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스플릿이라는 동네다.


최종 목적지인 두브로브니크를 가기 위해 거쳐가는 동네라고 보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극찬하는 두브로브니크를 가기 위해, 정말 많은 뻘짓을 했다.


가장 큰게.... 이탈리아로 가는 페리가 스플릿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스플릿을 거쳐 두브로브니크를 갔다가, 다시 스플릿으로 되돌아 와야 됨...


왠만하면 일정이 꼬이니까 이렇게까지는 안하는데, 두브로브니크 좋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꼭 가보고자 이정도는 감수했음.



여하튼 그런저런 이유로 스플릿이라는 동네를 가는데...


네비를 찍었더니 내륙도로를 알려준다...


크로아티아 하면 아드리아해랑 접하는 해안도로가 유명한데, 내륙도로를 탈수는 없지...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루트는...


우선 플리트비체에서 자다르라는 해안동네까지 쏘고... 그 다음에 다시 스플릿으로 네비를 찍어서 가는 방법.


그리고 이 날 오후, 우리는 이 결정을 죽도록 후회하게 된다.





자그레브를 벗어나, 플리트비체에 올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던 크로아티아의 풍경들이 이제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다.


플리트비체는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곳이고...


그럼 스플릿은 뭐로 유명할까..


잘 모른다. 내일 포스팅에 쓰겠지만, 우린 이날 오후 유럽 와서 2번째 펑크가 났고...


반년이 넘는 여행중에 가장 빡치고 더러운 경험을 해서...


스플릿은 겨우 한시간정도 본게 전부다...


아오 지금 생각해도 빡치네.





크로아티아 해안지방쪽에는 이렇게 생긴 산들이 많다.


저걸 석회돌산이라고 부르던가... 여하튼 흰색의 돌들이 많은 산이다.


해안도로를 운전하다보면, 오른쪽엔 초록색의 아드리아 바다, 왼쪽엔 이런 흰돌산이 있는데..


가히 환상적이다.


해안도로의 특성상, 코너가 많기 마련인데 코너를 돌때마다 새로이 펼쳐지는 풍경이,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를 운전할때가 떠오른다.





관광을 주수입원으로 할만큼,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관광명소들이 많은 크로아티아.


하지만 본인은 바다보다 산악지방을 더 좋아해서 그런지, 이런 풍경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고속도로 통행증을 안 산관계로,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만 다녔는데...


그래서 그런지 터널이 아닌 산을 통째로 구불구불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들이었다...;;;


(고속도로에는 터널이 뚫려있다고 함...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2시간 반정도를 달리니, 자다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에서는 자다르를 가장 저평가 된 여행지라고도 얘기했다던데,


그냥 1시간정도 잠깐 둘러보고 지나친 우리는 그런걸 알리가 없지...ㅡ_ㅡ


주차를 해놓고, 정확히 1시간짜리 주차티켓만 끊었다.


우리가 자다르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


바다 오르간.


2005년에 만들어진, 파도와 바람으로 연주되는 오르간이다.


얘기만 들어도 벌써 두근두근거린다잉.





자다르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그냥 별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동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지닌 곳이었다.


우선, 처음부터 고대 로마 -> 비잔티움 제국령 -> 헝가리 -> 베네치아 공화국 -> 프랑스 ->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 오스트리아 ->


유고 슬라비아 -> 이탈리아 -> 유고 슬라비아 -> 크로아티아....


이렇게 주인이 바뀐 곳이었다...


이정도면 뭐 어디가 자기 조국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네...;;


우리가 갔을때는 외국인들보다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많이 관광중이었다.





다른 로마시대 도시들처럼 중간에 광장도 있고, 광장에는 이런 성당도 하나 있었다.


우리는 오로지 바다 오르간만을 보러 갔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전부 지나치고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뭐 결국 방향을 잘못 잡아, 도시를 한바퀴 다 둘러보게 됐지만...;;;





맨질맨질한 돌바닥이 이 도시는 겁나 오래된 도시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도시 전체가 이렇게 좁은 골목길로 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좁은 골목마다 전부 커피집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담배는 또 뭐 그리 많이 피는지... 골목길을 지날때마다 마치 피씨방에 들어서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더 희한한건, 이렇게 오래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나이트클럽이 꽤 많이 있었음... 도대체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지만, 낮이라서 쥐쥐.





방향을 잘못 잡아서 이상한쪽으로 나와버렸다.


여하튼 자다르는 이렇게 해안에 붙어 있는 도시인데,


해안가가 전부 수영이 가능할만큼 깨끗하고 별로 깊지 않았다.


성수기때 사진을 보니,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백사장처럼 사용하면서 수영을 하고 놀더라.


바로 오른쪽에 벽만 보이는 건물은 대학교인걸로 추정되는데...


자리 하나는 기가 맥힌다잉.





사진으로 봐도 알겠지만, 물이 엄청나게 깨끗했음.


