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날은 오슬로 부근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일정이었으나...


생각치 못하게 이날 밤에 스웨덴으로 직행해 버렸으니,


이 날이 사실상 노르웨이의 마지막 날이 되겠다.


이 날의 우리 루트는 릴레함메르 구경 - 오슬로 구경 - 스웨덴 국경 통과. 이렇게 되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광석화와 같이 텐트를 접고 릴레함메르로 향했다.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나라가 몇등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내 기억속에, 어릴적 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아무리 피요르드가 별로 없는 내륙지방이라고 해도 노르웨이는 노르웨이다.


이정도의 풍경쯤은 그냥 지나쳐야지, 하나하나 내려서 사진 찍다보면 오슬로 가는데 4박5일쯤 걸릴듯.





릴레함메르에 어서 오시라능.


199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란다. 남미여행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인데,


북반구가 여름이면 남반구는 겨울이고, 북반구가 겨울이면 남반구는 여름인데,


그럼 하계 올림픽이랑 동계 올림픽은 북반구에서만 열리는건가?



지금 막 찾아봤더니, 호주 멜버른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린적이 있었단다. 대신 거기가 여름이어야 되니까 11월~12월에 열렸단다.ㅋㅋ


그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북반구 나라들만 열고 있음.


흠.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지만,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니 패스.





원래는 주경기장을 찾아가려 했으나.. (동계 올림픽에도 주경기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스키점프대를 가게 됐다.ㅋ


멀리서도 한눈에 딱 보여서 가봤는데, 마침 선수들이 스키점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눈이 내리지 않아서 잔디같은 곳에서 연습 중이었는데, 생각보다 그리 높이 뛰진 않더라.



왼쪽은 진짜 크기의 점프대인거 같고, 오른쪽은 연습용인거 같은데 이날은 오른쪽에서만 사람들이 뛰었다.


어린 친구들도 있고, 성인 선수들도 있고...


왼쪽의 스키 리프트는 이들만을 위해서 운영되고 있었다.


스키점프라고는 예전에 본 영화 국가대표가 전부였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나도 한번 뛰어보고 싶더라.





릴레함메르 자체는 별로 크지 않은 동네인데다, 우리는 갈길이 바빴으므로 다시 길에 나섰다.


원래는 트롤스티겐에서 오슬로까지 계속 운전만 하면서 갈뻔 했는데,


중간에 이런 좋은 도시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행의 묘미 아니겠나. 이렇게 내키는대로 멈췄다가 다시 갈 수 있다는 점이.





위쪽에 카메라가 달려있으면? 이건 톨비 내는 곳이다.


과속카메라는 보통 중앙분리대나 길 옆쪽에 숨어 있지만, 톨비 내는 카메라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위에 달려있다.


게다가 친절하게 오른쪽에는 얼마를 내야 되는지도 알려준다.


저번에 쓴것처럼, 이 모든 요금들은 번호판 인식을 통해 나중에 집으로 배달된다.


리스차, 렌트카는 리스회사, 렌트회사로 날라가고... 그 사람들이 다시 우리집까지 국제등기로 쏴준다..;;;



과속카메라 기능은 없는건지, 모든 차들이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달리고 있었다.





오슬로 시내에 들어와보니 운전하면서는 못 돌아다니겠더라.


이렇게 큰 도시를 관광할때는, 주변에 차를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진리.


그래서 주차장을 찾아 해매는데... 이런 망할 주차요금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30분에 6천원 꼴이다...


그것도 관리인이 있는 주차장이 아닌, 그냥 노상 주차장인데도 그 가격이다.


더 중요한건, 그렇게 비싼데도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같은 자리를 뱅뱅 돌아야 된다는 점...


엉엉...ㅠ





관광안내소 바로 앞에 있던 주차장인데, 여기는 공짜인거 같다.


보니까 소형 전기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곳이었다.


북유럽쪽에는 전기차가 좀 보급되었는지, 주차장 구석탱이에는 항상 전기 충전하는 곳이 있다.


어디서 나온 무슨 차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여하튼 저 차들이 넘흐 부러웠음.





오슬로 하면 생각나는 건, 역시 노벨평화상.


