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바람지옥 파타고니아를 벗어나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파타고니아에 오래 머문 바람에, 앞으로의 일정이 좀 빡빡해졌다.


근데 사람이라는게 원래 닥치면 다 하게 되있는지라...


우리는 3주도 모자르다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3일만에 독파하는 쾌거를 달성하셨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도시 자체가 참 예쁘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세계5위 안에 드는 강대국이었다.


미칠듯한 강대국이었으나, 왜 망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여하튼 지금은 쫄딱 망한 상태다.


인플레이션도 쩔고, 환율도 거지같고... 


하지만 한때 세계에서 잘 나가던 시절의 습관을 못 버리고 있는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콧대가 높고 거만하고 자신들은 유럽인이라 생각한단다.


다른건 잘 모르겠는데, 다른 남미나라들에 비해 동양인 무시하는건 더 심한거 같음.





무진장 잘 나갈때 세웠던 엄청난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포진해있다.


약간 보존이 잘된 쿠바 건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칠레랑 같이 찌질거리다가, 칠레는 지금 잘나가는데 아르헨티나는 더 찌질거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칠레랑 싸우려고 하는거 같다. 


그러다 또 무지하게 쳐맞고 파타고니아 다 뺏겨봐야 정신 차리지.





보통 시내에 있는 건물들은 100년이 훌쩍 넘은 게 많다.


오래된 도시답지않게, 도로도 뻥뻥 잘 뚫려있고 돌아다니기에는 상당히 쾌적했다.


게다가 지하철도 있음..ㅡ_ㅡ


옛날에 잘 나갈때 만든거라 그런지, 나무로 만든 지하철이 있단다.


타보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직접 손으로 열고 닫고 하면서 지하철 달리는데도 내리고 타고 한단다.





날씨도 화창하고... 맨날 설산만 보다가 갑자기 높은 건물들을 보니 색달랐다.


예전에 에콰도르에서 만났던 한 청년이,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나쁜남자의 매력이 있는 도시라 그랬는데...


그리고 빠르크씨는 3주도 모자를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그랬는데...


우린 잘 모르겄더라.


그냥 여타 다른 도시랑 비스무리한 분위기에 비스무리한 볼거리들이었음.





여기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플로리다 거리다.


여행객이라면 무조건 이곳을 들를수밖에 없는데... 왜냐면 여기 암달러상들이 밀집해있다.ㅋㅋ


잘 보면 왼쪽에 파란잠바 입은 아저씨가 암달러상이다.


이 길거리에 족히 100명쯤은 되보이는 암달러상들이 있다. 



처음 이 골목에 암달러상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가서 어떻게 찾아내나... 싶었는데..


말이 암달러상이지, 그냥 노점달러상이다.


경찰이 바로 앞을 지나가든 말든, 그냥 깜비오 깜비오~~ 돌라레스~ 돌라레스~ 거리고 있다.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쉬지않고 저렇게 외치고들 있으니, 그냥 가면 딱 알수있다.



참고로 현재 공식환율은 1달러=4.7페소 정도인데... 암달러 환율은 1달러=6.2페소 정도다.


재정부 장관이 누군진 모르겠다만, 모가지가 6.2번쯤 날라갔을듯.





이렇게 멋드러진 건물들이 곳곳에 있어서 사진 찍을맛이 난다.


게다가 도시 자체도 엄청나게 커서 숨겨진 보석들이 많을거 같은데...


만사가 귀찮은 우리는 그냥 많이 알려진 곳 위주로만 돌아다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본다는 땅고쑈도 안 봤다. (탱고라고 불리는 춤. 여기선 땅고라 부른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아르헨티나에는 소가 인구수의 두배정도 있다.


당연히 소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싸다.ㅋ


고기부터 시작해서 가죽까지 전부 다 싸다.


한사람당 소가죽 2개씩 둘러입고 다녀도 될 정도로 소가 많으니까 당연한거겠지.ㅋㅋ



게다가 가죽품질도 엄청 좋아 보였다.


예전에 트라이디어에서 일할때, 가죽에 대해서 얼핏 들은 지식으로 판단하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나게 고급가죽인데 여기선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특히 가방이랑 부츠 종류가 마음에 들었다. 진희랑 하나씩 사버릴까... 라고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유럽은 둘째치고 아프리카에 가죽가방 들고 다닐 자신이 없다.





이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일요일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할 일이라곤.


산뗄모 시장에 가는것밖에 없다.ㅋ


다른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는다. 망할 남미. 여행자도 공휴일엔 쉬어야 되는 곳이다.



일요일에만 열리는 산뗄모 시장은, 각종 골동품부터 시작해서 수제품까지... 엄청나게 많은 노점상들이 만들어낸 시장이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고, 사람도 많고...


제품 퀄리티도 생각 외로 괜찮았다. 뭐 반은 떼다 파는거고 반은 직접 만드는거 같았는데...


특이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제품들이 많았다.





흔히들 부에노스 아이레스 하면 정열의 도시라고 생각하는데...


맞는거 같다. 땅고의 도시답게, 사람들이 춤과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땅고 음악 특유의 강렬함 때문인지, 매우 멋드러져 보인다.


뭔가 자세히 써주고 싶은데, 음악에 대해서 아는거라곤 도레미파솔라시도밖에 없어서 못 말해주겠다.


여하튼 그냥 멋짐. 사람들이 간지남.





원래 시장에서 도촬하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산뗄모 시장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는 곳이라 한장 찍었다.


저기 뒤쪽에 있는 예쁜 색깔의 샴푸병? 비스무리한것들이.. 뭔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대표하는 물건 같았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한때 잘 나갔던 나라답게 골동품들도 좀 비싸보이는 것들 위주로 있다.


