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고 있는 여행의 종류는 아무래도 배낭여행이 될거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배낭여행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떠나는 여행. 경비를 절약하고 생생한 체험을 할 수있다는 장점이 있다.
옛날 인도 여행할때는, 인도 자체가 워낙 싼 나라라서 직접 해먹은 일이 거의 없었다.
딱 한번 스리나가르에서 진희랑 장옥빈여사랑 같이 떡볶이를 해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 이벤트적인, 마치 친구들이랑 팬션 놀러가서 하는 요리와 같은 성격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계일주를 떠났을때도, 초반에는... 거의 다 사먹었다.
외국까지 나와서 뭘 굳이 음식을 만들어 먹나... 그냥 싼거 먹으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람이 먹는걸 잘 먹어야 여행도 잘 할수 있는거였고, 돈도 직접 만들어먹는게 훨씬 쌌다.
그래서 하나둘씩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외국에서 떡갈비를 직접 만들어 먹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자세한 레시피는 네이버를 참고하세염. 진희도 그거 보고 만들던데..ㅡ_ㅡ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살바도르의 알파 호스텔은, 밥 해먹기 참 좋은 곳이다.
부엌의 질을 따질때 가장 먼저 보는건, 후라이팬이다.
코팅이 잘 되있는 후라이팬만 있다면, 그 어떤 요리도 두렵지 않다.
근데 호스텔을 거쳐간 수백, 수천명의 손님들이 쓴 부엌의 상태는 보통 매우 안 좋다.
코팅도 모두 벗겨진 후라이팬이 대다수고... 칼도 무디고.. 냄비도 부족하고...
여하튼 가끔 이렇게 좋은 부엌을 가진 호스텔을 발견하면, 요리 창작 욕구가 매우 샘솟아 오른다.
가면 갈수록 할줄 아는 요리들이 다양해 지고 있다.
지금 해먹는 요리는 쏘야 파스타.
그냥 쏘세지 야채볶음에다가 파스타 면을 섞어서 먹는거다.
파스타인데 소스가 쏘야라고 보면 되겠다.
요리 경험이 거의 전무한 내가 요리를 해보면서 느낀 점은.
1. 마늘 볶는 냄새는 매우 좋다.
2. 양파가 안 들어가는 요리는 없다.
3. 소금과 후추는 요리의 진리다.
였다.
우선 슈퍼에서 파는 초싸구려 소세지를 사서 칼집을 낸 다음에 한번 삶는다.
왜 삶냐면. 예전에 소세지인줄 알고 사와서 바로 요리했다가,
알고보니 천하장사 소세지라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린 밀가루 소세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혹시 몰라 미리 한번 삶아둔다.
그러면 각종 색소 덕분에 물이 주황색으로 변한다...
돈 많으면 천연 소세지 사먹어도 되지만, 우린 거지라서 지나가는 개한테 먹이로 주는 소세지를 사먹었다.
(진짜임.. 저거 사고 다음날 센트로 갔는데, 어떤 사람이 개한테 우리가 먹는 소세지랑 똑같은걸 수십개 잘라서 먹이고 있었음.)
잘 생각해보면, 우린 소세지가 아니고 개사료를 사먹은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에, 슈퍼에서 파는 야채중에 싼 야채를 모두 볶는다.
쏘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되는건, 양파랑 파프리카밖에 없다.
당근이랑 양배추는 사치 좀 부려봤음.
양파는 진리다. 어느 나라에서나 구할 수 있고, 싸고, 맛있고, 건강에 좋다.
그 다음에 고추장 조금과 케쳡을 뿌려대면서 소세지를 투하한다.
그 다음에 신나게 볶아대면 대충 그럴싸한 모양의 쏘야가 완성된다.
이걸 하면서 옆에서는 파스타면을 삶아 놓으면 된다.
두개가 완성되면, 파스타면을 여기에 넣고 다시 쉑쉑 볶아주면 완성.
요리의 핵심은. 역시 맥주다.
아무리 맛없는 요리도 술과 함께라면 와라와라 냉채족발로 변신한다.
시간이 되면, 여행 와서 해먹는 요리에 대해서 쭉 쓰고 싶지만,
지금 우리는 내일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데, 유럽에 대해 아는거라곤 나폴레옹 뿐이라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파리로 도착해서 어디로 가야될지도 못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요 몇일 사진이 부실하다고 느꼈다면, 정답.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무리하는 바람에 허리가 안 좋아져서, 다시 요양중이다.
그럼 난 이만. 유럽 일정 짜러.
아 그리고, 하루에 3번씩 이 짓을 하다보면,
여행을 위해 요리를 하는건지 요리를 위 여행을 하는건지 헷갈릴때도 있다.
근데 내 생각은 이렇다.
유적지나 박물관 가는 것도 여행의 일부지만, 이렇게 요리하고 숙소 찾느라 고생하고,
그냥 하루종일 멍하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하는 것도 전부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주목적이 유적지를 관람하는거라면, 하루에 1/3을 요리하느라 허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니까 그냥 사먹도록 하자.
나도 만약에 한달짜리 패키지로 남미여행 온거였으면, 직접 안해먹고 전부 사먹고 다녔을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