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유럽에 와서 제대로 된 관광을 시작할 날이 밝았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노르웨이 4대 피요르드 중 하나인 뤼세 피요르드.


사실 피요르드라는건 길다란 강이나 다름 없는지라... 


페리를 타고 물길을 따라가면서 보든가, 전망대 같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는게 가장 좋다.


요즘은 성수기가 아니라 페리가 없는 관계로, 우리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기로 했다.




뤼세 피요르드를 볼 수 있는 높은 곳 중 하나인 프레이케스톨렌.


뤼세 피요르드에는 프레이케스톨렌과 쉐락볼튼 이라는 두곳이 가장 유명하다.


프레이케스톨렌은 600미터짜리 수직절벽이고, 쉐락볼튼은 절벽과 절벽 사이에 끼어 있는 돌이 유명한데...


9월 말인 지금 쉐락 볼튼을 가는건 힘들어서 프레이케스톨렌에 가기로 했다.


(쉐락 볼튼은 차로 2시간 반정도 달려간 후, 왕복 6시간짜리 트래킹을 해야 되는데... 차로 가는 길이 매우 험해서 여름이 아니면 힘들단다)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전망대들은 입장료가 없다.


대신에 차 한대 세우는데 주차료가 2만원씩 한다는 불편한 진실...


게다가 무인 주차장인데 동전밖에 안 먹힘.ㅋㅋㅋ





왕복 4시간짜리 코스인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돌산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돌밭이다.


꼭대기에 가서 인증샷을 찍겠다는 의지를 가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두 이 길을 걸어 올라갔다.


케이블카라도 하나 설치하면 좋으련만...


엄청나게 자연을 사랑하는 노르웨이가 케이블카를 설치할리는 없겠지..





노르웨이는 정말 끝내주는 풍경을 자랑한다.


그냥 고속도로를 질주해도, 양옆으로 끊임없이 놀라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국토의 대부분이 피요르드 지형인 관계로,


도로들이 전부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데...


그러다보니 바로 옆에는 피요르드가 흐르고, 그 옆에는 엄청나게 높은 절벽이 서있는 풍경들이 많다.


피요르드가 많은 동네의 특성상 호수도 곳곳에 있고...


게다가 땅에 비해 인구수가 적다보니, 자연이 꽤나 잘 보존되있는거 같다.





노르웨이는 나라 전체가 숲으로 뒤덮혀 있는거 같다.


어디를 가던지 전부 다 숲이다.ㅋㅋㅋ


그것도 끝도 없이 펼쳐진 숲.


이 나라에 지어진 집들을 보면, 집을 짓고 주변에 나무를 심는게 아니고...


나무 숲에서 자기가 집 지을 자리만 나무를 자르고 거기다 집을 지어 놓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우리나라에선 상실의 시대).


저 책을 읽을때는 이게 뭔 제목인가 싶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뭔가 공감이 생기는거 같기도 하다.


왜 공감이 생기는지 적고 싶다만, 책 내용이 기억이 안나니 패스.


근데 뭔 공감이 생겼냐고 되묻는다면,


중요한건 마음이겠죠.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돌산이다.


길을 걷다보면 등산로 중간중간에 빨간색으로 T자가 그려져 있는데,


그것만 보고 따라가면 된다.


총 2시간정도 걸어 올라가야지 최종 목적지인 프레이케스톨렌에 도착했던거 같다.





중간중간 이렇게 예쁜 호수들도 곳곳에 있다.


노르웨이에는 호수들이 많은데, 호수에 비치는 장면이 압권이다.


차를 타고 코너를 돌때마다 나타나는 풍경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보다가 사고가 날뻔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풍경사진 좋아하는 사람이 온다면 너무나도 좋을 곳이다.


뭔가 다이나믹하고 재미난 곳은 아니지만, 그냥 눈이 호강하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가끔 요로코롬 표지판도 하나씩 나타난다.


근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대충 사람들 가는대로만 따라가면 된다.


이 표지판이 없을때는 사진 왼쪽 아래 있는것처럼 빨간색 T표시를 따라가면 된다.


우리는 여기서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중인 한국인 여학생을 한명 만나서 같이 올라갔다.



학교 다닐때, 교환학생을 알아보면서... 핀란드, 덴마크 같이 영어도 안 쓰는 나라로 교환학생 가는 애들은 뭐하는 애들인가 싶었는데...


생각외로 꽤 좋은거 같다.


전공이나 언어를 배우는것보다... 그때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게 더 중요한거 같다.





2시간을 걸어올라오면 저 멀리 뤼세 피요르드가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피요르드는 사실 자잘한 피요르드들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과수 폭포가 하나의 폭포가 아닌 폭포들의 집합체인것처럼,


왠만한 이름 있는 피요르드들은 전부 자잘한 피요르드들의 집합체다.



노르웨이의 서쪽 피요르드들은 현재 유네스코 자연유산? 뭐 그런걸로 등재되어 있단다.ㅋㅋㅋ


망할 유네스코는 죄다 등재해놓는 바람에, 왠지 꼭 가봐야 할것 같은 곳들만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산 꼭대기 부근에도 호수들이 곳곳에 있다.


사진 가운데 흰색으로 흘러내리고 있는건, 폭포라고 부르기에는 경사가 낮고, 냇가라고 부르기에는 경사가 높은...


그냥 격하게 흘러내리는 냇가 정도 되겠다.


