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왠지 느낌이 좋다.


우선 캠핑할때 비가 안오거나 바람이 안 불면 50%는 성공적인 캠핑이 된다.


그나마 비가 오는건, 활동하기에 불편해서 그렇지 자는데는 별 문제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강풍... 


게다가 우리가 새로 산 2만원짜리 싸구려 타프는 방수도 안되고, 그렇다고 튼튼하지도 않아서


바람만 불면 연병장 태극기 휘날리듯이 미친듯이 휘날린다.


덕분에 밤새 잠도 못자고 타프 날아갈까봐 걱정만 하고 누워 있어야 된다. (보수하러 나가기에는 전기장판이 너무 따숩다.)





간만에 비가 끄치고 햇빛이 비치길래, 우리의 모든 캠핑 용품을 일광욕 시켜줬다.


3개씩이나 보이는 저 초록색 천쪼가리는 이 동네 사람들이, 장작에 비 맞지 말라고 사용하는 방수포다.


우린 저걸 돗자리 및 방수포 및 텐트앞 신발장 및 텐트안 습기제거 용으로 쓰고 있다.


앞에 보이는 크기가 2만원이 넘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지만, 노르웨이에서 저정도 가격은 그냥 개껌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6200만원인 나라인데, 뭐가 안 비싸겠냐.





오늘도 신나게 드라이빙.


노르웨이는 지형 대부분이 피요르드인 관계로, 도로가 구불구불하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이 1차선...


가끔 터널이 없어서 피요르드를 따라 도는 도로는 차 한대 지나가기도 힘든 경우도 많다.


맘 같아서는 기어 D에 놓고 그냥 액셀 안 밟고 가고 싶지만,


그렇게 했다간 뒤차들한테 혼나기 때문에, 신나게 밟고 밟고 또 밟는데...


저번에 그러다가 정말 크게 사고 한번 날뻔 했다.


그 후로는 뒤차가 눈치를 주든 말든 그냥 내가 안전하다 싶을 정도의 속도로 운전한다.


얘네는 이런 길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무리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도 60키로 이상의 속도로 운전한다.





차로 여행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뭐니뭐니해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쉴 수 있다는 점.


하르당게르로 향하는 길에 경치 좋아보이는 곳이 있길래,


차를 세워놓고 수풀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노르웨이는 나무랑 물이 너무 많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얘네가 왜 장수하는지 알거 같다.


이렇게 많은 나무가 만들어내는 산소를 야금야금 쓰면서 살아가는데 장수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지.





수풀 속으로 걸어들어가니, 쌩뚱맞게 표지판 하나가 서있고 바로 옆 돌에는 이런 그림이 새겨져 있다.


영어 설명이 안 써있어서 잘 모르겠다만, 대충 그림 보니 아주아주 옛날 신석기 시대쯤에 그려놓은 그림 같다.


대충 배 모양이랑 물고기 모양들이 있음.


꽤나 중요해 보이는 유적지인데 그냥 아무런 관리도 안 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의 경험들을 미루어 짐작컨데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방치되어 있어도 아무도 훼손하지 않을거다.


내가 본 나라중에 독일이랑 쌍벽을 이룰만큼 놀라운 시민성을 가진 나라가 노르웨이였음.


우리나라였음 벌써 예수천국 불신지옥 낙서가 덧씌워졌겠지.





바다처럼 보이지만 바다가 아닌 피요르드다.


무슨 피요르드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노르웨이는 도로 옆이 죄다 이렇게 생겼다.


게다가 간지나게 요트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음.


북유럽은 소득수준도 엄청나게 높은데다, 자연도 아름다워 요트인구가 꽤나 많다.


왠만한 피요르드 동네에 가보면 한집당 한척꼴로 요트가 있는거 같다.


오슬로나 스톡홀름 같은 대도시에 가면, 범선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정도의 요트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에도 소양강 같은데 요트 좀 있고 그러나? 잘 모르겠다.