원래 노벨상은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에서 시상하지만, 특별히 노벨평화상 만큼은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시상한다.


왜냐고?


그냥 노벨의 유언이 그렇다고 함.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데, 가장 신빙성 있는건... 그 당시 노르웨이는 스웨덴의 속국? 제후국? 뭐 그런 상태였는데,


노르웨이가 워낙 얌전하고 평화롭게 잘 지내는걸 보고, 그래도 스웨덴의 일부인데 뭐 하나 줘야지 싶어서 


노벨평화상은 니네가 수여해라. 라고 했다는 설임.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전대통령님께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시청 앞이지만, 경찰에겐 전혀 평화롭지 않았음.


저기 잘 보면, 경찰차 위쪽에 주차구역 표시가 있고, 오른쪽으로 대라고 써있는데,


어떤 한사람이 그걸 무시하고 왼쪽에 잠시 세워놨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경찰이 날라와서는 운전자에게 드라이버를 줌.


그럼 운전자가 친히, 앞뒤 번호판을 떼서 경찰에게 상납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본 모습이고, 그 다음에 1~2시간 있다가 다시 와봤는데도, 운전자는 저 번호판 떼진 차 안에서 누군가랑 통화중이었다.


내 생각엔 뭐 경찰서 같은데 가서 벌금을 내고 번호판 다시 찾아와야 되는듯.





여기가 노벨평화상을 시상하는 오슬로 시청 내부다.


노벨평화상 시상하는 곳이라고 뭔가 거창한 설명문도 하나 붙어있고,


노벨이라고 도배되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주 작은 설명문 중에서도 달랑 한줄 언급되있다.


1년에 수많은 행사를 진행하는데, 가장 유명한 행사로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언급되어 있다.


흠... 나 같았으면 뭔가 전용관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관광객 유치하고 그랬을텐데,


그정도 행사는 행사축에도 안 껴주는건지, 아니면 모든 행사는 동등하다고 생각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여기가 김대중 전대통령님께서 노벨평화상 받으신 곳임.





그렇게 오슬로 시청을 나서서, 다음에 향한 곳은 국립 미술관.


원래 오슬로에서는 노벨평화상 시상식 하는곳만 보고 바로 스웨덴으로 가려고 했으나,


관광안내소에서 우린 봐버렸다.


바로. 이곳. 오슬로에 뭉크의 명작. 절규가 있다는 사실을....



절규는 뭉크가 그린 그림중 가장 유명한 그림인데, 어떻게 생긴건진 아래 스크롤 내리다보면 나옴.


여하튼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그림이라, 그걸 보기 위해 국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은 보통 지루하고 허리 아프기 마련인데,


여기는 생각보다 재미난 것들이 많았다. 뭉크의 절규만을 보기 위해 간 곳이지만,


그거 외에도 흥미 있는 작품들이 꽤나 있었다.


위의 사진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이름 모를 사람이 그린 이름 모를 접시 그림임.


매우 입체감 있어 보이는게 특징이다.





이게 바로. 뭉크의 절규.


이 그림을 그린 뭉크는 노르웨이 사람이었다.


그리고 저 뒤에 있는 강물처럼 생긴게 오슬로 피요르드 였단다.


또 하나 더. 


뭉크의 절규는 총 4가지 버젼의 작품이 있는데. 지금 보이는게 첫번째 유화 작품이다.


그리고 뭐 판화랑 템페라? 뭐 그런걸로 만든 작품도 있다고 그러고...


여하튼 이 그림은 1994년에 도둑놈들이 훔쳐갔다가, 다행히 원상태로 찾아내서 전시해 놓은거라 한다.



근데 생각외로 보안이 매우 허술하다.


뭔가 유리관 같은곳 안에 꽁꽁 싸매져 있을것 같은데, 그냥 그림 앞에 얇은 유리창 하나 있을 뿐이다.


맘만 먹고 만지거나 훼손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상황...



참고로 4가지 버젼중 마지막 하나는 개인 소장품인데, 얼마 전에 1355억원에 팔렸단다...;;;





그렇게 뭉크의 절규까지 다 본 우리는, 다른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하루면 더이상 볼게 없다는 평가를 받은 오슬로였지만, 우리에겐 매우 흥미있는 도시였다.


