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앞서.


만약 현재 당신의 상황이,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낮잠 자다가 눈을 딱 떴는데,


시계는 12시 58분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이라서,


억울한 마음에... 벌써부터 아웃룩을 열어제끼기는 싫은데 할게 없어서 이걸 보고 있노라면,


브라질쪽 이과수는 건너뛰고 이것만 봐도 무방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시작하겠다.



아니면, 친구 기다리느라 피씨방에서 할거 없이 스타 2판쯤 하다가, 예전과 같은 실력이 안나와서


빡친 상태로 인터넷이나 하고 있는데.. 망할 친구년이 늦게 와서는 나갈 생각도 안하고,


바로 옆에 앉아서는 알바생한테 "어이. 여기 재떨이 하나."라고 외치면서 컴터 부팅을 시작한 관계로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라면 브라질 이과수편부터 재빠르게 스크롤질 하고 오기를 권장한다.





우선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국립공원 입장료는 130페소다. 우리나라 돈으로 대충 3만원 좀 안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한가지 함정이 있으니.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폭포 기점인 뿌에르또 이과수에서... 이과수 국립공원까지 가는 버스비가 25페소다.


레얄. 그냥 일반버스는 2.5페소인데... 이건 똑같은 일반버스 주제에 25페소다.


독점인 상황이라 어떻게 에누리도 없이 그냥 25페소를 다 내야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똑같은 25페소만 내면 이과수 국립공원까지 택시로 데려다주는 택시기사들이 엄청 많은데,


그런 택시 타고 가기를 권장한다.



우린 처음에 택시기사가 와서는, 버스비가 25페소인데 자기도 똑같은 25페소니까 택시 타라길래,


아저씨 왜 이래요. 우리 아르헨티나에만 한달 있었던 중급여행자입니다. 우릴 너무 호구로 봤다. 에이. 너무했다.


라고 한 다음에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레얄 25페소를 내놓으란다.


망할. 돈이 없던 우리는 결국 버스도 못 타고, 숙소에서 망할 환율로 돈을 바꾼 다음에 그 택시를 타고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갔다.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국립공원은 총 4개 정도의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정글을 헤쳐 나가서 폭포 하나 보는 코스. (1시간 정도 소요)


무지막지하게 많은 폭포들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코스. (2시간 정도 소요)


무지막지하게 많은 폭포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스. (1시간 정도 소요)


이과수 폭포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을 보는 코스. (15분 정도 소요)



보고 싶은건 많으나, 걷기는 싫은 우리가 선택한건 뒤에 있는 3가지 코스.





우선 폭포 아래쪽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코스다.


처음 우리를 맞이한 이름 모를 폭포다.


이때쯤에는 보이는 폭포마다 전부 셔터를 눌러댔으나, 가면 갈수록 끝도 없이 나타나는 폭포 때문에


나중에는 그냥 구경도 안하고 스쳐지나갈 정도였다.


이 정도 폭포는 이과수 국립공원에 2천개정도쯤 있다. 물론 뻥이지. 20개쯤 있음.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위쪽 다리에서 본 모습이다.


지금 보이는 사진들은 전부 아래쪽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코스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위에서 보는 코스는 밑에 따로 모아놨음.





대충 몇개의 폭포들을 구경한 다음에, 쭉 걸어가다보니,


저 멀리에서 엄청난 물보라가 치고 있었다.


오... 저게 레얄 악마의 목구멍인가. 어제 브라질쪽에서 본거는 짝퉁이었구만...


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는데,


이거 역시 짝퉁이었음.


어제 브라질쪽에서 본게 동대문 B급 짝퉁이라면, 이건 이태원 S급 짝퉁임.


진짜 악마의 목구멍은 이렇게 허접한데서는 안 보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무슨 폭포인지도 모를 엄청난 폭포 집단이다.


금강산에 천개의 전설을 가진 천개의 봉우리가 있다면,


여긴 천개의 전설을 가진 천개의 폭포가 있는 모양이다.


왼쪽에 보이는 절벽 같은건, 하나의 섬인데...


수량이 많지 않을때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 저 위로 올라갈 수 있단다.


우리가 갔을때는 우기도 아닌데 수량이 많아서 배가 운행을 중단한 바람에 가보진 못했음.