덴마크도 그랬지만, 노르웨이 역시 대부분의 동물들을 방목해서 키운다.


닭이랑 돼지는 못 봤지만, 풀려있는 소, 염소, 양은 엄청나게 많이 봤다.


이렇게 자연친화적으로 키우면 뭐가 좋은지 아나?


마트에서 겁나게 비싸게 팔 수 있는게 좋지.


덕분에 마트에서 고기 하나 집을라고 그러면 손가락이 펴지질 않아서 못 집는다.



희한하게 노르웨이는 대형마트에 가도 고기가 별로 없다.


다른 나라는 대형마트에 가면 정육점 같은게 안에 있어서 고기를 종류별로 다 파는데...


노르웨이는 냉동고기 조금이랑 생고기 조금만 팔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손바닥만한 소고기 2점이 5만원정도 했다는거... 아무리 봐도 그냥 막고기 같았는데 그정도 가격이라는거..





도로 폭을 보고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임.


엄연히 양방향 도로다.ㅋㅋㅋ


가장 끝에 코너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코너에 거울도 없음.ㅋㅋㅋ


여기는 그나마 얕은 경사라서 안 위험하지만, 급경사인 곳도 거울이 없다.


이런 길 다닐때 비가 안와서 다행이지, 만약 비 왔으면 난 지금쯤 하르당게르 피요르드에 수장당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미친듯한 속도로 쌩쌩 달려댄다.


가끔 캐러반 끌고 속도도 안 줄이고 코너를 도는 백발간지의 할아범들을 보면 박수치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빙 코스인 제주도 비자림을 능가하는 이런 도로가,


노르웨이에는 그냥 이름 없는 국도다.


오른쪽 표지판을 설명하자면, 우선 13번 국도고...


가장 위에 노란색은 내가 우선권이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내가 우선이니까 양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놈은 무시하고 쌩쌩 달려도 된다는 뜻임.


유럽은 인정머리 없는 동네인지라, 사고 나면 대부분 100% 과실이 뜬다.


우리나라처럼 뒤에서 박아도 안전거리 미확보라고 2:8 이딴 뜨뜨미지근한 결과가 없다.


우선권이 있는 놈은 시속 200키로로 달려도 우선권 없이 대가리 들이민 놈이 100% 잘못임.


그리고 가장 아래 이상한 표시는 여기 부근이 유명한 피요르드라는 얘기다.





우리의 두번째 목적지인 하르당게르로 향하는 길에도 어김없이 페리를 타야된다.


그냥 네비 따라 쭉 가다보면 갑자기 도로가 뚝 끊기고 도로 끝에 1부터 6정도까지의 숫자들이 써있는데...


여기가 페리 타는 곳이다.


내 생각에는 그냥 1번부터 쭉 서서 2번, 3번 이렇게 서는거 같은데...


정확하지 않으므로, 그냥 다른차 서있는곳 뒤에 가서 서면 된다.


만약 아무런 차도 없이 내가 처음 갔다?


그럼 거기는 현재 페리가 운행하지 않는 곳일 확률이 높으므로 주변상점에 물어보면 된다.ㅋㅋ





그렇게 줄에 맞춰 차를 세운 다음에,


다른 운전자들이 하는것처럼 주변 상점에 들어가서 햄버거라도 하나 사먹었다간 지갑 엥꼬남.


이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햄버거를 팔고 있었는데,


가장 기본적인 햄버거의 가장 작은 사이즈. 달랑 햄버거 하나 주는 단품 햄버거가 18000원이었음.


알어. 뻥이라고 생각하는거 알어. 오버한다고 생각하는거 알어.


나도 여기 와보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글 보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근데 레얄임.ㅋㅋㅋㅋ 





그렇게 페리를 타고 피요르드를 건너 또 신나게 운전하다보면,


이렇게 산 꼭대기도 올라가게 된다.


