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자동차 정비를 마친 다음날, 우리는 미련없이 스플릿을 뜨기로 했다. 


여행이라는게 그렇다.


아무리 도시가 예쁘고 관광지가 좋아도... 거기서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이 매우 안 좋게 남듯이...


우리에게도 스플릿은 최악의 도시로 남았다.


여기 뭐가 유명한지, 왜 이런 건축물들이 있는지따윈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우리에겐, 더럽게 싸가지 없는 정비소가 있는 도시. 라고만 기억될뿐.





스플릿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본 크로아티아의 도시들.


자그레브, 플리트비체, 자다르, 스플릿, 두브로브니크....


이중에서 자그레브, 스플릿, 두브로브니크는 정말 주차지옥이다.


오래된 도시들이라 그런지, 지하주차장이 별로 없는 관계로... 모든 차들이 전부 길거리 주차를 해대는데...


지옥이 따로 없다.


빈자리 하나 찾으려고 똑같은 곳을 몇번이고 빙글빙글 돌아야된다..


그게 나 혼자 도는게 아니고, 여러대가 다들 똑같이 빙글빙글 돈다... 그러다가 운 좋은 놈은 방금 빠져나간 자리에 차 세우는거고...


특히 스플릿이랑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 옆골목들.... 엉엉...


아침에 차 확인할때, 옆에 기스 안난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정말 좁디 좁은 골목에 엄청난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스플릿에 대한 아무런 미련도 없기에...


그냥 스플릿 올드타운만 빨랑 보고 도시를 뜨기로 했다.


요건 올드타운 입구에 있던 어떤 동상인데...


발가락만 닳아있는걸로 봐서는, 저 발가락을 만지면 뭔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그런 전설이 있겠지?


그래서 나는 발가락에 손을 대고 빌었다.


'어제 그 망할 정비소. 쫄딱 망하게 해주세요. 망할. 망할. 아오 빡쳐.'





이 동상을 따로 찍은 이유는...


내가 이제껏 본 동상들중에 가장 떡대가 좋은 동상이었음...


성경책을 들고 계신걸로 봐서는, 뭔가 성스러운 분이신거 같은데...


어깨가 아주 그냥... 천하장사여...


일부러 저렇게 만든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저런 분이셨는지는 모르겠음.


스플릿 올드타운에 대한 정보는 아무 것도 없이 오로지 사진만 있으니.... 그냥 사진으로만 감상해주길.





스플릿은 매우 오래된 도시인 관계로,


올드타운쪽은 전부 요런 돌덩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올드타운 내의 일부분은, 바닥도 맨질맨질해진걸로 봐서는 꽤나 오래된 도시라는걸 알수 있음.


근데 올드타운 자체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만한 그런 사이즈였음.





한때 로마의 도시라서 그런지, 마을 중앙에 이런 광장도 마련되어 있다.


광장 바로 옆에는 당연히 뭐가 있을까?


당연히 성당이죠.


이제 이쯤되면 눈감고도 왠만한 유럽 도시 하나쯤은 그려낼수 있겠다.


저 앞쪽에 보이는 건물은 희한하게도, 위쪽으로 가면 그냥 일반 골목길이고...


아래쪽은 우리나라 남대문 도깨비시장처럼 만들어진 지하시장이 있었다.


그 지하시장을 따라 쭉 나가면 다시 밖으로 나갈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어케 된 구조인지 좀 신기했음.





스플릿 도시 내에서 올드타운은 이렇게 성벽으로 구분한다.


올드타운 동네만 이런 성벽으로 딱 구분되어 있음.


올드타운 내로는 차량진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올드타운에 살고 일하는 사람 모두가,


올드타운 근교에 있는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있다.


덕분에 주차지옥이 탄생한거임.


지금도 올드타운 내부는 사람이 살고 각종 가게가 있는 곳이라서 관광객도 많지만, 실제 사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다.





요건 아까 말한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성당이다.


그리고 그 앞쪽에는 왠지 로마시대 유물일것만 같은,


돌기둥들과 돌조각품들이 마구 바닥에 널려져 있는데....


처음에 봤을때는, '오.. 이런 귀한걸 바닥에 막 굴리네. 안 망가지나?' 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알고보니, 저것들 모두 짝퉁임. 모조품임.



그리고 결정적인건, 성당은 이날 문을 닫아서 못 들어가봤음.


왜 닫았냐면.


우리가 갔으니까요.





올드타운의 중심부는 이렇게 고대로마 도시처럼 살려놓았다.


원래 지진인가.. 내전인가로 모두 폐허가 됐었는데,


열심히 복구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까지 복구가 됐다고 한다.


스플릿은 정보도 별로 없고, 도시 내에도 그 흔한 지도 한장 보기 힘들다.


게다가 관광정보센터는 문을 닫았음...ㅡ_ㅡ


뭐여... 


일요일날 문 닫는 관광정보센터는 또 처음 봤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채로 그냥 골목길의 풍경만 보러, 건물들만 보러,


이 낡은 도시를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자다르랑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금방 질린 기억이 난다.


허나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도 이와 똑같다...ㅡ_ㅡ


크로아티아의 오래된 도시들은 모두 비스무리한 풍경을 가지고 있는거 같다.


누군가 말했다.


크로아티아는 너무 과대평가된 나라가 아닐까 싶다고.


나도 이때까지만 해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허나. 다음 사진부터 나오는 아드리아해의 버프를 받은 크로아티아의 모습을 보면,


과대평가가 아닌 과소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





스플릿 역시 해안도시라서, 도시의 끝부분은 이렇게 바다와 맞닿아 있다.