지금 보이는건 백화점인지 뭔진 모르겠다만, 각자 가게마다 자기들이 뭘 파는지 깃발로 만들어 걸어놨다.


딱 봐도 한눈에 무슨 가게인지 알 수 있게 만들어놨다.


운전자들 매너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도시도 깨끗해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의 북유럽 사람들은 어릴적부터 영어교육을 받아서, 영어 사용에 거의 무리가 없다.


특히 노르웨이인가 스웨덴인가... 어디는 1945년인가부터 영어교육이 의무라서,


왠만한 나이 드신 분들께 길을 물어봐도, 다들 유창한 영어로 답해준다.


티비에서도 애들이 보는 만화영화가 영어로 나오고, 자기들 말로 자막이 달린다고 함.





여기는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왕궁이다.


노르웨이는 아직도 왕이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인데, (물론 영국처럼 그냥 명목상의 왕일뿐임.)


그 왕궁이 매우 초라하다....ㅡ_ㅡ


왕궁이라길래 열심히 지도 따라 가봤더니, 이게 끝이다.


게다가 왕궁 건물 왼쪽 위에는 무슨 바인지 클럽인지 모를 것도 있고... 사람들은 그냥 여기를 지나쳐서 건너로 넘어가는 길목으로 사용하고 있고...


영국의 버킹엄 궁전을 상상하고 간 나에겐 실망이었음..





대신 왕궁에서 바라다보이는 시원하게 뚫린 길이 더 예뻤다.


그리고 시내라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백발에 가까운 순수금발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눈은 유리처럼 회색이고, 머리는 백발처럼 금발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길거리에 한 가득이다.


가끔 관광안내소 가서 얘기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얼어붙는다.


이런말 하면 안되지만, 좀 징그러움. 파충류 눈 보는거 같아서...;;;





여긴 노벨박물관이다.


허나 우리는 진짜 노벨상을 시상하는 스톡홀름에 갈 예정이므로, 여기는 가뿐하게 패스.


노벨 평화상을 중심으로 한 박물관이라, 별로 땡기지 않았다.


입장료도 꽤 비쌌던걸로 기억남... 





그리고 오슬로는 항구도시였음..;;;


보통 항구도시는 도착하자마자 바닷냄새도 나고, 좀 지저분하고 활기차고 막 그래서 딱 알아차리는데,


북유럽의 항구도시들은 왜케 차분한건지... 직접 항구를 보기 전까지는 항구도시인줄도 잘 모르겠다.



북유럽은 요트문화가 발달해있는데, 지금 보이는 사진에서 위로 돛대가 우뚝 솟은 배들은,


요트를 넘어선 범선들이다.


돛단배 달고 항해하는 그런 간지나는 배들임.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오다가 발견한 성? 유적지? 


뭔지 모를 오래된 성이 있길래 들어가봤는데,


안돼. 니네는 잉카한테 안돼. 


마추픽추를 보고 온 이 몸에겐, 이 성벽은 그저 모래성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듬성듬성 엉성엉성한 돌들도 그렇고, 주차시간이 거의 다 되서 입구부분만 보고 바로 나와버렸음.





그렇게 오슬로에서 스웨덴 국경만 넘어가서, 스웨덴 땅에서 자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우린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


노르웨이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요르드가 보이는 멋진 곳에서 하고 싶어하지, 숲만 가득한 국경지대에서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는 점을...


이상하게 국경지역으로 가면 갈수록 캠핑장이 급격히 줄더니, 결국 국경을 넘었을때에는 가장 가까운 캠핑장이 몇십키로 밖에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계속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서 겨우 도착한 이 캠핑장.


처음 본 별 5개짜리 캠핑장이다. 리셉션의 모습부터가 벌써 별이 5개라고 얘기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리셉션에 아무도 없는 관계로 포기하고 밤새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으로 달렸다.




이제 드디어 노르웨이가 끝났다.


동유럽 초입부에 진입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노르웨이가 갑이었던거 같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아름답고, 한없이 여유로워지는 그런 곳이었다.


마트만 가지 않는다면, 충분히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 듯.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