이 옆에는 100년은 넘어보이는 축음기에서 실제로 LP판이 돌아가고 있었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객이라 그런지 물가는 좀 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왠만한 밥 한끼 먹으려면 60페소정도 든다.


오늘의 메뉴라고... 우리나라 백반 같은건데 60페소(대충 15000원)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숙소에서 밥만 해먹었다.


자꾸 밀가루 음식만 쳐먹다보니까 머리가 빠지는거 같아서, 이제는 리조또를 즐겨 해먹고 있음.


비록 밥 한번 해먹는데 1시간씩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밥이 밀가루보다는 나아보임.





우리가 처음 본 땅고쑈다.


비록 길거리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추시는거라 엉성해보이긴 했지만,


나름 연륜이 묻어나는 춤이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더 늙어보이는 분들이 라이브로 땅고 음악을 연주해주고 계셨다.


무지하게 간지난다잉.


처음 본 땅고의 느낌은. 무척이나 느끼하다는거.... 남자랑 여자가 거의 키스할듯이 얼굴을 맞대고 추는 춤이라,


매우매우 느끼해보였다.


진희랑 같이 배워볼까 하다가, 우리 둘은 몸치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포기했다.





내가 가죽팔찌를 산 가게다.ㅋ


진짜 소가죽인데도 가격이 엄청나게 싸다. 벨트 같은거 하나 사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여기서 소가죽 제품 떼다가 한국에 팔아도 충분히 팔릴거 같은데... 아숩구만.





여긴 우리가 마테차 빨대를 산 곳이다.


마테차가 뭐냐면...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찬데...


이거 마시는 방법이 좀 특이하다.


우선 호박(우리나라에서 표주박이라 부르는거)안을 다 파내서 저 잔을 만든다.


그리고는 그 안에 마테라고 불리우는 찻잎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는 뜨거운 물을 계속 부어대면서 빨대로 마신다.


잘 보면 빨대 끝부분이 전부 필터처럼 되있어서, 찻잎은 걸러지고 뜨거운 물만 마실수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정말 쉬지 않고 저걸 마셔댄다.


찻잎을 한번 넣고는 계속 뜨거운 물을 부어가면서 마시는거라서, 모두들 한손엔 마테잔을 들고 다른 손에는 보온병을 들고 다닌다.


그리고 저 마테빨대를 돌려가면서 마시는게 전통이란다...


우리나라 소주잔 돌리는 문화는 양반이었다. 열명이 모여 있으면 열명이 모두 빨대 하나로 돌려가며 마신단다.ㅎ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쵸리빤을 파는 가게다.


왼쪽에 미친듯이 늘어서있는 소세지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미친듯이 구워지고 있는 고기들이 보인다.


소세지를 빵에 넣은건 쵸리빤이라 불리우고, 오른쪽의 저 엄청난 크기의 돼지고기를 넣은 빵은 본디올라 라고 불리운다.


우린 돈 없어서 그냥 소세지 넣은거 먹었음.


근데 소세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프랑크 소세지 이런게 아니다.


완전 소고기가 가득찬.. 진짜 레얄. 아르헨티나 소고기.





빵에다 소세지만 껴서 주면, 우리가 나머지 소스들을 뿌려먹는 방식인데..


어마어마하게 맛났다. 15페소(대충 4천원?)정도밖에 안하는데 배도 부르고 맛도 있다.


길거리 곳곳에 팔고 있지만, 뿌에르또 마데로라고 불리우는 지역에 특히 많이 있단다.


그리고 거기 있는 집들이 가장 싸고 맛나단다.


근데 우린 안 가봤으니 무효.





뭔지 모르지만, 산뗄모 시장 끝부분에 있는 건물이다.


성당으로 추측되나 뭔지 모르겠다. 여하튼 멋져서 한장 찍어왔음.


근데 이런 수준의 건물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곳곳에 있음.


괜히 왕가위 감독이 영화제목을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지은게 아니었어. 간지남.





그렇게 시장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뭔가 모를 멋진 건물이 있길래 알아봤더니 대통령궁이란다.


에바 페론이 노래를 부른 곳으로 더 유명한데.... 에바 페론이 누구냐면.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에바 페론이라는 사람이 있다.


원래 여배우였다가, 대통령의 2번째 부인이 되면서 영부인이 된 사람인데.


각종 복지정책으로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퍼줘서, 민중들에게 인기가 매우 많았단다.


뭐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아르헨티나를 망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같다.


특히 예쁜 외모에.. 쇼맨쉽도 있고... 가장 중요한건 33살의 나이로 요절한 바람에, 전설적인 인물처럼 추앙받고 있는거 같다.



마돈나가 주연한 영화, 에비타 가 바로 에바 페론을 주제로 만든 영화다.





미국은 백악관. 우리나라는 청와대. 얘네는 핑크색이다.


무슨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핑크색으로 칠해놨단다.


일욜일에는 관광객들에게 대통령궁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아무리 바쁘고 위대한 대통령이라도, 일요일에는 일을 안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는 남미니까요.





이렇게 도시 곳곳에, 오래된 건물과 신식 건물이 묘하게 어울리고 있다.


내가 지금 묵고 있는 숙소도 100년이 넘은 건물이란다.


생각 외로 지낼만 함.ㅋ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꼭 해보고 싶은건, 아사도를 먹는거였다.


땅고쇼고 뭐고간에 다 필요없고, 아사도라 불리우는... 미칠듯한 소고기를 먹어보고 싶었다.


남미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우리가 아르헨티나를 그토록 꿈꿨던 이유는 단 하나.


소고기가 싸니까.


화장실에 가서 30분씩 앉아있더라도, 소고기만 무지하게 쳐먹고 갈 예정이다.

Posted by v멍군v