자다르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자다르는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별로 안 깊어보여서 수영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 올랐는데,


스플릿은 물이 좀 탁하고... 배가 왔다갔다 거려서 그런지, 그냥 항구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


우리는 자다르나 스플릿 둘다, 반나절만에 다 보고 지나쳐버렸다.


자다르야 원래 예정에 없던 도시라서 그런거고...


스플릿은 빡쳐서 더이상 있기가 싫었음.





이제부터 왜 크로아티아가 과소평가 되었다고 느꼈는지 알려주는 사진들이다.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와 맞닿아 있다.


덕분에 스플릿에서 두브로브니크 가는 해안도로를 타면 계속해서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볼수 있다.


사진 실력이 겁나 없다는걸 염두에 두고 보면 좀더 와닿을듯 싶다.


우선 이건 스플릿에서 조금 간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 그리고 정말 멋진 풍경들도 많았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관계로... 중간에 세울수가 없어서 그냥 눈에만 담고 지나온 풍경들이 많다.


그게 너무 아쉽다... 동영상으로라도 긁어올껄.ㅠ





해안도로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인 관계로...


계속해서 마을들을 지나쳐간다.


그래서 제한속도가 수시로 50이랑 90으로 급변경됨...;;;


그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왕복 1차선이라서 속도 조절도 내 마음대로 하기 힘들다.


예전 같았으면 옆으로 비켜주는 매너를 발휘했겠지만,


펑크가 2번이나 난 이상... 더이상의 양보따윈 없다.


또 다시 옆으로 비켜주다가 돌 밟고 타이어 터지느니, 그냥 하이빔 맞으면서도 꿋꿋이 내 속도를 지키겠음.





해안을 따라 돌다보니, 계속 구불구불한 길만 이어지는데...


이 사진은 아니지만, 보통 이렇게 툭 튀어나온 지형에는 전부 마을들이 하나씩 들어서 있다.


여기는 공사중이었던거 같은데...


여하튼 그렇게 툭 튀어나온 곳마다 마을이 있다보니, 코너를 돌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노르웨이는 피요르드로 인한 지형이 아름다웠다면,


크로아티아는 바다가 만들어낸 해안선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크로아티아가 더 예쁜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집들의 생김새가 다 비스무리하다.


모두다 빨간지붕에 흰색벽이다.


이게 법으로 정해져 있는건지, 아니면 자기들끼리 그렇게 하기로 한건지 모르겠다만,


여하튼 이렇게 통일성 있게 집을 지어놓으니 보기에 훨씬 좋았다.


노르웨이도 예뻤던 이유 중에 하나가, 집들이 전부 조화롭게 비스무리해서 예뻤었던거 같다.


그리스 산토리니에 가면 모두 흰색벽에 파란지붕이라 예쁘다던데, 못 가서 아쉽구만...





두브로브니크를 갈때 특이한점이 하나 있다면...


중간에 땅이 끊겨져 있다...;;;


크로아티아는 약간 대각선으로 길쭉한 나라인데, 중간에 보스니아 영토로 인해 잘려져 있다.


마치 아르헨티나 영토로 인해 칠레 땅이 잘려져 있듯이...


그래서 두브로브니크에 가기 위해서는 국경을 한번 넘었다가 다시 들어가야만 한다.


수많은 차들이 들락날락 거려서 그런지, 출입국 심사는 별거 없었다.


출입국 도장조차 안 찍는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거 같다.





말이 보스니아지.... 그냥 크로아티아라고 봐야될거 같다.


주유소에 적힌 금액이 크로아티아 돈이 아닌 보스니아 돈인점만 빼면 크로아티아랑 똑같았다.


비록 30분정도 운전해 본게 다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보스니아는 크로아티아랑 비슷한거 같다.


시간이 된다면, 보스니아랑 세르비아랑 불가리아까지 다 가보고 싶은데...


참으로 아쉽다..... 시간이 없어서 그리스랑 터키까지 다 빼고 이탈리아로 넘어가기로 했는데 잘한건지 모르겠네.





보스니아에서 다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는 국경의 모습이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그냥 신분증 같은거 하나만 내미니까 바로 통과시켜줬다.


우리는 외국인이라 긴장했는데... 그냥 여권조회 한번만 해보더니 도장도 없이 바로 통과시켜줬다.


쉥겐 국가도 아닌 것들이 왜케 쿨한거여...





두브로브니크도 플리트비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팬션과 비스무리한 숙박시설이 엄청 많다.


여기서는 SOBE라고 부르는데... 숙소에 부엌이 딸려있어 마음대로 밥을 해먹을수 있는 숙소다.


미리 예약을 안하고 온지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숙소를 정했다.


우리가 여기서 4박5일을 버티고 이탈리아로 가야되므로, 숙소 구하는대 최대한의 신경을 썼다.


결국 마음에 드는 집 하나를 구했고, 짐을 풀었다.


사진은 우리 숙소에서 바라보는 전경이다.


사진으로 보면 매우 예쁘지만.... 한번 시내로 걸어내려갔다가 걸어올라오면 숙소 바꾸고 싶어짐.





요건 두브로브니크의 야경.


바다와 산과 오래된 도시가 합쳐진 야경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앞으로의 일정도 좀 생각하고... 아프리카 넘어가는 것도 좀 알아보면서...


그렇게 푹 쉬다가 이탈리아로 떠나야겠다.




망할 스플릿의 정비소 때문에 기분이 확 상한 크로아티아지만,


사람들은 착한거 같다. (이상하게 외국인 상대하는 직종의 사람들은 겁나 불친절함.)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가 지상낙원이라고 칭한 두브로브니크.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다들 천국이라고 그러는지 기대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