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Cuba2012. 5. 1. 12:53

예상치 못하게 쿠바 일정이 줄어드는 바람에, 우리는 원래 가고자 했던 바라데로와 산타끌라라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가 택한 곳은 아바나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비냘레스.

 

4시간이라 해서 엄청 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33키로인가밖에 안되는 곳이었다.

 

 

   

 

비냘레스까지 가는 버스는 비아술이라 불리우는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버스인데 문제는 우리 숙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 택시비만 25페소라는거..

 

하지만 이렇게 교통편이 불편한 나라는 항상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사설 버스가 있는 법.

 

결국 우리는 쿠바나칸이라는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사설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싸고, 아직 마르지 않은 빨래를 대충 구겨넣고,

 

배낭을 매고 잠이 덜 깬 몸을 일으켜서 해가 뜨지 않은 거리를 걷는 것…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이고 뭐고간에 항상 할때마다 빡치면서 


내가 왜 내 돈주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버스에서는 당연히 포풍취침.

 

덜컹거리는 거. 비좁은 거. 냄새 나는 거. 그런건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날도 포풍취침을 취하다가 중간에 휴게소에서 깼다.

 

비냘레스 주변의 나무들인데 중간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게 특징이다.

 

 

   

 

사설버스이다보니 중간에 이렇게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도 들려야 하는게 인지상정.

 

덕분에 공짜 럼주도 좀 마셔주고, 시가에 관심이 있는 척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비냘레스로 향했다.

 

 

   

 

중간에 기념품 가게에서 쉴 때 우리는 살짝 빠져나와 길 건너에 있는 생과일 주스를 사먹었다.

 

파인애플을 간 다음에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주는 음료였는데 여행 시작 후 마셔 본 음료 중 최고였다.

 

 

   

 

쿠바의 명물. 럼주를 만드는 공장이다.

 

사람이 직접 병 안에 올리브로 보이는 과일을 넣고,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가서 해매다보니, 삐끼가 달라 붙었다.

 

귀찮아서 그냥 따라가다 보니, 우리가 찾던 그 집 주인이었다.

 

하지만 기뻐하면 바가지 쓸 위험이 있으니 마치 어쩔 수 없이 들어온 척 하며 적당한 가격으로 협상.

 

저녁을 밖에서 사먹는 게 귀찮아서 저녁까지 한번에 주문했더니 집 주인이 매우매우매우매우 좋아하며 우리에게 과일을 대접했다.

 

쿠바에서는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숙소인 CASA에서 먹는 게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거나 잘 주워먹는 우리에게 길거리 음식은 빠지지 않는 코스.

 

쿠바는 이렇게 모든 물품이 정찰제라서 뭔가 사먹기 상당히 편리하다.

 

바가지 쓸 위험도 없고, 서로 기분 상할 일도 없다.

 

 

   

 

비냘레스에는 볼만한 관광지를 돌아주는 투어버스가 있다.

 

하지만 단 한대라는 점. 그리고 시간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2시 30분 차를 기다렸으나 3시 20분쯤 되서 차가 왔다.

 

괜찮아. 여기는 라틴종특인 느긋함 + 공산주의 특유의 니가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 인 나라니까요.

 

 

   

 

비냘레스는 사진처럼 그냥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혼자 와서 혼자 걷다가 혼자 놀기 좋은 그런 시골마을이다.

 

아바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좋다.

 

 

   

 

비냘레스에서 가장 가고 싶던 인디안 동굴이다.

 

특히 동굴 안에 작은 물길이 있어서 보트를 타고 한바퀴 돌아볼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비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이거 말곤 전혀 볼게 없었다.

 

동굴 내의 사진들은 전부 어둡게 나와서 스킵.

 

 

   

 

광각의 위엄. 다리 완전 길다.

 

 

   

 

버스 시간대가 제멋대로이다 보니, 저렇게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걸어가는 그룹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많고 체력은 저질인 우리는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이런 저런 시간 동안 나누는 별 의미 없는 대화들.

 

난 그런 게 소중하다. 앞으로 남은 진희와 함께 보낼 시간들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

 

 

   

 

비냘리스는 뒤에 보이는 것처럼 컵케익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언덕들이 유명하다.

 

얘기로는 뭐 약한 부분이 빗물에 녹아 남은 부분만 저렇게 보이는 거란다.

 

원래 전망대에서 내려서 한 시간 더 기다려서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나,

 

사람도 별로 없는 버스는 친절히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쿨하다. 역시 라틴. 난 라틴이 좋다.

 

 

   

 

정말 경치 좋다. 갑자기 공룡이 튀어나와서 풀을 씹어먹어도 전혀 놀라지 않을 듯한 경치.

 

 

   

 

피델 카스트로가 유명한 화가를 시켜 그렸다던 벽화다.

 

달팽이부터 시작해서 인간까지 무슨 혁명의 진화과정을 그린거라는데 별로 와닿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다.

 

버스 정류장 중 하나라서 그냥 찍어봤다.

 

 

   

 

우리가 시킨 저녁식사다.

 

엄청난 양을 주셨다. 아마도 우리가 덜어먹고 남으면 주인 식구들이 먹으려고 했던거 같지만.

 

우리에게 잔반따윈 없다.

 

저기 있는 식사의 상당량을 다 먹어치웠고, 결국 주인식구들은 다시 밥을 하기 시작했다.

 

저 바람에 흩날리는 동남아쌀은 항상 먹고나면 바로 배가 고프다.

 


비냘레스는 아바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의 마을이다.

 

관광지로는 별로지만 그냥 느긋하게 즐기기에는 좋은 도시인거 같다.

 

1박 2일짜리 방문이었지만 매연 가득한 아바나와는 또 다른 도시였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