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로 가는 fjordferry에서 노시트(객실이 아닌 그냥 레스토랑 의자 같은데 쭈구려서 가는 거)를 선택한 사람은,


우리 둘이랑 어떤 할아버지 한분뿐이었다...


초호화 유람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자동네인 덴마크에서 더 부자동네인 노르웨이를 가는 페리답게,


하룻저녁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빙고게임도 하고 라이브 연주도 해주고 이것저것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진행한다.


빙고게임이 공짜인줄 알고 참여하려다가, 모두들 돈 내고 하는걸 보고 우리는 그냥 구석탱이에서 쭈글쭈글 거렸다...


1~2천원이면 그냥 하겠는데... 다들 몇만원씩 내고 참여하는듯..;;;;


그렇게 왠만한 액티비티가 끝나자 모두들 객실로 들어가버렸고, 우리랑 어떤 할아버지 한분만 쇼파에 누워서 참을 청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왼쪽 엉덩이가 시려서 일어났다.


너무 추워서 옆으로 웅크리고 잤는데, 오른쪽으로 웅크리면 왼쪽 엉덩이가 시리고 왼쪽으로 웅크리면 오른쪽 엉덩이가 시림.


아오 추워. 그래도 새벽 2시에 내리는데 십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객실을 쓰는건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여기는... 노르웨이. 세계 물가지수 1위에 빛나는 나라라서... 무조건 절약하지 않으면 우리의 여행은 반년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름.ㅋ





새벽 2시를 넘어 3시쯤이 되자, 뭐라뭐라 방송이 나오기 시작한다.


영어 방송은 안 나오고, 노르웨이말로만 방송이 나오는듯 하다.


얘기를 들어보니,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모두 비스무리한 언어를 써서, 대충 의사소통이 가능하단다.


옛날에 한 나라였다는 얘기도 있고... 북유럽 역사는 잘 몰라서 여기쯤에서 패스.


여하튼 너무 추워서 방송이 나오자마자 바로 차로 내려갔다.



평소에는 차가 실려있는 데크에는 못 내려가도록 잠겨있으므로, 차에 귀중품을 놓고 내려도 별로 상관 없다.


게다가 노르웨이는 겁나 안전함. 현금을 질질 흘리고 다녀도 누군가 주워줄 그런 나라임.


그 증거는 노르웨이 포스팅하면서 계속 올리겠음.ㅋ



우리는 전날 오후 3시까지 배에 타라는줄 알고 오후 2시 50분쯤 차를 몰고 항구로 왔는데...


알고보니 1시간 전에 이미 탑승해 있어야 했다..;;; 모두들 우리만 기다리고 있었음.


가장 늦게 탄 덕분에, 가장 먼저 내릴수 있었다.ㅋ





우리가 타고 온 fjordline의 배 모습이다.


성수기에는 이것저것 액티비티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많아서 예약이 필수라지만...


지금은 성수기와 비수기 사이쯤 되는 기간이라서, 사람도 별로 없다.


이걸 찍을때까지만 해도, 나중에 스웨덴에서 핀란드 갈때까지 배를 탈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버뜨.


노르웨이에서 어디를 갈때, 톨비를 내는 고속도로를 피해 갈 수는 있지만, 페리를 안타고 갈 수는 없다.


그만큼 노르웨이 땅 자체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음.


섬과 섬으로 연결된건 아니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피요르드인만큼 페리를 안타면 어디로 갈수가 없음.





원래 노르웨이 스타방게르라는 곳에서 내려, 하룻밤 노숙을 하고...


주변 캠핑장을 찾아서 짐을 풀려고 했으나..


배에서 좀 자놔서 그런지 별로 안 피곤했고... 우리는 그냥 바로 첫번째 목적지인 프레이케스톨렌으로 향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의 관광은 피요르드로 시작해서 피요르드로 끝난다고 말해도 무방할만큼,


피요르드를 보는게 주목적이다.


정확히 몇개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름이 붙은 피요르드만 해도 수백개, 수천개는 되는만큼, 전부 보는건 무리고...


가장 유명하다는 4대 피요르드만 보기로 했다.



4대 피요르드란, 


1. 뤼쎄 피요르드 - 프레이케스톨렌이라는 깍아지는 절벽과 쉐락볼튼이라는 절벽과 절벽 사이에 끼인 돌이 유명함.


2. 하르당게르 피요르드 - 요정의 혀(트롤퉁가)라는 절벽이 유명함.


