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6-Italia2012. 11. 23. 04:50

밤새 추위에 덜덜 떨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온다.


뭐라 그러는지 알수는 없지만, 여하튼 뭐 이탈리아에 도착했으니 잽싸게 내릴 준비를 하라는 방송 같다.


일어나서 다리에 꽁꽁 싸맨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는데...


온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않는다...아... 추워....





여기가 우리가 이용한 에어시트 좌석이다.


성수기때는 에어시트 좌석도 꽉 차서, 우리가 옛날에 노르웨이 갈때 이용했던것처럼


그냥 deck이라고... 자리도 없이 빈 소파 같은데 앉아서 밤새 가는 좌석을 사용해야 되는데..


지금은 비수기라서 에어시트 자리도 매우 많다. 


지금 보이는 좌석들 전부 빈 자리고, 우리 둘다 누워서 갔다.


허나 아무리 누워서 가면 뭐하나.... 추워서 엎치락 뒤치락 엉엉...





드디어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다혈질이고 성질 급하기로는 한국인 뺨치는 이탈리안들이 거주하는 그곳에 도착해버렸다.


처음 도착한 도시는 앙코나라는 항구도시였는데, 거긴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관광지가 아닌 관계로 패스.


바로 다음에 향하는 곳은 로마였다.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로마제국의 수도였던 로마.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나 보던 로마를 직접 가보게 된거다... 감격스럽다.



허나 앙코나에서 로마까지 가는데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관계로, 중간에 쉬어가자는 의미로 아시시 라는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에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익숙한... 성 프란체스카 성인이 살던 그곳이다.


성 프란체스카는 카톨릭에서 추앙받는 성인인데, 원래 이 동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망나니처럼 탱자탱자 놀다가,


깨달음을 얻고는 평생 나병환자를 돌보면서 살아가신 성인이란다.



참고로 나는 무교라서, 카톨릭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거나 다름없으니,


신빙성 있는 자료를 원하시면 열심히 따로 구글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아시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세시대의 모습이 잘 남아있는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처음 맞이한 것은... 그 악명높은 ZTL.


말 그대로 이탈리아의 왠만한 도시들은 전부 중세시대부터 지어진 도시라서,


도심의 도로들이 매우 복잡하다... 원래 사람이랑 마차를 위한 도로인 관계로,


차가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래서 만들어놓은게 바로 ZTL.


말 그대로 허가 받은 차 이외의 차는 들어가지 말라는 구역이다.



저 안에 살고 있거나, 특별한 용무가 있어서 사전에 허가 받지 않은 차가 저 구역을 들어갔다간,


바로 카메라에 찍혀서 어마어마한 벌금고지서가 집으로 날라온다고 한다.


여기는 좀 작은 도시라서, 못 들어가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지만,


로마나 지금 머물고 있는 피렌체는 24시간 ZTL이 활성화 되어있다...;;;





이건 아시시에 있는 키아라 성당이다.


키아라라는 성녀를 모시기 위한 성당으로써, 평생을 성 프란체스카를 흠모하며 살아온 성인이라고 하신다.


어찌 보면 우리가 이탈리에 와서 처음 본 문화재라고 할수 있겠다.


처음 본 순간 느낀 점은...


오...이정도 퀄리티의 성당이 그저 주변 변두리 도시의 주변 변두리 문화재라니....


이탈리아는 어마어마하구마잉....


이었다.


이 곳 지하에는 키아라 성녀님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나,


우리가 갔을때는 비수기라 그런지 지하층이 문을 닫아서 그냥 한바퀴 둘러보고만 나왔다.





아시시 마을은 대충 요렇게 생겼다.


카톨릭 종교에서는 거의 성지로 추앙받는 곳이라던데... 난 잘 모르겠음.


여하튼 세계 각국에서 오신 신부님들이 꽤 많이 눈에 띄였다.


수녀님들도 계시고... 중세시대 신부님 같은 복장을 하신 분들도 꽤 많이 보이시고...


여하튼 카톨릭에 있어서는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가보다.





여기가 아시시의 메인. 성 프란체스카 성당이다.


아시시 마을 끝쪽에 위치해 있지만, 찾기에는 매우 쉽다.


그냥 사람들이 걸어가는 쪽으로 쭉쭉 걸어가다보면 이 성당이 나타남.



