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내일이면 남미 최대의 볼거리 이과수 폭포를 보고 브라질로 넘어가겠지.


이날까지는 몰랐다. 아르헨티나의 물가는 정말 착한 거였다는걸...





아르헨티나에 와서 지하철을 한번도 안타봐서,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가보기로 했다.


원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하철중 A라인에 있다는 나무 지하철을 타보고 싶었으나...


타본 사람들 말로는 별거 없다고도 하고... 인터넷으로 봤는데 별거 없길래 그냥 패스했다.


이날 우리가 가고자 한곳은, 오페라 극장을 서점으로 개조한 엘 아떼네오 서점이다.



시내에서 걸어가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고,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자마자, 꼭 가보자!! 라고 진희랑 의기투합해서 가기로 했다.ㅎ





흔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길거리다.


오래된 건축물들과 신식 건축물들의 조합.


그리고 유럽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많은 금발들.



사실 다인종 국가가 많은 외국에서, 사람만 보고 어느나라 사람인지 판단하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일본처럼 단일민족인 나라에서나, 사람 얼굴 보고 나라 판단하는거 같다.


가끔 국민학교때 배웠던거 중에,


우리나라 장점 중 하나가 한민족, 단일민족이라는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왜 자랑거리인지 모르겠다.


요즘도 그렇게 가르치나?





오래된 건물이든 신식건물이든.. 거의 대부분의 집엔 테라스가 있다.


발코니인가? 테라스? 베란다? 


여하튼 뭐 저렇게 생긴 것들이 있는데... 


문제는 가끔 저기서 청소를 하는건지, 뭘 하는건지... 그냥 물이 인도로 막 쏟아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금이라도 물었을텐데... 얘네는 그게 그냥 대수롭지 않은 듯이 다들 비켜 지나간다.


하긴, 여긴 남미니까요.





입구 사진을 안 찍어와서 그냥 안부터 시작해야겠다..;;;


여기가 예전에 오페라 극장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서점으로 변신한 아떼네오 서점이다.


현재도 관광객보다는 실제 책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인기 있는 서점이다.


생각보다 관리도 잘 되어있고, 책 종류도 많이 있었다.





이렇게 위에서 보면 아래쪽에 책을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영어로 된 책도 있긴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외국서적이라고 섹션이 구분된게 아니라,


그냥 스페인어책 바로 옆에 영어책이 꽂혀 있다.


우리는 여행자니까, 여행 관련된 책자만 주구장창 보다 왔다.


특히 다음에 갈 브라질은, 정보가 별로 없어서 책으로 한번 훑고 왔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이상하리만큼 물가가 비싼데다가, 너무 거대한 땅덩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냥 안가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in하거나 out하다보니 정보가 별로 없다.





위의 사진이 다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


이게 메인이다. 


저 앞쪽에 무대에 있는 사람들은 연주하는 사람들은 아니고... 밥 먹는 사람들이다..;;;


이상하게 서점 바로 옆에 식당이 있더라고....


그리고 2012년이 이 오페라 하우스가 생긴지 정확히 100주년 되는 해라서 양옆에 기념판도 달려 있다.


100년 된 오페라 하우스를 서점으로 바꿀 생각은 누가 한거지.


우리나라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책방들이 사라져가는데....


이게 유지가 되는것도 좀 신기한 일이다.



아마 여기도 인터넷 쇼핑이 발달되고 하다보면, 이 서점도 곧 문을 닫게 되겠지. 


여기 보고 싶으신 분은, 아르헨티나에서 광케이블 깔리기 전에 빨랑 오셔서 봐야할듯.





지상은 3층까지만 있었는데... 가장 윗층은 음악CD랑 DVD를 파는 공간이었다.


관광객만 바글바글하고 실제로 책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줄 알았는데...


우리가 갔을때 사진기 들고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사진 찍어도 되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왔다갔다 거렸는데... 다들 포즈도 취해주는걸로 봐서는 찍어도 되나보다.



여행하면서 항상 고민되는것중 하나는, 이걸 내가 찍어도 되나 안되나... 인데...


그럴때는 보통 카메라를 꺼내서 보란듯이 들고 왔다갔다 거리면 된다.


만약 촬영이 안되는 곳이면, 누군가 찍지 말라고 얘기해 줄거고... 아무도 말 안하면 찍어도 되는 곳이다.



그렇다고 공연하는 사람들이나, 상점에 진열된 물건 몰래 찍지 말고...