3. 송네 피요르드 -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피요르드, 세계에서 2번째로 긴 피요르드.


4. 예이랑게르 피요르드 - 겁나 예쁨. 주변에 요정의 길(트롤스티젠)이라는 길이 유명함.



그럼 피요르드란 뭔가?


뭔진 나도 잘 모르지만, 여하튼 옛날에 빙하기때쯤 빙하가 산을 깍으면서 슬슬 밀려내려오면서 생긴 지형.


모레이 빙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게 하루에 2미터씩 전진할만큼 겁나 크고 무겁다.


빙하 끝부분에서 계속해서 빙하가 만들어지고, (빙하는 그냥 얼음이 아닌,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해서 만들어지는거라능.)


다른 끝부분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 밀려내려온다...


밀려내려오면서 산을 다 깍아버리고... 그래서 산 가운데 커다란 U자모양의 만이 생기는데...


훗날 빙하가 녹아버리고, 그 U자형 만에는 바닷물이 차올라서 생긴게 피요르드란다.


대충 지구과학 시간에 들은 얘기와, 위키백과를 참고해서 적은거니 자세한 사항은 고등학교 지구과학 선생님께 여쭤보세요.





스타방게르에 내려서 네비로 프레이케스톨렌을 찍었다.


톨 차쥐~.. 톨비 내는 고속도로를 피해 가실랍니까?


당연하지. 톨비만큼 아까운게 세상에 어디있나. 톨비 안 내는 국도로 갑시다.


테이크 어 풰리~.. 페리 타실라요?


헐. 미쳤음? 톨비 안낼라고 국도로 가는데 뭔 페리.ㅋㅋㅋ 안타.


길 없음요. 



넴?... 왜요? 왜 길이 없나요?


무슨 볼리비아같이 못 사는 나라라서, 다리 놓을 돈이 없는것도 아닌데 왜 꼭 배를 타야되나요?


라고 네비에게 물어봤자 네비엔 시리 기능이 없었다.


그냥 배를 타고 가는수밖에 없었다.



노르웨이를 여행하다보면 수없이 페리를 타게 되는데...


차 한대 + 사람 두명... 이렇게 하면 대충 2만원~3만원정도를 내게 된다.


고작 10분도 안되는 페리를 탈때마다 이렇게 돈을 쏟아 부어야지 여행이 가능한 곳이 바로 노르웨이.





대충 프레이케스톨렌 앞에 있는 캠핑장을 찾아 들어갔으나...


너무 일찍 간 관계로, 리셉션이 문을 안 열었다.


인건비 비싼 유럽은 리셉션이 24시간 상주해 있지 않고, 근무시간이 지나면 그냥 문 닫고 가버린다.


캠핑장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곳은 알아서 텐트 치고 사람 오면 돈 내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무조건 사람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다.


이곳은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곳이라서, 바로 앞 주차장에서 노숙을 감행함.





그렇게 5시간 넘게 차에서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자다보니 리셉션이 문을 열었다.


엉엉... 텐트 좀 치게 해주세요.


라고 했더니, 쿨하게 가격을 알려준다.


텐트1 + 차1 + 사람2. 6만원요.


....


왜요... 남미에서는 더블침대 + 싱글침대 + 와이파이 + 전기 + 뜨거운물 무제한 + 아침제공 해도 6만원이 안되는데...


왜 여긴 고작 주차장처럼 생긴 땅 구석에 텐트 하나 치는데만 6만원인가요.




 


여하튼 이렇게 우리의 노르웨이 여행은 시작되었다.


난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노르웨이보다 물가가 비싼 나라는 세상에 없을 거라고...


여행물가, 교통비... 뭐 이런걸 말하는게 아닌... 말 그대로 물가지수가 이렇게 높은 나라는 세상에 없을거다.


500미리 물 한통이 6천원씩 하는 나라다.


에비앙이나 C2K같은 고급생수 말고... 그냥 주유소에서 만땅 채우면 서비스로 주는 생수 한통이 6천원인 나라임.




간만에 인터넷 되는 곳에 와서, 밀린 포스팅을 할 생각하니 콩팥이 쫄깃해지는구만.



.노르웨이 여행정보.


숙소 : Preikestolen camping, 뜨거운물, 와이파이 무료. 텐트1+사람2+차1+전기 = 300NOK


페리 : 스타방게르-프레이케스톨렌 차1+사람2 = 89NOK, 새벽5시 반부터 30분마다 있음.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