이 성당 바로 앞에서 우리는 어떤 한국인 한분을 만났다.


우리를 보자마자 갑자기, "어머... 한국분이세요?" 라고 놀라던 분이었다.


남미도 아니고... 한국인이 쌔고 쌘 유럽에서 그렇게 적극적인 분은 처음이라 우리 역시 놀랐는데...


그곳에서 가이드 일을 하고 계시는 한국분이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언제 돌아가는지, 여기서 자고 갈건지, 그냥 가이드북만 들고 다니는건지를 여쭤보셨다.



그때 우리는 생각했다.


'망할. 삐끼다. 도망치자.'


원래 외국에 나오면 한국인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호스텔가서 실망한 사람보다 한인민박 가서 실망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래서 최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는 그분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걸었다.


(뭐가 맛있고, 이 성당은 어떤 성당이고 등등 자세히 알려주셨음.)



근데... 알고보니 진짜 가이드분이셨음.


자기는 다른팀이 기다리고 있어서 빨리 가봐야겠다면서, 나중에 자기 도움이 필요하면 어느 가게로 오라는 말씀만 남기고 가버리셨다..



아... 삐끼가 아니었구나...


괜한 의심 때문에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을 잃은 느낌이었다.


사람을 만났을때, 긴장감을 늦출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반길수도 없는게 배낭여행자의 신세다...


괜히 긴장감 풀고 반겼다간 탈탈 털리거나 사기 당하는 일이 태반이고...


그렇다고 매번 사람들에게 긴장을 풀지 않으면, 이번처럼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도 내치기 쉽상이다....





성 프란체스카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을 안 찍었는데,


여하튼 무진장 멋있는 성당이었다.


1층이랑 지하층(혹은 2층이랑 1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꽤 유명한 예술가들이 성당 내부를 장식해 놨었다.



이제 아시시의 메인은 봤으니, 밥을 먹으러 갈 차례였다.


아까 가이드분께서 알려주신대로 아시시의 명동이라 불리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이탈리아 물가를 점검해봤다.





망할 이탈리아 물가.


저 콜라캔 하나가 4500원이다.


북유럽이야 워낙에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이탈리아가 이렇게 비싼지는 상상도 못했다.


그저, 프랑스에 비하면 좀 싸지 않겠나?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겁나 비싸다. 


물론 물 한통에 6천원씩 하던 노르웨이보다야 싸지만, 동유럽을 돌다가 넘어온 우리에겐 살인적인 물가였다.



이때는 아시시가 작은 동네고, 관광지라서 비싼줄 알았는데...


로마도 그렇고 피렌체도 그렇고.... 저 콜라 하나에 4500원은 거의 정가 수준으로 받아먹고 있다.


엉엉...


이게 뭐야.. 이럴줄 알았으면 크로아티아에서 마구마구 먹고 오는건데.ㅠ


(근데 마트 가면 1.5리터짜리 콜라가 우리나라 물가랑 비슷한 수준임...ㅡ_ㅡ 관광물가만 겁나 비싼듯)





그렇게 아시시 구경을 끝마치고, 우리는 로마로 쐈다.


돈이 없는 관계로 고속도로는 제쳐두고, 국도를 이용해서 왔는데..


이탈리아의 국도는 제한속도가 110키로다...ㅡ_ㅡ


뭐.. 덕분에 편하게 로마로 와서...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 얼마만에 하는 캠핑이란 말인가.... 핀란드를 마지막으로 캠핑생활을 접었다가... 폴란드에서 하룻밤 캠핑하고나서 처음 하는 캠핑이다.


허나,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우리의 텐트 치던 실력은 썩지 않았다.


금새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고, 다시 노숙생활에 돌입했다.




이날, 캠핑장에 자리를 잡고나서 바로 장을 보러 갔다가... 필 받아서 고기랑 이것저것 사서, 밤에 고기를 구워먹었다.


전날 배에서 쭈그려 자느라 온몸이 뻐근한데, 아시시 투어까지 마치고 로마까지 운전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기에 대한 나의 열정은 과속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


피곤해 죽겠지만, 열심히 숯을 피워서 불을 만들고, 고기랑 맥주를 쳐묵쳐묵하면서 로마에 온 첫날을 만끽했다.


이때는 몰랐어. 로마가 그렇게 지옥인 줄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