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고 있는 여행의 종류는 아무래도 배낭여행이 될거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배낭여행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요한 물품을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떠나는 여행경비를 절약하고 생생한 체험을  수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말은, 경비를 절약하고. 경비를 절약하고. 경비를 절약하고.


모든 장기여행자들이 고민하는 것중 단연 탑은,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딱 꼬집어 말하자며 금전적인 문제다. 

당장 비행기값이 없는 사람부터, 돌아와서 다시 돈 벌 생각에 갑갑한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우리 역시 비루한 삶을 영위하다가 여행을 떠나온 거라, 통장 잔고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아... 주어를 바꿔야겠네요.

나 역시 비루한 삶을 영위하다가 여행을 떠나온 거라, 통장 잔고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여행 경비가 부족한데도 여행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되나?

어떡하긴 어떡하나. 그냥 경비를 줄이면 되지.

정말 1원 한장 안 들고 집밖으로 나와서, 세계일주를 끝마친 영국사람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이미 수많은 대학생들이, 전국 자전거 투어를 빙자한 전국 자전거지 투어를 실행중이시다.

그만큼 무전여행은, 생각외로 쉽고 간편하고 민폐적이고 진상적이므로 누구든 할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여행의 가장 큰 원칙중 하나. 어디 가서 진상 부리지 말자.

세계일주를 하다보면, 그 나라에 사는 교포분들을 찾아가 밥과 잠자리를 구걸할 수도 있다.

(왠만한 나라면 수천~수만명의 교포분들이 계시는데, 그 중 한분이라도 재워주시겠지...)

근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여행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경비를 아끼는 방법을 강구했다.


여행하다보면 가장 크게 드는 비용이 숙박비+교통비+식사비 정도다.

근데 숙박비랑 교통비는 어차피 제일 싼 교통수단만 애용하는거라 아끼고 아껴도 크게 차이가 없다.

(미리 예약을 하고, 프로모션을 찾아낸다면 그것만큼 크게 아끼는 방법도 없지만, 일상적인 나날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 하나 남은건. 식비.

사람이라는게 하루 3끼는 꼬박꼬박 먹어줘야 되고, 특히 하루 열량소모가 엄청난 배낭여행자에게 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씩 도시를 옮기는데... 그 도시를 옮길때마다 서울의 종로, 인사동, 명동, 강남을 걸어서 투어한다고 생각해봐라.

한끼라도 굵으면 걸어다니다가 쓰러질 판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3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으면서도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해먹는 것 뿐이다..

아무리 싼 로컬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고 쳐도, 직접 해먹는것보단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왠만한 식사는 전부 해먹는다.


호스텔 구할때부터 부엌사용이 가능한지 아닌지부터 체크한 다음에 체크인을 한다.

그리고 지금 들고 다니는 식료품 가방이 본래 가방의 반을 넘어설 정도로 어마어마해졌다.




보통 배낭여행자 or 장기여행자는 혼자 다니는데다가, 혈기 왕성한 대학생일 경우가 많다.

인천에서 3년간 자취를 해도 김치찌개 하나만 3년내내 끓여먹은 본인처럼, 요리의 ㅇ자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게다가 우리나라엔 라면이라는 유니크아이템이 존재하는 관계로, 요리 배우기가 더 어려운거 같다. 내 생각임.


여하튼 그렇게 갓 여행을 나와서 뭔가 해먹을라 치면... 갑갑해진다. 뭘 해먹어야 되지?

외국인이 해먹는것도 보고, 내가 직접 해먹어 보기도 하면서 느낀 베스트 아이템들은,

1. 스파게티.

파스타랑 스파게티랑 뭐가 다르진 아직도 모르겠지만, 단연 탑이다.

매우 빠르고 매우 간편하고 매우 싸게 만들어 낼 수 있다.

2. 리조또.

요즘 밀고 있는 메뉴로써, 스파게티에서 면을 쌀로 바꾸기만 하면 완성된다.

한국사람은 역시 쌀을 먹어야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스파게티보다 리조또가 더 입맛에 맞는다.

3. 밥+양파+고기

아무런 양념도 없고, 정말 시간이 급할때 해먹는 아이템.

그냥 냄비에 밥하고, 식용유에 양파만 볶아버리고, 넙적한 고기 아무거나 사서 구워 먹으면...

그냥 먹을만 하다. 고추장이 없으니 소금 뿌려서 먹어대면 한끼 식사가 가능하다.



옛날 인도 여행할때는, 인도 자체가 워낙 싼 나라라서 직접 해먹은 일이 거의 없었다.


딱 한번 스리나가르에서 진희랑 장옥빈여사랑 같이 떡볶이를 해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 이벤트적인, 마치 친구들이랑 팬션 놀러가서 하는 요리와 같은 성격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계일주를 떠났을때도, 초반에는... 거의 다 사먹었다.