이게 밑에서 올려다보는 코스의 하이라이트. 이름 모를 폭포다.


내 기억에 나이아가라 폭포는 이거의 두배쯤 되는 폭포 하나랑, 이만한 폭포 두개가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여기도 물보라가 몰아치는 관계로, 우비를 사입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알지? 


우린 후랑크 소세지 살돈도 아까워서 천하장사 소세지로 쏘야를 해먹는 여행자이므로,


그냥 가서 사진 찍기로 했다.





다행히 이날은 바람이 별로 안 불어서 그런지 물은 별로 튀기지 않았다.


참고로 브라질쪽은 폭포 바로 앞에서 우비를 팔고 있고,


아르헨티나쪽은 공원 입구에서 우비를 팔고 있는데... 전부 이유가 있다.



브라질 폭포는 보기만 해도 우비를 사고 싶은 욕구가 셈솟는 반면에,


아르헨티나 폭포는 보면 그냥 우비 없이도 들어갈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미사람들 답지 않게 머리 잘 썼어잉.





저 오른쪽의 사진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선,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열심히 줄을 서가며 한명 한명씩 사진을 찍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가서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가끔 저 뒤에 빨간잠바처럼 개념 없는 것들이, 남들 사진 찍는데 뒤에 가서 열심히 사색에 잠겨있다.


떠나간 첫사랑을 기억하는건지, 어제 못마신 사이다를 기억하는건진 알바 아니지만,


저러면 욕을 바가지로 쳐먹고 뻘쭘하게 뒤로 나와야 되니, 


사진 포인트에서는 열심히 인증샷만 찍고 바로 빠져나와주는 센스를 발휘하자.



물론 저기가 사진 찍으라고 만든 곳도 아니고, 사진만 찍어야 된다는 법은 없지만,


세상엔 암묵적인 룰이라는게 있다.


놀이공원 가서 얼굴 내밀고 사진 찍는 곳에다가 얼굴 들이밀고는,


사색에 잠겨있으면 그 그림 그려진 판대기가 단두대가 되어버릴껄....





이건 유일하게 이름을 기억하는 폭포. 두 자매 폭포다.


왜 그런지는 각자 상상에 맡긴다.





난 그냥 폭포 떨어지는 것이, 두 자매의 긴 머리칼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신이 이상한 생각을 했을수도 있어. 근데 난 안했어!





이제 밑에서 보는 코스는 전부 다 돌아봤고,


다시 등대쪽으로 간 다음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스를 갈 차례다.


걸음이 무지하게 빠른데다, 쓸데 없는 짓은 모두 제외하고 인증샷만 신나게 찍어대는 우리의 특성상,


2시간 걸린다는 이 코스는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게 위에서 바라다보는 폭포의 모습이다.


저기 왼쪽 아래 보면, 아까 물보라 맞으면서 사진 찍던곳이 보인다.


난 개인적으로 폭포를 아래서 보는것보단 위에서 보는게 더 좋다.



폭포의 윗부분은 그냥 호수와 다름 없는 고요한 유수인데...


보이지 않는 부분 밑에는 엄청나게 큰 물보라가 일어나고 있겠지.


그런거 상상하면서 걷는게 좋다.



는 부가적인 문제고, 그냥 물보라 소리도 시끄럽고, 카메라에 물방울 튀겨서 아래쪽에서 보는걸 싫어함.





폭포가 얼마나 높고 물이 많은지, 아래에서 일어난 물보라가 위쪽까지 올라온다.


게다가 이상하게 아래쪽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머리가 저렇게 된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코스를 걸으면, 온몸이 젖는다는 루머에 낚여서,


수영복을 입고 갔는데...


저날따라 유난히 저 빨간색 꽃수영복이 창피했다.





위에서 보는건 사진으로는 어떻게 표현이 안되므로, 대충 넘어가고...


이제 다시 등대까지 걸어나와, 기차를 타고 가면 드디어 악마의 목구멍 입구가 보인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브라질쪽과는 다르게, 아르헨티나쪽은 모두 기차를 타고 돌아다닌다.)


여기서부터 15분정도를 걸어가면 드디어 악마의 목구멍을 볼수 있다.





15분동안 계속해서 물 위에 놓여진 철제다리를 건너가는데...


