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는 프라하 말고, 체스키 크롬로브라는 듣보잡 도시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가이드북에 조그맣게 나오는 도시인데, 거기 설명에 작은 프라하라고 써있다.


뭐.. 직접 보니 프라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비교하자면,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기대 안하고 가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도시라는 뜻임.)





열심히 달리다가 중간에 배고 고파 들어간 마트.


그곳에서 소세지를 끼운 빵을 하나씩 사먹었다.


진희가 먹은건 우리나라 마트에서 파는 후랑크소세지 6개정도를 끼운 핫도그...;;;


그리고 내가 먹은건 스팸이랑 똑같은 맛이 나는 햄을 끼운 햄버거였는데...


그 햄의 두께가.. 대략 2센치... 그리고 넓이는 빵보다 넓었다.


그럼에도 가격은 매우 저렴했으니, 체코가 유럽의 볼리비아라는 진희의 평은 정확하다고 할수 있겠다.





여기가 체스키 크롬로브다.


무척이나 작은 도시이고, 관광지 역시 가운데 다 몰려있어서 관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오는 곳이라서 그런지,


밤만 되면 관광객들이 다 빠져나가 한적한 곳이 되는 그런 도시다.


(예전에 맥시코 칸쿤에 있던 이슬라 무헤레스랑 비슷하다. 낮에만 관광객들로 붐비는 그런 곳)





이 도시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숙소는 시내랑 좀 떨어져 있는 관계로,


시내로 들어가려면 이런 문 하나를 통과해야 된다.


그냥 얼핏 보면 고대 로마의 수도관과 비슷해서 멋지지만,


왜 이런걸 만들었는지 알고 보면 좀 어이 없을수도 있다....


잘 보면 가장 위쪽에 창문이 나있는 통로가 있는데... 이게 옛날에 성주가 지나다니던 길이란다.


그럼 왜 이렇게 높게 지었을까?


이유는... 왼쪽이 성의 본체이고, 오른쪽은 성주의 정원인데...


중간이 계곡처럼 파여있는 관계로... 오르락 내리락 하기 귀찮아서 이렇게 통로를 만들어놓은거다...;;;


공중에 통로를 만들수는 없으니, 아래쪽에 지지대로 이렇게 거대한 축대를 쌓아놓은거다.


거참.. 산책하러 정원에 가는거면 그냥 좀 오르락 내리락 좀 하지, 그것 좀 귀찮다고 이렇게 만들어놓나.ㅋ


남미에서 온 성주인가보다.





이게 체스키 크롬로브 성이다.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큰 성이고, 왼쪽을 보면 위에서 말한 통로가 보인다.


근데 성을 어떻게 지었는지, 창문도 다 제각각이고, 뭔가 좀 어설퍼 보인다...;;


그래도 꽤나 영향력 있던 귀족이 지은 성이라 그런지 풍채가 위풍당당하다.


특히 중간에 있는 암석을 그대로 살려서 지은 것이 인상 깊다.





이 성의 입구에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 다리는 강을 지나기 위한 것이 아닌,


동물원을 지나기 위한 다리다.


어릴적에 만화를 보다보면, 성에 침입하는 자를 막기위해, 성 주변을 물로 채우고 악어를 키우는...


그런 만화적인 모습을 가끔 봤는데,


여기는 만화가 아니므로, 좀더 현실적으로 곰을 키운다...ㅡ_ㅡ



이 다리에서 아래쪽을 보면 불곰 한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다.


워낙 수줍음이 많은 곰이라서 계속 다리 밑에 숨어있어서, 사진 찍기가 힘들어서 그냥 경고 표지판만 하나 찍어왔다.


이곳에 살고 있는 곰은 뭘 그리 잘 먹고 컸는지 몰라도 살이 포동포동하게 쪘다.





이게 체스키 크롬로브 성의 내부다.


저 앞쪽에 보이는건 시계탑? 이라고 불리우는 탑인데,


직접 올라가보진 못했고, 여하튼 꽤나 많은 관광객들이 투어중이었다.


체코는 희한하게 한국사람들이 엄청 많다.


한국사람뿐 아니라 동양인이 많이 눈에 띈다.


유럽에 질린 사람들이 동유럽으로 많이들 오나보다.





성에서 바라본 체스키 크롬로브의 모습이다.


아래쪽에 보이는 강이 마을 전체를 S자 모양으로 휘감고 있다.


지도를 얼핏보면 섬처럼 보이지만, 섬은 아니고... 부풀어 오른 풍선모양이라고 해야되나.


여하튼 강이랑 어울러져있는 멋진 도시다.


이 좁은 마을에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고 하니, 관광하는 재미가 쏠쏠할듯.


게다가 이곳의 빨간지붕들은, 에스토니아에서 봤던 짝퉁 빨간지붕이 아닌, 진짜 기와로 된 빨간지붕이다.





멀리서 바라봤을때는 꽤나 멋드러진 성이었는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밑천이 드러난다.


잘 보면 모든 벽돌이랑 조각상이, 실제가 아닌 그림이다...;;


그냥 씨멘트처럼 생긴 벽에 조각상이랑 벽돌을 직접 그려넣어서,


멀리서 바라보면 좀 있어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뭐 이리 허접하게 그려놨나 싶다.


그래도 이정도쯤은 이해해주자.


프라하성처럼 벽돌 하나하나 올려서 지은거면, 여기가 왕궁이지 프라하성이 왕궁일리 없지 않은가.ㅋ





아까 처음 사진에서 봤던, 성에서 정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


동유럽답게 이 짧은 다리에도 오만가지 석상이 서있고,


여기서 바라보는 체스키 크롬로브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옛날에 이렇게 성주들은 뭘로 밥 벌어먹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왕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린것이 틀림없다.