터널이 없는 곳은 대관령 넘듯이 구불구불 산꼭대기까지 갔다가, 다시 구불구불 산 아래로 내려오는 걸 반복하게 된다.


중간중간에 이렇게 밥 먹으면서 쉴수 있도록 테이블도 비치되어 있으므로,


이런 곳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쉬는 것도 좋다.


우리도 여기서 빵에다가 누텔라(초콜렛 잼) 발라먹으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네비에 왠 지렁이 한마리가 보인다 싶겠지만, 이건 노르웨이의 흔한 도로임.


저 코너코너에 거울이 없다는 점이 함정이다.


그렇다고 인도처럼 코너 돌기전에 클락션을 빵빵거리면서 코너를 도는것도 아니다.


그냥 하늘에 맡기고 코너링을 감행해야 된다.


반대편에 차가 안올거라고 믿고서 도는수밖에 없다.



근데 이제까지 노르웨이에서 사고 난걸 한번도 못 본걸로 봐서는,


뭔가 규칙이 있는거 같긴 한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우리나라처럼 내려가는 차가 우선권이 있는건가?





그렇게 하루종일 운전만 하다가, 드디어 하르당게르 피요르드에 도착했다.


근데 문제는 하르당게르 피요르드의 오른쪽으로 가야할지, 왼쪽으로 가야할지 알지를 못한다는 점...


아무런 정보가 없는 관계로, 우선 분기점인 이 동네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이 동네의 이름은 Odda.


그냥 아무 캠핑장이나 들어갔는데, (노르웨이는 거의 20키로에 하나꼴로 캠핑장이 있을정도로 엄청난 캠핑환경을 자랑한다.)


리셉션이 문을 닫았다..;;;


뭐라뭐라 써있길래 읽어봤더니,


"난 저녁 8시부터 30분간만 여기 있는다. 니가 텐트를 치고 싶으면 알아서 아무데나 치고 밤에 계산하면 되고,


만약 방갈로에서 자고 싶으면 알아서 들어가서 놀다가 저녁에 계산해라.


방갈로 키는 방갈로에 꽂혀있고, 전기랑 수도랑 모두 열어놨으니 알아서 사용해라."


라고 써있었다.





프레이케스톨렌에서 계속 비바람에 고생해서, 싼 가격의 방갈로에서 하룻밤쯤 자려고 했는데,


여기 방갈로는 단돈 300NOK (우리나라돈으로 6만원정도)밖에 안했다.


오.... 


게다가 쿨한 노르웨이답게, 주인도 없으면서 모든 방갈로에 키가 꽂혀 있음...;;;


방갈로 안에는 각종 식기부터 커피포트까지 있었다...


아무도 안 훔쳐가는건가?


게다가 카메라도 없다. 그냥 저녁 9시쯤 와서 몰래 하룻밤 자고 다음날 떠나버리면 누구도 모르는 그런 상황.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 사람을 믿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동네다.





여하튼 우린 방갈로 (노르웨이에서는 히테 라고 부름)에다가 짐을 풀고 밥을 먹었다.


몇일간 고생한 우리를 위해 브라질에서 공수해온 봄베이 진을 마시기로 했다.


이날 먹었던 파스타는 겁나 맛있었음.




근데 저녁 8시가 되도 주인이 안 나타난다...;;;


분명 샤워실이랑 모든 시설이 오픈되있는데, 아무런 경보장치도 없다...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냐...


만약 자기가 안오면 알아서 우편함에 돈 넣고 가라고 써있었는데...


6만원이라는 거금을... 꼭 넣고 가야하는가... 아니면 그냥 튀어버릴까 고민고민하면서 잠이 들었다.



.노르웨이 여행정보.


숙소 : Odda에서 하르당게르 왼쪽길로 10키로쯤 오면 보이는 이름 없는 캠핑장.


         히테가 300NOK. 온수사용 5분에 10NOK. 


페리 : 프레이케스톨렌 - Odda : 차1 + 사람2 = 112NOK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