볼수 없는 와인이란다.


한병 마셔봤는데... 흠... 분명 와인마다 맛이 다른건 알겠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여하튼 맛있음.




2일동안 정말 열심히 스키를 탔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는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내가 만약 과거에 배낭여행으로 왔다면, 이건 상상도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테지만...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지금 여행하면서 돈 아끼는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분명 한국가면 술한잔 하고 택시타면 10만원씩 나갈텐데...


왜 한국에서는 안 아끼고 여행와서 아끼고 있을까.... 라는 생각.



보통 그러면 한국에서도 아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난 여행와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더 드는걸 보니,


철이 덜 들었나보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이제 쓸돈이 없음.ㅋㅋㅋ 1년동안 모은돈 다 썼음.ㅋㅋㅋ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