사진 찍는 실력이 별로라서 전혀 감흥이 없지만,


지금 올린 사진들은 찍을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찍은 사진들이다.


너무 멋진 풍경들이, 이렇게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나조차도 지금 놀라고 있다.





트래킹을 하면서 주변을 바라보거나, 뤼세 피요르드를 보려고 이곳에 온게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프레이케스톨렌 꼭대기에서의 인증샷.


그리고 페북에 자랑질.


그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





여기서부터 하이트라이트다.


잘 보면 오른쪽에 사람들이 보이는데...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프레이케스톨렌이 보인다.


지금 보이는 곳은 절벽인데, 높이가 600미터쯤 된다.


정말 깍아지는 절벽이다.


저 아래 보이는 물까지 일직선으로 깍아져 있다고 보면 된다.





요런식으로 깍아져 있다.


더 가깝게 찍고 싶었으나... 진짜 무서웠다.


와이나포토시 꼭대기에서 사진 찍을때만큼이나 무서웠다.


간혹 용감무쌍하게 저 난간에 사진기를 들이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난 그렇게까진 못하겠더라.





사진 중앙에 보이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이 바로 프레이케스톨렌이다.


600미터에 달하는 수직절벽이지만, 아무런 안전장치도 되어 있지 않다.


저기 사진에 보이는 곳은 물론, 지금 내가 서있는 곳까지 모두 다 수직절벽이다.


잠깐이라도 방심하거나, 장난 치다가는 골로 가는 그런 곳임.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뤼세 피요르드 한번 봐주고.


이제 시작해보자.





먼저 용기내서 절벽 끝에 앉아봤다.


전에 마추픽추 잉카브릿지에도 이런 절벽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래가 숲이라서 잘 몰랐는데... 바로 아래가 물이니까 어마어마하게 무서웠다.


차라리 내가 저기 앉아있을때는 나았는데, 남들이 저기 걸터앉는 모습을 보니까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이렇게 보니까 어느정도 높이인지 실감이 안나는 분들을 위해 사진 한장 더.





요정도 높이다.


왠만한 모니터에서 보려면 스크롤을 쭉쭉 내려야지만 보이는 그런 높이.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저 아래 물까지 이런 절벽이 이어져 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밑에 사진까지 한장 더 보면 이해가 잘 갈듯.





요런 모양의 절벽임.


저 아래 풀처럼 보이는건 풀이 아니고 커다란 나무들이고,


그 밑으로도 계속해서 절벽이 이어져 있다.


말이 600미터지... 어마어마하게 높은 절벽이다.


실제로 여기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장난 치다가 목숨을 잃었다.


듣기로는 한국인 관광객 중에도 장난 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다고 그러던데...


여기서 사진 찍으면서도, 누가 뒤에서 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중간에 뭐 잡을 수도 없이, 600미터 아래로 추락이다.





아무리 용기를 내봐도 더이상 절벽쪽으로 다가서진 못했다.


게다가 오른쪽 다리에는 쥐가 날 정도로 힘을 꽉 주고 있었다.ㅋㅋㅋ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용감하지만,


이런 곳에 안전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고 개방한 노르웨이 정부도 참 용감한거 같다.





사진으로 봐도 오금 저린다.


어떤게 이 높은 곳에, 이렇게 평평한 곳이 생겨났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찾아보니까 뭐 빙하로 인해서 균열이 어쩌고 3면이 계속 깍여져 나가서 뭐라고 그러는데,


잘 모르겠음요.


여하튼 그냥 신기한 지형임.





프레이케스톨렌을 위에서 바라보면 요런 모양이다.


위에서 보는게 더 신기한거 같다.


어떻게 이런 네모 반듯한 절벽이 여기에 생겨 났을까...


노르웨이에서 가장 처음 온 관광지지만, 마지막까지도 이날의 흥분이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었다.


다른 풍경들은 이렇게 흥분되는 곳보다는, 전부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었으니까요.





왼쪽으로 뤼세 피요르드가 보이고, 오른쪽에 프레이케스톨렌이 보인다.


내려오는 길에,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서서 진희랑 같이 동행하신 분이 고생하긴 했지만,


여하튼 3명 모두 무사히 하산을 마쳤다.


아... 정말 인증샷 하나 찍기 무지하게 힘들었다.





그렇게 첫번째 관광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시내에 있는 큰 마켓으로 갔다.


그리고는 노르웨이의 물가를 체험해보았다.


우선 500미리 생수 한통이 6천원. 그리고 콜라 1.5리터 2개가 만3천원인가?


지금 보이는것처럼, 라면 하나가 2천원정도... 컵라면은 3600원... 우리나라 사이즈 컵라면은 4800원.



그리고 사진에 있는 라면을 자세히 보면, 한글로 소고기맛, 닭고기맛이라고 써있다.


이게 뭐냐면,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면은 미스터리 라면이다.


6.25때 노르웨이 1호 이민자가 되신 이철호 사장님이 만드시는 라면이다.


노르웨이 라면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인기 있는 라면인데, 예전에 우리나라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해준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노르웨이에 가보진 못해도, 저 라면 한번 먹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꿈이 이제서야 이루어진거다.


참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살아오시면서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신 분이 만든 라면은 무슨 맛일까.



비싸서 한개밖에 못 산대다가, 너무 아까워서 아직도 안 먹고 고이 모셔두고 있으므로, 나중에 먹게 되면 알려주겠음.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