자기가 직접 밭 갈았을리는 없고, 그냥 세금이나 받아먹고 살았을텐데...


겁나 부럽네...


나도 일 안하고 놀고먹는게 꿈이었는데... 내 꿈을 실현시켰던 사람이 이 곳에 살았었다.





왼쪽이 아까 본 시계탑이고 오른쪽이 체스키 크롬로브 마을이다.


지금은 강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곳이 공사중이다.


비수기에 여행하는 자의 업보다...


싸고 널널하게 여행하는 대신, 유명한 볼거리는 전부 공사중이다.ㅋㅋ


이건 뭐 세계 어디를 가나 공통사항인듯.


지금 남미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남미랑 유럽 모두 비수기라서, 우리가 가는곳마다 전부 공사중이다.



우리가 4월에 출국했으니까... 그때 여름에 유럽 돌고, 겨울에 아프리카 돌고, 다시 여름에 남미 돌고 했으면..


정말 성수기만 골라서 다닌 꼴이 될텐데...


우린 완전 역방향으로 돌고 있어서, 가는 곳마다 비수기임.





여기가 체스키 크롬로브 성주가 놀던 정원이다.


정원만큼은 프라하성에 딸려있던 왕립정원에 전혀 꿀리지 않는다.


특히 앞에 보이는 것처럼, 커다란 나무 4개가 정원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데,


딱 봐도 몇백년은 되보이는 그런 나무다.


세계대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잘 살아남아 지금은 정원의 메인이 되버렸다.


하긴... 나치도 가뜩이나 바쁜데, 이렇게 예쁘기만 하고 군사적으로 별 쓸모 없는 곳까지 쓸어버릴 시간은 없었겠지.





이렇게 성에서부터 정원까지 성주가 지나다니던 길이 쭉 이어져있다.


지금은 비수기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출입이 금지된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들어갈 수 없게 문이 잠겨있었다.


참고로 체스키 크롬로브의 성은 10월 31일까지만 개장하고, 그 이후로는 관광객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가 간 날이 2012년 마지막 개장일이었다.ㅋㅋ


그렇다고 뭐 기념품을 주거나 싸게 해주거나 그런거 없음. 다 똑같음.





이제 시내쪽으로 들어와서 마구마구 돌아다니다가, 성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시내도 매우 예뻐서, 골목길로 돌아다니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게다가 마을 자체도 별로 크지 않아서, 길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만약 관광하다가 길을 잃어버렸다면,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단체 관광객을 따라가면 언젠간 길이 나타난다.


단체 관광객은 언제나 우산이나 막대기를 높이 들고 다니는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므로,


우리도 그냥 대충 그 사람들만 보고 걸어다니면 된다.


가끔 운 좋으면 영어나 한국어를 사용하는 가이드를 만나게 되는데, 이럴때 얼핏얼핏 들리는 설명이 매우 도움이 된다.





체스키 크롬로브의 전경이다.


가운데 마을을 중심으로 강이 S자로 감싸고 있고,


지도에서 가장 위쪽에 보이는게 바로 체스키 크롬로브 성이다.



프라하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여기서 웨딩촬영을 하는 한국인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웨딩드레스를 가져온거 같지는 않고, 그냥 여기에 있는 업체랑 연계해서 웨딩촬영을 하는거 같은데...


청담동 지하에 만들어놓은 인공 벚꽃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은 우리로써는,


감히 상상도 못할 스케일이다.ㅋㅋ 프라하에서 웨딩촬영이라니.ㅋㅋㅋ





밤에 바라보면 성의 모습.


동유럽쪽은 나름 안전하기도 하고, 야경이 예뻐서 밤에 돌아다니기에 적합하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남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거임.


물론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에 한해서이고, 소매치기나 사기 등은 우리나라보다 많으니 조심할것.


근데 여기는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해가 지니까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아버렸다...;;;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문을 연 곳은 비싸고, 싼 곳은 전부 문을 닫아버린 상태인지라,


겨우겨우 물어물어 찾아낸 식당.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유명한 체코의 버드와이저 한잔씩.ㅋㅋㅋ


버드와이저가 미국 맥주라고 알고 있었겠지만, 사실 체코 브랜드이다.


무슨 Bud어쩌고 하는 지방에서 만들어낸 맥주라서 버드와이저인데, 그걸 미국에서 갖다 쓰고 있단다.



물론 맥주의 질이나 종류 자체가 완전 다르다.


지금은 계속해서 미국회사랑 체코회사랑 소유권 분쟁중이라는데...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버드와이저 하면 미국맥주를 뜻하는 거고, 체코 버드와이저는.. 무슨 부드와이저? 뭐 이상한 이름으로 팔린단다.


수입맥주 파는 곳이라곤 와바 밖에 안가봐서 잘 모르겠음.





이게 체코의 전통음식이라고 부르짖은 슈니첼이다.


그냥 닭고기를 얇게 저며서 튀긴, 치킨까스일 뿐인데다가 동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파는 음식이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전부 이게 지네나라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가니까, 오스트리아에서 무조건 해봐야 하는 3가지 중 하나가 슈니첼을 먹는거더라..;;;




이렇게 체코에서의 마지막 날도 끝났다.


동유럽 국가들의 모습들도 이젠 슬슬 비슷해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더 관광객에 특화되어 가는 우리의 여행스타일을 보며,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싶다.


옛날처럼 마구마구 싸돌아다니면서 엄한 곳을 가기 보다는,


그냥 안전하게 남들 다 가는곳, 남들이 좋다는 곳을 중점적으로 여행하고 있다.


이건 시간의 문제인거 같다.


꼭 가고싶은 곳에 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요상한 곳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체코는 개인적으로 이번 세계일주를 하면서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곳중 하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번외편으로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자.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