결국 저 멀리 악마의 목구멍이 보인다.


생각외로 조용하고 별거 없어 보여서 여기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아오. 사진은 왜 이따구여.


전혀 감동스럽지가 않구만.... 근데 진짜 장관이다.


엄청난 양의 물이 말발굽 형태로 한 곳으로 쏟아져내리는데....오...


브라질에서 봤던 것과, 처음에 악마의 목구멍인줄 알고 봤던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괜히 사람들이 이걸 마지막에 보라고 하는게 아니었다.





지금 문제가 좀 있어서, 한동안 내 사진은 안 올리려고 했는데...


증거사진 삼아 한장 올린다.


지금 내 이마 왼쪽을 보면 빨갛게 부풀어 올랐고, 덕분에 왼쪽눈까지 오른쪽눈에 비해 반쯤 작아진게 보이는데...


아. 물론 둘다 작아서 잘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좀 작아진게 느껴진다.



저게 빈대에 물린 자국이다.


미친 빈대에 관해서는 다음에 다시 쓰도록 하자.


참고로 지금 온몸에 빈대 50방쯤 물리는 바람에, 밤마다 내 침대는 피바다가 되어가고, 저 이마에 물린 자국도 색소침착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저기만 검은색으로 변해서 머리를 까고 다닐수가 없을 정도다.


나중에 한국가서 레이저 시술 받아야 될듯.





말발굽 모양 옆으로는 이렇게 쭉 폭포들이 늘어서 있다.


수량이 많을때는 이 폭포들도 전부 한 줄기처럼 쏟아져 내릴텐데...


그 모습을 못 본게 참 안타깝다.


날씨가 좋으면 무지개도 볼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갔을때는 날씨가 안 좋았다.


덕분에 걸어다니기에는 좀 좋았음.





실제의 감동에 비하면 반도 안되지만,


그래도 혹시 감동 받을 사람을 위해서 마지막에 동영상을 올려놨으니, 그걸 참고하시기 바람.


여하튼 내가 이제까지 봤던 자연풍경중에 최고봉이었음.


물론 와이나 포토시 정상쯤이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봤던 것들이 더 감명 깊기는 하지만,


그건 99% 내가 개고생 해서 간거라서 그렇게 느낀거 같고...


그냥 어영부영 지나가면서 봤던것 중에는 단연 이과수 폭포가 최고였음.





파노라마로 보면 대충 이런 모습이다.


악마의 목구멍 아래쪽은 물보라 때문에, 그냥 하얗게 보일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폭포를 보고 있노라면, 심리학적으로 뛰어들고 싶어지기 때문에 오래 안보길 바란다.


매년 10명 이상씩 뛰어든다 그러던데...


거의 장마때 소양강댐 수문 열어놓은 수준이라, 뛰어들면 손가락 하나 못 찾을듯.





요렇게 많은 사람들이 악마의 목구멍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여기서 사진 찍을때는 조금이라도 높은 위치에서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에,


돈 받고 사진 찍어주는 사람들은 전부 개인 사다리를 하나씩 들고 다닌다.



물론 난 대한민국 평균신장이긴 하지만, 만약 사진이 이상하다 느껴지면, 그건 내 키 때문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이게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는 기차다.


시속 7km밖에 안되므로... 만약 체력이 받쳐주고 이과수는 내 일생의 로망이었다 하시는 분들은,


그냥 걸어다녀도 충분할거 같다.


난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인하여 무조건 기차 타고 다녔음.ㅎ





마지막으로 악마의 목구멍 만큼이나 충격 받았던 이과수 국립공원행 버스표.


망할 25페소라는 글자가 보인다.


30분도 안되는 거리에다가, 그냥 일반버스랑 다를게 없는데 왜케 비싼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동영상으로 보는게 사진으로 보는것보다는 좀더 낫긴 하다만... 그래도 좀 아쉽긴 하다.




사실 일주일밖에 안 지난 지금도, 이과수 폭포의 생김새들이 가물가물하긴 하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그 느낌은 여전하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들을 바라보면서, 머리속까지 전부 쏟아져내리는 듯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떨어지는 물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거 같다.


남미에 오게 된다면. 그리고 이런 자연풍경 보는걸 좋아한다면 이과수 폭포는 꼭. 꼭 가보길 바란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