어린애들이라고 인물사진 막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지도 말고...


그 사람들이 한국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만약 보게되면 상당히 기분 나쁘겠지.



내가 인도여행을 준비할때도 가장 기분 나빴던것 중 하나가,


빈민촌에 살고 있는 애들을 찍어놓고는 허락도 없이 인터넷에 올려놓는 사람들이었다.


그러고는 무슨 걔네들 눈을 통해서 자신을 봤다는 둥 어쨌다는 둥 헛소리만 써놓고...


영어도 못하는 걔네한테 허락을 받았을리는 만무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큰 흰 눈을 가진 애들을 찍어놓으면 자기가 사진을 잘 찍는다고 생각하는건지 뭔진 모르겠다만...


그런건 그냥 개인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길거리 공연하는 사람들 사진 찍는건데...


돈 주고 찍은 사진이랑, 몰래 찍은 사진은 딱 봐도 구분이 간다.


가끔 돈 없는 배낭여행자라 어쩔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 사람들은 1년 내내 벌어도 한국 올 비행기값 하나 마련하지 못할 사람들이 대다수다...


몇백만원, 몇천만원씩 써가면서 여행하면서, 팁 하나 주는거 아까워서 몰래 사진 찍어오지 말자.


팁 주기 아까우면 사진을 찍어오질 말든가...


뽀로로도 아니고 말이야. 사람이 상도덕이 있어야지.



여행은. 특히 배낭여행은 모든 것이 자유롭다.


초등학교때 질리도록 들었겠지만, 자유에는 무조건 책임이 따른다.


배낭여행객이라고 개판치고 다녀도 무조건 용서 받을수 있는건 아니다.





원래 있었던건지, 개보수를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지하에도 서점이 있었다.


유아용 서적을 파는 공간인거 같았는데... 내려가보지는 않았다.


저 에스컬레이터를 기준으로 오른쪽이 여행서적이 있는 곳이다.



나름 곳곳에 앉아서 책을 볼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천막 열리는 양쪽에... 그니까 오페라로 치면 좀 비싸보이는 공간에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었다.


저기서 책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자리가 별로 없어서 포기했다.





천장에는 이렇게 멋드러진 천장벽화도 그려져 있다.


이 오페라 하우스가 100년이 됐고... 저 벽화가 98년? 92년?쯤 된걸로 기억한다.


상당히 멋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페라 하우스다.



우리나라도 일제시대랑 전쟁만 아니었으면, 이정도의 건축물들을 가지고 있었겠지.


항상 아쉽다. 50년 넘은 건물이 거의 없다는게...





진희가 열심히 브라질에 대해 공부하는 동안, 내가 열심히 봤던 책이다.


론리플래닛 남극편.


정말 겉표지만 봐도 드레이크해협을 접영으로 건너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남극에 갈수는 있는건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른쪽에 보면 남극편 두께도 상당하다.


생각보다 남극에 갈수 있는 방법은 엄청나게 다양하고, 또 지금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남극에 가고 있다.


꼭 과학자, 탐험가,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남극점을 찍는 사람들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단다.


나도 곧 가야지. 레얄. 진심임.





그렇게 서점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고민하다가..


결정한건 햄버거.


과연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패티로 들어가 있는 햄버거는 무슨 맛일까? 라는 생각으로 패스트푸드점으로 갔다.



맥도날드에 갔는데... 망할 빅맥세트가... 얼마였더라.. 여하튼 만원이 넘었다.


왓더헬. 둘이서 먹으면 2만원이 그냥 넘어간다.


우린 지금 한끼에 2천원도 안 드는 리조또만 해먹고 사는데...ㅠ


그래서 그냥 나왔다가... 너무 찌질해보여서 옆에 있는 버거킹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는 용감하게. 사먹었다.





물론 돈 없어서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었다.


매우매우 맛있었다.


근데 내 생각에는 아르헨티나 소고기 패티때문이 아니라, 그냥 비싸서 맛있었던거 같다.




나중에 다시 배낭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통장에 잔고를 두둑히 넣어놓고 와야겠다.


햄버거 하나 못 사먹으면서 여행하다보면 가끔 눈물이 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금을 들여서 이 고생을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한다.


괜찮아.


주식만 대박나면, 유럽가서 막 이딴 햄버거 셋트로 사서 막 비스켓 추가해서 그렇게 먹을거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