해안가쪽으로 오니까, 날씨가 좀 따땃해져서... 수영하고픈 욕구가 솟구쳤지만,


다들 긴옷입고 다니는데 혼자 수영복 입고 수영했다간,


크로캅 닮은 경찰이 잡아갈까봐 그냥 꾹 참고 바다 오르간으로 향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대부분 조금의 영어와 불어는 가능하다고 한다...


이날도 길을 못 찾아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바디랭귀지로 물어봤는데, 대답을 완벽한 영어로 해줘서 좀 뻘줌했음.


가끔 보면... 세계에서 내가 영어를 제일 못 하는듯 싶다.





2005년에 만들어진 바다 오르간이다.


예전에 들은 바로는... 어릴적 바닷가에 살던 설계자가 어릴적 바닷바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만든거라고 하던데.... 정확히 누군지 알아보려고 다시 찾아봤더니 못 찾겠음..;;;


여하튼 유명한 도시계획상도 받고 한 유명작품이다.


어찌보면 예술작품이라고 봐야될듯한 그런 곳이다.





대충 생긴건 이렇게 생겼다.


성수기때는 저 계단에 사람들이 앉아서 수영도 하고 오르간 소리도 듣고 그런다.


계단에 물속까지 이어진게, 인도 바라나시의 가트와 비스무리하다.


그리고 사진에 보면 땅바닥에 구멍들이 송송 나있는데,


그게 바로 오르간 소리가 나오는 곳이다.


참고로 저 위에 2005년에 만들었다는 기념현판에서도 소리가 나온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되서 동영상으로 긁었음.


파도가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빠지면서 내는 소리라는 얘기도 있고,


바닷바람이 구멍으로 들어가서 나는 소리라는 얘기도 있고...


여하튼 직접 들어보면 아름답지는 않지만 신기한 소리가 난다.


특히 우리가 갔을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엄청 멀리서도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자다르를 거쳐서 스플릿으로 향했다.


대략 오후 5시쯤 됐을까.... 스플릿까지 80km쯤 남았을 시점이었다.


제한속도 50km짜리 왕복 1차선 도로였는데, 내 뒤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난 딱지 끊길까봐 무서워서 50km로 달렸더니, 뒤에 차들이 아주 난리다.


보통 이럴때는 그냥 옆으로 차를 비켜준다음에, 차들이 다 지나가고 나면 뒤쫓아가는 스타일이라서,


옆으로 비켜주려고 차를 옆에 있는 잔디밭쪽으로 대는데...


퍽!!!


잔디밭에 돌이 숨겨져 있었나보다.


정말 퍽!!! 소리가 나자마자 진희와 나는 둘다 소리쳤다. 아오!! XX!!! 


그리고는 계기판을 봤다........ 빨간색으로 멈추라는 신호가 반짝거리면서 요란한 알람이 울린다.


망할.... 또 터졌다..... 저번과 똑같은 오른쪽 앞 타이어다....


절망스럽다.. 엉엉.... 


저번에는 그나마 바람이 슬슬 빠지고 있어서, 2km쯤 더 운전한 다음에 숙소에서 차를 고쳤는데...


이번에는 그냥 바로 바람이 다 빠져버렸다... 정말 쫙~ 빠져버렸다. 


왕복 1차선에 비상등 켜고 세울수도 없어서.. 휠로 슬슬 옆으로 몰았다.



불행중 다행인것은... 우리가 펑크난 곳 바로 앞에 르노정비소가 있었다는점...


그래서 들어가서 말했더니, 자기들 문 닫을 시간이라면서... 어떻게 해줄수가 없단다.


그래서 그냥 여기 앞에 주차장에서 바퀴만 좀 갈면 안되겠냐고 그랬더니, 그렇게 하란다.


(사실 타이어 갈아본적이 없어서, 내심 정비소에서 그냥 서비스로 갈아주길 바랬다.ㅠ)



차를 가지고 10m정도 움직이는데... 진짜 휠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타이어는 보험처리가 되는데, 휠이 망가지면 보험처리가 안된다. 휠이 또 엄청 비싸지...ㅠㅠ


정말 조심조심스럽게...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든 말든 비상등을 켜고 기다시피 해서 정비소로 들어갔다.



정비소 아저씨가 보더니, 그냥 자기들이 갈아주겠다고 차를 대란다.


오우 지쟈쓰 크라이스트!! 감사합니다.


퇴근하려고 셔터까지 다 내리고, 공구까지 다 집어넣어놨었는데... 그걸 다시 다 꺼내서 우리 스패어 타이어를 갈아끼워준다.ㅠ


정말 너무 고마웠다...


허나.. 거기까지였다. 더이상의 보험처리는 시간도 없고 국제전화를 해야하므로 그냥 우선 스플릿까지 가서 해결하란다.


뭐... 스패어 타이어는 끼었으니, 80km를 슬슬 기어가면서 스플릿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모든게 수월했다.


그리고 다음날. 좀만 더 성질 뻗쳤으면 몽키드라이버로 주인장을 후려칠뻔한 정비소를 만나게 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