외국까지 나와서 뭘 굳이 음식을 만들어 먹나... 그냥 싼거 먹으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람이 먹는걸 잘 먹어야 여행도 잘 할수 있는거였고, 돈도 직접 만들어먹는게 훨씬 쌌다.



그래서 하나둘씩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외국에서 떡갈비를 직접 만들어 먹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자세한 레시피는 네이버를 참고하세염. 진희도 그거 보고 만들던데..ㅡ_ㅡ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살바도르의 알파 호스텔은, 밥 해먹기 참 좋은 곳이다.


부엌의 질을 따질때 가장 먼저 보는건, 후라이팬이다.


코팅이 잘 되있는 후라이팬만 있다면, 그 어떤 요리도 두렵지 않다.



근데 호스텔을 거쳐간 수백, 수천명의 손님들이 쓴 부엌의 상태는 보통 매우 안 좋다.


코팅도 모두 벗겨진 후라이팬이 대다수고... 칼도 무디고.. 냄비도 부족하고...


여하튼 가끔 이렇게 좋은 부엌을 가진 호스텔을 발견하면, 요리 창작 욕구가 매우 샘솟아 오른다.





가면 갈수록 할줄 아는 요리들이 다양해 지고 있다.


지금 해먹는 요리는 쏘야 파스타.


그냥 쏘세지 야채볶음에다가 파스타 면을 섞어서 먹는거다.


파스타인데 소스가 쏘야라고 보면 되겠다.



요리 경험이 거의 전무한 내가 요리를 해보면서 느낀 점은.


1. 마늘 볶는 냄새는 매우 좋다.


2. 양파가 안 들어가는 요리는 없다.


3. 소금과 후추는 요리의 진리다.


였다.





우선 슈퍼에서 파는 초싸구려 소세지를 사서 칼집을 낸 다음에 한번 삶는다.


왜 삶냐면. 예전에 소세지인줄 알고 사와서 바로 요리했다가,


알고보니 천하장사 소세지라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린 밀가루 소세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혹시 몰라 미리 한번 삶아둔다.



그러면 각종 색소 덕분에 물이 주황색으로 변한다...


돈 많으면 천연 소세지 사먹어도 되지만, 우린 거지라서 지나가는 개한테 먹이로 주는 소세지를 사먹었다.


(진짜임.. 저거 사고 다음날 센트로 갔는데, 어떤 사람이 개한테 우리가 먹는 소세지랑 똑같은걸 수십개 잘라서 먹이고 있었음.)


잘 생각해보면, 우린 소세지가 아니고 개사료를 사먹은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에, 슈퍼에서 파는 야채중에 싼 야채를 모두 볶는다.


쏘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되는건, 양파랑 파프리카밖에 없다.


당근이랑 양배추는 사치 좀 부려봤음.



양파는 진리다. 어느 나라에서나 구할 수 있고, 싸고, 맛있고, 건강에 좋다.





그 다음에 고추장 조금과 케쳡을 뿌려대면서 소세지를 투하한다.


그 다음에 신나게 볶아대면 대충 그럴싸한 모양의 쏘야가 완성된다.


이걸 하면서 옆에서는 파스타면을 삶아 놓으면 된다.


두개가 완성되면, 파스타면을 여기에 넣고 다시 쉑쉑 볶아주면 완성.





요리의 핵심은. 역시 맥주다.


아무리 맛없는 요리도 술과 함께라면 와라와라 냉채족발로 변신한다.




시간이 되면, 여행 와서 해먹는 요리에 대해서 쭉 쓰고 싶지만,


지금 우리는 내일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데, 유럽에 대해 아는거라곤 나폴레옹 뿐이라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파리로 도착해서 어디로 가야될지도 못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요 몇일 사진이 부실하다고 느꼈다면, 정답.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무리하는 바람에 허리가 안 좋아져서, 다시 요양중이다.


그럼 난 이만. 유럽 일정 짜러.



아 그리고, 하루에 3번씩 이 짓을 하다보면,


여행을 위해 요리를 하는건지 요리를 위 여행을 하는건지 헷갈릴때도 있다.


근데 내 생각은 이렇다.


유적지나 박물관 가는 것도 여행의 일부지만, 이렇게 요리하고 숙소 찾느라 고생하고,


그냥 하루종일 멍하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하는 것도 전부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주목적이 유적지를 관람하는거라면, 하루에 1/3을 요리하느라 허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니까 그냥 사먹도록 하자.


나도 만약에 한달짜리 패키지로 남미여행 온거였으면, 직접 안해먹고 전부 사먹고 다녔을꺼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